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산장 48년⑤] 고프코어 지나 러닝·백패킹까지…아웃도어 소비층이 달라졌다

40~60대 중심 등산시장에 10·20대 유입…산을 즐기는 방식도 세분화 기능 설명 찾는 고객과 스타일 먼저 보는 젊은층 공존…브랜드 구성·매장 운영도 변화

2026-10-08     박준식 기자
김길재 도심산장 대표가 체감한 변화는 코로나19를 전후해 빨라졌다.  /사진= @dosimsanjang 인스타그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대구 도심산장의 매장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웃도어 제품을 고르는 고객이 함께 들어온다. 오랜 산행 경험을 가진 고객은 배낭의 구조와 등산화의 기능, 의류의 소재를 묻는다. 젊은 소비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디자인과 최근 많이 입는 브랜드부터 살피는 경우가 많다. 같은 아웃도어 매장 안에서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세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김길재 도심산장 대표가 체감한 변화는 코로나19를 전후해 빨라졌다. 실내 운동이 제한되면서 산을 찾는 젊은층이 늘었고, 이전까지 40~60대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등산시장에도 10대와 20대, 30대 소비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문 방식도 달랐다. 전문적인 등반을 목표로 장비를 갖추기보다 운동화나 등산화부터 구입해 가까운 산을 찾고, 산행 경험이 쌓이면서 의류와 배낭, 스틱 등으로 관심을 넓혀가는 소비자가 늘었다. 산을 경험한 뒤 트레일러닝과 백패킹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흐름도 뒤따랐다.

김 대표는 “지금은 10대나 20대도 산에 가고, 코로나 때 산을 경험했던 30대가 트레일러닝이나 백패킹까지 다양하게 즐긴다”고 설명했다.

도심산장의 고객층 변화는 매장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등산복의 위치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산에서 입는 기능성 의류라는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일상복과의 경계가 낮아졌다. 방수와 방풍, 보온 기능을 갖춘 아웃도어 의류를 도심에서도 입는 고프코어(gorpcore)가 확산하면서 등산 경험이 없는 소비자도 아웃도어 브랜드를 접하기 시작했다.

원색 중심이던 전통적인 등산복과 달리 일상에서 입기 쉬운 색상과 실루엣을 갖춘 제품도 늘었다. 살로몬처럼 산과 도심을 함께 오가는 브랜드가 젊은 소비자에게 익숙해졌고, 기능성 의류와 신발을 패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흐름도 커졌다.

도심산장의 고객층 변화는 매장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김 대표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은 고객은 가격보다 제품의 기능과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어떤 제품이 자신에게 맞는지, 어떻게 착용해야 하는지, 기존 장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묻는다.

젊은층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제품의 구조를 길게 설명받기보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최근 어떤 제품이 주목받는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스타일로 입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김길재 대표는 패션 분야 경험을 가진 직원들의 의견을 브랜드 선정과 매장 구성에 반영하고 있다.  /사진=@dosimsanjang 인스타그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판매 직원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진다. 등산 경험과 장비 지식만으로 모든 소비층을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기능을 설명하는 전문성과 패션 흐름을 읽는 감각이 동시에 필요해졌다.

김 대표는 패션 분야 경험을 가진 직원들의 의견을 브랜드 선정과 매장 구성에 반영하고 있다. 본인이 익숙한 등산 장비 분야와 젊은 직원들이 빠르게 접하는 패션·러닝 분야를 나누고, 각자의 전문성을 운영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러닝 시장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세대 변화에 대한 고민이 나타난다. 직원들은 러닝 인구 증가를 빠르게 읽고 관련 제품 확대를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등산과 달리 직접 경험과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분야를 단기간에 크게 늘리는 데 신중했다.

일부 러닝 관련 브랜드와 제품부터 다루며 시장을 지켜봤고, 이후 실제 러닝 인구 증가와 고객 반응을 경험하면서 대응 속도가 늦었다는 판단도 했다. 유행을 좇아 상품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과 변화에 너무 늦게 대응하는 것 사이에서 전문점의 선택 기준을 다시 조정하게 된 과정이다.

산을 찾는 사람의 숫자가 늘었다고 모든 아웃도어 회사의 매출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사진=@dosimsanjang 인스타그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웃도어 시장에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가 늘어난 것도 같은 시기였다. 고프코어가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수입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들어왔지만, 기대만큼 판매 규모가 커지지 않아 사업을 접거나 유통을 중단하는 브랜드도 생겼다.

산을 찾는 사람의 숫자가 늘었다고 모든 아웃도어 회사의 매출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소비자가 등산 하나에만 머물지 않고 러닝과 백패킹, 캠핑, 일상복 등으로 관심을 나누면서 시장도 여러 영역으로 분산되고 있다.

백패킹은 기존 등산과 또 다른 소비를 만든다. 배낭 안에 텐트와 취사 장비, 음식, 침낭을 넣고 직접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게와 수납성이 중요하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오토캠핑과 달리 사람이 장비 전체를 짊어지고 이동한다는 점에서 초경량 장비와 패킹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트레일러닝에서는 다시 다른 제품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등산보다 이동 속도가 빠르고 짐을 줄여야 하는 만큼 신발과 의류, 러닝 베스트, 물을 휴대하는 방식까지 달라진다. 하나의 ‘등산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던 아웃도어 소비가 활동별로 더 세밀하게 나뉘는 셈이다.

도심산장이 판매하는 품목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도심산장이 판매하는 품목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전통적인 등산화와 배낭, 스틱, 기능성 의류뿐 아니라 소프트 플라스크와 초경량 식기, 캠프박스 등 러닝·백패킹·캠핑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들어왔다. 산을 찾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매장이 다뤄야 하는 장비의 범위도 넓어졌다.

소비층이 젊어졌다고 기존 고객의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능과 안전을 중시하는 산악인, 일상에서 아웃도어 스타일을 즐기는 젊은층, 기록과 속도를 중시하는 러너, 자연 속에서 숙박을 즐기는 백패커가 같은 시장 안에 공존한다.

도심산장이 한 가지 고객층에 맞춘 매장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축적한 등산 장비 지식을 유지하면서 패션과 러닝, 백패킹으로 넓어지는 소비 변화를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48년 동안 등산점을 찾는 사람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부모 세대의 등산점에서 산악인들이 배낭과 등산화를 골랐다면 지금은 같은 공간에서 고프코어 의류를 찾는 젊은 소비자와 트레일러닝 장비를 찾는 러너, 초경량 장비를 고르는 백패커가 만난다. 도심산장의 브랜드와 상품 구성이 계속 바뀌는 이유도 산을 즐기는 사람과 방법이 더 이상 하나로 묶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