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숙, 미술의 다음 시장⑤] NFT 버블 이후…토큰보다 남은 것은 아트 IP

수십억원 오가던 PFP 열기 지나 디지털 아트는 다시 작품과 기록으로 홍지숙 관장 “빠른 수익 기대해 시작한 것 아냐”…방혜자 아카이빙에서 출발한 블록체인 2R2·스마트TV에서 AI 매칭까지…거래 토큰에서 작가 IP를 연결하는 기술로 이동

2026-10-10     박준식 기자
방혜자처럼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작품과 자료를 디지털 환경에 모아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도 출발점에 있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1~2022년 NFT 시장에는 이전 미술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가격과 거래 속도가 등장했다. 크립토펑크(CryptoPunks)와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 같은 PFP(Profile Picture·프로필 이미지)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일부 토큰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됐다. 디지털 이미지에 블록체인을 이용해 고유한 식별정보와 거래기록을 부여하고 소유권을 사고파는 방식이 새로운 미술시장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빠르게 커졌다.

홍지숙 아트큐브 2R2 관장·아트토큰 대표가 당시 바라본 방향은 가격의 급등보다 작가와 작품이 남는 방식에 가까웠다. 홍 관장은 NFT 열기가 거세던 시기를 떠올리며 고가에 거래되는 프로필 이미지보다 예술가의 작품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하고 작가의 레거시를 축적하는 방법에 관심을 뒀다고 말했다. 방혜자처럼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작품과 자료를 디지털 환경에 모아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도 출발점에 있었다.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같은 단위끼리 서로 교환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각각의 토큰에 고유한 식별정보를 부여할 수 있다. 디지털 파일 자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방식도 있지만 상당수 NFT는 작품과 연결된 토큰 정보와 소유·거래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구조를 사용한다. 작품 파일과 토큰, 소유 기록이 서로 연결되면서 디지털 작품에도 거래 가능한 희소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만들어졌다.

초기 시장에서는 기술보다 가격이 더 빠르게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어느 NFT가 얼마에 팔렸는지가 작품 자체보다 크게 보도됐고, 가상자산 가격과 커뮤니티의 규모, 희소성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움직이며 짧은 기간 가격이 급등했다. 미술품을 사고 수집하는 문화와 암호자산 투자, 온라인 커뮤니티가 한 시장 안에서 겹쳐진 시기였다.

NFT 열풍 속에서도 가격 급등보다 블록체인을 통한 작가의 작품 기록과 레거시(유산)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홍지숙 아트큐브 2R2 관장 겸 아트토큰 대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홍 관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빠른 수익을 기대하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NFT를 발행하면 작품 가치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보다 기술을 이용해 작가를 기록하고 작품을 새로운 관객에게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는 설명이다.

몇 년이 흐른 뒤 NFT 공개경매 시장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세계 공개경매에 출품된 NFT는 265점으로, 이 가운데 235점이 거래돼 총 480만달러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PFP 계열의 열기는 크게 낮아졌고 생성형 아트가 경매시장 안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물 작품에 NFT를 인증이나 디지털 부속물처럼 결합하는 ‘피지털(phygital)’ 방식도 늘면서 디지털과 실물의 경계는 더욱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다.

NFT 공개경매의 규모가 줄어든 것과 디지털 아트에 대한 컬렉터의 관심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Art Basel과 UBS가 세계 10개 시장의 고액자산가 3100명을 조사한 결과, 2024년과 2025년 조사 기간 중 디지털 작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51%에 달했다. 디지털 아트는 회화와 조각에 이어 미술 지출 비중 3위에 올랐으며 전체 파인아트 지출의 약 14%를 차지했다. 젊은 컬렉터일수록 디지털 작품에 대한 참여도도 높게 나타났다.

2026년 아트바젤은 이런 변화를 전시장 안으로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을 다루는 ‘Zero 10’은 홍콩에 이어 스위스 바젤 본행사까지 확대됐고, 바젤에서는 20개 출품자가 참여한 최대 규모로 운영됐다. 코드 기반 작업과 알고리즘, 생성형 미술, AI, 로보틱스와 몰입형 설치까지 디지털 문화에서 나온 작업이 동시대 미술의 한 영역으로 배치됐다. NFT 하나의 형식보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예술 전반으로 관심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NFT 열기의 조정과 디지털 아트 수요의 확장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2021~2022년에는 ‘토큰을 소유한다’는 행위가 시장의 전면에 있었다면, 2026년에는 작가와 작품, 전시와 보존, 작품을 구현하는 기술과 공간이 다시 함께 다뤄진다. 블록체인은 작품을 대신하는 이름보다 소유와 이동 기록, 인증과 유통을 지원하는 기술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홍지숙 관장이 아트토큰의 방향을 작가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로 넓힌 흐름도 이런 변화와 맞닿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홍 관장이 아트토큰의 방향을 작가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로 넓힌 흐름도 이런 변화와 맞닿는다. 작품을 NFT로 발행해 거래하는 데서 시작한 기술 활용은 작가의 작업과 이미지를 장기간 축적하고, 기업과 공간·플랫폼에 연결하며 여러 매체로 확장하는 구조로 이동했다. 전시가 열릴 때마다 쌓이는 작품 이미지와 작가 정보, 콘텐츠를 디지털 환경에 연결하는 작업도 같은 축에 놓여 있다.

