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GE SS27②] ‘ANTI WAR’ 아래 들어온 군복, AWGE가 전쟁의 기호를 다루는 방식

전술 조끼·가스마스크형 롱코트·군악대 재킷·보호복의 흔적까지…반전의 제목과 군사 이미지가 한 컬렉션에서 맞부딪힌 SS27

2026-10-07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AWGE SS27의 제목은 ‘ANTI WAR GLOBAL ECONOMICS’다. 그러나 런웨이에 가장 많이 남은 이미지는 평화의 상징보다 전쟁과 군사 장비에 가까웠다. 전술 조끼와 트렌치코트, 가스마스크를 연상시키는 긴 아우터, 탄약 상자 형태의 소품, 군악대 제복에서 가져온 금색 장식, 보호복을 떠올리게 하는 후드와 헤드웨어가 이어졌다. A$AP Rocky와 AWGE는 반전을 내세운 제목 아래 오히려 군복의 형태와 권력의 기호를 전면에 끌어냈다.

‘ANTI WAR’와 군사 이미지의 병치는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날카롭게 읽히는 부분이다. 전쟁을 비판하기 위해 전쟁의 상징을 가져온 것인지, 군복의 강한 시각적 효과를 패션의 소재로 사용한 것인지 한쪽으로 단순하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런웨이에 등장한 옷들은 두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제복과 보호 장비의 형태를 비틀면서도 군복이 가진 위압감과 긴장감 자체는 상당 부분 유지했다.

짙은 레드 계열의 긴 레더 아우터가 몸을 크게 감싸고 얼굴 주변까지 이어진 형태가 보호 장비와 방독면을 연상시킨다. 광택이 강한 표면과 긴 길이가 군사적 긴장을 패션의 실루엣으로 옮겼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짙은 레드의 긴 아우터는 SS27의 군사 이미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몸을 거의 전부 덮는 길이와 얼굴 주변의 구조가 일반적인 코트보다 보호복에 가까운 인상을 만들고, 광택이 강한 표면은 실용적인 군복과 다른 방향으로 옷을 끌고 간다. 실제 기능을 위한 장비의 형태가 런웨이에서는 강한 색과 레더의 질감으로 바뀌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보호복과 가스마스크는 신체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장비지만 AWGE에서는 실용성보다 이미지가 앞선다. 얼굴을 가리고 몸을 덮는 구조는 그대로 남지만 레드와 광택, 긴 실루엣이 더해지면서 무대 의상에 가까워진다. 전쟁의 현실에서 사용되는 장비가 패션의 강한 외형으로 옮겨지는 순간이다.

반전을 내세운 컬렉션에서 이런 옷을 사용하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긴장을 만든다. 군사 장비를 비틀어 권력의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같은 기호를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옷으로 다시 소비하게 만든다. ‘ANTI WAR’라는 문구만으로 군복의 의미가 자동으로 뒤집히지는 않는다.

AWGE는 군사 이미지를 한 종류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전술 조끼처럼 현대적인 기능복에서 가져온 형태가 있는가 하면, 금색 브레이드가 촘촘하게 들어간 군악대형 재킷처럼 의전과 제복의 성격이 강한 옷도 등장했다. 화학 보호복을 떠올리게 하는 후드와 장갑, 탄약 상자 형태의 소품까지 더해지면서 군대의 여러 층위가 한 컬렉션 안에서 겹쳤다.

얼굴을 깊게 덮는 후드와 장갑, 어두운 기능복이 몸을 감싼다. 일반적인 스트리트웨어보다 보호복과 작업복에 가까운 구조를 가져와 신체를 가리는 정도와 소재의 긴장을 높였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후드와 장갑으로 신체를 감싼 착장은 레드 아우터와 다른 방식으로 위협과 보호의 이미지를 만든다. 색을 크게 사용하기보다 얼굴과 손을 가리고 몸의 표면을 닫아 긴장감을 높였다.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장비를 떠올리게 하지만, 런웨이에서는 기능적인 장비 자체보다 폐쇄적인 실루엣이 먼저 남는다.

