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GE SS27④] 스커트·카고·박서가 허리에서 겹쳤다, AWGE가 바꾼 하의의 비율

랩 스커트·비대칭 미니·겹쳐 올린 박서까지…수트와 군복, 스트리트웨어의 부품을 허리 아래에서 다시 조합한 SS27

2026-10-09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AWGE SS27은 상의보다 허리 아래에서 더 과감하게 복식의 경계를 흔들었다. 체크 랩 스커트는 팬츠 위로 겹쳐졌고, 박서는 허리선 위로 여러 층 드러났다. 보머 재킷에서 가져온 듯한 부피는 비대칭 하의로 옮겨갔고, 테일러드 재킷 아래에는 짧은 미니가 붙었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설계하기보다 수트와 군복, 스트리트웨어에서 가져온 요소를 한 착장 안에서 다시 조합했다.

허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인 수트와 팬츠에서는 재킷이 끝나고 팬츠가 시작되는 위치가 비교적 분명하다. AWGE는 그 경계를 여러 겹으로 만들었다. 셔츠와 재킷 아래에 박서가 올라오고, 팬츠 위에는 스커트가 겹쳐진다. 벨트와 웨이스트밴드가 동시에 드러나면서 몸의 실제 허리와 옷이 만들어낸 허리선이 서로 어긋난다.

체크 패턴의 랩 형태 하의를 팬츠 위에 겹쳐 허리 아래에 두 개의 층을 만들었다. 팬츠의 세로선과 스커트의 가로 방향이 동시에 드러나면서 전통적인 남성복 하의의 형태를 느슨하게 풀었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체크 랩 스커트와 팬츠의 조합은 이런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팬츠를 벗어내고 스커트로 교체하지 않았다. 두 옷을 동시에 입혀 각각의 형태를 그대로 남겼다. 다리는 팬츠가 길게 덮지만 골반과 허벅지 윗부분에는 또 다른 천이 감긴다.

체크는 전통적인 테일러링과 스커트 모두에서 익숙한 패턴이다. AWGE는 그 익숙함을 이용하면서 입는 순서를 바꿨다. 팬츠 위에 랩 형태를 추가하자 정장형 하의와 스커트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쉽게 분류되지 않는 비율이 생긴다.

팬츠는 하체를 세로로 길게 정리하고, 겹쳐진 스커트는 허리와 골반을 가로로 나눈다. 두 방향의 선이 동시에 남으면서 다리의 길이는 유지되지만 골반 부근의 면적은 커진다. 상체에 재킷과 셔츠, 전술 조끼처럼 여러 층이 쌓인 착장과도 균형이 맞는다.

박서를 드러내는 방식은 스트리트웨어에서 오래 사용돼 왔지만 AWGE는 한 층으로 끝내지 않았다. 여러 개의 웨이스트밴드를 허리 위로 겹쳐 올리면서 속옷과 팬츠의 경계를 장식처럼 사용했다. 옷을 제대로 입었을 때 감춰지는 부분이 오히려 가장 눈에 띄는 위치로 올라왔다.

허리선이 여러 개 생기면 다리의 시작점도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팬츠의 실제 웨이스트보다 위쪽에서 박서가 보이고, 랩 스커트가 그 아래나 옆을 다시 감싼다. 몸의 비율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대신 허리 부근에 정보를 집중한 구성이다.

전통적인 남성 수트가 허리선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처리하는 것과는 반대다. 셔츠는 팬츠 안으로 들어가고 벨트는 한 줄로 정리되며 재킷이 그 위를 덮는 방식에서 벗어났다. AWGE는 감춰졌던 레이어를 밖으로 꺼내고 각 층의 끝을 그대로 보여줬다.

