[페라가모 SS27①] 1940년대 여성복 재해석…짧은 재킷과 무릎길이 스커트

맥시밀리언 데이비스, 작업복의 주머니와 여밈을 여성 정장에 접목 어깨와 소매에는 여유, 허리선은 또렷하게…재단과 길이로 조정한 비례

2026-10-01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페라가모가 1940년대 여성복을 짧은 재킷과 무릎길이 스커트로 재해석했다. 지난 9월 26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SS27 컬렉션은 허리를 강조한 재단에 작업복의 주머니와 여밈을 결합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맥시밀리언 데이비스는 어깨와 소매에는 여유를 두고 허리 부분을 좁혀, 당시 복식의 특징을 오늘날의 여성 정장으로 옮겼다.

데이비스는 여성들이 사회적 역할을 넓혀가던 시대의 옷차림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 옷의 구조가 입는 사람의 자세와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며 주머니의 위치를 사례로 들었다. SS27에서도 주머니와 벨트는 가슴과 허리, 골반의 형태를 강조하는 데 쓰였다. 일하는 옷에서 가져온 세부 요소를 여성 수트의 비례에 맞게 조정한 것이다.

페라가모 SS27의 회갈색 투피스. 여유 있는 소매와 허리를 강조한 검정 벨트, 무릎길이 스커트를 조합했다. 사진=Ferragamo

회갈색 투피스는 넉넉한 소매와 잘록한 허리의 대비가 뚜렷하다. 어깨에서 팔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옷감의 여유를 남겼지만, 허리에는 검정 벨트를 넓게 둘렀다. 스커트는 무릎 부근까지 큰 굴곡 없이 내려온다. 상체의 풍성함이 허리를 더욱 가늘어 보이게 하고, 간결한 스커트가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다.

위아래로 배치한 버클은 허리의 위치를 강조한다. 비슷한 색의 상하의 사이에 검정 띠가 놓이면서 몸의 위아래가 분명하게 나뉜다. 가슴의 주머니와 단추, 허리의 버클처럼 장식이 상체에 모인 만큼 스커트는 단순하게 처리했다. 큰 무늬나 강한 색을 사용하지 않고도 소매의 폭과 벨트의 크기로 옷의 인상을 바꿨다.

밝은 색의 짧은 재킷과 황토색 스커트. 가슴 주머니와 검정 벨트가 작업복의 특징을 남기면서 상하의의 길이 차이를 강조한다. 사진=Ferragamo

밝은 재킷과 황토색 스커트는 길이와 색의 차이를 함께 활용한다. 재킷 밑단이 허리 가까이에서 끝나 상체는 짧고 다리는 길어 보인다. 가슴 주머니는 작업복을 연상시키지만, 허리를 좁힌 재단과 곧게 내려오는 스커트는 여성 정장의 단정함을 유지한다. 검정 벨트는 색이 다른 상하의 사이에서 허리선을 또렷하게 만든다.

짧은 재킷의 효과는 스커트와 만나는 지점에서 드러난다. 재킷이 허리를 길게 덮지 않아 스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허리 아래로 시선이 이어진다. 어깨를 과도하게 넓히거나 치마 폭을 크게 벌리지 않아도 상하체의 길이 차이가 강조된다. 페라가모는 재킷의 길이와 허리 위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복고적인 여성 수트의 형태를 다듬었다.

황토색 짧은 소매 상의와 회갈색 스커트. 팔을 드러내고 상의의 길이를 줄여 긴소매 재킷보다 간결한 옷차림을 구성했다. 사진=Ferragamo

황토색 짧은 소매 상의와 회갈색 스커트에서는 재킷의 격식이 한층 옅어진다. 팔이 드러나고 상체를 덮는 옷의 면적도 줄었다. 가슴 주머니와 앞여밈을 남겨 작업복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긴소매 재킷보다 간결하게 정리했다. 허리의 검정 벨트는 따뜻한 색의 상의와 차분한 회갈색 스커트 사이에서 시선을 모은다.

소매의 길이는 달라졌지만 상하체의 비례는 이어진다. 짧은 상의 아래로 무릎길이 스커트를 배치하고, 허리 부근에 주머니와 벨트를 모았다. 재킷과 셔츠의 인상 차이를 활용하면서도 전체적인 형태가 흩어지지 않도록 한 구성이다. 이번 여성복에서는 어떤 옷을 입느냐 못지않게 상의가 어디에서 끝나고 스커트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가 중요하다.

올리브색 베스트와 스커트에 검정 벨트를 맞췄다. 가슴과 스커트에 배치한 주머니가 작업복의 특징을 드러낸다. 사진=Ferragamo

올리브색 베스트와 스커트는 주머니의 존재감이 크다. 소매를 없앤 상의에 주머니와 여밈이 남으면서 작업복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상하의를 같은 색으로 맞춰 복잡함을 줄이고, 검정 벨트로 허리 부분을 구분했다. 가슴과 골반 부근의 주머니는 각각의 위치에서 몸의 폭을 강조한다.

주머니는 수납공간인 동시에 옷의 윤곽을 바꾸는 요소다. 몸에 가까이 붙는 스커트에서는 물건을 넣었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까지 고려해야 한다. 페라가모의 여성복에서도 주머니는 실용적인 용도와 함께 위치와 크기가 만드는 장식적 효과의 비중이 크다. 작업복의 기능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여성 정장의 재단에 맞춰 외형을 조정한 성격이 짙다.

캡션: 회색 민소매 드레스에 갈색 벨트를 더했다. 몸을 따라 내려오는 밝은 색의 선이 간결한 형태를 강조한다. 사진=Ferragamo

회색 민소매 드레스는 재킷과 주머니를 덜어내고 허리선과 세로선을 강조한다. 어깨와 팔을 드러낸 상체에 갈색 벨트를 더하고, 몸을 따라 밝은 색의 선이 내려오도록 했다. 장식이 많은 상의와 달리 목둘레와 허리, 밑단의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계열의 색으로 이루어진 드레스에서도 벨트의 색과 선의 배치만으로 변화를 줬다.

무릎 부근에서 끝나는 길이는 수트와 드레스를 연결한다. 가슴 주머니와 버클이 두드러지는 의상에서는 단순한 스커트가 복잡함을 덜어주고, 민소매 드레스에서는 어깨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선을 드러낸다. 회색과 갈색, 황토색, 올리브색을 중심으로 한 색의 구성도 무늬보다 재단과 비례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페라가모 SS27 여성복은 부위마다 옷의 여유를 다르게 줬다. 소매에는 부피를 남기고 허리를 좁혔으며, 상의는 짧게 정리하고 스커트는 비교적 곧게 내려오도록 했다. 1940년대의 분위기는 개별 주머니나 버클보다 어깨와 허리, 치마 길이의 조합에서 드러난다. 과거의 복식을 오늘날의 옷으로 바꾸는 과정 역시 장식의 추가보다 길이와 폭의 조정에 집중됐다.

여성의 자율성을 강조한 기획 의도와 몸을 일정한 형태로 다듬는 디자인 사이에는 긴장도 남는다. 일하는 옷에서 출발했지만 허리를 조이고 스커트 폭을 좁히는 방식은 활동에 필요한 여유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짧은 재킷과 무릎길이 스커트가 만드는 비례를 유지하면서 앉고 걸을 때의 편안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실제 착용에서의 평가를 가를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