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대전환, 노동의 재편③] 신입이 하던 일을 AI가 한다…흔들리는 ‘첫 5년’의 숙련 경로

미국 AI 고노출 직종 22~25세 고용, 저노출 직종과 비교한 추세보다 19% 낮아 자료조사·문서작성·기초분석·기본 코딩 자동화…신입이 경험 쌓던 업무부터 변화 한국도 고노출 청년 고용 감소폭 더 커…AI 단독 영향 단정 어렵지만 ‘숙련 사다리’ 재설계 필요

2026-10-07     조종식 기자

[KtN 조종식기자]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신입사원이 맡아온 업무에서 먼저 구체화되고 있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거나 문서 초안을 만들고 데이터를 정제하며 기본적인 코드를 작성하는 일은 기업의 생산활동인 동시에 초급 인력이 업무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이런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에는 생산성 향상의 기회가 생겼지만, 노동시장에는 신입이 숙련자로 성장해온 기존 경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청년층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가 수백만명의 급여 행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6월 기준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22~25세 청년의 고용은 AI 노출도가 낮은 또래 직종의 흐름을 따랐을 경우와 비교해 19% 낮았다. 경력 노동자에게서는 같은 수준의 격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청년층 고용 변화도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 감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이를 AI가 청년 고용 감소를 직접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로 단정하지 않고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초기 신호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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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기업의 채용에서도 신입 진입구가 좁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가 기술 인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 기술기업의 신입·초급 인력 채용은 2019년보다 약 65%,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서는 약 76% 줄었다. 전체 기술기업 채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감소한 경기·산업 환경을 함께 감안해야 하지만, 기업의 조직구조가 숙련 엔지니어 중심으로 얇아지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기업이 신입을 적게 뽑는 이유를 AI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금리와 투자 위축, 코로나19 시기의 과잉채용 조정, 원격근무 확산, 산업별 경기 차이도 신입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AI가 기업 내부에서 먼저 흡수하는 업무와 신입사원이 전통적으로 맡아온 업무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은 노동시장 구조에 새로운 변수를 더하고 있다.

자료조사와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 기초 분석, 기본 코딩은 숙련도가 낮아서 신입에게 배정된 일만은 아니었다. 선배가 만든 보고서를 참고해 자료를 정리하고, 간단한 코드를 작성한 뒤 오류를 수정하고, 계약서 초안을 만들면서 수정 지시를 받는 과정에서 업무의 판단 기준을 배웠다. 단순 업무처럼 보이는 반복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 정보인지, 어떤 오류를 피해야 하는지, 언제 상급자에게 판단을 넘겨야 하는지를 익혔다.

AI가 이런 기초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 기업의 단기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다. 숙련 직원 한 명이 AI를 이용해 과거 신입 여러 명이 처리하던 조사와 초안, 기본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면 인력 배치도 달라진다. 신입을 채용한 뒤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교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에는 숙련자를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AI를 결합하는 방식이 경제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

문제는 몇 년 뒤 나타난다. 현재의 숙련자는 과거 신입이었다. 초급 업무를 맡으며 판단 경험을 쌓고 실패와 수정 과정을 거친 뒤 중간숙련 인력과 관리자가 됐다. 기업이 생산성만 보고 신입 채용을 계속 줄이면 당장은 인건비와 교육비를 낮출 수 있지만 5년이나 10년 뒤 조직을 맡을 숙련 인력의 공급은 줄어들 수 있다.

맥킨지는 이 문제를 기업의 인재 육성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변화로 분석했다. 연구와 자료정리, 데이터 정제, 기본 코딩, 예비 분석처럼 AI가 흡수하기 쉬운 업무가 과거에는 초급 인력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만드는 훈련 과정이었다. 2026년 3월 약 1500명의 경영진과 인사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AI가 신입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 응답자보다 많았지만, 기업 3곳 가운데 1곳은 이미 AI가 신입 직원의 기초 숙련 형성 업무를 줄였다고 답했다.

신입 채용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이 원하는 신입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AI가 자료를 찾고 초안을 만드는 환경에서는 신입도 입사 초기부터 결과를 해석하고 AI가 만든 오류를 찾으며 여러 정보를 연결해야 할 수 있다. 과거 2~3년 동안 단계적으로 맡았던 판단 업무가 더 빠른 시기에 주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숙련자에게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되기 쉽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AI가 만든 결과에서 오류와 허점을 찾고 필요한 부분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신입은 AI가 내놓은 답이 맞는지 판단할 기준 자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경력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뚜렷하다. 숙련 개발자는 AI가 만든 코드를 빠르게 검토하고 설계상의 문제나 보안 위험을 판단할 수 있다. 경험이 적은 개발자는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 코드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고,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원인을 추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숙련자에게는 AI가 처리속도를 높이는 반면 신입에게는 검증해야 할 결과물이 늘어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직도 비슷하다. 법률회사에서 신입 변호사가 과거 계약서를 직접 찾아 비교하며 문구 차이와 협상 방식을 익혔다면 AI는 유사 계약을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다. 회계 업무에서는 기초 자료 정리와 수치 비교를 자동화할 수 있고, 컨설팅이나 금융에서는 시장자료 검색과 초안 분석을 AI가 처리할 수 있다. 업무시간은 줄어들지만 해당 과정을 직접 반복하며 판단력을 축적할 기회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AI가 기초 업무를 대신한다면 신입에게 같은 업무를 단순히 맡겨두는 방식으로는 과거와 같은 숙련을 만들기 어렵다. 독립적으로 문제를 풀게 한 뒤 AI 결과와 비교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업무에서 겪기 어려워진 판단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일부 기업은 AI가 만든 결과를 신입 직원의 ‘정답지’처럼 사용하는 훈련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먼저 사람이 직접 분석한 뒤 AI가 만든 결과와 비교하고, 상급자가 두 결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단순 작업은 AI가 맡더라도 사람이 판단을 형성하는 과정까지 자동화하지 않도록 업무를 다시 설계하는 접근이다.

