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진단①] 이세이 미야케 SS27, 블루와 보라가 얼굴빛을 가르는 순간
스카이블루·라벤더·퍼플·옐로까지…피부와 모발, 눈동자의 밝기와 명암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선택
[KtN 임우경기자]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SS27은 색을 작게 쓰지 않았다. 스카이블루와 퍼플, 옐로가 상의와 드레스, 아우터 전체를 채우고, 검정과 베이지가 넓은 면을 받아냈다. 같은 플리츠와 같은 볼륨도 색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옷처럼 보인다. 특히 후드와 높은 네크라인처럼 얼굴 가까이까지 색이 올라온 착장은 피부와 머리카락, 눈동자의 명암을 그대로 끌어낸다.
사토시 곤도(Satoshi Kondo)가 선택한 색을 실제 옷장으로 옮길 때 먼저 살펴볼 부분은 웜톤과 쿨톤의 단순한 구분이 아니다. 얼굴이 전체적으로 밝은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얼마나 짙은지, 피부와 모발 사이의 명암 차이가 큰지에 따라 같은 블루와 보라도 인상이 달라진다.
연한 스카이블루는 얼굴 주변의 대비를 낮춘다.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아주 짙지 않고 이목구비의 선이 부드러운 사람에게서는 옷과 얼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색이 얼굴보다 먼저 튀지 않아 넓은 상의와 플리츠를 입어도 전체 인상이 가볍다.
스카이블루와 라벤더는 색 자체의 힘보다 밝기가 먼저 들어오는 계열이다. 부드러운 눈매와 둥근 얼굴선, 밝거나 중간 정도의 브라운 헤어와 만나면 옷의 색이 이목구비를 누르지 않는다. 피부와 의상의 경계가 지나치게 끊기지 않아 얼굴에서 상체로 시선도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얼굴의 명암이 옅은 사람에게 짙은 코발트 블루나 퍼플을 같은 면적으로 올리면 결과는 달라진다. 강한 색이 먼저 눈에 들어오면서 얼굴이 상대적으로 희미해질 수 있다. 높은 네크라인까지 더해지면 턱 아래에 피부색이 드러나는 부분이 줄어 얼굴 주변의 색 밀도도 높아진다.
이런 경우에는 강한 색을 포기하기보다 위치를 조정하는 편이 낫다. 얼굴 가까이에는 라벤더와 연한 블루, 흰색처럼 밝은 색을 두고 강한 퍼플은 스커트나 팬츠, 가방으로 내려보내면 된다. 색을 바꾸는 대신 얼굴에서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퍼플은 이번 시즌에서 사람에 따라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색이다. 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또렷한 눈썹과 입술처럼 얼굴 안의 명암이 분명하면 넓은 퍼플 면적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색이 강해져도 얼굴의 선이 함께 남기 때문이다.
검은 머리와 선명한 눈매, 각이 분명한 턱선을 가진 사람에게 강한 퍼플은 얼굴의 윤곽을 더 또렷하게 잡아준다. 이세이 미야케처럼 후드까지 같은 색으로 이어지는 옷에서도 얼굴이 쉽게 묻히지 않는다. 큰 실루엣과 높은 채도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도 비교적 자연스럽다.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섬세하다면 강한 퍼플의 면적부터 줄이는 편이 낫다. 큰 후드와 넓은 소매, 선명한 색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옷이 사람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퍼플을 하의로 내리거나 아우터 안쪽에 밝은 색을 넣으면 얼굴 주변에 필요한 여백을 남길 수 있다.
머리카락의 양감도 영향을 준다. 검고 숱이 많은 모발은 짙은 퍼플과 넓은 아우터의 무게를 함께 받아내기 쉽다. 반대로 가는 모발과 밝은 브라운 헤어에서는 같은 퍼플이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머리 주변의 색과 부피가 가벼울수록 의상의 색과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블루 역시 한 가지로 묶기 어렵다. 하늘색은 부드러운 얼굴과 쉽게 연결되지만 선명한 로열 블루는 훨씬 강한 명암을 요구한다. 쿨 계열이 잘 맞는 사람이라도 연한 블루와 강한 블루를 같은 방식으로 입을 수 없는 이유다.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짙고 피부와의 명암 차이가 큰 사람은 선명한 블루를 얼굴 가까이에 올려도 이목구비가 남는다. 얼굴 전체의 대비가 낮다면 강한 블루보다 스카이블루나 라벤더가 한결 자연스럽다.
