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ra × John Galliano Re{form}②] 커진 어깨와 조여진 허리, 존 갈리아노가 다시 나눈 몸의 비율
테일러링·드레이프·노출을 한 몸에 겹친 ‘Re{form}’ Vol. 1…남성복과 여성복의 익숙한 선을 뒤섞은 젠더리스 실루엣
[KtN 박인경기자]자라(Zara)와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Re{form}’ Vol. 1에서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가르는 익숙한 비율부터 흔들린다. 재킷의 어깨는 넓어지고 허리는 강하게 조여졌다. 상체를 드러낸 착장에는 길게 늘어지는 천이 붙었고, 단단한 테일러링 옆에는 부드럽게 흐르는 드레이프가 놓였다. 남성과 여성 모델에게 서로 다른 복식 규칙을 적용하기보다 어깨와 허리, 노출과 길이를 같은 방식으로 바꾸면서 몸의 윤곽을 다시 잡았다.
젠더리스라는 성격은 옷의 이름보다 비율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남성 모델에게 재킷과 팬츠만 입히고 여성 모델에게 드레스와 스커트를 배치하는 식의 구분이 약하다. 단단한 재킷에 허리를 깊게 넣거나, 상체를 드러내고 길게 흐르는 하의를 연결하는 방식이 성별에 따라 갈리지 않는다.
갈리아노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서로 바꾸기보다 한 착장 안에 함께 둔다. 넓은 어깨는 전통적인 남성 테일러링을 떠올리게 하지만 허리를 강하게 조이면 몸의 곡선이 살아난다. 반대로 드레이프와 비치는 소재처럼 여성복에서 익숙한 요소도 각진 재킷과 만나면서 부드러운 인상만 남지 않는다.
재킷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부분은 허리다. 일반적인 오버사이즈 재킷처럼 어깨부터 밑단까지 넉넉하게 떨어뜨리지 않고 상체의 폭을 넓힌 뒤 허리에서 다시 좁힌다. 어깨와 허리의 차이가 커지면서 재킷이 몸을 감추기보다 몸의 형태를 새로 만든다.
어깨가 넓어질수록 허리는 더 가늘어 보인다. 같은 재킷이라도 직선으로 떨어지는 옷보다 상체의 굴곡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남성 모델에게 이런 비율이 적용되면 익숙한 남성 수트의 네모난 상체가 사라지고 허리가 있는 실루엣이 들어온다.
여성 모델에게도 결과는 비슷하다. 여성성을 드러내기 위해 곡선형 드레스만 사용하지 않는다. 각진 재킷과 단단한 어깨선을 그대로 두면서 허리를 좁혀 몸의 곡선을 만든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줄이는 대신 같은 재단 방식으로 서로 다른 몸을 다시 정리하는 쪽에 가깝다.
상체 노출도 단순한 장식으로 머물지 않는다. 재킷 안에 셔츠를 채워 넣거나 목선을 닫기보다 피부를 넓게 드러낸 착장이 이어지면서 어깨와 가슴, 허리의 경계가 직접 보인다. 옷이 몸의 형태를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몸 자체를 옷의 일부처럼 사용한다.
드레이프는 이 단단한 비율을 풀어준다. 재킷에서 각과 허리를 강조했다면 길게 늘어지는 천에서는 움직임이 먼저 들어온다. 몸을 따라 떨어지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천이 정적인 테일러링과 다른 선을 만든다.
한 착장 안에서 단단한 부분과 흐르는 부분이 나뉘면서 몸도 한 가지 형태로 고정되지 않는다. 어깨는 넓고 직선적이지만 허리는 좁고, 하체에는 다시 부드러운 천이 이어진다. 갈리아노는 남성적인 선과 여성적인 선을 번갈아 배치하기보다 한 사람 안에 겹쳐 놓았다.
길이도 성별 구분을 흐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짧은 상의 아래로 긴 하의를 연결하거나 재킷과 드레스의 길이를 겹치면서 상체와 하체의 경계가 일정하지 않다. 남성복에서 익숙한 재킷 길이와 여성복에서 익숙한 드레스 길이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한 착장 안에서 서로 침범한다.
여러 겹의 드레스가 코트처럼 보이도록 구성된 옷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난다. 실제로 사용된 옷의 종류와 겉에서 보이는 실루엣이 일치하지 않는다. 드레스를 입었지만 코트처럼 보이고, 재킷은 허리를 과장하면서 전형적인 수트와 다른 몸의 윤곽을 만든다.
젠더리스 패션이 모든 몸을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Re{form} Vol. 1은 오히려 몸의 차이를 그대로 남겨둔다. 같은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를 적용해도 남성과 여성 모델의 골격과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달라진다. 옷의 규칙을 같게 적용하면서 몸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장점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데 있다. 재킷의 강한 어깨와 드레이프, 시어 소재와 노출을 성별에 따라 나누지 않으면서 각자가 원하는 요소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남성복에서 익숙한 테일러링을 여성 체형에 적용하거나, 여성복에서 익숙한 허리와 드레이프를 남성 체형에 옮기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실제 착용에서는 까다로운 부분도 많다. 넓은 어깨와 강하게 조인 허리는 몸의 비율을 크게 바꾼다. 어깨가 이미 넓은 사람에게는 상체가 지나치게 커 보일 수 있고, 허리와 골반의 굴곡이 큰 사람에게는 재킷의 조임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상체를 많이 드러내는 착장도 몸의 비율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깨와 가슴, 복부의 길이가 옷으로 가려지지 않아 체형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런웨이나 캠페인에서 과감하게 보였던 노출이 일상에서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길게 늘어지는 드레이프는 움직임을 만들지만 체격이 작은 사람에게는 천의 양이 몸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큰 골격에서는 넓은 재킷과 긴 천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어깨와 하체의 부피를 동시에 키우면 전체 체격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갈리아노의 젠더리스는 성별을 지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에게 익숙하게 배정돼온 옷의 비율을 다시 섞고, 같은 재킷과 드레이프를 서로 다른 몸 위에 올려놓는다. 넓은 어깨와 조인 허리, 드러난 피부와 길게 흐르는 천이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다.
Re{form} Vol. 1에서 몸은 옷을 걸치는 고정된 틀이 아니다. 재킷의 어깨가 몸의 폭을 넓히고, 허리를 조인 재단이 새로운 곡선을 만들며, 노출과 드레이프가 몸의 일부를 다시 드러낸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구분하던 선도 이런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자라와 존 갈리아노의 첫 협업에서 젠더리스는 문구보다 옷의 비율로 읽힌다. 남성에게는 남성복, 여성에게는 여성복이라는 구분을 앞세우지 않고 같은 어깨와 허리, 같은 노출과 드레이프를 서로 다른 몸에 적용했다. Re{form} Vol. 1이 바꾼 것은 옷의 형태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몸을 바라보던 익숙한 복식의 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