신입 인력의 역할도 좁은 전문업무에서 더 넓은 업무를 다루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영업분석만 담당하던 직원이 AI를 이용해 시장조사와 마케팅 자료 작성까지 맡고, 개발자가 기본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대신 여러 AI 에이전트가 만든 코드를 검증하고 시스템 전체 흐름을 살피는 방식이다. 초급 인력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특정 프로그램 숙련도보다 문제를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한국에서도 청년층의 변화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AI 노출도를 기준으로 30세 미만 청년의 고용을 분석한 결과 2022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25년 고노출 직업군의 고용지수는 86.6, 저노출 직업군은 92.5였다. 고노출군의 감소폭이 5.9포인트 더 컸다. 다만 고노출 청년층의 고용 감소가 ChatGPT 출시 이전부터 진행됐고 청년인구 감소와 경제활동참가율 변화가 함께 작용해 생성형 AI만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사업체 조사에서도 현재 AI 도입은 대규모 인력 감축보다 반복 업무 경감과 생산성 향상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2297개 사업체 가운데 AI 도입률은 28.6%였고, 도입 기업의 75.6%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AI를 도입한 기업일수록 매출 성장 기대는 높았지만 고용이 같은 비율로 늘지 않는 흐름도 나타났다. 정보통신과 연구개발, 기계장비 등에서는 AI 인력과 신규 채용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부 서비스 분야에서는 양쪽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직자 조사에서는 더 직접적인 경고가 나왔다. IT개발과 디자인, 일반사무직 종사자들을 조사한 결과 AI 활용으로 업무 효율성과 문제 해결, 생산성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타난 동시에 단순 업무의 자동화로 주니어 인력이 기초 업무를 통해 성장해온 ‘숙련 사다리’가 약해질 위험도 제기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AI 도입을 직무전환과 연결하고 신입이 실제 업무 안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AI 온보딩형 실무훈련’의 필요성을 함께 제시했다.

청년층이 AI의 피해자라는 식의 해석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청년 재직자는 사용하지 않는 집단보다 업무 내용 만족도가 높았고, 특히 성장 가능성에 대한 만족도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AI가 단순 업무를 줄여 청년에게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맡길 수 있다면 기존보다 빠르게 전문성을 쌓는 경로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방향을 가르는 것은 AI 자체보다 기업이 신입 직무를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다.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모두 없애고 숙련자만 남기는 기업에서는 인력 피라미드의 하단이 얇아질 수 있다. 반대로 반복 업무를 줄인 시간을 교육과 판단 경험, 실제 프로젝트 참여에 다시 투입하면 신입의 숙련 형성 속도를 앞당길 수도 있다.

기업에는 비용 문제가 따른다. 신입 직원은 처음부터 숙련자와 같은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 교육과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고 상급자의 관리비용도 들어간다. AI가 당장의 업무를 더 싸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면 기업이 교육비용을 감수하면서 신입을 계속 채용해야 할 경제적 유인은 약해질 수 있다.

인재 육성을 개별 기업의 비용으로만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기업이 신입 교육을 줄이고 다른 기업에서 훈련된 경력자만 채용하려 한다면 각 기업에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면 시장 전체에서 경력자의 공급이 줄어든다. 중간숙련 인력과 관리자, 전문가를 만들어온 경로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은 경력직 선호가 이미 강한 상황에서 AX가 겹치고 있다. 기업이 즉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하고 AI가 초급 업무를 흡수하면 첫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은 경력을 쌓을 기회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경력을 만들 수 있는데 경력이 있어야 입사가 쉬워지는 구조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청년 일자리 정책에서 일경험과 경력 형성을 별도의 정책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9월 열린 청년 일자리 포럼에서도 AI 확산과 경력직 중심 채용 관행 속에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과 지속적인 경력 형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AI를 활용한 취업지원만으로는 노동시장 진입 뒤 필요한 실제 업무 경험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AX가 청년 노동시장에 남길 가장 큰 변화는 신입 일자리 몇 개가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에서 사람이 전문성을 얻는 과정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고 초안을 만들며 선배의 수정 지시를 받던 과정이 줄어들면 판단력을 축적하는 다른 통로가 필요해진다.

AI가 초급 업무를 대신하는 속도는 이미 빨라지고 있다. 기업이 숙련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같은 속도로 바뀌지 않으면 현재의 생산성 향상이 몇 년 뒤 숙련 인력 부족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에서 나타난 22~25세 고노출 직종의 고용 격차와 한국에서 제기된 ‘숙련 사다리’ 문제는 신입 채용 숫자보다 더 긴 시간을 봐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신입이 하던 일을 AI가 맡기 시작한 뒤 기업에 남는 선택은 사람을 덜 뽑는 것만이 아니다. 초급 노동을 줄인 대신 판단 경험과 실무훈련을 더 빠르게 제공하는 새로운 경력 경로를 만드는 선택도 있다. AX가 바꾸는 청년 노동시장의 향방은 AI가 몇 개의 업무를 자동화했는지보다 기업이 다음 세대의 숙련자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내느냐에서 더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