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대전환, 노동의 재편④] 직원 한 명에 AI 여러 명…기업의 ‘인력표’가 달라진다

AI 에이전트 사용 1년 새 15배…대기업은 18배로 증가 상위 활용자는 다단계 업무·멀티에이전트까지 운용…팀 규모와 관리자 역할 변화 AI 역량 요구 일자리 임금 프리미엄 62%…사람 수보다 ‘사람+AI’ 생산능력으로 인력 배치 재편

2026-10-08     조종식 기자

[KtN 조종식기자]기업의 조직도를 채우는 대상은 지금까지 사람이었다. 팀장 아래 몇 명을 둘지, 부서마다 어느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지, 한 관리자가 몇 명을 맡을지를 계산해 조직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직접 자료를 찾고 분석하며 문서를 작성하고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 시작하면서 인력 배치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2026년 3월까지 마이크로소프트 365 생태계에서 실제 사용된 AI 에이전트 수는 1년 전보다 15배 늘었다. 대기업에서는 증가폭이 18배에 달했다. 단순한 생성형 AI 이용을 넘어 복수의 작업을 연속적으로 처리하도록 에이전트를 업무 과정에 넣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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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개국 AI 이용 노동자 2만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새로운 작업 방식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16%에 해당하는 고도 활용자들은 AI 에이전트에 여러 단계의 업무를 맡기거나 복수의 에이전트를 조합하고, 사람이 하던 업무 흐름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까지 사용했다. 전체 AI 이용자의 58%는 1년 전에는 수행하지 못했던 일을 AI를 통해 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고, 66%는 가치가 높은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됐다고 응답했다. 자기평가 조사라는 한계는 있지만 AI 활용이 단순한 문서 작성 보조에서 업무 범위 확대까지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은 확인된다.

직원 한 명이 사용하는 AI도 하나일 필요가 없어졌다. 시장조사를 맡는 에이전트가 자료를 찾고, 분석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정리하며, 문서 작성 에이전트가 초안을 만들고, 별도의 에이전트가 결과를 검토하거나 업무 시스템에 입력할 수 있다. 과거 여러 사람과 부서가 순차적으로 처리했던 일을 한 직원이 여러 AI와 나눠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기업이 계산하는 인력의 단위도 사람 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10명이 일하는 팀과 5명이 여러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팀의 생산능력을 단순 인원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한 명이 AI와 결합해 어느 정도의 업무를 처리하고 어떤 수준의 판단까지 맡을 수 있는지가 인력계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맥킨지가 7월 소개한 한 기술기업은 앞으로 5년 동안 인력을 늘리지 않은 채 사업 규모를 세 배로 키우는 목표를 세웠다.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AI가 고용을 줄이는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매출이나 생산량을 늘릴 때 사람을 같은 비율로 늘려야 했던 기존 성장 방식과 다른 경로가 기업의 선택지에 들어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람이 맡던 업무 가운데 일부가 에이전트로 넘어가면 팀의 적정 규모부터 달라질 수 있다. 기술 부문에서는 이미 더 작은 팀이 높은 생산성을 내는 조직 형태가 나타나고 있으며,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관리 단계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러 부서를 거쳐 전달하던 정보와 보고 업무를 AI가 실시간으로 정리하고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곧바로 관리자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관리자가 맡아야 할 대상이 사람에서 사람과 AI로 넓어지고 있다. 직원의 업무량과 성과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사람에게 남기고 어떤 일을 에이전트에 맡길지 정하며, AI가 만든 결과의 품질과 위험까지 관리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역할을 ‘에이전트 매니저’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거 관리자는 구성원에게 일을 배분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사람에게 업무를 나누는 동시에 여러 에이전트의 권한과 업무 범위, 데이터 접근 수준, 사람이 개입해야 할 지점을 함께 설계해야 할 수 있다.

AI가 관리 업무 일부를 가져가는 변화도 동시에 진행된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진행 상황을 취합하며 보고자료를 만드는 일, 팀별 정보를 모아 상위 조직에 전달하는 일은 생성형 AI와 에이전트가 비교적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중간관리자의 가치가 정보 취합보다 판단과 갈등 조정, 사람의 성장 관리, 업무 우선순위 결정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 조직에서는 관리자의 AI 활용 방식이 구성원의 성과와도 연결되고 있다.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관리자가 직접 AI 사용을 보여준 조직의 구성원은 AI에서 얻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비율이 17%포인트 높았고, AI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는 응답도 22%포인트 높았다. 에이전틱 AI에 대한 신뢰는 30%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인과관계를 입증한 결과는 아니지만 관리자 행동과 조직 내 AI 활용 방식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활용의 성패가 개인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조직문화와 관리자 지원, 인재관리 제도 등 조직 요인이 AI 활용 성과와 연결되는 비중은 67%, 개인의 태도와 행동은 32%로 분석됐다. AI를 잘 쓰는 직원을 뽑는 것만큼 그 직원이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의 권한과 평가체계를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업의 성과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진다. 직원이 AI를 이용해 과거 하루 걸리던 일을 몇 시간 만에 끝냈는데 기존 업무량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남은 시간만큼 다른 일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간 단축이나 새로운 사업개발,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순한 업무량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는 개인이 직접 만들어낸 결과만으로 성과를 측정하기도 어려워진다. 사람이 목표를 설정하고 여러 에이전트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사람이 최종 판단을 내렸다면 어느 부분까지 개인의 성과로 볼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에이전트가 잘못된 결과를 냈을 때 최종 책임을 누가 질지도 같은 문제에 들어간다.

