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ra × John Galliano Re{form}⑤] 스티븐 마이젤이 만든 ‘Re{form}’, 옷과 인물이 함께 바뀌었다

부풀린 헤어·짙은 메이크업·비틀린 자세…존 갈리아노의 재구성 의상을 하나의 인물군으로 묶은 캠페인

2026-10-07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스티븐 마이젤(Steven Meisel)이 촬영한 자라(Zara)와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Re{form}’ Vol. 1 캠페인은 옷만 반듯하게 보여주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모델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몸을 기울이며, 머리카락은 크게 부풀리고 눈과 입술은 강하게 강조했다. 검정 테일러링과 시어 소재, 퍼 장식과 드레이프도 헤어와 메이크업, 자세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자라의 아카이브 의류를 해체하고 다시 만든 갈리아노의 옷은 마이젤의 카메라 앞에서 또 한 번 다른 인물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흰 배경은 단순하다. 대신 인물의 표정과 머리 모양, 의상의 색과 질감이 강하게 남는다. 무대 장치나 복잡한 배경을 두지 않아 검정 재킷의 윤곽과 피부가 드러난 부분, 짙은 붉은색과 보라색, 퍼와 비치는 천이 서로 선명하게 갈린다.

모델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운 상품 화보와도 다르다. 서로의 팔과 어깨가 겹치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이 옆 사람의 자세와 이어진다. 각자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인물과 인물 사이에 빈 공간을 크게 두지 않아 여러 착장이 하나의 구성 안에서 연결된다.

짙은 붉은색 상의와 넓게 퍼지는 하의, 어두운 재킷과 모자, 몸에 붙는 상의와 짙은 색 하의를 입은 모델들이 가까이 붙어 섰다. 크게 부풀린 헤어와 서로 다른 자세가 각 착장을 하나의 캠페인 이미지로 묶는다. 사진=Zar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헤어는 의상 못지않게 큰 면적을 차지한다.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머릿결보다 뿌리부터 부풀리거나 위와 옆으로 크게 확장한 형태가 반복된다. 얼굴보다 머리 주변의 부피가 커지면서 높은 칼라와 넓은 어깨, 큰 모자와도 균형이 맞춰진다.

갈리아노가 재킷의 어깨와 허리 비율을 바꿨다면 헤어는 머리와 얼굴의 비율을 바꾼다. 넓어진 어깨 위로 큰 헤어가 올라가고, 조여진 허리 아래에서는 길게 떨어지는 하의가 이어진다. 옷 한 벌의 실루엣을 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 비율을 새로 구성한 셈이다.

메이크업도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에만 머물지 않는다. 입술과 눈 주변의 색을 선명하게 올리고 얼굴의 대비를 키웠다. 옷에서 이미 강하게 나타난 검정과 짙은 색이 얼굴까지 이어지면서 모델마다 독립적인 성격이 생긴다.

남성 모델과 여성 모델의 표현을 분리하지 않은 점도 눈에 들어온다. 테일러링과 노출, 강한 메이크업과 과장된 헤어가 성별에 따라 뚜렷하게 나뉘지 않는다. 단정한 남성복 자세와 부드러운 여성복 자세를 따로 적용하기보다 몸을 비틀거나 고개를 기울이고 어깨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폭넓게 사용했다.

옷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남성복에서 익숙한 재킷과 여성복에서 자주 사용되는 시어 소재, 조인 허리와 긴 드레이프가 한 사람에게 함께 적용된다. 캠페인은 이런 혼합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같은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모델의 자세는 옷의 구조도 바꿔 보이게 한다. 허리를 옆으로 틀면 재킷의 조인 부분이 더 깊어지고, 어깨를 들어 올리면 칼라와 퍼 장식이 얼굴 가까이 올라온다. 길게 늘어진 천도 몸의 움직임에 따라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고 한쪽으로 쏠린다.

갈리아노의 옷이 움직임을 전제로 다시 읽히는 대목이다. 자라의 기존 의류를 자르고 연결해 새로운 구조를 만든 뒤, 마이젤은 모델의 몸을 움직여 그 구조를 다시 변화시켰다. 옷을 정면으로 세워 형태를 설명하기보다 사람이 입었을 때 생기는 뒤틀림과 겹침을 그대로 사용했다.

캠페인에서 제품 하나의 세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을 기울이고 서로 겹쳐 서기 때문에 재킷의 전체 길이나 드레스의 앞뒤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상품 정보보다 옷을 입은 인물의 인상을 먼저 전달하는 구성이다.

이런 방식은 Re{form} Vol. 1의 복잡한 재구성과 잘 맞는다. 이미 셔츠는 가죽 코트처럼 보이는 표면을 얻었고, 레이스 드레스는 러플 칼라로 바뀌었다. 포켓은 자리를 옮겼으며 여러 겹의 드레스는 구조적인 아우터처럼 구성됐다. 마이젤은 이런 옷을 다시 단정한 정면 사진으로 정리하지 않았다.

부풀린 헤어와 짙은 입술, 큰 모자와 비틀린 자세를 더하면서 옷의 낯선 비율을 인물 전체로 확장했다. 의상이 복잡한데 얼굴과 자세만 평범하게 두는 대신 머리와 메이크업까지 같은 밀도로 끌어올렸다.

여러 모델이 함께 등장하는 구성에서는 이런 성격이 더 뚜렷해진다. 검정과 갈색, 붉은색과 보라색이 서로 다른 인물에게 나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같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누군가는 몸을 곧게 세우고, 누군가는 옆 사람에게 기대며, 또 다른 인물은 허리를 크게 틀어도 헤어와 메이크업의 강도가 전체 이미지를 묶는다.

자라의 일상적인 기본 의류에서 출발했다는 사실과도 상당한 거리가 생긴다. 셔츠와 재킷, 드레스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완성된 캠페인에서 평범한 일상복의 인상은 약하다. 갈리아노의 재단과 마이젤의 촬영이 겹치면서 옷을 입은 사람까지 하나의 캐릭터로 바뀌기 때문이다.

스티븐 마이젤의 역할은 갈리아노의 디자인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큰 헤어와 강한 메이크업, 서로 기대고 몸을 비튼 모델을 통해 재구성된 옷에 새로운 인상을 더했다. 셔츠와 재킷, 드레스의 형태가 바뀐 뒤에도 사진 속 인물은 평범한 착용자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라의 아카이브 의류를 다시 자른 존 갈리아노와 그 옷을 다시 인물의 이미지로 묶은 스티븐 마이젤. ‘Re{form}’ Vol. 1은 기존 옷의 해체와 재조립에서 출발해 헤어와 메이크업, 몸의 자세까지 이어졌다. 완성된 캠페인에 남은 것은 개별 제품만이 아니라 같은 세계 안에 들어선 서로 다른 인물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