여기서 작가 IP는 이미지 한 장의 사용권보다 넓은 의미를 갖는다. 작품과 대표 이미지, 연작의 세계관과 작가의 서사, 전시기록과 출판·영상 콘텐츠가 서로 연결되면서 전시와 미디어, 상품과 공간 등 여러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지식재산이다. 작품 한 점을 판매하는 거래에서 작가가 오랜 시간 만들어온 시각적 언어와 기록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현재 2R2에는 402명의 작가 풀이 구축돼 있으며 Web2와 Web3를 결합한 IP 수집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트토큰은 IP 플랫폼과 AI 매칭·데이터 파이프라인, 모바일·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블록체인·STO 기술을 하나의 사업 인프라 안에 두고 있다. 작품의 색감과 스타일, 장르를 자동 분류하는 AI 매칭 엔진에는 지난 5년간 축적한 132건의 실거래 데이터를 초기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NFT 거래플랫폼으로 출발했던 기술의 역할도 달라졌다. 작품을 토큰화하는 기능에 작가를 찾고 기업과 연결하는 검색과 추천, 콘텐츠를 스마트TV와 미디어월에 배치하는 기술, 작품과 작가 정보를 장기간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더해졌다. 블록체인이 전체 시스템의 한 층으로 자리하고, AI가 검색과 분류·매칭을 담당하는 새로운 축으로 들어왔다.

AI의 역할이 커지면서 미술과 기술의 관계도 다시 세분화되고 있다. 작품 이미지를 색조와 스타일, 장르에 따라 분류하면 수백 명의 작가 가운데 특정 기업이나 공간이 원하는 이미지와 가까운 작업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추천 기술은 방대한 작품을 일일이 살펴야 했던 탐색 시간을 줄이고 작가에게는 새로운 유통 접점을, 기업에는 원하는 작품과 IP를 찾는 검색 수단을 제공한다.

홍 관장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면 기술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방혜자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떠올린 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한 작가의 작업을 어떻게 기록하고 다음 세대와 연결할 것인가였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동시에 작가의 시장적·미술사적 위치를 읽는 과정에서는 다른 정보가 함께 필요하다. 비슷한 색조와 구도를 가진 두 작품도 제작 시기와 재료, 연작의 변화, 작가의 경력과 미술사적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AI는 시각 데이터와 거래정보에서 패턴을 찾는 데 강점을 갖고, 작품에 축적된 시간과 미술사적 의미는 학예 연구와 비평, 전시와 소장 기록을 통해 더 촘촘하게 읽힌다. 기술과 전문가의 판단이 서로 다른 층에서 작동하는 구조다.

홍 관장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면 기술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방혜자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떠올린 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한 작가의 작업을 어떻게 기록하고 다음 세대와 연결할 것인가였다. 좋은 작품이 미술계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와 TV 같은 일상적인 매체까지 전시공간을 넓히려는 구상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스마트TV 실험은 이 생각을 생활공간으로 옮긴 과정이었다. 아트토큰은 삼성 스마트TV에서 디지털 작품을 감상하고 플랫폼과 연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회사는 현재 이 프로젝트가 2021년 IFA 프로토타입을 거쳐 2023년 8월 정식 서비스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TV를 방송과 영상 콘텐츠를 보는 기기에서 디지털 작품을 감상하는 디스플레이로 넓히려는 시도였다.

홍 관장은 실제 사업 과정에서 기술 개발과 사용자의 생활습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도 경험했다고 말했다. TV는 필요할 때 켜는 기기라는 오랜 사용 방식이 있고, 별도의 아트 디스플레이에는 기기의 가격과 전력 소비, 공간 활용 같은 현실적인 조건이 따라온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서비스가 일상에 자리 잡는 데에는 이용자의 습관과 환경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경험이었다.

