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산장 48년②] 등산복도 ‘장비’다…산에서 배운 선택과 사용의 차이
배낭은 체형 따라 구조 달라지고 스틱은 길이·사용법이 성능 좌우 고가 제품보다 중요한 건 산행 환경과 몸에 맞는 선택…판매 뒤 사용법까지 설명
[KtN 박준식기자]등산복 한 벌을 고르는 일도 산에서는 장비 선택에 가깝다. 땀을 흘리며 오를 때와 능선에서 바람을 맞을 때 필요한 기능이 다르고, 겉옷의 성능도 안에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배낭은 사용자의 체형에 맞아야 하고 스틱은 길이부터 맞지 않으면 제 기능을 쓰기 어렵다. 대구 도심산장이 제품의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사용 방법을 먼저 설명하는 배경에는 부모 세대부터 이어진 산행 경험과 등산 교육 과정에서 쌓아온 지식이 있다.
김길재 도심산장 대표는 등산을 다른 스포츠와 조금 다르게 본다. 헬스나 골프처럼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기보다 오랫동안 산을 다닌 사람의 경험을 따라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랜 산행 경험 자체는 중요한 자산이지만 배낭이 왜 특정 구조로 만들어졌는지, 체형에 따라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까지 설명하려면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도심산장은 경험과 이론을 함께 쌓는 방식을 택했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따라 산을 다녔고, 이후 국내 산행과 기술등반을 경험했다. 동생 역시 원정등반과 등산 교육 활동을 이어갔다. 강의를 준비하려면 단순히 “이 제품이 좋다”고 말하는 데서 끝낼 수 없었다. 배낭의 남녀용 구조가 왜 다른지, 체형에 따라 등판 길이가 왜 달라지는지, 어깨끈은 어떤 움직임을 고려해 설계되는지 설명해야 했다. 산에서 체득한 경험에 제품 구조와 사용 원리를 공부한 시간이 더해졌다.
의류도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김 대표는 등산복을 일반적인 옷보다 장비에 가까운 제품으로 본다. 방수·방풍·보온 같은 기능이 들어간 옷도 산행 환경에 맞춰 사용해야 성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는 체온이 올라가면서 땀이 나고, 정상이나 능선에서는 바람에 노출된다. 활동을 멈추면 젖은 옷 때문에 몸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 겉옷 한 벌의 가격이나 기능만 놓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 대표는 겉에 입는 재킷의 기능을 살리려면 안쪽에 무엇을 입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겹의 옷이 각각 역할을 나눠 맡기 때문이다. 땀을 처리하는 옷과 체온을 유지하는 옷, 바람이나 비를 막는 겉옷을 어떤 순서와 조합으로 사용하는지가 실제 산행에서는 중요하다.
스틱은 몸에 맞지 않는 장비가 어떻게 불편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기 좋은 품목이다. 키와 체격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제품을 사용하면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고, 반대로 긴 제품 역시 팔과 어깨 움직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김 대표는 인기 제품이나 외형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사용자 체격과 용도에 맞춰 길이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낭은 선택 단계에서부터 체형이 개입한다. 같은 용량이라도 등판 길이와 어깨끈 구조가 다르고, 몸에 맞지 않으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장시간 산행에서 피로가 커질 수 있다. 제품 이름과 용량만으로 고르기보다 실제로 메고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짐을 넣는 방식도 배낭 사용에서 중요하다. 김 대표는 같은 무게의 짐이라도 배낭 안에서 어느 위치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몸이 느끼는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게 중심을 몸에 맞게 잡고 짐을 분산하면 실제 중량은 같더라도 산행 중 느끼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배낭 안에서 물건을 꺼내는 순서도 산행 방식과 연결된다. 자주 사용하는 물과 간식, 방풍·보온 의류처럼 이동 중 바로 필요한 물품은 쉽게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두고, 당장 사용할 일이 적은 장비는 안쪽에 배치한다. 고도가 높거나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배낭을 전부 풀어 물건을 다시 찾는 일 자체가 불필요한 움직임을 늘릴 수 있다.
도심산장이 배낭 패킹을 영상 콘텐츠로 다루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제품을 판매한 뒤 실제 산에서 어떻게 쓸 것인지까지 설명한다. 배낭의 여러 주머니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 짐을 어느 위치에 넣는지, 이동 중 자주 꺼내는 물품을 어떻게 배치하는지가 콘텐츠 소재가 된다.
가격이 높다고 모든 사용자에게 좋은 장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산행 시간과 계절, 고도, 날씨, 체력, 사용 경험에 따라 필요한 수준이 달라진다. 날씨가 안정된 낮은 산을 짧게 걷는 사람과 장시간 능선을 이동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옷과 장비가 같을 수 없다.
김 대표는 고가 아웃도어 제품을 둘러싸고 “높은 산에 갈 것도 아닌데 비싼 제품이 필요한가”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벼운 산책이나 좋은 날씨의 짧은 산행에서는 고기능 장비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반면 비와 바람, 기온 변화가 겹치는 환경에서는 방풍과 보온, 스틱과 배낭 같은 장비의 기능이 산행의 편의성과 안전에 영향을 준다.
도심산장이 여러 전문 브랜드를 취급하면서도 ‘어떤 브랜드를 파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를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분야의 장비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제조사의 제품을 들여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제품이 필요한 사람과 산행 환경을 구분하고 사용 조건을 설명하는 과정까지 판매의 일부로 본다.
온라인에서도 같은 방식이 이어졌다. 배낭 패킹과 장비 사용법을 영상으로 설명하면서 유튜브를 보고 매장을 찾는 고객이 생겼다. 김 대표는 유튜브 운영 약 1년 뒤부터 영상을 보고 왔다는 고객이 나타났고, 다른 지역에서 대구까지 찾아와 설명을 듣는 고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제품의 기능 차이와 사용법을 직접 듣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소비자도 매장을 찾고 있다.
48년 동안 등산 장비는 가벼워지고 종류는 세분화됐지만 산에서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의 몸과 환경까지 같아진 것은 아니다. 같은 배낭도 체형에 따라 맞는 구조가 달라지고, 같은 재킷도 안에 입는 옷과 날씨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같은 스틱 역시 길이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기대했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도심산장이 부모 세대의 등산점에서 이어받은 경험은 제품 목록보다 사용법에 남아 있다. 매장에서 고른 장비가 산에 올라간 뒤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설명하는 방식이다. 장비를 많이 갖추는 것보다 몸과 산행 조건에 맞춰 고르고 제대로 사용하는 일, 48년 동안 이어진 산행 경험도 그런 방식으로 매장 안에 축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