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세이 미야케 SS27, 얼굴·골격·비율이 완성하는 ‘Figure of Ma’

강한 퍼플과 옅은 블루, 밀착된 톱과 넓은 팬츠, 거대한 후드와 가벼운 플리츠…같은 옷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

2026-10-04     임우경 기자
[칼럼] 이세이 미야케 SS27, 얼굴·골격·비율이 완성하는 ‘Figure of Ma’. 사진=ISSEY MIYAK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SS27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 단어는 ‘볼륨’이다. 소매는 몸 밖으로 크게 부풀고, 팬츠는 골반 양옆으로 벌어지며, 플리츠는 걸음에 따라 폭을 달리한다. 사토시 곤도(Satoshi Kondo)가 ‘Figure of Ma’에서 다룬 몸과 옷 사이의 간격은 런웨이 위에서는 선명하다. 실제 사람이 입는 순간에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같은 퍼플 아우터도 누군가에게는 얼굴을 또렷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는 옷만 먼저 남는다. 같은 넓은 팬츠도 한 사람에게는 골반의 균형을 잡아주지만 다른 체형에서는 하체의 폭을 더 키운다.

결국 이번 컬렉션을 현실적인 스타일의 관점에서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옷의 크기가 아니라 사람과 옷 사이의 크기다.

강한 퍼플이 대표적이다. 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또렷한 눈매와 입술처럼 얼굴 안의 명암이 분명한 사람은 퍼플이 후드와 몸통 전체를 채워도 얼굴의 존재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밝은 모발과 섬세한 이목구비, 부드러운 피부 톤을 가진 사람에게 같은 퍼플을 얼굴 바로 아래까지 올리면 색이 먼저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퍼플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얼굴 가까이에는 라벤더나 연한 블루를 두고 강한 퍼플을 팬츠나 스커트로 내리면 된다. 좋아하는 색과 잘 받는 색 사이의 간격을 ‘위치’로 조정하는 방법이다.

SS27의 스카이블루와 라벤더는 반대편에 놓인다. 얼굴의 명암이 강하지 않고 눈매와 턱선이 부드러운 사람에게 밝은 블루는 피부와 옷 사이의 충돌을 줄여준다. 강한 원색이 얼굴을 누르기 쉬운 사람이라면 이런 색에서 훨씬 안정적인 인상을 얻는다.

[칼럼] 이세이 미야케 SS27, 얼굴·골격·비율이 완성하는 ‘Figure of Ma’. 사진=ISSEY MIYAK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옐로와 베이지 역시 단순히 웜톤의 색으로만 볼 수 없다. 피부와 모발에 따뜻한 갈색이 많고 얼굴의 밝기가 충분하다면 밝은 옐로가 생기를 더하지만, 피부 자체의 노란 기가 강한 사람에게 탁한 베이지나 머스터드가 넓게 들어오면 안색까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색을 고를 때 웜과 쿨보다 밝기와 선명도, 얼굴과 의상이 만드는 명암 차이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옷의 선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

각진 턱과 길게 뻗은 눈매, 반듯한 어깨를 가진 사람에게 SS27의 검정 테일러링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재킷의 직선과 얼굴의 선이 같은 방향을 향하면서 옷이 사람을 설명한다. 반대로 둥근 턱선과 부드러운 얼굴, 가슴과 골반의 곡선이 분명한 체형에는 플리츠와 드레이프가 몸의 흐름을 억지로 끊지 않는다.

얼굴과 몸이 같은 성격을 갖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굴은 각졌지만 몸에는 곡선이 많고, 둥근 얼굴에 가늘고 직선적인 체형을 가진 사람도 흔하다. 이런 사람에게 이세이 미야케 SS27은 오히려 선택지가 넓다. 구조적인 상의 아래에 부드러운 플리츠를 두거나, 얼굴 가까이에는 드레이프를 배치하고 하체는 반듯한 팬츠로 정리할 수 있다.

자신에게 없는 선을 옷으로 보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마르고 직선적인 체형에 플리츠와 둥근 볼륨을 더하면 몸의 윤곽이 한결 풍부해지고, 곡선이 많은 체형에 매끈한 팬츠와 간결한 상의를 더하면 실루엣이 정리된다.

사토시 곤도의 밀착된 토르소형 톱과 넓은 팬츠에서는 신체 비율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칼럼] 이세이 미야케 SS27, 얼굴·골격·비율이 완성하는 ‘Figure of Ma’. 사진=ISSEY MIYAK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상체가 길고 다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사람은 짧거나 몸에 가까이 붙는 상의와 높은 허리선을 이용하면 하체의 비중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상체가 이미 짧고 다리가 긴 사람에게 같은 조합을 그대로 적용하면 몸통이 지나치게 압축돼 보일 수 있다. 상의를 조금 길게 내리거나 허리 위치를 낮추는 편이 자연스럽다.

골반이 좁고 어깨가 넓은 사람에게 넓은 팬츠는 매우 유용하다. 하체에 필요한 부피를 더하면서 상체에 집중됐던 시선을 아래로 내려준다. 골반과 허벅지의 폭이 이미 충분한 사람에게는 같은 팬츠가 실제 체형보다 하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이때는 팬츠 자체를 포기하는 것보다 허리에서 바로 벌어지는 볼륨을 줄이고 골반 아래부터 천이 늘어나는 형태가 안정적이다.

