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가모 SS27③] 넓은 어깨와 주름 팬츠…1940년대 남성 수트의 재해석
여유 있는 재킷에 높은 허리선…길이와 폭을 달리한 남성 정장 베스트·셔츠·넥타이의 조합 유지하면서 색과 소재로 변화
[KtN 박인경기자]페라가모 SS27 남성복은 넓은 어깨의 재킷과 앞주름을 넣은 여유 있는 바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난 9월 26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컬렉션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맥시밀리언 데이비스는 1940년대 수트의 특징을 재킷의 길이와 바지의 폭에 반영했다. 셔츠와 베스트, 넥타이로 격식을 갖추면서도 몸에 밀착하지 않는 형태를 택했다.
재킷과 바지에 모두 여유를 줬지만 허리의 위치는 분명하게 드러냈다. 상체에서는 어깨의 폭과 재킷 길이가, 하체에서는 바지의 허리선과 앞주름이 전체적인 비례를 결정한다. 베스트를 바지 안으로 넣거나 재킷의 앞을 열어 입는 방식도 상하체가 나뉘는 지점을 드러내는 데 쓰였다.
짙은 갈색 수트는 어깨에서부터 넉넉하게 내려오는 재킷과 폭이 여유 있는 바지를 조합했다. 재킷을 열어 입어 안쪽의 셔츠와 넥타이, 바지의 허리선이 드러난다. 어깨는 넓지만 몸통 전체가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다. 바지 앞주름은 허리 아래에 여유를 만들고 다리 방향으로 길게 이어진다.
상하의를 같은 계열의 색으로 맞춘 것도 비례를 강조한다. 색의 경계가 강하지 않아 재킷의 어깨선과 바지의 주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몸 앞쪽으로 길게 내려오는 넥타이는 넓은 재킷 안에서 세로선을 만든다. 넉넉한 폭과 단정한 셔츠 차림이 함께 놓이면서 수트의 격식이 유지된다.
아이보리색 수트는 짙은 갈색 수트보다 안쪽 옷과 허리선이 두드러진다. 밝은 재킷과 바지 사이에 갈색 베스트를 배치해 상체의 중심으로 시선을 모았다. 재킷 앞을 열어 베스트의 길이와 바지가 시작되는 위치가 보이도록 했다. 바지 통은 넓지만 허리 부근이 드러나 전체적인 형태가 흐트러져 보이지 않는다.
베스트를 바지 안으로 넣은 방식도 눈에 띈다. 베스트 밑단이 바지 위로 내려오면 상체가 길어 보이지만, 안으로 넣으면 허리선이 드러나 하체의 비중이 커진다. 재킷의 여유 있는 폭을 유지하면서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조정한 것이다. 밝은 수트와 광택이 있는 갈색 베스트의 차이는 색뿐 아니라 표면의 질감에서도 드러난다.
베이지색 긴 재킷은 상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키운다. 엉덩이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밑단이 바지 윗부분을 가리고, 앞여밈과 주머니가 재킷의 길이를 강조한다. 허리선이 드러나는 수트와 달리 어깨에서 재킷 밑단까지 이어지는 형태가 먼저 보인다. 같은 여유 있는 바지라도 어떤 길이의 재킷을 맞추느냐에 따라 옷차림의 중심이 달라진다.
긴 재킷 아래에는 바지의 앞주름과 곧게 내려오는 선이 남는다. 상하의를 비슷한 색으로 맞춰 길이가 다른 옷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재킷의 길이와 바지의 폭이 모두 커지면 옷의 부피도 늘어나는 만큼, 앞여밈과 주름처럼 형태를 정리하는 요소가 중요해진다. 긴 재킷에서는 어깨와 소매가 지나치게 늘어져 보이지 않도록 길이를 맞추는 일도 필요하다.
흰 셔츠와 검정 베스트, 밝은 색 바지의 조합은 재킷 없이 정장의 인상을 유지한다. 가슴과 허리를 감싸는 베스트가 상체를 정리하고, 넥타이가 셔츠의 중심을 강조한다. 팔이 드러나면서 긴소매 재킷을 입었을 때보다 옷이 몸을 덮는 면적은 줄어든다. 상체가 간결해진 만큼 바지의 넓은 폭과 앞주름이 두드러진다.
검정 베스트와 밝은 바지의 색 차이는 허리의 위치를 분명하게 만든다. 베스트를 바지 안으로 넣어 상체를 짧게 정리하고, 허리 아래로 충분한 여유를 뒀다. 몸에 가까운 베스트와 넉넉한 바지를 함께 입어 부위마다 옷의 폭을 달리한 구성이다. 재킷을 벗은 상태에서도 단순한 셔츠 차림과는 다른 격식이 남는다.
녹색 베스트와 갈색 계열의 바지는 흑백 조합보다 색의 변화가 크다. 연한 청색 셔츠가 목둘레와 팔 주변으로 드러나고, 녹색 베스트에는 주머니와 단추가 배치됐다.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베스트 아래에 앞주름이 있는 바지를 맞춰 실용적인 옷과 정장의 특징을 결합했다.
색은 나뉘지만 상하체를 구성하는 방식은 이어진다. 베스트를 바지 안으로 넣어 허리를 드러내고, 바지는 골반과 다리 주변에 여유를 남겼다. 재킷을 갖춘 수트와 베스트 차림이 서로 다른 인상을 주면서도 비슷한 비례를 유지하는 이유다. 셔츠와 베스트의 색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같은 형태의 옷차림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페라가모 SS27 남성복에서 앞주름은 장식 이상의 역할을 한다. 허리 부근에서 접힌 옷감이 아래로 펼쳐지면서 골반과 허벅지에 여유가 생긴다. 허리선은 정돈한 채 바지 통을 넓힐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베스트를 넣어 입고 재킷 앞을 열어 허리의 위치를 드러내면서, 넉넉한 옷에서도 상하체의 비율을 분명하게 했다.
재킷의 어깨와 길이, 바지의 허리선과 밑단은 함께 조정해야 한다. 긴 재킷에 폭이 넓은 바지를 맞추면 부피가 커지고, 베스트만 입으면 바지의 여유가 더욱 강조된다. 바지가 길어 발등에 많이 쌓일 경우에는 앞주름이 만드는 세로선도 달라진다. 이번 남성복이 제시한 여유 있는 수트를 실제 옷차림으로 옮길 때는 품뿐 아니라 재킷과 바지의 길이까지 맞추는 과정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