얼굴을 가리는 방식도 반복됐다. 그래픽 베일과 체인메일을 떠올리게 하는 머리 장식, 오일에 담근 듯한 헤드웨어가 등장하면서 모델의 표정과 개인적인 인상보다 옷과 장비의 형태가 앞에 놓였다. 사람의 얼굴을 줄이고 제복과 장비의 익명성을 키운 구성이다.

제복은 본래 개인보다 조직을 먼저 드러내는 옷이다. AWGE SS27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전술 조끼와 보호복형 아우터를 입은 모델은 개별적인 인물보다 하나의 집단을 연상시키고, 군악대형 재킷은 다시 의전과 권위의 분위기를 불러온다. 다만 AWGE는 동일한 유니폼을 반복하지 않고 각 착장마다 색과 길이, 레이어를 크게 달리해 획일적인 군복의 성격을 흐트러뜨렸다.

전술 조끼를 셔츠 위에 붙인 옷은 이런 변형이 가장 분명하다. 군사용 장비에서 익숙한 패딩과 포켓, 스트랩을 팝린 셔츠에 결합하면서 전술복과 일반적인 셔츠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타이와 셔츠가 가진 사무적이고 정돈된 인상 위에 장비의 부피를 얹어 전혀 다른 상체 비율을 만들었다.

전술 조끼를 연상시키는 패딩 구조와 카고 팬츠가 상·하체에 반복된다. 군복에서 익숙한 포켓과 부피를 일상적인 셔츠와 팬츠에 겹쳐 기능복과 스트리트웨어 사이의 경계를 흐렸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술 조끼는 현대 패션에서 이미 낯선 품목이 아니지만 AWGE SS27에서는 컬렉션 제목과 만나 의미가 달라진다. 장비를 단순한 스트리트웨어의 디테일로 소비하기보다 ‘ANTI WAR GLOBAL ECONOMICS’라는 문구 아래 반복해 배치했기 때문이다. 전술복의 이미지가 장식에서 컬렉션 전체를 읽는 단서로 커진다.

AWGE가 군복을 그대로 복제한 것도 아니다. 셔츠와 타이, 카고 팬츠, 스커트와 박서, 트렌치코트 같은 서로 다른 옷에 전술 장비의 부품을 섞었다. 실제 군복이 기능을 위해 형태를 통일한다면 AWGE는 기능을 해체하고 각각의 부품을 다른 옷으로 이동시킨다.

트렌치코트 역시 군사적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쓰였다. 길고 넓은 코트는 수트와 셔츠 위에 겹쳐졌고, 어깨와 허리에는 전술복의 부피가 더해졌다. 전통적인 남성복과 군사 장비가 한 착장에서 충돌하면서 정장과 제복의 경계도 흐려졌다.

군복과 수트가 가까이 놓이는 방식은 AWGE SS27의 풍자적인 성격과도 연결된다. 군인과 직장인, 행진 제복과 스트리트웨어처럼 서로 다른 권위의 복장이 한 런웨이에 섞인다. 권력을 상징하는 옷을 하나의 위계로 세우기보다 서로 다른 옷과 충돌시키면서 권위의 표면을 낯설게 만든다.

금색 장식을 촘촘히 얹은 군악대형 재킷에서는 이 성격이 더 강해진다. 군악대 제복은 본래 질서와 통일성을 강조하는 옷이지만 AWGE에서는 화려한 장식과 런웨이의 과장된 스타일링을 만나 공연 의상처럼 바뀐다. 제복이 가진 규율보다 표면의 장식성이 먼저 들어온다.

금색 브레이드 장식이 반복된 군악대형 재킷이 검은 바탕 위에서 강한 대비를 만든다. 제복의 장식 체계를 가져오면서도 런웨이와 공연 무대에 가까운 과장된 표면으로 바꿨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금색 브레이드는 권위와 의식을 상징하는 제복의 인상을 남기면서도 패션에서는 장식 그 자체로 읽힌다. 검은 바탕 위에 금색 선이 반복되면서 신체의 움직임보다 재킷의 표면이 먼저 보이고, 군복의 규율은 무대의 화려함으로 바뀐다.