어깨가 좁고 골반이 넓은 체형은 반대다. 하의를 더 크게 만들기보다 상체에 일정한 폭을 줘야 한다. 가벼운 볼륨 소매나 구조적인 재킷이 하체와의 차이를 줄인다.

키가 작다고 이세이 미야케의 거대한 옷을 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옷 속에서 실제 몸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다. 긴 아우터를 입더라도 앞을 열어 안쪽의 상의와 팬츠가 세로로 이어지게 만들면 신체의 길이가 살아난다. 손목과 발목, 목선 가운데 한 곳만 드러나도 큰 옷과 실제 체형을 구분할 기준이 생긴다.

[칼럼] 이세이 미야케 SS27, 얼굴·골격·비율이 완성하는 ‘Figure of Ma’. 사진=ISSEY MIYAK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반대로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사람은 긴 드레이프와 넓은 아우터를 받아들이기 쉽지만, 몸 전체를 천으로 덮으면 긴 체형의 장점까지 사라진다. 큰 소매를 선택했다면 하의는 길고 단순하게, 넓은 팬츠를 선택했다면 상체는 몸 가까이 두는 식으로 한쪽의 세로선을 남겨야 한다.

이번 시즌의 초경량 아우터는 골격과 소재의 관계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은 얼굴과 좁은 어깨, 가는 골격에 커다란 후드와 넓은 소매를 한꺼번에 더하면 옷이 사람을 덮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크기라도 반투명하고 가벼운 소재로 바꾸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안쪽의 신체가 비치고 천이 움직이면서 옷의 면적은 유지되지만 무게는 낮아진다.

얼굴과 체격의 규모가 큰 사람은 불투명한 대형 아우터를 훨씬 자유롭게 받아들인다. 다만 넓은 어깨와 큰 가슴, 넓은 소매를 모두 겹치면 신체의 규모가 실제보다 커질 수 있다. 이미 충분히 큰 부분에는 볼륨을 덜고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으로 옮기는 편이 낫다.

머리카락도 무시하기 어렵다. 검고 풍성한 모발은 강한 색과 큰 후드 사이에서 얼굴의 무게를 유지하지만, 가늘고 밝은 헤어에서는 같은 후드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옷을 몸에만 맞추는 것으로 끝낼 수 없는 이유다.

[칼럼] 이세이 미야케 SS27, 얼굴·골격·비율이 완성하는 ‘Figure of Ma’. 사진=ISSEY MIYAK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리츠는 표면의 밀도까지 봐야 한다. 작은 골격과 섬세한 얼굴에 촘촘한 주름, 강한 색, 큰 후드가 동시에 들어오면 시각적인 정보가 너무 많아진다. 플리츠 상의를 선택했다면 하의를 단순하게 두고, 플리츠 스커트를 입는다면 상체의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하는 편이 사람을 살린다.

이세이 미야케 SS27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결국 ‘잘 어울리는 사람’의 범위를 좁히지 않는 데 있다. 큰 옷이 많다고 키 큰 사람만을 위한 컬렉션도 아니고, 플리츠가 많다고 마른 체형에만 유리한 옷도 아니다.

작은 체격은 큰 볼륨의 위치를 한곳으로 모으면 되고, 큰 체격은 이미 넓은 부분에서 부피를 덜어내면 된다. 긴 상체는 허리선을 올리고, 짧은 상체는 기준선을 조금 내려 몸통의 길이를 확보한다. 직선적인 얼굴은 테일러링을 받아들이기 쉽고, 곡선적인 얼굴은 드레이프와 플리츠에서 자연스러움을 얻는다. 두 성격이 함께 있다면 상체와 하체를 나눠 서로 다른 선을 적용할 수 있다.

[칼럼] 이세이 미야케 SS27, 얼굴·골격·비율이 완성하는 ‘Figure of Ma’. 사진=ISSEY MIYAK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색 역시 마찬가지다. 강한 퍼플이 얼굴보다 앞서면 하의로 내리고, 연한 블루가 얼굴을 살리면 상체에 남긴다. 옐로가 피부와 너무 가까워지면 흰색이나 크림을 사이에 넣을 수 있다.

사토시 곤도의 ‘Figure of Ma’는 몸과 옷 사이에 남긴 여백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스타일에서는 사람마다 다른 간격으로 완성된다. 얼굴과 옷 사이의 색 차이, 어깨와 소매 사이의 크기 차이, 허리와 팬츠 사이의 비율이 달라질 때 같은 옷도 다른 사람이 입은 것처럼 변한다.

좋은 스타일링은 체형을 감추는 기술에만 있지 않다. 몸에서 이미 충분한 부분은 덜고, 부족한 부분에는 필요한 만큼 더하는 선택에 가깝다. 이세이 미야케 SS27의 거대한 후드와 플리츠, 넓은 팬츠가 현실적인 옷이 되는 순간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런웨이의 옷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얼굴과 골격, 비율에 맞춰 색과 부피의 위치를 바꿀 줄 아는 사람이 사토시 곤도의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다. ‘Figure of Ma’가 남긴 여백은 결국 몸과 천 사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옷을 입는 사람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까지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