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미니콜라주 비엔날레 선정
NAG 2026 프로그램서 공개…‘52헤르츠 고래’ 연작, 산탄데르·서울 전시 일정으로 확장
[KtN 박준식기자]임하나(LIMHANA) 작가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첫 회 ‘Bucharest miniCOLLAGE Biennale’에 선정됐다. 전시는 10월 2일 Celula de Artă에서 문을 열었고, 3일 Paris14A에서 두 번째 오프닝을 이어갔다. 부쿠레슈티의 연례 갤러리 행사 NAG 2026(Noaptea Albă a Galeriilor·갤러리의 밤)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며, 전시는 10월 13일까지 이어진다.
‘Bucharest miniCOLLAGE Biennale’는 동시대 콜라주를 미니어처 형식으로 다루는 국제전이다. 첫 회 오픈콜에는 54개국에서 320건의 응모가 접수됐고, 최종 전시에는 20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콜라주, 디지털 콜라주, 데콜라주, 어셈블라주, 혼합 매체 등 종이와 이미지의 결합을 다루는 작업들이 작은 형식 안에서 함께 놓인다.
부쿠레슈티 전시는 실물 작품을 국제 배송받는 방식 대신 현지 출력과 프레이밍으로 작품을 전시장에 배치한다. 엔트리피와 국제 운송 부담을 줄이고, 각국 작가의 이미지를 부쿠레슈티의 전시 조건 안에서 다시 세우는 방식이다. 작은 형식의 콜라주가 국가와 도시를 건너 이동하는 방식도 작품의 물리적 이동보다 이미지의 구성, 종이 위의 층위, 전시장 안에서의 재배치에 가까워진다.
임하나의 최근 해외 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업은 ‘52헤르츠 고래’ 연작이다. 52헤르츠 고래는 다른 존재에게 쉽게 닿지 않는 음역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임하나는 이 주파수를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와 고립의 감각으로 가져온다. 산맥처럼 이어지는 선들은 실제 풍경을 옮긴 묘사보다 파동의 단면, 시간의 퇴적, 견딘 흔적에 가깝다.
스페인 산탄데르의 ‘IX International Mini Print Cantabria 2026’에서도 같은 작업 계열이 이어진다. 공식 선정작 목록에는 ‘Limhana - 52-hertz whales III’가 올라 있다. 전시는 ‘Open Sea. Reality, Imagination and Poetics’를 내걸고 9월 11일부터 12월 8일까지 산탄데르 항만청 아카이브 전시공간에서 진행된다. 바다, 현실, 상상, 시적 감각을 주제로 한 미니 프린트 국제전 안에서 임하나의 고래 연작은 바다와 주파수, 보이지 않는 소리의 문제와 맞닿는다.
‘52-Hertz Whales’ 계열의 작업은 소리를 직접 재현하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주파수가 남긴 결을 회화의 선과 층위로 옮긴다. 검은 능선처럼 겹쳐지는 산수의 구조는 고래의 파형이자 기억의 퇴적으로 읽힌다. 윤이상의 관현악곡 ‘Fluktuationen’에서 가져온 소리의 감각도 작업의 배경에 놓인다. 음악은 설명의 소재로 머물지 않고, 선과 여백이 움직이는 방식 안으로 들어간다.
KLOINM의 ‘SCORE: Caprice & Sonnet’은 임하나의 작업을 읽는 또 다른 지점이다. ‘SCORE’는 먼저 악보를 뜻한다. 점수라는 뜻도 제목 안에 들어 있지만, 중심에는 소리를 적고 연주의 시간을 붙잡는 악보의 질서가 놓인다. 예술과 개인을 수치로 평가하는 현대 사회의 언어는 그 뒤편에 겹쳐진다.
임하나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은 신진경산수화 시리즈의 ‘열두 달’ 안에서 읽어야 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산이 아니라 달이 놓인다. ‘열두 달’은 시간의 순환, 달의 위상, 12라는 수의 구조를 함께 품는다. 소네트의 14행, ‘열두 달’의 12, 9음 음계의 열린 순환은 회화와 설치 안에서 맞물리며 작품을 하나의 시각 악보처럼 읽게 만든다.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의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도 임하나의 하반기 일정에 함께 놓인다. OSTEN은 종이 기반 예술에서 출발해 회화, 오브제, 설치, 섬유예술, 사진, 비디오아트, 멀티미디어아트까지 포괄하는 국제 예술 플랫폼이다. 임하나는 2026 선정 작가 명단의 한국 항목에 조주연(Juyoun CHO), 김성찬(Sungchan KIM), 김예지(Yeji KIM)와 함께 이름을 올렸고, 개인 참여 부문 파이널리스트 명단에도 포함됐다.
국내 일정도 10월에 이어진다. 임하나는 2026 제21회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공모전’ 전시작가 명단에 포함됐다. 전시는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부쿠레슈티와 산탄데르, 스코페에서 이어진 해외 일정이 서울의 청년작가 전시와 같은 달 안에서 맞물리는 흐름이다.
부쿠레슈티 미니콜라주 비엔날레, 산탄데르 미니 프린트 국제전, OSTEN 비엔날레,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전시 성격이 각각 다르다. 부쿠레슈티는 미니어처 콜라주와 독립 전시공간의 네트워크에 가깝고, 산탄데르는 판화와 작은 판면을 중심에 둔 국제전이다. OSTEN은 국제 심사를 거치는 비엔날레이며,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국내 청년 작가들의 조형언어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함께 소개하는 전시다.
임하나의 2026년 하반기 일정은 하나의 수상이나 단일 전시로 묶이기보다, 서로 다른 전시 형식 사이에서 작업 언어가 이동하는 과정에 가깝다. ‘52헤르츠 고래’는 바다와 주파수의 이미지로, ‘SCORE’는 악보와 기보의 구조로, ‘열두 달’은 달의 시간과 순환의 형식으로 이어진다. 작은 종이와 출력 이미지, 회화와 설치, 소리와 산수 사이를 오가는 작업이 부쿠레슈티와 산탄데르, 스코페, 서울의 전시 환경 안에서 차례로 관람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