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EWE SS27①] 재킷부터 미니드레스까지, 로에베가 다시 다듬은 ‘입는 옷’
테일러링·유틸리티·스포츠웨어를 한 컬렉션에…Jack McCollough·Lazaro Hernandez, 소재와 비율로 바꾼 로에베 SS27
[KtN 박인경기자]10월 2일 프랑스 샤토 드 뱅센(Château de Vincennes)에 마련된 흰색 공간에서 로에베(LOEWE) SS27이 공개됐다. 잭 맥컬러(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가 로에베에서 선보인 세 번째 컬렉션이다. 회색 체크 재킷과 흰색 미니드레스, 레더 블루종, 유틸리티 코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넓은 팬츠가 한 런웨이에 놓였다. 옷의 종류만 놓고 보면 낯선 품목은 많지 않다. 차이는 익숙한 옷을 다루는 방식에 있었다.
재킷은 어깨와 칼라를 남기되 몸을 지나치게 조이지 않았고, 팬츠는 허리와 플라이 부분을 변형해 정면의 윤곽을 바꿨다. 여성복에서는 짧은 길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골반 주변을 부풀리거나 얇은 드레스를 겹쳤다. 셸 재킷과 아노락에서는 스포츠웨어의 가벼운 표면을 가져왔고, 부클레와 플로럴 자수에서는 질감의 밀도를 높였다. 복잡한 장식을 여러 겹 더하기보다 소재 하나, 색 하나, 허리선 하나를 크게 바꾸는 방식이다.
로에베 SS27에서 ‘입기 쉬운 옷’은 평범한 기본형과 같은 뜻이 아니다. 회색 재킷은 출근용 테일러링과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아래에는 골반 양옆으로 접혀 올라간 짧은 하의를 붙였다. 흰색 긴소매 드레스는 구조가 간결한 대신 허벅지 위에서 길이를 과감하게 끊었다. 베이지 롱코트는 일상적인 아우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목 주변에 선명한 색을 넣었다. 옷 전체를 해체하지 않고 한 부분의 비율을 바꾸면서 로에베의 긴장을 남겼다.
체크 재킷은 컬렉션 전체의 성격을 읽기 좋은 옷이다. 어깨와 라펠은 비교적 정돈돼 있고 검정 톱도 군더더기가 없다. 시선은 허리 아래에서 달라진다. 황갈색 하의가 몸에 붙는 미니스커트처럼 내려가지 않고 접힌 천을 골반 주변에 모아 폭을 만든다. 위쪽에서는 익숙했던 테일러링이 아래쪽에서 갑자기 다른 비율을 갖는다.
짧은 길이가 다리를 드러내지만 노출 자체가 중심은 아니다. 허리를 좁게 남겨두고 골반 부근의 천을 바깥으로 밀어낸 결과 상체와 하체의 폭 차이가 커진다. 재킷의 직선과 하의의 굴곡도 동시에 살아난다. 같은 미니 길이라도 몸을 따라 납작하게 붙는 스커트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검정 톱은 회색 체크와 황갈색 사이를 정리한다. 목에서 허리까지 어두운 세로선을 만들면서 서로 다른 색과 형태가 직접 충돌하는 것을 막는다. 상체의 색을 단순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골반 주변의 접힘도 한층 또렷해진다.
여성복에서 이런 비율 변화는 여러 방향으로 이어진다. 짧은 하의를 부풀리는 옷이 있는가 하면 몸을 길고 매끈하게 정리한 미니드레스도 등장한다. 같은 짧은 길이를 반복하면서도 허리와 골반을 다루는 방법은 다르다.
화이트 미니드레스는 골반의 부피를 키우지 않는다. 긴소매와 짧은 밑단을 한 몸에 붙여 상체는 길게 덮고 다리는 크게 드러냈다. 허리를 강하게 조이거나 가슴과 골반의 곡선을 과장하는 대신 비교적 매끈한 면을 유지한다. 긴소매가 만드는 단정함과 짧은 길이가 만드는 가벼움이 한 벌 안에서 만난다.
