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⑧] 숲·사계절·식문화·가족까지…선마을에서 넓어지는 한국형 웰니스

한국 웰니스 경제 1190억달러·세계 12위…아시아 웰니스 관광시장 2024년 31% 성장 한국 웰니스 관광도 같은 해 36% 증가…산림·식생활·명상·문화가 체류산업으로 종자산 자연에서 가족·반려동물·기업까지…건강한 삶을 둘러싼 이용자와 공간의 확장

2026-10-11     박준식 기자
강원 홍천 종자산 자락을 따라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숙박동과 식당, 숲길, 명상·문화공간이 자연 지형 안에 이어지며 식사와 움직임, 휴식을 하나의 체류생활로 연결한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KtN 박준식기자]강원 홍천 종자산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머무는 방식도 달라진다. 봄에는 새싹과 꽃이 숲길 주변을 채우고 여름에는 나무의 색이 짙어진다. 가을에는 산 전체가 붉고 노란 빛으로 바뀌며 겨울에는 눈이 길과 숲을 덮는다.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자연은 객실 창밖의 전경으로 머물지 않는다.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고, 숙소와 프로그램 공간 사이를 걸으며, 숲에서 쉬고 다시 객실로 돌아오는 동안 계절과 날씨를 계속 마주한다. 자연 속에 숙박시설을 세운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환경 자체를 체류생활 안으로 끌어들인 구조다.

2007년 문을 연 선마을은 식습관·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을 웰에이징의 중심에 놓았다. 이후 자연세유 스파와 GX, 명상과 트레킹뿐 아니라 춘하서가와 가든 뮤직홀, 미술공간과 목공 체험, 어린이와 반려견을 위한 시설까지 생활의 범위를 넓혔다. 혼자 또는 부부가 휴식과 건강을 위해 찾는 공간에서 가족과 반려동물, 기업과 단체까지 서로 다른 이용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머무는 웰니스 공간으로 변화한 셈이다.

2026년 웰니스 산업이 선마을과 같은 체류형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배경에는 시장의 빠른 성장이 있다. 최신 확정 실적 기준인 2024년 세계 웰니스 경제는 6조8000억달러로 전년보다 7.9% 성장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두 배 규모로 커졌고, 2029년에는 9조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정신적 웰니스와 건강한 노화, 관광과 생활환경이 서로 다른 소비영역에 머물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방식’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업권을 만들고 있다.

아시아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2026년 6월 공개된 아시아 시장 분석에서 2024년 아시아 웰니스 경제는 2조달러로 전년보다 9.3% 증가했다. 웰니스 관광시장은 같은 해 2150억달러로 31% 성장했고, 아시아·태평양은 웰니스 여행 횟수에서 유럽을 넘어 가장 큰 지역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웰니스 관광 증가율도 36%를 기록했다. 휴양지에서 좋은 경치를 보고 쉬는 여행을 넘어 수면과 식생활, 운동, 정신적 휴식과 건강한 노화를 목적으로 머무는 여행 수요가 아시아에서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의 웰니스 경제 규모도 이미 세계 주요 시장에 들어섰다. 2026년 공개된 국가별 자료에서 2024년 한국 웰니스 경제는 약 1190억달러로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국가와는 규모 차이가 있지만 건강한 식생활과 뷰티, 신체활동, 정신적 웰니스, 관광과 생활환경이 국내에서도 상당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풍으로 물든 힐리언스 선마을의 가을. 뚜렷한 사계절과 종자산의 산림은 걷기와 휴식, 숙박의 경험을 계절마다 다르게 구성하는 자연환경으로 이어진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한국형 웰니스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 가운데 하나는 산림과 사계절이다. 한국의 산은 오랫동안 등산과 관광의 대상으로 소비됐지만 웰니스 여행에서는 정상에 오르는 운동과 다른 사용법이 가능하다. 천천히 걷고, 숲에 머물고, 식사와 휴식을 자연 속에서 이어가는 방식이다. 선마을은 종자산의 경사를 크게 평탄화하기보다 보행 동선에 남기고 숙소와 식당, 명상·문화공간 사이를 걸어서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산림을 보는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하루의 움직임을 만드는 생활환경으로 사용한다.

