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에베가 말하는 것, 로고가 물러난 자리에 남은 옷

Jack McCollough·Lazaro Hernandez의 세 번째 LOEWE 컬렉션…스포츠웨어·팬츠·시어 드레스·컬러로 다시 세운 ‘입는 사람’의 자리

2026-10-04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로에베(LOEWE) SS27은 브랜드 이름을 크게 드러내기보다 옷의 구조와 소재를 앞세웠다. 팬츠 플라이에는 작은 태그가 붙고 스쿠버 스타일 모카신의 앞코에도 로고가 낮게 자리한다. 대신 재킷의 금속성 칼라, 허리 위로 벌어진 팬츠, 얇은 천을 여러 겹 포갠 드레스, 민트와 옐로·터쿼이즈·레드오렌지의 강한 색이 시선을 붙든다. 잭 맥컬러(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가 선보인 세 번째 로에베 컬렉션에서 먼저 남는 것은 브랜드 이름보다 옷을 구성하는 선과 비율이다.

재킷과 셔츠, 팬츠, 미니드레스처럼 익숙한 옷의 기본형은 그대로 남겼다. 변화는 옷 전체를 낯설게 만드는 대신 특정 부분에 집중됐다. 재킷에서는 칼라를 바꾸고 팬츠에서는 허리와 플라이를 벌렸으며, 미니드레스에서는 허리와 골반의 비율을 달리했다. 시어 드레스도 투명한 천 한 겹으로 끝내지 않고 서로 다른 색과 길이를 겹쳐 피부가 드러나는 정도를 조절했다. 변화의 범위는 좁아졌지만 어느 부분을 바꿨는지는 훨씬 분명하다.

테일러링과 미니, 뉴트럴 컬러와 강한 색이 한 컬렉션 안에서 교차한다. LOEWE SS27은 하나의 실루엣을 반복하기보다 익숙한 옷의 길이와 부피, 소재를 달리하며 서로 다른 선택지를 펼쳤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0월 2일 샤토 드 뱅센(Château de Vincennes)의 흰색 공간에 등장한 옷들은 스포츠웨어와 테일러링 사이를 오갔다. 셸 재킷과 아노락, 유틸리티 코트는 회색 팬츠와 연결됐고, 레더 블루종 아래에는 베이지 하의가 놓였다. 수영모를 연상시키는 레더 캡과 스쿠버 슈즈에서 출발한 모카신도 재킷과 드레스 사이에 들어갔다. 운동복의 형태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기능복 특유의 가벼운 부피와 매끈한 표면을 일상복 안에 끌어들인 구성이다.

옐로 몸판과 블루 소매를 맞붙인 스포츠형 아우터에는 회색 팬츠가 따라왔다. 상체에는 강한 컬러와 기능적인 구조를 집중하고 하체는 익숙한 팬츠로 낮췄다. 운동을 위한 한 벌을 만들기보다 스포츠웨어가 가진 에너지와 속도를 도시적인 옷차림 안으로 옮긴 셈이다. 긴 코트와 셔츠, 팬츠가 함께 등장하면서 SS27의 스포츠 감각도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옐로와 블루가 나뉜 스포츠형 아우터에 그레이 팬츠를 연결했다. 기능복에서 가져온 구조와 강한 여름 컬러가 도시적인 팬츠 스타일링 안으로 들어왔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여름의 색도 휴양지의 풍경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옷의 면적과 위치에서 드러났다. 민트와 블루, 옐로와 레드오렌지가 재킷과 팬츠, 쇼츠와 드레스에 흩어졌고 스트라이프와 플로럴이 그 사이를 채웠다. 민트 아우터 아래에는 검정 하의를 두고, 올리브 상의 아래에는 터쿼이즈 팬츠를 붙였다. 옐로 쇼츠와 레드오렌지 슈즈를 사용할 때는 상의를 스트라이프로 낮췄다. 강한 색을 한꺼번에 겹치기보다 한두 곳에 집중하고 나머지 면적을 비우는 방식이 컬렉션 전체에서 반복됐다.

