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숙, 미술의 다음 시장③] 작품의 가격, 작가의 시간…가치를 쌓는 기록과 신뢰

2026 상반기 국내 경매 낙찰총액 1110.8억원·낙찰률 54.6% 150억원·104억5000만원 초고가 작품이 상단 견인…회복 속 블루칩 집중 작가 이력·제작 시기·연작·희소성·소장 이력까지…한 번의 낙찰가만으로 읽을 수 없는 미술의 가격

2026-10-08     박준식 기자
홍지숙 작가의 작품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6년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는 8691점이 출품돼 4747점이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은 54.6%, 낙찰총액은 1110억8000만원이었다. 2024년까지 이어진 위축 국면을 지나 거래금액이 다시 늘었지만 자금의 방향은 뚜렷했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와 희소성이 높은 작품, 높은 가격대의 주요 작품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상반기 국내 경매 최고가는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의 ‘Nothing about It’이 기록한 150억원이었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Pumpkin (MBOK)’은 104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두 작품의 낙찰액 254억5000만원은 상반기 전체 낙찰총액의 약 22.9%에 이른다. 안중근의 ‘백인당중유태화 외’가 27억원, 쿠사마의 ‘Infinity Nets (POWTY)’가 21억원, 또 다른 ‘Infinity Nets’가 20억원에 거래됐고 이우환의 작품도 상위권에 여러 점 자리했다. 거래금액의 증가와 함께 블루칩 작가와 희소한 주요 작품에 구매력이 집중되는 시장 구조가 선명해졌다.

미술품 가격은 여러 층의 정보가 겹쳐 만들어진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제작 시기와 연작, 재료와 크기, 완성도와 보존 상태에 따라 시장에서 놓이는 위치가 달라진다. 작가의 중요한 전환기에 제작됐는지, 대표 연작에 속하는지, 같은 유형의 작품이 얼마나 자주 시장에 나오는지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주요 미술관 전시와 소장, 갤러리와의 관계, 비평과 출판 기록, 이전 소장자의 이력까지 더해지면서 한 작품의 시장 내 위치가 구체화된다.

2026년 홍콩 소더비 현대·컨템퍼러리 미술 야간 경매에서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의 1994년작 'Present'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은 7166만홍콩달러에 거래됐다. 사진=Sotheby'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매에 등장하는 가격도 단계별로 성격이 다르다. 출품 전에는 작품의 시장 범위를 가늠하는 추정가가 제시되고, 경합이 끝나는 순간에는 최종 입찰금액인 해머 프라이스(hammer price)가 정해진다. 추정가는 같은 작가의 최근 거래 기록과 작품의 제작 시기, 연작, 희소성, 상태, 소장 이력과 시장 수요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구매자가 실제 지급하는 금액에는 해머 프라이스에 경매사의 구매 수수료와 적용되는 세금 등이 더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작품 가격을 비교할 때는 어떤 기준의 숫자인지부터 맞춰야 한다. 기사나 경매 결과에서 언급되는 ‘10억원’이 해머 프라이스인지, 구매 수수료까지 포함한 금액인지에 따라 실제 의미가 달라진다. 경매사마다 수수료 조건도 차이가 있어 작가별·작품별 거래를 분석할 때는 동일한 가격 기준을 놓고 비교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경매가격은 미술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눈에 들어오는 숫자다. 공개 기록이 남고 여러 구매자가 한 작품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술품 거래는 경매 이전부터 시작된다. 작가의 신작이 갤러리와 작가를 통해 처음 판매되는 1차 시장과 이미 소장된 작품이 다시 거래되는 2차 시장은 가격이 형성되는 방식도 다르다.

 방혜자 작가 작품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차 시장에서는 작가의 경력과 수요, 전시 계획, 작품의 크기와 연작 등을 고려해 가격대를 관리하며 시장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2차 시장에서는 이미 소장된 특정 작품을 두고 구매자가 경쟁하면서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가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추정가와 수요가 맞지 않을 때에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작가 한 사람의 시장 안에서도 1차 가격과 2차 거래가격, 대표작과 일반작의 가격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기록적인 낙찰가는 작가 시장의 상단을 보여준다. 이후에는 비슷한 시기와 크기, 같은 연작의 작품이 어느 가격대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되는지가 중요해진다. 여러 차례의 낙찰 기록과 낙찰률, 시장에 나오는 작품의 수, 실제 구매자층의 폭이 쌓이면서 작가의 가격대가 보다 안정적인 범위를 갖게 된다. 최고가 한 번과 지속적인 거래 기반은 서로 다른 시장 정보를 담고 있다.