옐로는 블루와 다른 방식으로 피부색에 관여한다. 얼굴 주변의 온도를 올리기 때문에 머리카락과 눈동자에 따뜻한 갈색이 많고 피부에도 붉은 기나 복숭아빛이 있는 사람에게 잘 이어진다. 밝은 브라운 헤어와 맑은 피부에서는 옐로가 얼굴을 무겁게 누르지 않고 상체를 환하게 만든다.
피부에 노란 기가 강한 사람은 옐로의 밝기와 탁도를 더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 탁한 머스터드나 누런 베이지를 얼굴 가까이 넓게 사용하면 피부와 옷의 색이 한데 뭉쳐 안색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맑은 옐로나 밝은 크림처럼 빛이 있는 색을 선택하면 얼굴과 옷 사이의 경계가 살아난다.
베이지와 브라운도 누구에게나 무난한 색은 아니다. 얼굴이 밝고 맑으며 머리카락까지 가벼운 사람에게 깊고 탁한 브라운을 상체 전체에 사용하면 옷의 무게가 얼굴보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짙은 브라운 헤어와 깊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에게는 베이지와 브라운이 피부와 모발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색을 얼굴뿐 아니라 옷의 부피와 함께 봐야 한다. 작은 톱에 들어간 퍼플과 몸 전체를 감싸는 퍼플 아우터는 같은 색이어도 힘이 다르다. 면적이 커질수록 색의 영향도 커지고, 큰 소매와 후드까지 더해지면 색과 실루엣이 동시에 사람의 존재감을 압박할 수 있다.
작은 얼굴과 가는 골격이라면 강한 색과 큰 볼륨을 한꺼번에 밀어붙이기보다 둘 가운데 하나를 남기는 방식이 안정적이다. 넓은 아우터를 선택했다면 색을 연하게 낮추고, 강한 퍼플을 입고 싶다면 실루엣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식이다.
얼굴과 체격의 규모가 크고 이목구비도 분명한 사람은 선택 폭이 넓다. 강한 블루와 퍼플을 넓게 사용하거나 큰 후드와 볼륨을 그대로 살려도 옷 속에서 사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검은 머리와 짙은 색, 높은 목선까지 겹치면 얼굴 주변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어 목이나 팔처럼 피부가 보이는 부분을 남기는 편이 좋다.
둥글고 부드러운 얼굴에서는 밝은 블루와 라벤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색의 선명도를 조금 낮추면 얼굴의 곡선과 옷 사이의 충돌도 줄어든다. 각진 턱과 선명한 눈매처럼 얼굴에 직선이 많은 사람은 강한 블루와 퍼플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ISSEY MIYAKE SS27의 색을 입는 방법은 특정 색을 포기하는 데 있지 않다. 얼굴 가까이에 둘 색과 아래로 내려보낼 색을 나누는 것이 먼저다. 퍼플이 얼굴에서 강하다면 팬츠와 스커트로 내리고, 스카이블루가 잘 맞는다면 칼라와 톱처럼 얼굴 가까이에 둔다. 옐로가 지나치게 따뜻하다면 흰색이나 베이지를 사이에 두고 면적을 줄일 수 있다.
사토시 곤도의 블루와 보라, 옐로는 큰 플리츠와 넓은 아우터 위에서 더 강하게 작용한다. 색과 볼륨이 함께 커지는 옷일수록 얼굴의 밝기와 머리카락, 눈동자의 깊이가 중요해진다. ISSEY MIYAKE SS27을 자기 옷으로 가져올 때 필요한 것은 유행색을 그대로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얼굴이 받아낼 수 있는 색의 밝기와 선명도, 면적을 먼저 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