로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절제됐다. 팬츠 플라이의 작은 LOEWE 태그와 모카신 앞코의 표시는 브랜드를 멀리서 알아보게 만드는 장치라기보다 옷의 특정 부분으로 시선을 끌어오는 정도에 머문다. 검정 팬츠의 허리가 위로 벌어진 형태는 이런 접근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평소 잠그고 여미는 기능에 머물던 플라이와 웨이스트를 몸 밖으로 들어 올리자 팬츠의 시작점이 달라졌다. 다리 폭이나 전체 실루엣을 크게 해체하지 않고도 허리 위 몇 센티미터의 변화만으로 바지의 인상이 달라졌다.

옅은 옐로 상의 아래 검정 팬츠의 허리 부분이 바깥으로 벌어진다. 평소 기능적으로 처리되는 플라이와 웨이스트를 형태의 중심으로 끌어올려 작은 변화만으로 팬츠의 비율을 바꿨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랜드의 존재감이 줄어든 자리는 소재와 재단이 채웠다. 매끈한 셸과 레더, 오렌지와 블루가 번지는 금속성 칼라, 얇은 시어 소재, 부클레와 플로럴 자수가 서로 다른 표면을 만든다. 큰 로고 없이도 빛을 받는 방식과 천의 질감, 허리와 칼라의 형태가 충분한 정보를 남긴다. 로고를 먼저 읽기보다 옷을 자세히 보게 만드는 구성이다.

여성복에서는 피부가 디자인의 일부가 됐다. 울트라 미니와 시어 드레스, 컷아웃이 이어지지만 노출의 양을 한 방향으로 키우지는 않았다. 다리가 크게 드러난 착장에서는 상체를 긴소매로 덮고, 어깨와 쇄골을 열면 골반에는 다시 부피를 더했다. 허리 역시 얇은 소재로 비치게 할 때와 천을 직접 비워 피부를 드러낼 때가 달랐다. 검정 미니드레스에서는 어깨와 허리, 다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뉘고 민트 드레스에서는 허리 한쪽이 열리면서 골반의 부피가 커졌다.

옐로와 레드오렌지의 시어 드레스는 얇은 천을 여러 겹 포개 피부 위에 색의 농도를 만들었다. 한 겹에서는 몸의 윤곽이 드러나고 여러 겹이 포개지는 곳에서는 색이 짙어진다. 노출을 얼마나 많이 할 것인지보다 어느 위치를 어떤 소재로 드러낼 것인지가 실루엣을 결정했다.

옐로와 레드오렌지의 얇은 층이 서로 다른 길이로 겹치며 피부와 색을 동시에 드러낸다. 투명한 소재를 중첩해 노출의 정도와 색의 농도를 함께 조절했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S27은 ‘웨어러블하다’는 말의 범위도 넓혔다. 팬츠의 허리가 벌어지고 재킷 목에는 금속성 칼라가 놓이며, 민트와 터쿼이즈가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골반을 부풀린 미니와 비대칭 드레이프도 평범한 기본형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실제 옷장과 연결될 수 있는 이유는 출발점이 익숙한 옷에 있기 때문이다. 재킷은 재킷의 기본형을 유지한 채 칼라를 바꾸고, 팬츠는 다리선을 남긴 채 웨이스트를 변형한다. 새로운 형태를 처음부터 만드는 대신 익숙한 옷에서 어느 부분을 바꿀지 정확하게 고른 방식이다.

입는 사람에게도 조정할 여지가 남는다. 민트가 얼굴 가까이에서 지나치게 강하다면 팬츠나 가방으로 내릴 수 있고, 옐로가 얼굴빛을 살린다면 셔츠와 칼라 가까이에 둘 수 있다. 상체가 길다면 허리선을 올리고, 상체가 짧다면 크롭의 길이를 조금 늘리는 식으로 비율을 바꿀 수 있다. 어깨가 넓으면 골반 아래에 부피를 더하고, 골반이 넓으면 상체의 구조를 살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오버사이즈 역시 특정 체형의 전유물로 다뤄지지 않는다. 작은 골격은 큰 코트를 포기하는 대신 목과 손목, 다리를 남겨 실제 신체의 크기를 보여줄 수 있다. 체격이 큰 사람은 넓은 옷을 충분히 받아내면서 이미 큰 어깨와 가슴에 과도한 부피가 다시 겹치지 않도록 소매와 칼라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직선적인 얼굴에는 체크 재킷과 테일러링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부드러운 얼굴에는 드레이프와 얇은 소재가 자연스럽게 맞는다. 얼굴과 몸의 선이 다르다면 상체와 하체에 서로 다른 성격의 옷을 연결하는 방법도 남아 있다.

