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AG 또 운영 파행…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태극기 늑장 게양 사고
한일전 4연패 대기록 덮은 '태극기 먹통'…나고야 아시안게임 또 운영 파행 엄지성 결승골로 男축구 사상 첫 4회 연속 우승 금자탑 시상식서 애국가 끝날 때까지 태극기 정상 게양 안 돼 버스 오작동·국가 오송출 이어 메가 이벤트 운영 역량 '도마' 유럽파 병역 혜택과 세대교체 결실에도 씁쓸한 뒷맛 남겨
[KtN 신미희기자] 대회 내내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폐막을 하루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국제대회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했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시상식에서 우승국 한국의 태극기가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국기 게양대 상단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꺾고 대회 사상 첫 4연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제창하는 동안 중앙의 국기 게양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대회 현장 진행 요원들이 수동 조작을 시도하며 허둥대는 사이 애국가 연주는 종료됐다. 시상대 위의 선수들은 게양대 쪽을 가리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경기 후 "의도한 사고라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선수들이 땀 흘려 얻어낸 성과를 축하받는 공식 자리에서 국기조차 제대로 올리지 못한 점은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대회 기간 내내 누적된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경기 운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선수단 수송 버스가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혼선이 빚어졌고, 타 종목 시상식에서는 국가가 잘못 송출되는 등 국제 종합 경기대회의 기본 매뉴얼을 벗어난 사고가 잇따랐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현장에서 국가 상징물 노출과 의전 절차는 가장 엄격하게 다뤄져야 할 영역임에도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 파행이 이어졌다.
운영 잡음 속에서도 한국 남자 축구는 아시안게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한 U-23 대표팀은 후반 16분 양민혁의 측면 돌파와 크로스에 이은 엄지성의 왼발 결승골로 승부를 갈랐다. 한국은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2년 항저우 대회에 이어 2026년 대회까지 제패하며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결승 한일전 3연속 승리이자 아시안게임 맞대결 6연승이다.
결승골을 기록한 엄지성은 이번 대회 4골 4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부문 1위를 석권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이번 우승으로 배준호, 김지수 등 주요 유럽 리그 소속 선수들을 포함한 대표팀 자원 20명이 병역 혜택 요건을 충족했다. 이는 20대 초반 젊은 자원들의 해외 무대 커리어 지속성과 국가대표팀 전력 강화 측면에서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초 U-23 아시안컵 부진으로 비판을 받았던 이민성 감독 역시 이번 금메달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 선수단은 남자 축구의 승리로 이번 대회 39번째 금메달을 추가했다. 그러나 축구 역사의 새 이정표가 세워진 순간 경기장을 채운 미숙한 의전과 시스템 오류는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무대의 격에 짙은 오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