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진단⑤] 이세이 미야케 SS27, 체형에 맞춰 덜고 살리는 법
작은 골격부터 큰 골격, 직선형과 곡선형, 긴 상체와 짧은 상체까지…플리츠와 볼륨을 자기 비율로 바꾸는 실전 스타일링
[KtN 임우경기자]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SS27은 옷을 그대로 입는 것보다 어느 부분을 남기고 어느 부분을 덜어내느냐에 따라 활용 폭이 크게 달라진다. 사토시 곤도(Satoshi Kondo)가 만든 넓은 팬츠와 거대한 아우터, 밀착된 톱과 촘촘한 플리츠는 각각 다른 체형에 필요한 부피를 더하거나 이미 강한 부분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 컬렉션의 형태를 무조건 축소하기보다 자신의 얼굴과 어깨, 허리와 골반 가운데 어느 부분에 옷의 힘을 실을지 정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
작은 얼굴과 가는 골격, 좁은 어깨를 가진 사람은 가장 먼저 옷의 면적을 살펴야 한다. 큰 후드와 넓은 소매, 풍성한 팬츠를 한꺼번에 사용하면 사람이 옷 안으로 들어가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상체는 간결하게 정리하고 하의 한쪽에만 부피를 두면 이세이 미야케 특유의 과감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체격이 사라지지 않는다.
상체가 길고 다리가 상대적으로 짧다면 짧은 톱이나 허리선이 분명한 상의가 유리하다. 시선을 위에서 끊고 팬츠를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면 하체의 길이가 늘어난다. 넓은 팬츠를 입더라도 허리 위치가 또렷하면 옷의 부피가 다리 길이를 가리지 않는다.
작은 체격이라고 볼륨을 피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볼륨을 어디에서 시작하느냐다. 어깨와 몸통 전체를 크게 감싸는 것보다 허리 아래에서 팬츠가 벌어지는 편이 체형을 정리하기 쉽다. 얼굴과 어깨 주변에는 실제 신체의 크기를 남기고 하체에서 옷의 형태를 키우면 사람과 옷의 비율이 분명해진다.
목선과 손목, 발목도 큰 옷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 전체가 천으로 덮이면 실제 체형을 읽을 기준이 사라진다. 넓은 팬츠를 입었다면 목과 팔을 드러내고, 큰 아우터를 선택했다면 앞을 열어 안쪽의 세로선을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반대로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사람은 긴 드레이프와 넓은 팬츠를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옷의 면적이 커져도 신체의 길이가 이를 받아내기 때문이다. 다만 상의와 하의, 아우터까지 모두 크게 입으면 긴 팔다리가 가진 장점이 사라지고 하나의 거대한 실루엣만 남을 수 있다.
긴 체형에서는 한 곳의 선을 반드시 남기는 편이 좋다. 넓은 아우터 안에서 긴 팬츠를 곧게 떨어뜨리거나, 풍성한 하의 위에 몸에 붙는 톱을 연결하면 신체의 세로 길이가 살아난다. 큰 옷을 입으면서도 실제 몸의 비율을 잃지 않는 방식이다.
어깨가 넓고 골반이 좁은 체형은 SS27의 볼륨 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상체에 이미 충분한 폭이 있기 때문에 어깨를 더 키우는 아우터보다 골반과 하체에 부피를 옮기는 편이 전체 균형을 맞추기 쉽다.
허리 아래에서 크게 벌어지는 팬츠와 플리츠는 상체로 몰린 시선을 아래로 분산한다. 어깨가 넓더라도 상·하체의 폭 차이가 줄어들면서 몸 전체가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지 않는다. 상의는 어깨선을 크게 부풀리기보다 몸 가까이 두는 편이 자연스럽다.
골반이 넓고 어깨가 좁은 체형에서는 반대의 선택이 필요하다. 하의에 이미 충분한 부피가 있는데 팬츠까지 크게 벌어지면 하체의 면적이 더 커진다. 어깨에 일정한 폭을 주는 재킷이나 가벼운 볼륨 소매를 사용하면 시선이 위로 올라가고 골반과 어깨의 차이도 줄어든다.
몸의 어느 부분이 큰지를 먼저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세이 미야케 SS27의 볼륨은 체형을 가리는 장치가 아니라 필요한 위치에 부피를 옮기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편이 훨씬 세련되다.