상체의 베스트형 구조 아래 비대칭 하의를 연결해 좌우 길이를 다르게 잡았다. 직선적인 상체와 한쪽으로 치우친 하의가 맞붙으면서 허리 아래의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대칭 하의에서는 좌우 길이가 달라지면서 골반의 중심도 한쪽으로 이동한다. 수평으로 끝나는 스커트나 쇼츠와 달리 한쪽 면적이 더 길게 내려오면 시선이 허리에서 대각선 아래로 흐른다. 상체가 반듯할수록 이런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베스트처럼 몸통을 직선적으로 정리한 상의 아래 비대칭 하의를 붙이면 상·하체가 서로 다른 규칙을 따른다. 어깨와 몸통은 비교적 반듯하게 남지만 골반 아래에서는 천의 길이와 방향이 달라진다. 한 벌 안에서 수트의 질서와 해체된 하의가 맞붙는 방식이다.

보머 재킷에서 가져온 형태를 하의로 옮긴 발상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보머는 본래 상체를 감싸는 아우터지만 부피와 절개를 아래로 이동시키면 골반과 허벅지의 윤곽이 달라진다. 상의에서 익숙한 구조가 하의로 옮겨갈 때 옷의 성격도 함께 바뀐다.

AWGE SS27에서는 이런 이동이 반복된다. 전술 조끼의 패딩과 포켓은 셔츠와 결합하고, 군악대 제복의 장식은 공연형 재킷으로 바뀐다. 하의에서는 보머와 카고, 박서와 스커트의 요소가 서로 섞인다. 옷의 이름보다 부품을 어디에 배치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테일러링 역시 하의와 만나면서 성격이 달라진다. 재킷의 어깨와 라펠은 남성 수트에서 익숙한 형태를 남기지만 아래에는 미니 길이가 붙는다. 긴 팬츠와 연결됐을 때보다 다리의 노출이 크게 늘면서 재킷의 길이와 몸의 비율도 달라진다.

테일러드 재킷 아래 짧은 미니 길이의 하의를 배치했다. 반듯한 어깨와 라펠이 만드는 수트의 상체와 허벅지 위에서 끝나는 하의가 강한 길이 차이를 만든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테일러드 재킷과 미니를 연결하면 재킷 자체도 길어 보인다. 팬츠가 이어질 때는 상·하의가 하나의 세로선으로 연결되지만 짧은 하의에서는 재킷 밑단과 다리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진다. 정장의 상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의만 짧게 바꿔 비율을 전환한 방식이다.

여성복의 전형적인 미니 수트와도 조금 다르다.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고 재킷과 스커트의 선을 맞추기보다 재킷의 남성적인 크기와 짧은 하의를 그대로 맞붙였다. 상체는 넓고 단단하게 남기고 하체에서는 옷의 면적을 크게 줄였다.

이런 비율에서는 몸의 성별보다 옷의 크기 차이가 먼저 들어온다. 남성복의 재킷을 여성복에 맞게 작게 축소하기보다 큰 어깨와 넓은 몸판을 유지하고, 그 아래에 미니를 둔다. 남성과 여성의 옷을 각각 완성한 뒤 섞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복식에서 필요한 형태를 그대로 가져왔다.

AWGE가 남녀 복식의 구분을 다루는 방식도 이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보인다. 남성에게 스커트를 입히고 여성에게 수트를 입히는 단순한 교환에서 끝나지 않는다. 팬츠 위에 스커트를 겹치고, 수트 재킷 아래에 미니를 붙이며, 박서의 웨이스트밴드를 장식처럼 올려 옷의 구성 순서 자체를 바꾼다.

스트리트웨어에서 익숙한 허리 노출도 정장과 함께 놓이면서 다른 인상을 만든다. 박서와 벨트가 여러 층 보이는 하의 위에 셔츠와 타이를 올리면 상체와 하체가 서로 다른 사회적 복장을 입은 듯한 대비가 생긴다. 목에서는 정장의 규칙을 따르고 허리에서는 그 규칙을 흐트러뜨리는 식이다.

카고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넓은 포켓과 실용적인 절개가 들어간 카고는 군복과 작업복에서 출발한 하의다. AWGE는 카고를 단순한 스트리트 팬츠로 사용하지 않고 비대칭 길이와 재킷형 구조를 섞어 하의의 외곽을 바꿨다.