목 가까이에 들어간 옐로 포인트와 가방도 면적을 작게 썼다. 흰색이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강한 색은 얼굴 주변과 손끝에서만 들어온다. 로에베 SS27에서 색을 사용하는 방식이 한 벌 전체를 원색으로 덮는 데만 있지 않다는 대목이다.
장식을 줄인 자리에 소재와 길이가 남는다. 흰색 표면이 넓게 이어지면서 드레스의 선이 먼저 읽히고, 짧은 밑단은 다리의 비중을 크게 만든다. 장식적인 드레스보다 옷의 길이와 몸의 노출 면적이 스타일을 결정한다.
남성복에서는 같은 간결함이 팬츠와 재킷으로 이동한다. 레더 블루종에는 회색 팬츠를 붙이고, 셔츠에는 검정이나 올리브 팬츠를 연결했다. 재킷과 바지 자체는 익숙하지만 소재의 광택과 허리 위치, 바짓단의 폭이 전체 인상을 바꾼다.
스포츠웨어의 비중도 높다. 셸 재킷과 아노락, 유틸리티 코트가 반복되고, 옐로와 블루, 민트와 터쿼이즈가 기능복에서 익숙한 가벼운 소재와 만난다. 몸에 달라붙는 운동복보다 여유 있는 재킷과 팬츠를 선택해 스포츠의 이미지를 일상복 쪽으로 옮겼다.
레더 재킷도 지나치게 무겁게 처리하지 않았다. 짧은 길이와 부드러운 몸판, 여유 있는 소매가 팬츠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부 재킷의 칼라에는 오렌지와 블루가 섞인 금속성 표면을 적용해 가죽이나 코듀로이 칼라와 다른 광택을 만들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얼굴 가까이에 놓인 만큼 재킷의 인상을 크게 바꾼다.
로고의 위치도 낮아졌다. 작은 LOEWE 태그는 팬츠의 플라이 부근에 들어가고, 스쿠버 슈즈를 떠올리게 하는 모카신에는 로고가 앞코에 작게 자리한다. 브랜드명이 먼저 보이기보다 팬츠의 허리 구조와 소재, 신발의 형태가 먼저 들어온다.
베이지 롱코트는 이번 시즌의 스포츠 감각을 보다 차분하게 보여준다. 어깨에서 소매, 몸판까지 여유를 남겼지만 과도한 오버사이즈로 흐르지는 않는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긴 길이가 몸을 크게 덮고, 목 주변의 선명한 옐로가 시선을 위로 끌어올린다.
베이지 한 색으로 마무리했다면 클래식한 코트에 가까웠겠지만 밝은 칼라가 들어가면서 인상이 가벼워졌다. 강한 색을 몸판 전체에 쓰지 않고 얼굴 가까이에 집중해 긴 코트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롱코트와 미니드레스가 같은 컬렉션에 놓인 점도 흥미롭다. 하나는 몸을 거의 모두 덮고, 다른 하나는 다리를 길게 노출한다. 길이는 양극단에 가깝지만 공통적으로 허리와 몸통에 복잡한 장식을 쌓지 않는다. 옷의 길이 자체가 비율을 결정하도록 남겨둔다.
테일러링에서는 재킷과 팬츠의 연결이 보다 현실적이다. 갈색 재킷 아래에 검정 상의와 팬츠를 붙이거나, 검정 재킷에 강한 색의 팬츠를 연결하면서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재킷의 품격을 유지하되 셔츠와 넥타이, 같은 원단의 팬츠로 완성하는 전통적인 수트의 공식에서는 벗어난다.
브라운 재킷은 로에베 SS27의 테일러링이 어디까지 일상복에 가까워졌는지를 보여준다. 안쪽을 검정으로 연결해 색을 줄이고, 팬츠도 몸을 과도하게 조이지 않는다. 재킷이 착장의 중심을 잡지만 나머지는 가볍게 남는다.
