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을 다시 짠다②] AI 생산성 3%와 55%…한국 AX, 도입률 넘어 업무 재설계로

맥킨지 조사, AI 쓰는 개발자 대다수 생산성 향상 약 3%…상위 20%는 평균 55% 전 세계 엔지니어 격차 줄이면 최대 8000억달러 가치 추산 이재명 정부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 국정과제…산업·공공 AX 확대 속 성과 전환 능력 중요

2026-10-06     김 규운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면담을 갖고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2026. 07.25 ktv (이재명 대통령은 현지시간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호텔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황금시대로 진입하는 데 앞으로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같은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이에서 생산성 향상 폭은 약 3%와 55%로 갈렸다. 맥킨지가 2026년 5월 실시한 조사에서 AI 도구를 활용하는 개발자의 약 80%는 평균 3% 안팎의 생산성 향상을 기록했다. 상위 20%의 평균 상승률은 55%였다. AI를 도입했느냐보다 조직이 AI를 어떤 업무 구조 안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사 범위는 제품·엔지니어링 분야 응답자 334명이다. 개발자 생산성 분석에는 198명이 포함됐다. 기술·미디어·통신을 비롯해 금융·보험, 소비재·유통, 헬스케어·생명과학, 제조·물류·운송 분야가 조사 대상에 들어갔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가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지만 생산성 상승폭은 조직마다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팀 단위로 범위를 넓히면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 제품·엔지니어링 리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0%가 AI 도입 뒤 팀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답했다. AI가 코드 작성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제품 개발 전체가 자동으로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코드 생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설계를 결정한 뒤 코드를 작성하며, 시험과 보안 검증을 거쳐 실제 서비스에 배포해야 한다. 오류가 발생하면 수정하고 다시 검증한다. AI가 특정 단계의 처리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도 앞뒤 작업이 기존 방식에 머물면 병목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에이전틱 AI가 들어오면서 변화 폭은 더 커지고 있다. 단순한 코딩 보조도구는 개발자가 요청한 코드를 제안하는 역할에 가까웠지만 AI 에이전트는 업무를 나누고 순서를 정한 뒤 코드를 작성하고 시험하며 수정하는 과정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람이 수행하던 여러 단계가 하나의 자동화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개발자의 역할과 검토 방식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성과가 높은 조직에서는 AI 도구만 추가하지 않았다.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해 출시하는 전체 과정, 담당자의 역할, 품질관리 체계, 의사결정 방식, 변화관리까지 함께 조정했다. 기존 업무절차를 그대로 둔 채 AI 사용량만 늘린 조직과 개발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한 조직의 생산성이 갈라지는 배경이다.

생산성 차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약 3000만명이 상위 20%에 가까운 생산성 향상을 달성할 경우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치는 약 8000억달러로 추산됐다. 중견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다.

8000억달러는 AI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가치가 아니다. 현재 나타난 약 3%와 55% 사이의 격차를 조직이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전제로 계산한 수치다. 개발자 한 명에게 AI 계정을 지급하거나 코딩 도구를 설치하는 것과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국의 국가 AI 전략에서도 ‘사용’이 독립된 정책 영역으로 올라왔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내걸면서 ‘AI 고속도로 구축’과 별도로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 구현’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정책과 AI를 산업·공공·사회 영역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정책을 나눠 추진하는 구조다.

2026년 산업 현장에서도 AI 전환(AX) 사업이 확대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가 통합 공고한 산업·제조 AX 사업은 11개, 예산 규모는 4230억원이다. 제조기업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고 생산·개발 과정의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이 여러 부처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도 AI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 공공 AX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서비스에 AI를 접목하고 행정과 국민 서비스에서 AI 활용을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2026년 AI 투자 방향에도 공공부문 AX와 지역 AX 혁신 거점, AI 기반 업무혁신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산업과 공공부문에서 AI 이용 기업과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생산성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맥킨지 조사에서 같은 AI 도구를 쓰고도 생산성 상승폭이 18배 이상 벌어진 결과는 사용량과 성과가 별개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제조현장에서는 생산시간과 불량률, 설비 가동률, 에너지 사용량이 성과를 가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는 개발기간과 오류 수정시간, 배포 주기, 개발자 한 명이 처리하는 업무량이 달라질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민원 처리시간과 반복 행정업무 감소, 서비스 접근성 등 실제 업무 결과를 통해 AI 활용 효과가 나타난다.

AI 도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 내부의 관리 방식도 바뀌고 있다. 개발자가 AI로 코드를 더 빨리 만들면 검토해야 할 코드의 양도 늘어난다. 에이전트가 여러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할수록 사람은 직접 작성하는 시간보다 검증하고 승인하는 비중이 커진다. 기존 직무분담과 평가체계를 유지하면 AI가 줄인 시간만큼 새로운 검토 업무가 늘어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숙련도 격차도 생산성 차이에 영향을 준다. AI가 생성한 결과의 품질을 판단하고 잘못된 답을 걸러내려면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높은 성과를 내는 개발팀에서는 AI에 맡길 업무와 사람이 직접 판단할 업무를 구분하고, 생성된 코드의 품질과 보안을 확인하는 절차까지 업무 흐름 안에 포함한다.

기업의 AI 경쟁은 도구 보급률에서 조직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AI 계정을 몇 명에게 지급했는지, 하루에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를 세는 방식만으로 실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워졌다. 같은 모델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업무 흐름과 인력, 책임체계, 데이터, 검증 절차를 함께 바꿀 수 있는 조직의 생산성이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도 산업 현장의 성과와 연결될 때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GPU와 데이터센터는 AI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지만, 기업의 개발시간이나 제조원가, 공공서비스 처리시간을 줄이는 과정은 각각의 조직 안에서 이뤄진다.

맥킨지가 계산한 8000억달러의 출발점도 새로운 AI 모델이 아니다. 이미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엔지니어 사이에서 발생한 생산성 격차다. 3000만명의 엔지니어가 상위 20%의 작업 방식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가치가 만들어진다.

2026년 한국에서는 산업·제조 AX 11개 사업과 공공 AX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라는 국정 목표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AI 사용량보다 생산시간 단축, 비용 절감, 개발 속도, 서비스 품질 같은 실제 성과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AI 보급 경쟁 이후의 격차는 같은 기술을 조직의 생산성으로 바꾸는 방식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