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EWE SS27⑤] 민트·옐로·레드오렌지, 로에베가 만든 스페인 여름의 색

터쿼이즈와 블루, 스트라이프와 플로럴, 스쿠버형 모카신과 레더 캡까지…Jack McCollough·Lazaro Hernandez가 색과 소재로 완성한 SS27

2026-10-08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민트 그린과 터쿼이즈, 옐로, 블루, 레드오렌지가 로에베(LOEWE) SS27을 가로질렀다. 잭 맥컬러(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는 여름의 색을 한 벌에 몰아넣지 않았다. 옐로는 셔츠와 쇼츠로 나뉘고, 민트와 터쿼이즈는 재킷과 팬츠를 오갔으며, 레드오렌지는 얇은 드레스와 플로럴 자수 위에서 다시 달라졌다. 브라운과 베이지, 검정, 회색을 사이에 두면서 강한 색이 더욱 선명하게 남았다.

색이 많은 컬렉션이지만 인상은 복잡하지 않다. 한 착장에 여러 원색을 겹치기보다 상의와 하의, 신발과 가방 가운데 한두 곳에 색을 집중했다. 스트라이프와 플로럴처럼 무늬가 강한 옷에서는 실루엣을 비교적 간결하게 두고, 형태가 복잡한 옷에서는 색의 수를 줄였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어디에서 멈출지를 정한 컬러 구성이다.

차분한 베이지와 브라운은 밝은 색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유틸리티 재킷과 트렌치, 팬츠처럼 면적이 큰 옷을 중간색으로 눌러놓으면 옐로와 민트, 블루가 작은 부분에만 들어가도 충분히 강해진다. 여름 컬렉션을 원색 일변도로 밀어붙이지 않은 이유다.

체크 재킷과 베이지·카키 계열 팬츠를 차분하게 연결하고 머리에는 수영모를 연상시키는 레더 캡을 더했다. 중간색 중심의 착장에서도 스포츠와 물의 이미지를 액세서리로 끌어들였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체크 재킷과 베이지 팬츠처럼 차분한 착장은 이번 시즌의 강한 컬러를 받아내는 바탕이 된다. 브라운과 카키, 회색을 가까운 명도로 묶으면 재킷의 패턴과 소재가 먼저 드러나고 색은 한걸음 물러난다.

대신 머리와 발끝에서 스포츠의 흔적이 들어온다. 수영모를 떠올리게 하는 레더 캡은 일반적인 베이스볼 캡과 다른 윤곽을 만들고, 머리에 밀착하는 형태가 재킷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대비를 이룬다.

로에베는 물과 스포츠에서 가져온 형태를 실제 스포츠 복장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레더 캡은 체크 재킷과 팬츠에 붙고, 스쿠버 슈즈를 연상시키는 모카신은 테일러링과 드레스 아래로 들어간다. 기능성 장비의 형태를 익숙한 옷장 안으로 옮긴 방식이다.

새로운 모카신도 색의 범위를 넓혔다. 탄과 블랙뿐 아니라 핑크와 옐로까지 전개되면서 신발이 상·하의 사이에서 색을 잇거나 끊는다. 바지와 비슷한 색을 사용하면 다리의 세로선이 이어지고, 전혀 다른 색을 고르면 발끝이 작은 포인트로 남는다.

랩 스타일 선글라스는 얼굴 주변의 색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스포츠 고글을 닮은 넓은 형태에 강한 색을 사용하면서 아우터의 메탈릭 칼라와 연결됐다. 목과 얼굴 주변에 광택과 색을 집중하고 몸판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남긴 착장이 반복됐다.

SS27의 민트와 터쿼이즈는 한 가지 톤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밝고 가벼운 민트부터 채도가 높은 청록까지 폭이 넓다. 재킷 전체를 민트로 채우기도 하고, 팬츠만 터쿼이즈로 내려 하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블랙 팬츠 위에 민트 아우터를 올리면 색의 중심은 상체에 놓인다. 반대로 올리브나 브라운 상의 아래에 터쿼이즈 팬츠를 입으면 시선은 허리 아래로 떨어진다. 같은 청록 계열이라도 사용 위치에 따라 몸의 비율이 달라진다.

그린은 스트라이프와도 만났다. 흰색 바탕에 녹색 선을 넣은 셔츠와 강한 그린 하의를 연결하면서 단색보다 가벼운 여름의 인상을 만들었다. 줄무늬가 들어가면 넓은 색면이 잘게 나뉘어 원색의 압박도 줄어든다.