유찰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작품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숫자라기보다 해당 시점에 제시된 가격과 구매 수요의 관계를 보여주는 시장 기록이다. 같은 작가의 유사한 작품이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시장에 나오면 공급량이 늘고 희소성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오랫동안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표작이 등장하면 기존 작품과 다른 경쟁이 붙을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The Empire of Lights.1954)이었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2,100만 달러라는 역대급 가격에 낙찰됐다. 사진=magritte.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서양 현대미술과 초현실주의의 강세, 마그리트와 델보의 재조명

국내 경매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이런 가격 집중을 잘 보여준다. 2024년 국내 주요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약 1127억5000만원까지 낮아졌다가 2025년 약 1435억원으로 증가했고 낙찰률은 50.8%를 기록했다. 2021년 약 3242억원에 이르렀던 시장과 비교하면 거래규모에는 여전히 간격이 있지만, 2025년부터 반등의 흐름이 나타났고 2026년 상반기 낙찰총액은 1110억8000만원까지 올라왔다.

상반기 결과에서 더 주목되는 것은 거래금액의 증가와 함께 나타난 가격대별 차이다. 최고가 두 작품이 전체 낙찰총액의 약 23%를 차지했고 상위권에는 이미 국제시장에서 거래 기반을 갖춘 작가들이 대거 자리했다. 시장에 자금이 다시 들어오면서 모든 가격대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보다 구매자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작가와 희소한 작품을 먼저 선택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세계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2025년 세계 미술시장 거래액은 596억달러로 전년보다 4% 증가했고 공개경매 매출은 9% 늘어난 207억달러를 기록했다. 증가폭은 고가 작품에서 더 컸다. 100만달러를 넘는 작품의 경매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었고, 1000만달러 이상에서는 30% 증가했다. 반면 5만달러 미만에서는 거래액과 거래 건수가 모두 2% 감소했다. 세계 시장의 회복 역시 가격대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홍지숙 아트큐브 2R2 관장·아트토큰 대표가 NFT 시장을 경험하며 주목한 부분도 가격과 작품이 축적해온 시간의 차이와 맞닿아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홍지숙 아트큐브 2R2 관장·아트토큰 대표가 NFT 시장을 경험하며 주목한 부분도 가격과 작품이 축적해온 시간의 차이와 맞닿아 있다.

2019년 전후 NFT 시장에서는 디지털 이미지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되며 가격 자체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새로운 기술과 가상자산의 유동성, 디지털 희소성에 대한 기대, 커뮤니티의 확장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이전 미술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속도로 가격이 움직였다. 홍 관장은 당시 NFT를 단기간의 거래 수단보다 좋은 작가의 작품을 디지털 환경에 기록하고 작가의 레거시를 축적하는 방법으로 바라봤다고 말했다.

NFT 플랫폼이 빠르게 늘어난 뒤 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되는 과정에서도 관심은 아카이빙과 작가 IP에 이어졌다. 작품을 디지털 환경에서 다시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작가의 작업과 전시·기록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 사업의 긴 축에 놓였다. 가격 상승에 집중했던 초기 NFT 시장을 지나면서 작품의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고 다시 활용할 것인지가 기술의 또 다른 역할로 남았다.

NFT 시장의 급등과 조정은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희소성과 유동성, 새로운 구매자층과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특정 프로젝트와 작가에게 관심이 집중되면 짧은 기간 거래가격이 빠르게 올라가고, 수요의 중심이 이동하면 가격 역시 민감하게 반응한다.

 Michael PARK의 NFT 아트 NUNDONGJA THE CIRCLE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통 회화시장에서도 수요가 특정 작가와 연작으로 몰리는 현상은 반복된다. 차이는 가격을 지지하는 기록의 깊이에서 나타난다. 수십 년에 걸쳐 개인전과 미술관 전시, 학예 연구와 출판, 기관 소장, 반복적인 거래가 축적된 작가와 짧은 기간 시장의 주목을 받은 작가는 가격을 둘러싼 정보의 층위와 구매자층의 폭이 다르다.