한국에서도 AI 전환은 업무 효율성을 넘어 조직과 인사관리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IT 개발직과 시각·디지털 디자인직, 일반사무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AI 활용에 따른 직무 변화와 업무 자율성, 조직 내 역할, 조직구조와 인사관리 변화를 함께 다뤘다. AI 전환이 기존 업무의 처리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직무 재구성과 인사관리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시작한 ‘AI 워커’ 직업훈련도 개별 프로그램의 사용법보다 업무 흐름을 AI와 함께 다시 구성하는 훈련을 앞세웠다. AI가 만든 결과를 사람이 감독하는 능력도 별도의 기초역량으로 제시됐다. 직원이 직접 모든 일을 수행하는 환경에서 AI가 처리한 결과를 배분하고 검증하는 환경으로 노동 방식이 이동하면서 필요한 교육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의 채용 기준에도 같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AI를 이용해 자료를 빨리 만드는 능력보다 여러 에이전트에 일을 나누고 결과를 연결하며 잘못된 판단을 걸러낼 수 있는 사람이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문지식과 AI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임금시장에서 변화는 이미 확인되고 있다. 전 세계 10억건 이상의 채용공고를 분석한 2026년 조사에서 AI 관련 역량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보다 약 8배 빠르게 증가했다. AI 역량을 요구하는 직무의 평균 임금 프리미엄은 유사 직무 가운데 AI 역량을 요구하지 않는 일자리보다 62% 높았다. 전년 57%에서 다시 상승했다.

모든 AI 이용자에게 같은 임금 상승이 나타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당 수치는 AI 관련 기술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채용공고에서 나타난 평균적인 임금 차이다. 산업에 따라 프리미엄도 크게 달랐다. 기업이 더 높은 값을 지불하는 대상은 단순한 AI 이용 경험보다 AI를 실제 업무와 연결할 수 있는 숙련에 가까워지고 있다.

노동시장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흐름이 갈라지고 있다. AI가 반복 업무를 줄이고 전문성을 증폭시키는 직무에서는 판단력과 전문지식의 가치가 높아졌다. 반대로 AI가 전문지식의 진입장벽을 낮춰 비전문가도 쉽게 수행할 수 있게 된 직무에서는 사람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 수 있다. 2026년 글로벌 채용공고 분석에서 전문성이 AI와 결합해 강화되는 직무는 AI가 업무를 대중화한 직무보다 채용 증가 속도가 두 배 빨랐고, 2021년 이후 임금 상승률도 42% 높았다.

직원 한 명이 여러 에이전트를 운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의 전체 고용이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생산성과 매출을 높이면서 신규 사업과 시장을 넓히면 사람을 더 뽑을 수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 자료에서는 AI 노출도가 높은 기업군의 인원 증가율이 낮은 기업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AI가 사람을 줄이는 방향과 기업을 성장시켜 새로운 고용을 만드는 방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AI를 어디에 사용하는지와 연결된다.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현재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업은 같은 생산량을 더 적은 사람으로 유지하려 할 수 있다. AI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을 넓히는 기업에서는 한 사람이 처리하는 업무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조직 전체의 고용도 증가할 수 있다.

인력계획에서 중요한 숫자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매출이 일정 규모 늘면 영업인력 몇 명, 개발자 몇 명, 관리직 몇 명을 추가할지 계산했다.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들어간 조직에서는 업무량을 사람과 AI 사이에 먼저 배분한 뒤 사람이 반드시 맡아야 하는 판단과 책임, 고객관계, 현장업무에 필요한 인원을 계산할 수 있다.

조직도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직급별 사람 수를 층층이 배치한 피라미드에서 소수의 사람이 여러 전문 AI와 협업하는 형태가 일부 직무에서 나타날 수 있다. 직원 수가 적다고 작은 조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진다. 수십 개의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거나 일부를 독립적으로 처리한다면 조직이 실제로 운용하는 생산능력은 사람 수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 구조는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사람이 직접 처리하지 않은 업무라도 기업은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AI가 계약서를 검토하고 고객에게 답변하며 코드를 작성하거나 채용 후보를 추천할수록 누가 결과를 검증하고 승인할지 명확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집중되는 영역도 생길 수 있다.

관리자의 업무도 같은 방향으로 이동한다. 여러 사람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던 관리자가 앞으로는 사람과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를 함께 살피고 품질기준과 권한을 설정하는 역할까지 맡게 될 수 있다. 반복적인 보고 업무는 줄어드는 대신 판단 오류가 기업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책임은 커진다.

AI가 기업 조직에 가져오는 변화는 직원 한 명을 AI 하나로 바꾸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여러 에이전트가 그 사람의 작업을 지원하면서 팀의 적정 규모와 관리 방식이 달라지는 쪽에 가깝다. 같은 인원으로 더 큰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업과 AI를 활용하면서 고용까지 늘리는 기업이 동시에 나올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인사관리도 사람 수를 기준으로 한 기존 방식만으로 AX를 따라가기 어려워지고 있다. 직무를 어떻게 나누고 AI가 처리한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며, 직원이 확보한 생산성 증가분을 신규 업무와 보상, 근로시간 가운데 어디에 배분할지가 인사정책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AX가 단순한 업무 효율화가 아니라 직무와 조직, 인사관리 전반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변화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의 실제 사용은 1년 만에 15배 늘었고 대기업에서는 18배 증가했다. 기업 조직에서 사람만 세던 인력표에 새로운 생산수단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다음 선택은 사람을 몇 명 줄일지에만 있지 않다. 같은 인력을 두고 AI를 어떻게 배치해 사업을 키울지,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고 어떤 판단을 사람에게 남길지, 생산성이 올라간 노동자에게 어느 수준의 권한과 보상을 줄지가 함께 결정된다. 사람과 AI가 하나의 생산 단위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조직의 크기와 노동의 가격을 계산해온 기업의 기준도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