발끝의 강한 블루는 전체를 다시 흔든다. 재킷과 팬츠를 중간색과 검정으로 정리한 뒤 신발에서만 색을 크게 바꿨다. 컬러를 한 벌 전체에 퍼뜨리지 않고 작은 면적에 집중하는 방식이 앞선 화이트 미니드레스와도 연결된다.
SS27의 착용 가능성은 이런 조합에서 더욱 선명하다. 옷 하나가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맡지 않는다. 재킷은 재킷의 구조를 유지하고, 팬츠는 움직일 수 있는 폭을 남기며, 신발과 가방이 색의 강도를 조절한다. 각각의 품목을 다른 옷장으로 옮겨도 성립할 여지가 크다.
스트라이프와 플로럴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됐다. 줄무늬 셔츠에는 옐로 쇼츠나 그린 하의를 붙였고, 플로럴은 미니드레스와 핫팬츠에 들어갔다. 프린트가 강한 옷에서는 실루엣을 비교적 간결하게 두고, 실루엣이 복잡한 옷에서는 색과 패턴을 줄였다.
컬렉션의 색은 여름을 직접적으로 만든다. 민트 그린과 터쿼이즈, 옐로, 블루, 레드오렌지가 흰색 세트 위에서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착장이 밝은 색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브라운과 베이지, 검정과 회색이 사이를 잡고 있어 원색의 비중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물과 스포츠를 연상시키는 액세서리도 일상복 안으로 들어왔다. 스쿠버 형태의 모카신과 수영모를 닮은 레더 캡, 랩 스타일 선글라스가 재킷과 셔츠, 팬츠에 붙었다. 비치웨어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스포츠 장비의 형태를 도시적인 옷과 섞은 구성이다.
여성복에서는 시어 소재와 짧은 길이가 더 과감해진다. 얇은 스파게티 스트랩 드레스가 몸에 겹쳐지고, 일부 드레스는 가슴 부근까지 말려 올라간 듯한 형태를 취한다. 블루와 옐로, 레드오렌지를 얇은 층으로 포개면서 피부와 색이 동시에 드러난다.
부클레 미니드레스와 올이 풀린 듯한 플로럴 자수 핫팬츠에서는 표면의 밀도도 높아진다. 매끈한 셸 재킷과 레더가 만든 깨끗한 표면 옆에 거칠고 풍성한 질감을 놓으면서 스포츠웨어 중심의 컬렉션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게 했다.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세 번째 로에베는 거대한 조형적 실험보다 옷을 실제로 입는 순간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재킷은 여전히 재킷이고, 코트는 코트이며, 셔츠와 팬츠도 익숙한 형태를 남긴다. 대신 골반의 부피와 허리의 구조, 칼라의 광택, 신발의 색처럼 한두 곳을 정확하게 바꾼다.
체크 재킷 아래 부풀린 미니, 매끈한 화이트 드레스, 긴 베이지 코트, 브라운 재킷과 블랙 팬츠는 서로 다른 옷이지만 방향은 같다. 옷 전체를 낯설게 만들기보다 익숙한 형태 안에서 비율과 소재를 조금씩 이동시킨다.
LOEWE SS27에서 ‘웨어러블’은 디자인을 약하게 만든 결과가 아니다. 재킷과 팬츠, 드레스와 코트의 기본 기능을 남긴 채 어느 부분에서 로에웨다운 차이를 만들 것인지 더 좁고 정확하게 선택한 결과에 가깝다. 몸에 입었을 때 성립하는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골반, 칼라, 플라이, 밑단처럼 작은 부분에서는 평범하게 끝내지 않았다.
샤토 드 뱅센의 흰색 공간을 채운 옷들은 거대한 장치보다 재킷 한 벌과 팬츠 한 벌의 조합으로 로에베의 변화를 드러냈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로에베는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과 런웨이에서 기억될 옷 사이의 간격을 소재와 색, 비율로 좁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