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 Demeulemeester Paris⑤] 밀라노·파리 다음 런던·도쿄, 앤 드뮐미스터의 선택적 확장

2027년 런던·도쿄 플래그십, 상하이 Plaza 66 숍인숍…도시마다 달라지는 투자 규모와 글로벌 유통 전략

2026-10-09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의 오프라인 확장은 모든 도시에 같은 크기의 매장을 세우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2026년 밀라노와 파리에 플래그십을 연 데 이어 2027년에는 런던과 도쿄에 플래그십을 추가하고, 상하이에서는 Plaza 66의 숍인숍으로 들어간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독립 매장을 늘리면서 중국에서는 매장 형식을 달리한 계획이다.

파리 플래그십은 이 확장의 중간에 놓여 있다. 밀라노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신규점이면서, 이듬해 런던·도쿄·상하이로 이어지는 매장망 확대를 앞둔 거점이다. 파리점이 150㎡ 안에 남녀 레디투웨어와 슈즈, 액세서리, Serax 테이블웨어까지 한데 모은 것도 앞으로의 매장 전략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도시별 차이는 매장의 이름에서부터 나타난다. 런던과 도쿄에는 플래그십을 세우지만 상하이에서는 Plaza 66 안의 숍인숍을 택했다. 브랜드를 온전히 보여주는 독립 매장과 기존 상업시설 안에 들어가는 숍인숍은 필요한 공간과 투자 규모, 운영 방식이 다르다. 앤 드뮐미스터가 시장마다 같은 형태를 반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은 금속 프레임과 밝은 벽면 사이에 의류와 진열 공간을 배치한 Ann Demeulemeester 파리 플래그십 내부. 제한된 면적에서도 흑백 대비와 절제된 상품 구성을 유지해 브랜드의 공간 언어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사진=Ann Demeulemeest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래그십은 브랜드가 공간 전체를 활용해 상품과 인테리어, 서비스 방식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파리점처럼 의류에서 테이블웨어까지 여러 상품군을 한곳에 넣고 맞춤 가구와 조명까지 사용하는 구성도 독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구현하기 쉽다. 대신 임대와 인테리어, 인력, 재고를 모두 감당해야 해 초기 부담이 커진다.

숍인숍은 출발점이 다르다. 이미 고객이 모이는 백화점이나 복합 상업시설 안에서 일정 면적을 확보하기 때문에 독립 매장보다 공간을 작게 가져갈 수 있다. 상품군과 진열 면적을 제한하는 대신 기존 시설의 고객 유입과 운영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 신규 시장에서 브랜드가 부담해야 할 투자 범위를 줄이는 데도 유리한 방식이다.

상하이 Plaza 66에서 숍인숍을 택한 계획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 시장에 들어가되 처음부터 독립 플래그십을 세우는 방식은 아니다. 판매 반응과 고객층을 확인하면서 운영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형태다.

반면 런던과 도쿄는 플래그십이 예정돼 있다. 독립 매장은 매출만을 위한 공간보다 브랜드의 인상을 도시 안에 고정하는 역할이 크다. 시즌 상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컬렉션 전체와 공간 디자인, 서비스까지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어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힘이 강하다.

앤 드뮐미스터처럼 제품의 실루엣과 소재, 매장 분위기까지 하나의 이미지로 묶는 브랜드에는 이 차이가 더욱 중요하다. 멀티브랜드 매장에서 일부 상품만 보여줄 때와 브랜드가 직접 구성한 공간에서 전체 컬렉션을 보여줄 때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밀라노와 파리를 연이어 선택한 순서도 눈에 띈다. 두 도시는 패션산업에서 컬렉션과 바잉, 미디어와 소비가 동시에 움직이는 중심지다. 새 매장이 상품 판매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 관계자와 기존 고객, 해외 방문객이 브랜드를 직접 접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

파리점은 패션위크와 맞물려 문을 열었다. 신규 매장의 초기 노출을 높일 수 있는 시점에 개점하고, 팔레 루아얄이라는 장소까지 결합했다. 독립 매장의 경제성을 단순히 하루 방문객 수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매장이 패션위크 기간 브랜드 홍보와 고객 접점, 판매를 함께 담당할 수 있다.

