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ra × John Galliano Re{form}③] 셔츠는 코트처럼, 드레스는 칼라로…존 갈리아노의 해체와 재조립

포일 프린트·이동한 포켓·러플 칼라·겹쳐 만든 아우터까지…자라 아카이브를 잘라 새 구조로 바꾼 ‘Re{form}’ Vol. 1

2026-10-05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는 자라(Zara)의 셔츠와 드레스, 재킷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오버사이즈 버튼업 셔츠에는 가죽 코트를 연상시키는 포일 프린트를 입혔고, 레이스 시프트 드레스는 러플 칼라로 바꿨다. 재킷의 포켓은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났으며 여러 겹의 드레스는 구조적인 코트에 가까운 형태로 다시 짜였다. ‘Re{form}’ Vol. 1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새 장식을 더하는 데 있지 않고 이미 완성된 옷의 구조와 쓰임을 바꾸는 데서 시작됐다.

갈리아노는 자라 아카이브 의류를 자르고, 이어 붙이고, 크기를 줄이고, 다시 조립했다. 오트쿠튀르(haute couture)에서 사용되는 세밀한 재구성 방식을 대량생산 의류에 적용하면서 셔츠와 드레스, 재킷의 익숙한 형태가 흔들렸다.

옷을 완전히 알아볼 수 없게 지운 것도 아니다. 셔츠의 칼라와 버튼, 재킷의 라펠과 포켓, 레이스 드레스의 표면처럼 원래 옷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남아 있다. 다만 각각의 요소가 놓이는 위치와 역할이 달라졌다. 익숙한 부분을 남긴 채 쓰임을 바꾸면서 낯선 옷을 만든 셈이다.

자라와 존 갈리아노의 ‘Re{form}’ Vol. 1. 테일러드 재킷과 과장된 칼라, 서로 다른 질감의 소재가 겹치면서 한 벌 안에서 여러 옷의 구조가 교차한다. 몸에 맞춘 기본형보다 절개와 재배치, 겹침을 강조한 구성이 두드러진다. 사진=Zar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버사이즈 버튼업 셔츠에 적용한 포일 프린트는 소재를 실제로 바꾸지 않고도 옷의 첫인상을 뒤집는다. 셔츠라는 기본 형태 위에 가죽 코트를 닮은 표면을 입히면서 가벼운 상의와 무거운 아우터의 인상이 한 벌 안에 겹친다.

셔츠의 크기도 변화에 힘을 보탠다. 몸에 맞는 셔츠보다 넉넉한 형태를 사용하면서 아우터에 가까운 부피가 만들어지고, 포일 프린트가 표면의 무게를 더한다. 버튼업 셔츠라는 익숙한 구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코트를 연상시키는 질감과 크기를 끌어온 방식이다.

레이스 시프트 드레스는 더 과감하게 바뀌었다. 몸을 덮던 드레스가 러플 칼라로 이동하면서 의복의 중심과 장식의 관계가 뒤집힌다. 드레스 한 벌이 더 이상 몸 전체를 구성하지 않고 얼굴과 목 주변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쓰인다.

레이스의 성격도 달라진다. 드레스 전체에 사용될 때는 몸을 감싸는 소재지만 칼라가 되면 시선이 얼굴 주변으로 집중된다. 같은 레이스라도 면적과 위치가 달라지면 옷에서 맡는 역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갈리아노가 자라의 옷을 다룬 방식은 완성된 의복을 작은 구성 요소로 다시 나누는 데 가깝다. 드레스 한 벌을 하나의 단위로 보지 않고 레이스와 칼라, 몸판처럼 다시 나눌 수 있는 재료로 취급한다. 재킷 역시 몸판과 소매, 포켓의 위치를 고정하지 않는다.

테일러드 재킷의 포켓을 옮긴 작업은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크다. 재킷의 포켓은 대개 몸의 양쪽에서 일정한 위치를 잡으며 시각적인 균형을 만든다. 위치가 바뀌면 허리와 골반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재킷의 중심도 이동한다.

포켓을 단순한 수납 기능으로 두지 않고 재킷의 표정을 바꾸는 요소로 사용한 셈이다. 정돈된 테일러링의 규칙을 일부러 흔들면서 재킷의 균형도 덜 안정적으로 만든다. 포켓이 비뚤어지고 이동할수록 몸을 정돈해 보이게 만드는 전통적인 수트의 성격에서도 멀어진다.

갈리아노의 옷에서 이런 비대칭과 어긋남은 단순히 흐트러뜨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어디를 자르고 어디를 다시 연결했는지가 옷의 일부로 드러난다. 재단의 흔적을 감추고 매끈한 완제품처럼 정리하기보다 해체와 재조립 과정이 형태에 남는다.