옅은 그린 계열의 스트랩리스 드레스가 몸에 가까이 붙고 가느다란 장식과 비대칭 길이가 아래로 이어진다. 밝은 녹색을 넓게 사용하면서도 얇은 소재와 세로 방향의 디테일로 색의 무게를 낮췄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밝은 그린 드레스에서는 색보다 소재의 가벼움이 먼저 들어온다. 몸 가까이 붙는 상체와 얇게 내려오는 부분이 같은 색 안에서 서로 다른 밀도를 만들면서 한 벌의 녹색이 평평하게 보이지 않는다.

민트와 연두는 이번 시즌의 스포츠웨어에도 자주 사용됐지만 드레스에 들어오면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셸 재킷에서는 선명하고 기능적인 느낌이 강했던 색이 얇은 여성복에서는 훨씬 부드러워진다. 같은 색을 소재로 다시 나눈 셈이다.

여름 컬러에서 옐로의 비중도 크다. 옐로 재킷은 블루 소매와 만나 강한 스포츠 컬러 블로킹을 만들고, 옐로 쇼츠는 스트라이프 셔츠 아래에서 하체를 밝힌다. 드레스에서는 레드오렌지와 겹치면서 피부 위에 따뜻한 색의 층을 만든다.

옐로를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착장은 스트라이프 셔츠와 쇼츠의 조합이다. 상체는 흰색과 검정의 세로선으로 정리하고 하체는 밝은 노란색 한 면으로 바꿨다. 셔츠의 패턴과 쇼츠의 단색이 맞붙으면서 위와 아래가 분명하게 갈린다.

흰색 바탕의 세로 스트라이프 셔츠 아래로 선명한 옐로 쇼츠를 배치하고 레드오렌지 슈즈를 더했다. 무늬는 상체에, 강한 단색은 하체와 발끝에 나눠 여름 컬러의 대비를 분명하게 만들었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옐로 쇼츠와 레드오렌지 슈즈는 서로 가까운 따뜻한 색이지만 면적은 크게 다르다. 노란색이 하체 대부분을 차지하고 오렌지는 발끝에만 남는다. 두 색을 비슷한 크기로 경쟁시키지 않아 강한 조합도 정돈돼 보인다.

세로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셔츠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체가 밝고 짧아질수록 상체까지 강한 단색으로 채우면 착장 전체의 색 밀도가 높아진다. 흰색이 많이 섞인 줄무늬 셔츠가 위쪽을 가볍게 풀어준다.

로에베가 이번 시즌 사용한 스트라이프는 전형적인 마린 룩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긴 셔츠와 짧은 쇼츠, 넓은 팬츠와 블루종에 배치되면서 스포츠웨어와 테일러링 사이를 오간다. 여름을 연상시키는 무늬를 휴양지 스타일로 한정하지 않은 구성이다.

플로럴은 스트라이프보다 훨씬 장식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 오렌지와 그린을 바탕으로 작은 꽃무늬가 반복되고, 컬렉션 말미에는 올이 풀린 듯한 플로럴 자수가 핫팬츠와 미니드레스 표면을 채웠다.

매끈한 셸과 레더가 많았던 컬렉션에서 플로럴은 표면의 온도를 바꾼다. 기능복에서 보였던 매끈함이 사라지고 천의 질감과 무늬가 먼저 들어온다. 같은 짧은 길이도 단색 쇼츠와 자수 핫팬츠에서는 전혀 다른 밀도를 갖는다.

오렌지 바탕의 플로럴과 그린 바탕의 플로럴도 결과가 다르다. 오렌지는 피부와 가까운 따뜻한 기운을 만들고, 그린은 보다 선명하고 차가운 대비를 남긴다. 프린트의 크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바탕색 하나가 옷 전체의 인상을 바꾼다.

검정 긴소매 톱 아래 오렌지 바탕의 플로럴 핫팬츠가 짧게 드러난다. 상체를 단색으로 눌러 하의의 꽃무늬와 색을 집중시키면서 장식적인 표면을 작은 면적에 모았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정 상의와 플로럴 핫팬츠의 조합은 이번 시즌의 색 사용법을 가장 간결하게 압축한다. 상체는 검정으로 완전히 낮추고 하체만 오렌지와 꽃무늬로 바꿨다. 패턴이 차지하는 면적이 작아 강한 색과 자수가 한꺼번에 들어와도 전체 착장은 복잡해지지 않는다.

짧은 팬츠는 다리의 면적을 크게 남기기 때문에 프린트의 밀도도 실제 면적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상의까지 플로럴을 이어가지 않고 검정으로 끊으면서 하의의 색이 하나의 포인트로 남는다.