얼굴선까지 함께 보면 선택은 더 구체적이다. 턱과 눈매가 날렵하고 어깨와 몸의 선도 직선적인 사람은 검정 테일러링과 넓은 팬츠를 비교적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옷의 직선과 얼굴의 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큰 면적도 하나의 구조로 정리된다.
다만 얼굴과 몸에 이미 직선이 많은 사람에게 각진 재킷과 검정, 매끈하게 붙인 헤어까지 겹치면 인상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 플리츠나 부드러운 니트, 둥근 가방처럼 한 부분에 곡선을 더하면 긴장감이 풀린다.
둥근 얼굴과 부드러운 체형을 가진 사람은 플리츠와 드레이프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기 좋다. 천이 몸의 굴곡을 따라 움직이면서 신체를 억지로 직선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곡선이 있는 몸에서 플리츠가 벌어졌다 다시 모이면 옷과 체형 사이의 연결도 부드럽다.
가슴과 골반의 볼륨이 모두 충분하다면 상·하체 전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은 조절하는 편이 좋다. 둥근 얼굴과 풍성한 헤어, 큰 소매와 플리츠 스커트가 동시에 들어오면 사람의 윤곽 자체가 커질 수 있다.
상체에 볼륨이 있다면 하의는 세로선이 살아 있는 플리츠나 비교적 간결한 팬츠로 정리하고, 넓은 스커트나 팬츠를 입는다면 상체는 몸 가까이 두는 식이 자연스럽다. 몸의 곡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곡선이 겹치는 위치를 줄이는 방법이다.
가슴 볼륨이 큰 사람에게 밀착형 톱은 선택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목까지 막힌 짧은 톱은 가슴의 면적을 크게 보이게 하고 상체 길이를 줄일 수 있다. 목선을 조금 열고 상의 길이를 허리까지 충분히 확보하면 시선이 세로로 이어지면서 앞쪽의 부피도 분산된다.
가슴이 작고 상체가 가는 사람은 몸에 붙는 톱을 활용하기 쉽지만, 어깨까지 좁다면 하체와의 크기 차이가 과도해질 수 있다. 넓은 팬츠를 입을 때는 상의에 작은 드레이프나 어깨의 볼륨을 더해 상·하체 사이를 연결하면 균형이 좋아진다.
허리 굴곡이 뚜렷한 사람은 SS27의 큰 옷을 입을 때 허리 위치를 완전히 감추지 않는 편이 좋다. 벨트나 상·하의의 색 차이, 상의 길이만으로도 몸의 중심을 표시할 수 있다. 넓은 옷 사이에서 허리가 한 번 보이면 가슴과 골반의 볼륨도 훨씬 정돈된다.
허리 굴곡이 크지 않은 직선형 체형은 반대로 옷으로 새로운 비율을 만들 수 있다. 상체는 몸 가까이 붙이고 골반 아래에서 부피를 늘리거나, 짧은 재킷 아래로 넓은 팬츠를 연결하면 실제 몸에는 크지 않은 허리와 골반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만들 수 있다.
작은 골격에 긴 상체를 가진 사람에게는 이런 방식이 특히 유용하다. 상체를 작게 정리하고 허리선을 올린 뒤 하체에 볼륨을 배치하면 몸 전체가 길어 보이는 동시에 상·하체의 비율도 달라진다.
작은 골격에 상체까지 짧은 사람은 같은 공식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 짧은 톱과 높은 허리선을 함께 사용하면 가슴 아래에서 곧바로 다리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상의 길이를 조금 늘리고 팬츠의 시작점을 자연스러운 허리 가까이에 두면 몸통에 필요한 길이가 남는다.
색도 같은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얼굴이 작고 골격이 가늘다면 거대한 퍼플 아우터보다 연한 라벤더나 스카이블루처럼 색의 무게를 낮추는 편이 쉽다. 강한 색을 입고 싶다면 실루엣을 간결하게 잡고, 거대한 볼륨을 선택했다면 색을 부드럽게 낮추는 식으로 하나의 힘만 남긴다.
얼굴과 체격이 모두 크고 이목구비의 명암도 분명한 사람은 강한 색과 큰 실루엣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범위가 넓다. 선명한 블루와 퍼플을 대형 아우터에 사용해도 옷만 남지 않는다. 다만 머리와 어깨, 소매까지 모두 크게 만들면 신체의 규모가 실제보다 과장될 수 있어 목선이나 앞여밈을 열어 세로선을 확보하는 편이 좋다.