프로비넌스(provenance·소장 이력)가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품이 제작된 뒤 어떤 소장자를 거쳤는지, 어느 전시에 출품됐는지, 도록과 연구서에 수록됐는지에 따라 한 점의 작품에 축적되는 이력이 달라진다. 체계적인 소장 기록은 작품의 이동 경로와 진위를 살피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국제 경매에서 작품의 추정가와 시장 신뢰를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방혜자와 홍 관장의 인연은 가격과 기록의 관계를 또 다른 방향에서 보여준다. 홍 관장이 방혜자의 작품을 가까이서 접하며 깊이 받아들인 것은 한 작가가 평생 이어온 작업의 시간이었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60년 넘게 작업한 작가에게는 작품뿐 아니라 전시와 사람, 편지와 작업 자료, 작품을 둘러싼 수많은 기록이 함께 존재한다. 작가를 기억하던 사람과 자료가 흩어지면 작품 사이의 관계와 작업의 변화도 함께 복원하기 어려워진다.

 방혜자 작가 전시회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트토큰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홍 관장이 아카이빙을 반복해서 강조한 배경에도 이런 경험이 놓여 있다. 좋은 작품의 존재와 그 작품이 시장과 미술사 안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과정 사이에는 기록을 모으고 분류하며, 전시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흐른다. 작품 이미지와 제작연도, 재료와 크기뿐 아니라 전시 이력과 작가노트, 인터뷰와 비평, 소장처와 출판 기록이 함께 쌓일수록 작가의 전체 작업을 읽을 수 있는 기반도 두꺼워진다.

미술관의 소장과 전시는 이런 기록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작품이 학예 연구와 미술사적 맥락 안에서 다뤄지고, 전시와 도록을 통해 다른 작품들과 관계를 맺는다. 주요 미술관의 소장과 국제적인 전시, 연구와 출판이 이어지면서 후대의 큐레이터와 연구자, 컬렉터가 작가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자료도 축적된다. 시장은 이런 기록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작가의 위치를 가격 판단의 배경으로 받아들인다.

크기는 가격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변수다. 같은 작가의 대형 작품이 일반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있지만 작품의 대표성과 제작 시기, 연작의 중요도, 희소성, 재료와 보존 상태가 함께 작용한다. 작은 작품이라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제작된 대표작이라면 반복적으로 제작된 대형 작품과 다른 시장 위치를 가질 수 있다.

작품 가격을 분석할 때 최고 낙찰가와 함께 중간 가격대의 거래를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수년 동안 어느 범위에서 거래됐는지, 출품된 작품 가운데 실제 낙찰된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대표 연작이 얼마나 자주 시장에 등장하는지, 경매에 참여하는 구매자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함께 놓으면 작가 시장의 구조가 훨씬 또렷해진다.

2026년 상반기 150억원과 104억5000만원에 거래된 두 작품은 국내 미술시장에 상당한 구매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동시에 두 작품이 전체 낙찰총액의 약 23%를 차지했다는 숫자는 자금이 어디에 집중됐는지도 함께 말한다. 수백만원대 작품부터 100억원을 넘는 작품까지 같은 경매시장에 존재하지만, 각각의 가격대를 움직이는 구매자와 희소성, 거래 목적은 서로 다르다.

홍지숙 아트큐브 2R2 관장·아트토큰 대표가 NFT 시장을 경험하며 주목한 부분도 가격과 작품이 축적해온 시간의 차이와 맞닿아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6년 10월 현재 국내 미술시장을 바라볼 때도 가격 상승의 폭만큼 가격을 지탱하는 기록과 신뢰가 중요해졌다. 상반기에는 블루칩 작가와 희소한 주요 작품이 거래금액 증가를 주도했고, 더 넓은 시장에서는 새로운 작가와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작품을 찾는 움직임이 함께 이어지고 있다. 작품의 이름값만으로 가격이 유지되는 시장보다 작품과 작가를 둘러싼 정보가 축적된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과정이다.

작가가 수십 년 동안 쌓은 작업의 시간과 경매장에서 몇 분 동안 결정되는 낙찰가는 서로 다른 시계를 따른다. 낙찰가는 특정한 날 한 점의 작품을 두고 구매자들이 만든 시장의 가격이고, 작가의 위치는 작품과 전시, 연구와 소장, 비평과 기록이 오랜 시간 겹쳐지면서 형성된다.

미술시장의 숫자는 거래가 일어난 순간을 기록한다. 어느 가격에서 작품이 팔렸고, 어떤 구매자가 다시 찾았으며, 같은 작가의 작품이 어느 범위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됐는지를 남긴다. 가격이 시장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작품에 축적된 전시와 연구, 소장과 기록은 그 가격이 이후에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미술품의 가격과 가치는 바로 그 서로 다른 시간 위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