플로럴과 스트라이프 역시 완성된 스타일보다 입는 사람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얼굴과 가는 골격에서는 패턴의 면적을 줄이고, 큰 골격에서는 무늬의 크기를 넓게 가져갈 수 있다. 강한 플로럴이 얼굴을 압도한다면 하의로 내리고, 긴 세로 스트라이프가 상체를 지나치게 길게 만들면 허리에서 선을 끊으면 된다. 컬렉션의 옷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색과 패턴, 길이를 다시 조정할 수 있는 폭이 넓다.

검정 긴소매 상의 아래 오렌지 바탕의 플로럴 핫팬츠만 강하게 드러난다. 패턴과 색을 작은 면적에 집중하고 나머지를 단색으로 남겨 SS27의 절제된 컬러 운용을 압축한다. 사진=LOEWE·Umberto Fratini/Gorunway.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정 상의와 오렌지 플로럴 핫팬츠의 조합은 SS27의 색 사용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꽃무늬와 강한 색을 하의의 작은 면적에 모으고 상체는 검정으로 정리했다. 메탈릭 칼라가 강한 재킷에서는 몸판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팬츠의 허리가 벌어진 착장에서는 다리 아래 실루엣이 익숙하게 남는다. 시어 소재가 여러 겹 겹쳐진 드레스에서는 별도의 큰 장식이 줄어든다. 디자인의 강도를 모든 부분에 같은 크기로 배분하지 않은 것이다.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세 번째 로에베가 남기는 변화도 이 대목에서 읽힌다. 하나의 거대한 형태나 상징을 앞세우기보다 재킷과 셔츠, 팬츠, 드레스가 실제 옷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넓혔다. 평범한 옷으로 물러선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매일 손으로 여닫는 플라이를 들어 올리고, 목에 닿는 칼라의 표면을 바꾸며, 허리 한쪽을 비우고 회색 팬츠 위에 강한 스포츠 재킷을 올렸다. 변화의 크기보다 변화가 놓이는 위치에 무게를 둔 컬렉션이다.

로고가 작아진 것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브랜드 이름이 물러나자 어느 부분이 들렸는지, 천이 어디에서 겹치는지, 색이 어느 위치에서 끊기는지, 피부가 어디까지 드러나는지가 더 또렷하게 보인다. 럭셔리의 존재감을 로고의 크기로 설명하기보다 옷의 재단과 소재, 착용했을 때 만들어지는 비율에 맡겼다.

로에베 SS27은 특정한 몸이나 하나의 실루엣을 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같은 민트와 같은 미니, 같은 크기의 오버사이즈 코트를 모든 사람이 똑같이 입을 필요도 없다. 색은 얼굴과의 관계에 따라 위치를 바꿀 수 있고, 볼륨은 골격에 따라 면적을 줄일 수 있으며, 허리선은 상·하체 비율에 맞춰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강한 패턴도 얼굴에서 멀어지는 순간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패션이 완성된 이미지만을 요구하면 사람은 옷에 맞춰져야 한다. 반대로 색과 길이, 부피와 노출을 조정할 여지가 남아 있으면 같은 디자인도 서로 다른 사람에게 다른 모습으로 살아난다. 로에베 SS27은 스포츠웨어와 테일러링, 시어 드레스와 유틸리티 코트, 플로럴과 메탈릭 칼라를 한 시즌 안에 함께 놓으면서도 하나의 착용법으로 묶지 않았다.

잭 맥컬러와 라자로 에르난데스가 이번 시즌 로에베에서 바꾼 것은 옷을 더 낯설게 만드는 방법만이 아니다. 익숙한 옷의 특정 부분을 조정해 입는 사람이 마지막 비율을 결정할 수 있도록 남겨둔 데 가깝다. 로고보다 먼저 재단과 소재가 들어오고, 옷의 완성된 이미지보다 실제 몸 위에서 만들어지는 비율이 중요해진다. LOEWE SS27이 보여준 현대적인 옷의 방향도 이 지점에 있다. 브랜드가 모든 답을 완성하기보다 입는 사람이 색과 길이, 부피를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 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