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 Demeulemeester Paris③] 옷에서 Serax까지, 150㎡ 안에서 넓힌 상품 경제

레디투웨어·슈즈·액세서리·테이블웨어에 파리 한정 셔츠까지…한 매장에서 늘린 구매 접점과 브랜드 확장의 폭

2026-10-07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파리 플래그십은 150㎡ 안에 남성복과 여성복, 슈즈, 액세서리, Serax 테이블웨어를 함께 넣었다. 의류 중심의 플래그십에 생활용품까지 들인 구성이다. 파리점 개점을 기념해 브랜드의 대표적인 셔츠 디자인을 다시 풀어낸 한정 제품도 마련했다.

매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품 범위는 넓다. 재킷과 셔츠를 보러 온 고객이 신발과 액세서리, 테이블웨어까지 한 공간에서 접할 수 있다. 하나의 카테고리만 판매하는 매장보다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지점이 많아지는 구조다. 파리점이 150㎡라는 제한된 면적 안에서 전체 컬렉션을 모은 배경도 단순히 상품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구매 목적을 한 장소로 묶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패션 상품은 품목마다 구매 시점이 다르다. 아우터와 재킷처럼 계절과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슈즈와 액세서리는 의류와 다른 시기에 구매가 이뤄질 수 있다. 테이블웨어는 의류와는 또 다른 생활 소비에 속한다. 고객이 같은 브랜드를 접하는 이유가 여러 갈래로 늘어나면 방문 시점도 한 시즌에만 묶이지 않는다.

검은 프레임의 진열 구조와 유리 수납 공간, 의류 랙을 한 공간에 배치한 Ann Demeulemeester 파리 플래그십 내부. 의류와 소형 제품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열해 여러 상품군을 한 매장 안에서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진=Ann Demeulemeest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파리점의 상품 구성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의류와 생활용품을 별도의 공간으로 떼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매장 안에서 레디투웨어와 액세서리, 테이블웨어가 이어진다. 패션과 생활을 서로 다른 사업으로 분리하기보다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소비하도록 구성했다.

Serax 테이블웨어는 이런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옷은 사이즈와 계절, 착용 목적의 영향을 받지만 테이블웨어는 신체 조건과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다. 의류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도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를 다른 제품으로 접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의 고객층을 옷을 구매하는 사람으로만 한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상품군이 늘어나면 매장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판매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재킷을 구매한 고객이 슈즈까지 함께 살 수도 있고, 의류를 구입하지 않은 방문객이 액세서리나 테이블웨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실제 교차구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품 범위가 넓어질수록 한 번의 방문에서 구매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 늘어나는 구조는 분명하다.

이런 구성이 곧바로 객단가 상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이 많아져도 고객이 추가 구매를 하지 않으면 판매 효과는 제한적이다. 150㎡ 안에서 여러 카테고리를 운영하려면 어떤 상품을 앞에 두고 어느 제품을 함께 보여줄지까지 정교하게 맞춰야 한다. 상품군 확대가 매출로 이어지려면 진열과 상담, 재고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앤 드뮐미스터 파리점은 제품을 같은 방식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의류는 랙에 걸고, 소형 제품은 별도의 진열 구조와 유리 공간에 배치했다. 제품의 크기와 구매 방식에 따라 보여주는 방법을 달리하면서 한정된 면적을 나눈다.

이런 진열 방식은 고객의 속도를 바꾼다. 의류를 훑어본 뒤 진열 가구 앞에서 멈추고, 다시 다른 랙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생긴다. 매장 안에서 한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여러 종류의 상품을 차례로 살펴보게 된다. 작은 매장에서 여러 품목을 운영할수록 제품 사이의 이동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150㎡ 전체를 의류로 채웠다면 더 많은 착장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파리점은 일부 면적을 액세서리와 생활용품에 내줬다. 판매 가능한 의류 수를 늘리는 대신 브랜드가 다루는 상품의 범위를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매장 면적을 카테고리별로 나누는 일 자체가 상품 전략이 된 셈이다.

검은 벽면과 대형 거울, 길게 이어진 진열 가구가 중심을 이루는 파리 플래그십 내부. 의류 랙만으로 공간을 채우지 않고 독립된 진열 면을 두면서 패션과 액세서리, 오브제를 함께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사진=Ann Demeulemeest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파리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셔츠는 상품 구성을 넘어 매장 자체의 역할과 연결된다. 글로벌 온라인 판매가 보편화된 상황에서는 같은 시즌 제품을 여러 지역에서 구할 수 있다. 특정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면 파리점을 직접 찾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

한정 상품은 수량의 희소성뿐 아니라 장소와 제품을 묶는다. 파리에서 구매했다는 경험이 상품의 일부가 된다. 플래그십이 단순히 재고를 보유한 판매점과 달라지는 지점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임대료와 인력, 인테리어 비용을 감수하려면 온라인 판매로 대신하기 어려운 기능이 필요하다. 지역 한정 제품은 그 차이를 만드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앤 드뮐미스터가 대표적인 셔츠 디자인을 파리 한정판으로 다시 내놓은 점도 흥미롭다. 전혀 새로운 상품을 별도로 개발하기보다 브랜드 안에서 이미 축적된 디자인을 특정 장소와 연결했다. 기존 고객에게는 익숙한 브랜드 언어를 다시 제시하면서 파리점만의 구매 이유를 붙인 방식이다.