플로럴 미니드레스에서는 반대다. 상체부터 허벅지까지 무늬가 이어지면서 프린트가 몸 전체의 중심이 된다. 이때는 재킷이나 큰 액세서리를 더하기보다 드레스 자체를 단순한 실루엣으로 두어 패턴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을 막았다.

부클레 미니드레스와 올이 풀린 듯한 자수도 컬렉션의 마지막에 질감의 변화를 더한다. 단정하게 마감된 스포츠웨어와 달리 가장자리와 표면이 거칠게 드러나면서 옷의 손맛이 강해진다. 매끈함과 거침을 한 시즌 안에 함께 둔 점도 SS27의 특징이다.

컬러가 강해질수록 로고는 더 조용해졌다. 팬츠 플라이의 작은 LOEWE 태그와 모카신 앞코의 낮은 로고는 옷의 색을 방해하지 않는다. 터쿼이즈 팬츠에서는 팬츠 자체가, 옐로 재킷에서는 색 분할이, 플로럴 핫팬츠에서는 자수와 프린트가 먼저 보인다.

가방도 같은 역할을 한다. 브라운과 블랙처럼 옷을 안정시키는 색이 있는가 하면 민트와 레드 계열의 작은 가방은 착장의 색을 한 번 더 끌어올린다. 강한 색의 옷에는 가방을 차분하게 두고 중간색 착장에는 작은 원색 가방을 붙이는 식으로 비중을 달리했다.

SS27에서 스포츠와 물의 이미지는 액세서리까지 이어진다. 수영모를 닮은 레더 캡과 스쿠버형 모카신, 얼굴을 넓게 가리는 랩 선글라스는 모두 실제 스포츠 장비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는다. 형태는 익숙하지만 소재와 스타일링은 도시적인 옷에 맞춰 달라졌다.

특히 레더 캡은 이번 컬렉션의 접근을 압축한다. 수영모처럼 머리에 붙는 형태를 가죽으로 만들고 체크 재킷과 유틸리티 팬츠에 붙였다. 기능을 위한 소재와 패션을 위한 소재의 위치를 바꿔 익숙한 물건을 새롭게 보이게 한다.

스쿠버형 모카신도 운동화와 로퍼 사이에 놓인다. 팬츠 아래에서는 클래식한 가죽 구두보다 가볍고, 드레스 아래에서는 스니커즈보다 정돈된 인상을 만든다. 핑크와 옐로처럼 강한 색이 들어가면 신발 자체가 작은 컬러 블록이 된다.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로에베가 보여준 여름은 한 가지 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트와 터쿼이즈의 시원한 면, 옐로와 레드오렌지의 뜨거운 면, 베이지와 브라운의 건조한 중간색이 한 컬렉션 안에서 교차한다.

스트라이프는 여름의 가벼움을 만들고 플로럴은 장식의 밀도를 높였다. 셸과 레더는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고 부클레와 자수는 마지막에 거친 질감을 남겼다. 색과 소재가 동시에 바뀌면서 비슷한 길이와 실루엣도 다른 옷처럼 읽힌다.

LOEWE SS27의 컬러는 옷 위에 마지막으로 얹은 장식에 머물지 않는다. 민트 재킷은 상체를 크게 보이게 하고, 터쿼이즈 팬츠는 하체에 시선을 모으며, 옐로 쇼츠는 허리 아래의 비중을 끌어올린다. 레드오렌지 슈즈는 발끝에서 한 번 더 시선을 멈추게 한다. 색이 실루엣의 일부로 들어간 셈이다.

스페인 여름의 분위기도 직접적인 휴양지 이미지보다 색과 물성으로 남았다. 물을 연상시키는 캡과 신발, 강한 햇빛 아래에서 또렷하게 보일 법한 민트와 옐로, 블루와 레드오렌지, 가벼운 스트라이프와 꽃무늬가 재킷과 팬츠, 미니드레스에 흩어졌다.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는 세 번째 로에베에서 색을 크게 쓰면서도 옷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다. 강한 색이 들어오면 형태를 줄이고, 패턴이 많아지면 상·하의 가운데 한쪽을 비웠다. 스포츠 액세서리 역시 하나의 착장을 모두 점령하지 않고 필요한 위치에만 들어갔다.

민트 셸 재킷과 옐로 쇼츠, 블루 드레스와 오렌지 플로럴은 각기 다른 여름의 표정을 만든다. 그 사이를 베이지와 브라운, 검정과 회색이 받쳐준다. LOEWE SS27에서 여름은 특정 프린트나 휴양지의 이미지가 아니라 색의 온도와 소재의 표면, 그리고 몸 위에 색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으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