현재 사업의 중심은 스마트TV 한 채널을 넘어 IP 플랫폼과 AI 매칭, 라이선싱과 미디어 콘텐츠로 넓어져 있다. 아트토큰 공식 사업구조에서도 2R2와 AI 매칭 엔진, 스마트TV, 블록체인·STO, 뉴미디어와 아트큐브 2R2가 서로 연결돼 있다. 갤러리는 실물 작품을 보여주고 컬렉터의 구매와 기업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의 레퍼런스를 쌓는 공간으로, 플랫폼은 작품과 IP를 온라인에서 축적하고 다른 기업·매체와 연결하는 기반으로 역할이 나뉜다.

디지털 아트 시장의 최근 변화 역시 하나의 기술이 미술 경험 전체를 대체하는 방향보다 여러 채널이 겹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디지털 아트 시장의 최근 변화 역시 하나의 기술이 미술 경험 전체를 대체하는 방향보다 여러 채널이 겹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고액자산가 조사에서 디지털 아트 구매 경험이 크게 늘었지만 작품을 구입하는 주요 통로에서는 갤러리와 딜러가 여전히 중심을 차지했다. 2024~2025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갤러리나 딜러를 통해 작품을 구매했고, 아트페어와 연결된 구매 경험은 58%로 높아졌다. 디지털 작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동시에 오프라인 전시와 대면 경험의 중요성도 이어진 것이다.

실제 미술의 경험에서도 두 영역은 계속 겹친다. 미디어아트와 생성형 작업은 전시장에서 대형 화면과 음향, 설치를 통해 공간적인 경험을 만들고, 회화와 조각은 온라인 이미지와 영상으로 먼저 관객을 만난다. 실물 작품에 디지털 인증이 붙고 디지털 작품에는 전용 디스플레이와 설치 기술이 따라온다. 작품과 디지털 기록이 서로 다른 영역에 머무르기보다 한 작품의 유통과 감상, 보존 과정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흐름이다.

홍 관장이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아트큐브 2R2라는 오프라인 전시공간을 함께 두는 것도 같은 구조다. 회화의 표면과 크기, 나무와 자개·안료의 질감은 실물 앞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갤러리에서 한 번 본 작품을 이후 다시 찾아보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업과 전시기록을 연결하는 데에는 디지털 환경이 효율적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작품을 경험하고 온라인에서는 작품에 관한 기록과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NFT 열풍이 남긴 변화도 가격 그래프보다 넓게 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반 미술시장은 짧은 기간 과도한 투기와 급격한 가격 조정을 경험했고 수많은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 작품의 소유와 인증, 작가와 컬렉터의 직접 연결, 온라인 전시, 실물과 디지털을 결합한 새로운 유통방식에 대한 실험은 미술시장 안에 남았다.

2026년 디지털 아트는 NFT라는 한 단어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가리킨다. 생성형 아트와 AI, 영상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코드, 인터랙티브 설치와 블록체인 기록이 서로 교차한다. 아트바젤이 ‘Zero 10’을 2026년 바젤 본행사까지 확대하고 디지털·생성형·미디어아트를 동시대 미술의 주요 흐름으로 다룬 것도 이런 변화와 연결된다.

 Michael PARK의 NFT 아트 JESUS JESUS JESUS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트토큰의 사업 구조 역시 NFT 열풍을 통과하며 토큰 거래에서 작가 IP와 데이터, AI 매칭과 미디어 확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작품을 사고파는 기술만으로 시장을 만드는 단계에서 작가를 발굴하고 기록하며, 기업과 연결하고, 여러 디바이스와 공간에 작품을 배치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로 범위가 넓어졌다.

NFT 가격이 먼저 달렸던 시간이 지나면서 디지털 미술시장에서 남는 자산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작품 이미지와 제작정보, 전시 이력과 작가의 서사, 소장과 거래기록이 장기간 축적될수록 하나의 작품과 작가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기반이 두꺼워진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분류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도구로 들어왔고 블록체인은 소유와 이동 기록을 남기는 한 층으로 자리하고 있다.

홍지숙 관장이 방혜자의 작업을 보며 처음 품었던 생각은 현재의 기술보다 먼저 있었다. 좋은 작가의 작업과 시간이 흩어지지 않도록 기록하고, 한정된 미술계 밖의 사람에게도 작품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NFT와 스마트TV, AI라는 기술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작가와 작품을 오래 남기고 새로운 관객과 만나는 통로를 넓힌다는 방향은 이어지고 있다.

2021~2022년의 NFT 열풍이 지나간 2026년, 아트와 기술의 관계도 가격 경쟁에서 한층 멀어졌다. 토큰의 희소성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작가의 작품과 기록을 하나의 IP로 축적하고, AI와 플랫폼을 이용해 다시 찾고 연결하며, 오프라인 전시와 디지털 환경을 오가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NFT 이후의 미술시장에서 기술의 가치는 작품을 대신하는 데보다 작가의 시간과 작품의 기록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는가에서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