한정 상품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방문을 만들어낼지는 판매량과 재고 규모가 공개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신규 매장에 독점 상품을 두는 방식은 오픈 초기에 방문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데 유리하다. 패션위크 기간에 집중되는 관심을 매장 방문과 구매로 이어가는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Serax 테이블웨어와 한정 셔츠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매장의 상품 폭을 넓힌다. 테이블웨어는 패션 이외의 생활 영역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한정 셔츠는 의류 안에서 장소의 희소성을 만든다. 하나는 카테고리를 넓히고 다른 하나는 유통 범위를 좁힌다. 파리점에서는 두 방식이 동시에 사용됐다.

상품을 넓히면서도 매장마다 같은 구성만 반복할 필요는 없다. 특정 도시에서만 판매하는 제품과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컬렉션을 함께 두면 글로벌 브랜드의 일관성과 지역 매장의 차별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앤 드뮐미스터가 향후 런던과 도쿄 플래그십을 열 경우에도 각 도시에서 어떤 상품을 공통으로 가져가고 무엇을 지역별로 달리할지가 매장 운영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상품의 폭이 넓어질수록 재고 관리 부담은 커진다. 남녀 의류와 슈즈, 액세서리는 사이즈와 색상별 재고가 필요하고, 테이블웨어는 보관과 취급 방식이 다르다. 한정 셔츠까지 별도로 운영하면 일반 컬렉션과 다른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 150㎡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판매 면적뿐 아니라 뒤쪽의 재고 운영도 더 세밀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의류는 시즌이 지나면 재고 가치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반면 테이블웨어처럼 계절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은 판매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 구매 주기가 다른 상품을 한 공간에 두면 특정 시즌 의류 판매에 대한 의존도를 일부 분산할 수 있다. 다만 각 상품군의 실제 매출 비중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수익 구조가 달라졌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가격대의 폭도 중요하다. 고가 레디투웨어만 운영할 경우 매장을 방문해도 실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고객층은 제한된다. 슈즈와 액세서리, 생활용품처럼 다른 종류의 상품이 함께 있으면 소비자가 브랜드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다. 정확한 가격별 매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품군이 넓어질수록 구매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매장 직원의 역할도 달라진다. 의류의 소재와 핏을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슈즈와 액세서리, 테이블웨어까지 브랜드 전체를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 하나의 고객이 여러 카테고리를 오갈수록 판매 직원도 제품별 지식을 따로 갖추는 것보다 브랜드 전체를 이해하는 방식이 필요해진다.

앤 드뮐미스터가 파리점에서 전체 상품군을 한곳에 모은 것은 단순히 선택지를 많이 제공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패션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시간을 의류 한 벌의 구매 순간보다 길게 가져가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옷에서 신발과 액세서리로, 다시 생활용품으로 범위를 넓히면 브랜드는 고객의 옷장뿐 아니라 생활 공간까지 들어갈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 플래그십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서 달라진다. 온라인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바로 결제할 수 있지만, 매장에서는 브랜드가 어떤 제품을 서로 옆에 놓는지까지 보여줄 수 있다. 셔츠 옆에 어떤 슈즈를 두고, 의류와 생활용품을 어떤 가구 안에서 함께 보여주는지가 브랜드가 원하는 소비 방식을 설명한다.

파리점의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공간도 상품군을 연결하는 데 유리하다. 의류와 액세서리, 테이블웨어의 형태가 서로 달라도 밝은 벽과 검은 구조물을 공통 배경으로 사용하면 하나의 매장 안에서 이질감이 줄어든다. 각 제품군을 별도의 코너처럼 분리하기보다 같은 브랜드 언어 안에 넣을 수 있다.

150㎡라는 크기에서는 이런 통합이 더 중요하다. 카테고리마다 다른 인테리어를 적용하면 공간이 잘게 나뉘고 실제보다 좁게 느껴질 수 있다. 같은 색과 가구 체계를 유지하면서 제품의 진열 방식만 달리하면 한 공간의 연속성을 남길 수 있다.

앤 드뮐미스터 파리 플래그십의 상품 구성은 ‘더 많은 제품을 판다’는 한 문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 컬렉션을 모으면서 고객이 브랜드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늘렸고, Serax를 통해 패션 밖으로 범위를 넓혔다. 파리 한정 셔츠는 반대로 이 장소에서만 가능한 구매를 만들었다.

150㎡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상품의 종류를 넓힌 만큼 운영 부담도 함께 커졌다. 여러 카테고리의 재고와 판매 속도를 관리해야 하고, 각 상품이 차지할 진열 면적도 계속 조정해야 한다. 상품 다양성이 그대로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파리점의 구성은 앤 드뮐미스터가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어떻게 활용하려는지 보여준다. 플래그십을 의류만 많이 걸어두는 큰 매장으로 만들기보다 브랜드의 여러 제품을 한곳에서 경험하고 구매하는 거점으로 삼았다. 한정 상품까지 붙여 온라인이나 다른 도시의 판매처와도 차이를 냈다.

밀라노에 이어 파리, 다시 2027년 런던과 도쿄로 매장망이 넓어지면 이런 상품 구성이 각 도시에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가 중요해진다.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매장의 크기보다 한 고객이 몇 개의 상품군을 접하고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지가 유통 효율을 가르는 숫자가 된다.

파리의 150㎡ 안에 의류와 슈즈, 액세서리, 테이블웨어를 함께 들인 선택은 결국 매장 하나가 맡는 역할을 넓힌 것이다. 앤 드뮐미스터가 파리에서 확장한 것은 판매 면적보다 고객이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는 범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