런던과 도쿄가 추가되면 유럽과 아시아의 직접 접점도 늘어난다. 각 도시의 매장이 컬렉션 전체를 보여주고 현지 고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도매 유통에만 의존할 때보다 상품별 판매 흐름과 지역별 선호를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매장 수가 늘수록 위험도 함께 커진다. 플래그십은 임대료와 직원, 재고와 물류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매장을 열 때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설 관리와 교체, 시즌별 진열 변경까지 운영비가 따라온다.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확장하면 각 매장의 비용이 누적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도시에서 문을 여느냐보다 매장마다 어느 정도의 역할을 부여하느냐에 있다. 파리처럼 브랜드 전체를 보여주는 공간과 상하이처럼 숍인숍을 통해 접근하는 시장을 구분하면 투자 규모도 달라진다.

재고 운용에서도 차이가 난다. 플래그십은 전체 컬렉션을 폭넓게 갖춰야 할 가능성이 높고, 숍인숍은 고객 반응이 빠른 품목을 중심으로 상품을 줄일 수 있다. 상품 종류가 줄면 필요한 보관 공간과 재고 부담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앤 드뮐미스터가 도시별 매장 형식을 다르게 정한 계획은 이런 위험을 한 방식으로 묶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독립 매장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넓히고, 중국에서는 숍인숍을 통해 접근 규모를 조절한다.

파리 플래그십에서 사용한 공간 언어가 이후 매장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도 중요하다. 흰 벽과 검은 가구, 금속 프레임, 넓은 여백처럼 몇 가지 요소를 공통으로 유지하면 도시와 건물이 달라도 같은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 수 있다. 매장마다 완전히 다른 인테리어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설계와 제작 기준을 축적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공간을 똑같이 복제할 필요는 없다. 파리 팔레 루아얄과 런던, 도쿄는 건축과 주변 상권, 고객의 이동 방식이 서로 다르다. 브랜드의 핵심적인 색과 소재를 유지하면서 각 도시의 건물과 면적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이 과정에서 파리점은 일종의 기준점이 된다. 150㎡ 안에 전체 컬렉션과 Serax까지 넣고, 상품보다 여백을 넓게 사용하면서도 브랜드의 인상을 유지했다. 향후 신규점에서 어떤 요소를 반드시 남기고 어떤 부분을 줄일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비교 대상이 된다.

매장 확대는 도매와 직접 판매의 균형에도 영향을 준다. 자체 플래그십이 늘어나면 브랜드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비중이 커지고, 상품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가격과 서비스, 재고 배치까지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반면 직접 운영 접점이 많아질수록 판매 위험도 브랜드가 더 크게 떠안게 된다. 도매에서는 상품을 납품하는 시점에 일정 부분 판매가 확정되지만 플래그십에서는 실제 소비자가 구매할 때까지 재고가 브랜드에 남는다. 잘 팔리는 상품을 빠르게 보충하고 판매 속도가 느린 제품을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2027년 이후에는 매장 수보다 매장별 효율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플래그십에서는 면적당 판매와 객단가, 재고 회전, 반복 방문이 중요하고, 숍인숍에서는 작은 면적에서 어느 정도의 매출을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같은 브랜드라도 매장 형태가 다르면 봐야 할 숫자도 달라진다.

앤 드뮐미스터의 확장은 현재까지 공개된 계획만 놓고 보면 무작정 점포 수를 늘리는 방식과는 다르다. 밀라노와 파리에 독립 매장을 열고, 런던과 도쿄까지 플래그십을 이어가면서 상하이에서는 숍인숍을 선택했다. 도시의 역할과 시장 진입 방식에 따라 투자 규모를 나누는 흐름이다.

파리 팔레 루아얄의 150㎡가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은 면적에 전체 상품군을 담고, 맞춤 가구와 여백을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만들었다. 독립 매장이 얼마나 커야 하는가보다 한 공간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를 먼저 계산했다.

2027년 런던과 도쿄, 상하이가 더해지면 앤 드뮐미스터의 리테일 전략은 한층 분명해진다. 모든 시장에서 같은 크기의 매장을 반복하는 대신 브랜드를 깊게 보여줄 도시에는 플래그십을 두고, 다른 시장에서는 숍인숍으로 접근 범위를 조절한다. 매장의 형식을 도시마다 달리하면서 투자 부담과 브랜드 노출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파리에서 시작된 계산은 결국 점포 수보다 구조에 가깝다. 어느 도시에서는 브랜드 전체를 보여주고, 어느 도시에서는 더 작은 면적으로 시장에 접근한다. 앤 드뮐미스터가 2026년 밀라노와 파리에서 시작해 2027년 런던·도쿄·상하이로 이어가는 확장은 매장을 많이 여는 경쟁보다 각 도시에서 필요한 만큼의 공간과 자본을 배치하는 선택적 유통 확대에 무게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