이 변화는 SS27에서 반복되는 군사 이미지의 또 다른 방향이다. 가스마스크와 보호복에서는 불안과 위험의 기운을 끌어왔고, 군악대 제복에서는 권위와 의전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전술 조끼와 카고에서는 기능성과 실용성이, 탄약 상자 형태의 소품에서는 전쟁 장비의 물성이 남았다.

한 컬렉션 안에서 군대의 여러 이미지를 모두 끌어온 만큼 제목과 옷 사이의 간극도 커진다. ‘ANTI WAR’라는 두 단어가 전쟁에 반대한다는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지만 런웨이는 전쟁의 기호를 지우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보여준다.

반전의 언어가 군복의 이미지를 약화시키는지, 군복의 강한 이미지가 반전의 언어를 압도하는지는 착장마다 결과가 달라진다. 보호복형 아우터와 탄약 상자가 등장할 때는 전쟁의 분위기가 직접적으로 남고, 군악대형 재킷에서는 군사적 권위보다 공연 의상의 성격이 강해진다. 전술 조끼가 셔츠에 붙으면 군복은 일상복의 일부가 된다.

컬렉션이 흥미로운 부분도 이 불균일함에 있다. AWGE는 전쟁의 상징을 하나의 명료한 메시지로 정리하기보다 수트와 스트리트웨어, 여성복과 공연 의상 사이에 흩어놓았다. 군사 이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게 유지하지 않고 때로는 과장하고, 때로는 장식으로 바꾸며, 때로는 카고와 베스트처럼 익숙한 거리의 옷으로 낮췄다.

그 과정에서 풍자는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한다. 금색 제복을 과장해 무대 의상처럼 만드는 순간에는 권위의 이미지가 흔들리지만, 전술 장비가 멋을 위한 실루엣으로 정리되는 순간에는 군사 기호가 다시 스타일로 소비된다. 제목과 실제 옷 사이에서 생기는 이 흔들림을 빼놓고 SS27을 반전 컬렉션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GLOBAL ECONOMICS’가 붙은 제목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런웨이 안에는 군사적 기호뿐 아니라 Puma와 Ray-Ban, Christian Louboutin 등 여러 브랜드와 연결된 상품이 함께 들어왔다. 전쟁과 경제를 제목에 놓은 컬렉션이 실제 무대에서는 협업과 상품, 콘서트까지 한꺼번에 연결됐다.

AWGE는 정치적 선언문처럼 문장을 길게 설명하는 대신 옷과 쇼의 형식을 앞에 놓았다. 그래서 ‘ANTI WAR GLOBAL ECONOMICS’라는 제목의 의미는 의상만으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 여러 방향으로 갈린다. 군복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부분과 패션의 강한 이미지로 사용하는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

파리 아코르 아레나라는 장소는 이 모순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군악대형 제복과 전술 조끼, 보호복형 아우터가 공연장이 가진 규모와 조명을 만나면서 실제 군사복보다 쇼의 이미지로 강하게 바뀌었다. 전쟁의 기호가 공연과 파티의 공간으로 옮겨진 것이다.

SS27에서 AWGE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것은 군복 자체보다 군복의 이미지를 얼마나 쉽게 다른 옷으로 옮길 수 있는가에 있다. 전술 조끼는 셔츠 위로 올라가고, 제복의 금색 장식은 공연용 재킷이 되며, 보호복의 후드와 마스크는 레더 아우터의 실루엣으로 바뀐다. 기능을 잃은 군사 장비가 패션의 형태와 표면으로 다시 조립됐다.

‘ANTI WAR GLOBAL ECONOMICS’는 그래서 제목과 옷이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컬렉션이 아니다. 반전을 말하면서 전쟁의 시각적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권위의 제복을 비틀면서도 군복이 가진 강한 외형은 버리지 않았다. AWGE SS27의 군사 이미지는 메시지를 단순하게 설명하는 도구보다 컬렉션 전체에 긴장을 남기는 요소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