계절도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작동한다. 같은 보행로라도 봄에는 새순과 꽃을 지나고 가을에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와 눈이 생활의 속도를 다시 바꾼다. 특정 체험을 예약하지 않더라도 숙소 밖으로 나서는 것만으로 계절의 변화를 직접 접하게 된다. 사계절을 가진 자연환경을 얼마나 세밀하게 체류 프로그램과 연결하는지가 한국 웰니스 관광의 차별성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이다.

지역 식문화 역시 중요한 자산이다. 선마을 비채에서는 곰취·참취·어수리·곤드레·삼잎국화 등 강원 지역에서 익숙한 산나물을 식사에 활용하고 채소와 단백질 식품을 하루 식단 안에 구성한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시 걷는 생활이 이어진다. 지역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음식과 신체활동을 같은 체류시간 안에 놓는 방식이다.

한국 각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산채와 해조류, 발효음식과 지역 농수산물처럼 서로 다른 식문화가 존재한다. 세계 웰니스 리트릿에서 비슷한 샐러드와 스무디를 제공하는 방식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과 계절의 식재료를 현재의 건강한 식생활과 연결하면 장소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웰니스 관광의 성장 속에서 지역 음식이 단순한 관광 먹거리에서 체류생활을 구성하는 요소로 역할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눈으로 덮인 힐리언스 선마을의 겨울.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숲과 빛, 기온은 같은 장소에서도 걷기와 휴식, 생활리듬을 다르게 만든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2026년 세계 고급 웰니스 리트릿에서는 정밀건강관리와 개인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면과 체성분, 대사와 심폐기능을 측정하고 개인별 운동과 식생활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 늘었다. 의료와 데이터 기술이 건강수명 산업으로 들어오면서 휴양공간의 역할도 몸을 쉬게 하는 장소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생활방식을 설계하는 곳으로 넓어졌다.

선마을은 다른 방식에서 출발했다. 정밀 측정 이전에 사람이 머무는 환경을 바꾼다. 자동차 이용을 줄여 걷게 하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에서 일정 시간 떨어지며, 식사와 운동·휴식·수면을 평소와 다른 순서로 반복하도록 한다. 자신의 몸을 수치로 먼저 파악하는 방식보다 며칠 동안 다른 생활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접근이다.

두 흐름은 앞으로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세밀하게 이해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간 뒤 식사와 움직임, 수면이 달라지지 않으면 생활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하는 체류에서도 연령과 체력, 건강상태에 따라 필요한 프로그램은 달라진다. 정밀건강관리와 생활습관형 웰니스가 각각의 강점을 결합할 여지가 커지는 이유다.

건강한 삶의 범위가 운동과 음식에 머물지 않는 변화도 선마을 곳곳에서 나타난다. 춘하서가에서는 책을 읽고 가든 뮤직홀에서는 음악을 접할 수 있다. 선향동굴과 미술공간, 목공 체험처럼 조용히 머물거나 손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건강을 걸음 수와 영양성분으로만 계산하지 않고 어떤 활동에 집중하며 어떻게 쉬는지까지 생활의 범위에 포함시킨다.

미술과 음악, 독서의 역할도 치료 효과라는 말로 좁힐 필요가 없다. 책 한 권에 오랫동안 집중하고, 음악을 듣고, 손으로 나무의 결을 만지는 시간은 업무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의 생활과 다른 감각을 만든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에서 잠시 떨어져 하나의 활동에 머무는 경험 자체가 체류의 성격을 바꾼다.

선향동굴에 설치된 방혜자의 스테인드글라스도 자연과 문화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흐름을 보여준다. 자연광이 색유리를 통과하면서 날씨와 시간에 따라 빛이 달라지고, 숲길을 거쳐 도착한 사람은 동굴 안에서 다시 다른 빛을 마주한다. 미술관에서 작품만 보고 나오는 방식보다 걷기와 자연, 건축과 작품이 하나의 이동 과정 안에 놓인다.