키가 작고 골격이 큰 사람도 대형 실루엣을 피할 이유는 없다. 몸의 가로 폭보다 길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이 열린 아우터 안으로 같은 색의 상의와 팬츠를 연결하면 세로선이 생기고, 큰 소매나 후드의 부피가 몸 전체를 가로로만 넓히는 것을 막는다.
키가 크고 골격이 큰 사람은 이번 컬렉션의 대형 아우터를 가장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모든 볼륨을 그대로 더하면 체격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이미 넓은 어깨를 가진 사람이라면 소매보다 하의의 부피를 살리고, 골반과 하체의 폭이 충분하다면 상체의 후드나 드레이프에 중심을 두는 편이 균형이 좋다.
옷을 잘 받는 골격과 얼굴선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세이 미야케 SS27의 테일러링과 플리츠, 거대한 아우터가 한 컬렉션 안에 공존하는 이유도 하나의 체형만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고 직선적인 몸에는 플리츠와 둥근 볼륨을 더해 부족한 부피를 만들 수 있고, 곡선이 많은 몸에는 매끈한 팬츠와 간결한 상의를 더해 실루엣을 정돈할 수 있다. 넓은 어깨에는 하의의 부피를, 넓은 골반에는 상체의 구조를 더하면 된다.
액세서리도 같은 원리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 작은 얼굴과 가는 골격에 큰 후드와 풍성한 플리츠를 입었다면 가방까지 크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작은 가방을 몸 가까이에 두면 의상의 부피 사이에 시선이 머무는 지점이 생긴다.
큰 골격에 지나치게 작은 가방을 들면 반대로 액세서리가 실제보다 더 작아 보일 수 있다. 옷의 면적과 체격이 모두 큰 사람은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가방을 사용하되, 아우터와 같은 위치에서 부피가 겹치지 않도록 드는 높이를 조절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플리츠 헤드웨어도 얼굴 크기에 따라 차이가 크다. 작은 얼굴에 큰 주름이 머리 전체를 둘러싸면 얼굴이 더 작아 보이고, 크고 또렷한 얼굴에서는 헤드웨어와 얼굴의 비중이 맞는다. 얼굴이 작은 사람은 머리 전체를 감싸기보다 뒤나 옆으로 볼륨을 보내는 방식이 부담을 줄인다.
헤어까지 더해지면 착장은 거의 완성된다. 얼굴이 각지고 검정 테일러링을 입었다면 머리카락까지 완전히 붙이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남기는 편이 부드럽다. 둥근 얼굴에 플리츠와 큰 아우터를 입었다면 헤어의 옆 볼륨을 줄여 세로선을 남기는 편이 깔끔하다.
사토시 곤도가 만든 SS27은 체형을 숨기는 방식보다 체형의 크기와 옷의 크기를 새로 배치하는 데 가깝다. 작은 사람은 무조건 작은 옷을 입고, 큰 사람은 무조건 큰 옷을 입는 공식과도 거리가 있다.
몸에서 이미 충분히 큰 부분에는 옷의 부피를 덜고,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에는 필요한 만큼의 볼륨을 더하면 된다. 긴 상체는 허리선을 올려 비율을 바꾸고, 짧은 상체는 옷의 시작점을 내려 길이를 확보한다. 좁은 어깨에는 상체의 폭을, 좁은 골반에는 하체의 부피를 더한다.
ISSEY MIYAKE SS27을 자기 스타일로 만드는 방법도 결국 이 선택에서 갈린다. 런웨이의 볼륨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과 골격, 상·하체의 비율 가운데 이미 강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구분해 옷의 힘을 옮기는 것이다.
넓은 팬츠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과감하게 넓히고, 큰 후드가 얼굴을 덮는 사람에게는 그 부피를 소매나 하의로 옮긴다. 강한 퍼플이 얼굴보다 먼저 들어오면 색을 아래로 내리고, 밝은 블루가 얼굴을 살리면 얼굴 가까이에 남긴다. 플리츠가 몸의 곡선과 잘 이어진다면 움직임을 살리고, 주름이 체격을 지나치게 키운다면 면적만 줄이면 된다.
사토시 곤도의 옷을 잘 입는 기준은 체형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이미 가진 얼굴과 몸의 선을 읽고, 필요한 곳에만 색과 주름, 부피를 더하는 데 있다. 거대한 아우터와 촘촘한 플리츠, 몸에 붙는 톱과 넓은 팬츠가 한 사람의 옷이 되는 순간도 바로 그 선택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