카멜 계열 재킷 아래 비대칭 카고형 하의를 연결했다. 재킷은 상체를 반듯하게 정리하고 하의는 포켓과 서로 다른 길이를 강조해 테일러링과 유틸리티의 대비를 만들었다. 사진=AW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카멜 계열 재킷과 카고형 하의는 상·하체의 성격을 뚜렷하게 나눈다. 상체는 재킷의 형태를 유지하고 아래에서는 포켓과 절개, 비대칭 길이가 강조된다. 테일러링과 유틸리티가 색보다 형태에서 구분되는 착장이다.

카고의 포켓은 하체의 폭도 바꾼다. 팬츠 옆면에 붙었을 때보다 짧은 하의에 집중되면 골반과 허벅지 주변의 부피가 커진다. 반듯한 재킷과 맞붙을수록 아래쪽의 거친 구조가 더 또렷해진다.

AWGE SS27의 하의는 몸을 길게 정리하기보다 허리와 골반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여러 개의 웨이스트밴드, 겹쳐진 스커트, 비대칭 밑단과 큰 포켓이 모두 몸의 중심 가까이에 모인다. 상체에 여러 겹의 아우터를 쌓은 것처럼 하체에서도 층을 만들어 전체 실루엣의 밀도를 맞췄다.

이런 구성은 컬렉션의 군사 이미지와도 이어진다. 군복은 기능에 따라 벨트와 포켓, 스트랩을 몸의 특정 위치에 배치한다. AWGE는 그 기능적인 부품을 남겨두면서 실제 용도와는 다른 위치와 형태로 옮겼다. 카고의 포켓은 부피를 만드는 장치가 되고, 웨이스트밴드는 장식이 되며, 보머의 구조는 스커트로 이동한다.

하의를 다루는 방식이 과장됐어도 모든 착장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짧은 미니와 몸에 붙는 하의가 있는가 하면 팬츠 위에 스커트를 더해 면적을 늘린 착장도 있다. 한쪽에서는 다리를 크게 드러내고 다른 쪽에서는 여러 겹의 천으로 골반과 허벅지를 감쌌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차이를 지우기보다 각자 익숙한 옷의 구성 요소를 서로 바꿔 사용한 결과다. 재킷은 남성 수트의 비율을 유지하고 미니는 여성복의 짧은 길이를 남긴다. 팬츠와 박서, 랩 스커트도 각각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유지된다. 서로 다른 옷을 하나로 녹이기보다 한 착장 안에서 동시에 보이게 했다.

SS27에서 허리는 그래서 단순한 신체의 중심이 아니다. 정장과 스트리트웨어, 남성복과 여성복, 군복과 일상복이 만나는 경계가 됐다. 셔츠와 타이로 정리된 상체 아래에서 웨이스트밴드가 여러 층 올라오고, 팬츠 위에 스커트가 겹쳐지는 순간 서로 다른 복식의 규칙이 한곳에서 충돌한다.

AWGE가 바꾼 것은 스커트나 팬츠 하나의 형태보다 그 옷을 어떤 순서로 입는가에 가깝다. 팬츠 위에 스커트를 더하고, 속옷의 허리선을 밖으로 꺼내며, 재킷의 구조를 하의로 이동시켰다. 익숙한 품목을 없애지 않고 위치와 겹침을 달리해 새로운 비율을 만들었다.

아코르 아레나에서 이 변화는 멀리서도 분명하게 읽혔다. 상체는 넓고 하체는 짧아지거나, 팬츠 위에 또 하나의 천이 겹쳐지고, 허리에서는 여러 층의 밴드가 반복됐다. 작은 장식보다 옷의 층과 길이 차이가 먼저 보였다.

AWGE SS27의 남녀 복식은 하나의 중성적인 실루엣으로 수렴하지 않았다. 수트와 미니, 박서와 랩 스커트, 카고와 비대칭 하의가 각자의 성격을 남긴 채 한 몸에서 겹쳤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없애기보다 경계를 이루던 부품을 서로 교환하고 다시 배치한 것이 이번 시즌 하의의 가장 뚜렷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