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 Demeulemeester Paris①] 팔레 루아얄 150㎡, 앤 드뮐미스터의 파리 확장 계산

밀라노 이어 2026년 두 번째 신규점…Galerie de Valois에 전 컬렉션 집약, 2027년 런던·도쿄·상하이까지 매장망 확대

2026-10-05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가 파리 자르댕 뒤 팔레 루아얄(Jardin du Palais Royal)에 새 플래그십을 열었다. Galerie de Valois 151-154에 자리한 매장은 150㎡ 규모다. 올해 문을 연 밀라노 Via Monte Napoleone 22 매장에 이어 2026년 두 번째 신규점이다.

파리점에는 남성복과 여성복, 슈즈, 액세서리, Serax 테이블웨어까지 브랜드의 전체 상품군이 들어갔다. 개점을 기념해 기존 대표 디자인을 다시 풀어낸 파리 한정 셔츠도 마련했다. 2027년에는 런던과 도쿄 플래그십, 상하이 Plaza 66 숍인숍이 예정돼 있다.

밀라노에서 파리로 이어진 올해의 행보와 내년 계획을 함께 놓으면 이번 개점은 파리 패션위크에 맞춘 단발성 행사보다 매장망 확대의 한 과정에 가깝다. 여러 도시에서 점포 수를 한꺼번에 늘리기보다 패션 소비의 중심지에 브랜드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차례로 확보하는 흐름이 읽힌다.

파리 Jardin du Palais Royal의 Galerie de Valois에 문을 연 Ann Demeulemeester 플래그십. 고전적인 기둥과 아케이드 안쪽에 절제된 매장 입구가 자리한다. 사진=Ann Demeulemeest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파리에서 고른 주소도 눈에 띈다. 앤 드뮐미스터는 넓은 대로를 끼고 대형 매장이 늘어선 상권 대신 팔레 루아얄의 회랑 안쪽을 택했다. 돌기둥과 아케이드가 이어지는 공간에 쇼윈도와 출입구가 나란히 놓이고, 매장은 거리 밖으로 크게 돌출되지 않는다.

팔레 루아얄의 상업 공간은 길을 지나며 우연히 마주치는 대형 플래그십과 성격이 다르다. 정원과 회랑을 따라 걷는 동선 안에서 매장을 찾아 들어가는 비중이 크다. 앤 드뮐미스터처럼 브랜드 색이 강하고 고객층이 뚜렷한 하우스에는 유동 인구의 절대 규모보다 매장을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150㎡라는 면적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초대형 매장으로 규모를 과시하기보다 제한된 공간 안에 남녀 의류와 슈즈, 액세서리, 테이블웨어를 함께 넣었다. 매장 크기를 키우는 대신 한 번 방문했을 때 접할 수 있는 상품군을 넓혔다.

의류와 슈즈, 액세서리만 놓는 일반적인 패션 매장에 Serax 테이블웨어까지 들인 것도 상품 구성의 폭을 보여준다. 옷을 사러 온 고객이 생활용품까지 둘러볼 수 있고, 브랜드를 패션 이외의 영역에서 접해온 고객도 매장 안에서 의류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파리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셔츠는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한 번 더 보탠다. 온라인과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같은 시즌 상품을 여러 지역에서 살 수 있는 환경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한 판매 장소만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특정 주소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제품은 파리점을 하나의 목적지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탠다.

Galerie de Valois의 아케이드 아래 이어지는 Ann Demeulemeester 파리 매장 외관. 여러 개의 개구부를 따라 쇼윈도와 출입구가 배치돼 팔레 루아얄 특유의 회랑형 상업 공간을 보여준다. 사진=Ann Demeulemeest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매장 내부는 거의 무채색으로 정리됐다. 밝은 벽과 검은 가구, 절제된 조명 사이에 의류와 액세서리를 배치했고, 맞춤 제작한 가구와 촉각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상품으로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옷과 가구 사이에 여백을 남긴 구성이 두드러진다.

150㎡ 안에 다양한 상품군을 넣으면서도 여백을 유지했다는 점은 파리점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상품 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매장보다 브랜드의 분위기를 함께 전달하는 공간에 가깝다. 의류 한 벌과 신발 한 켤레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앤 드뮐미스터의 색과 소재, 공간 감각을 함께 경험하도록 했다.

경제적인 부담은 분명 따라온다. 새 매장을 열면 임대료와 인테리어, 인력, 물류와 재고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 파리 패션위크 기간의 관심이 개점 초기 방문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매장을 유지하는 힘은 이후의 꾸준한 판매에서 나온다. 150㎡라는 크기가 작아 보여도 전체 컬렉션을 상시 운영하려면 상품 구성과 재고 배치, 판매 효율이 함께 맞아야 한다.

앤 드뮐미스터는 이 부담을 매장의 대형화보다 상품의 집약으로 풀었다. 파리라는 상징성을 확보하면서도 공간을 과도하게 넓히지 않았고, 대신 브랜드의 여러 카테고리를 한곳에 모았다. 한정 상품과 테이블웨어까지 더해 매장을 찾는 이유도 분명하게 만들었다.

2027년 계획에서는 도시별 매장 형식에도 차이를 뒀다. 런던과 도쿄에는 플래그십을 열고, 상하이 Plaza 66에서는 숍인숍으로 들어간다. 모든 도시에서 같은 형태의 점포를 반복하지 않고 시장마다 다른 크기와 운영 방식을 택하는 흐름이다.

파리점은 밀라노와 2027년 신규점 사이에 놓인 두 번째 거점이다. 올해 두 곳을 연 뒤 런던·도쿄·상하이로 이어지는 일정만 놓고 봐도 앤 드뮐미스터가 오프라인 유통망을 본격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팔레 루아얄의 150㎡는 그 방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넓은 공간보다 주소의 성격을 택했고, 매장 규모보다 상품군의 폭을 넓혔다. 쇼핑만을 위해 빠르게 드나드는 거리보다 정원과 회랑을 따라 머무는 장소에 들어가고, 파리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까지 붙였다.

앤 드뮐미스터의 파리 진출은 대형 플래그십 경쟁에 합류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팔레 루아얄이라는 장소, 150㎡라는 크기, 전 컬렉션과 한정 상품을 한곳에 모은 구성이 맞물려 있다. 2027년 런던과 도쿄, 상하이까지 매장망이 이어지면서 파리점은 브랜드가 앞으로 어느 도시에서 어떤 규모와 형식으로 공간을 늘려갈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으로 자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