웰니스의 이용자는 가족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의 힐리펫&키즈존. 웰니스 체류의 대상이 개인과 부부에서 어린이와 반려동물을 포함한 가족으로 넓어지면서 자연 속 놀이와 교감 공간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선마을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와 체험공간이 있고 반려견을 동반한 가족을 위한 전용 숙박과 활동공간도 마련돼 있다. 힐리펫에서는 전용 객실과 놀이공간, 약 200평 규모의 천연잔디 운동장을 운영한다. 보호자가 쉬는 동안 반려견을 별도의 시설에 맡기는 방식보다 같은 공간에서 산책하고 머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생활이 확산되면서 관광산업의 기준도 변하고 있다.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숙박과 산책, 놀이와 이동까지 함께 설계해야 실제 가족 단위 체류가 가능해진다. 웰니스가 개인의 신체와 마음을 관리하는 서비스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생활을 다루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어린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힐리언스 선마을의 공간. 가족 구성원이 같은 자연환경 안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쉬는 체류를 지원한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어린이에게 필요한 웰니스도 성인 프로그램의 축소판과 다르다. 흙과 모래를 만지고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며 여러 감각을 사용하는 놀이와 자연 체험이 중심이 된다. 스마트기기를 내려놓고 숲과 동물, 흙과 식물을 직접 접하는 경험은 성인의 명상이나 휴식과 다른 형태로 건강한 생활을 구성한다.

기업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임직원의 스트레스와 생활습관을 다루는 기업 리트릿은 웰니스가 개인의 휴가와 자기관리 영역을 넘어 조직의 건강관리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개인과 부부, 어린이와 반려동물, 기업까지 같은 장소를 이용하지만 필요한 프로그램과 공간은 서로 다르다. 하나의 웰니스 상품으로 모든 사람을 묶기보다 이용자의 생활조건에 따라 체류방식을 세분화하는 구조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자연 속에서 머물고 움직일 수 있도록 조성된 힐리언스 선마을 풀향정원. 산림과 사계절, 식생활과 걷기, 가족과 문화적 활동을 하나의 체류환경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한국형 웰니스의 확장과 맞닿아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2026년 가을 선마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이용자의 세분화와 생활리듬 중심의 방향이 이어진다. 10월 16일부터 11월 22일까지 예정된 가을 웰니스페스타는 ‘몸의 속도를 늦추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시간’을 내세우고 있으며, 싱잉볼과 꽃차를 결합한 명상 프로그램과 부모 세대의 휴식을 겨냥한 체류상품도 운영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더해져도 자연 속에서 생활의 속도를 낮추고 먹고 움직이고 쉬는 시간을 다시 구성한다는 축은 유지되고 있다.

세계 웰니스 산업이 커질수록 시설 자체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요가와 명상, 스파는 이미 세계 곳곳의 호텔에서 접할 수 있고 정밀진단과 장수 프로그램을 갖춘 고급 리트릿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의 웰니스가 경쟁력을 만들려면 해외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들여왔는지보다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연과 음식, 생활문화와 건강관리 방식을 어떻게 연결했는지가 중요해진다.

산림과 사계절, 지역 식재료와 발효문화, 온열·목욕문화, 명상과 음악·미술, 높은 수준의 의료와 디지털 기술은 각각 이미 존재하는 자산이다. 서로 떨어진 자원을 한 사람의 체류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면 한국형 웰니스는 스파나 의료관광 가운데 하나로만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다.

2024년 아시아 웰니스 관광시장이 31% 성장하고 한국이 36%의 증가율을 기록한 흐름은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웰니스 경제 역시 1190억달러 규모로 세계 12위에 올라 있다. 2026년의 경쟁은 ‘웰니스’라는 이름을 붙인 시설을 더 많이 만드는 단계에서 한 사람이 실제로 며칠 동안 어떻게 생활하도록 만들 것인지로 이동하고 있다.

종자산에서 선마을이 이어온 방식도 한 사람의 하루로 돌아온다. 숲길을 걷고 지역의 음식을 먹으며, 몸을 움직인 뒤 쉬고, 책과 음악·미술을 접하고,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건강한 삶은 어느 한 시설에서 완성되지 않고 먹고 걷고 쉬며 관계를 맺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만들어진다.

한국형 웰니스가 세계 시장과 만나는 기반도 이 생활의 연결에 있다. 산림과 계절, 음식과 움직임, 마음의 휴식과 문화적 생활을 하나의 체류시간으로 묶고 여행이 끝난 뒤에도 이어갈 수 있는 생활을 경험하게 하는 것. 종자산에서 이어지는 힐리언스 선마을의 웰에이징은 건강한 삶이 휴양을 넘어 체류산업으로 넓어지는 2026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