여러 겹의 드레스를 구조적인 코트처럼 만든 방식에서는 겹침 자체가 재단 역할을 한다. 한 겹의 두꺼운 아우터를 만드는 대신 서로 다른 옷을 겹쳐 두께와 부피를 만든다. 안쪽과 바깥쪽의 경계도 흐려지고, 드레스와 코트의 구분 역시 한눈에 정리되지 않는다.

코트처럼 보이는 외형 안에 드레스의 구조가 남으면서 옷을 보는 순서도 달라진다. 멀리에서는 단단한 아우터가 먼저 들어오지만 가까이에서는 여러 겹으로 겹친 천과 서로 다른 길이가 드러난다. 하나의 옷으로 보였던 형태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는 방식이다.

‘Re{form}’ Vol. 1의 해체는 옷을 찢거나 망가뜨리는 표현에만 기대지 않는다. 완성된 옷에서 필요한 부분을 남기고 위치와 비율을 조정한 뒤 다시 입을 수 있는 형태로 묶는 과정이 반복된다. 해체 이후 재조립이 반드시 따라붙는 이유다.

셔츠의 표면을 코트처럼 바꾸고, 드레스를 칼라로 옮기고, 포켓의 위치를 틀고, 여러 드레스를 아우터처럼 겹치는 작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원래 옷이 무엇이었는지를 완전히 지우지 않은 채 다른 옷의 기능을 겹친다는 점이다.

셔츠에서 버튼과 칼라가 모두 사라졌다면 처음부터 새 옷을 만드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을 수 있다. 갈리아노는 오히려 셔츠라는 흔적을 남겨놓고 코트의 표면을 더했다. 드레스의 레이스도 없애지 않고 칼라로 이동시켰다. 재킷 역시 테일러링의 기본 구조는 남아 있지만 포켓이 제자리에서 벗어난다.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남는 이유다.

자라라는 브랜드가 가진 일상성도 이런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버튼업 셔츠와 테일러드 재킷, 시프트 드레스는 특별한 복종이 아니다. 누구나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기본 의류에 가깝다. 출발점이 익숙할수록 변형된 부분도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갈리아노가 처음부터 복잡한 쿠튀르 드레스를 만들었다면 구조적 변화보다 완성된 형태가 먼저 들어왔을 수 있다. Re{form}에서는 자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 의류가 남아 있기 때문에 포켓 하나가 이동하거나 셔츠 표면이 달라지는 변화까지 쉽게 읽힌다.

대량생산 의류와 쿠튀르 제작 방식의 차이도 여기에서 선명해진다. 대량생산은 동일한 규격과 반복 가능한 공정을 필요로 한다. 갈리아노의 재구성은 이미 만들어진 옷을 다시 잘라 개별적인 형태로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방식은 출발부터 다르다.

Re{form} Vol. 1은 두 방식을 한 컬렉션 안에 겹쳐놓았다. 규격화된 자라의 옷이 출발점이 되고, 그 위에 해체와 절개, 재배치가 이어진다. 기존 옷의 흔적과 손을 많이 거친 재구성이 한 벌 안에 함께 남는다.

다만 아카이브 의류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제품을 일대일 재제작이나 업사이클 제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개된 내용은 자라의 과거 의류를 해체하고 재구성했다는 디자인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판매 제품 전체가 어떤 생산 과정을 거쳤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옷 자체를 보면 갈리아노가 어디에 손을 댔는지는 분명하다. 셔츠의 표면, 드레스의 용도, 포켓의 위치, 겹쳐진 천의 구조가 모두 기존 의복의 규칙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변화는 거대한 장식 하나보다 작은 어긋남이 축적되면서 만들어진다.

그 결과 재킷은 더 이상 단정함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드레스는 몸 전체를 덮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셔츠도 얇은 상의에 머물지 않는다. 한 종류의 옷이 맡아왔던 기능을 다른 옷으로 넘기면서 복종 사이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자라와 존 갈리아노의 첫 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옷을 새로 만드는 기술보다 이미 만들어진 옷을 다시 읽는 방식에 있다. 버튼업 셔츠와 레이스 드레스, 테일러드 재킷처럼 익숙한 옷도 어디를 자르고 어느 부분을 옮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가 된다.

갈리아노는 자라의 아카이브를 과거 디자인의 목록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셔츠는 코트의 인상을 얻고, 드레스는 칼라가 됐으며, 재킷의 포켓은 자리를 바꿨다. 여러 벌의 드레스는 다시 겹쳐져 아우터의 형태를 만들었다.

‘Re{form}’ Vol. 1에서 새로 만들어진 것은 옷의 종류보다 옷을 조립하는 방식에 가깝다. 자라가 이미 생산했던 옷을 다시 자르고 연결하면서, 완성됐던 의류가 또 다른 옷의 재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