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nds SS27②] 20cm 플랫폼 안을 비웠다…POTTER·LONPIE가 만든 ‘가벼운 거대함’
약 10cm POTTER·뒤축 20cm LONPIE…높이보다 부피와 빈 공간에 초점 투명·반투명 솔 안쪽까지 드러내며 시각적 무게 조절…발의 크기 자체를 조형 요소로 작고 날렵한 신발의 미적 기준에서 이탈…거대한 밑창으로 다리·발목의 비례까지 변화
[KtN 박인경기자]grounds SS27 ‘An Invitation’의 신발은 높아진 굽보다 커진 부피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POTTER는 약 10cm 높이의 솔을 발 아래 크게 펼쳤고, LONPIE는 앞쪽 약 14cm, 뒤쪽 약 20cm까지 높이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거대한 형태를 만드는 방식은 소재를 두껍게 쌓아 무게를 더하는 것과 다르다. 솔 안쪽을 비우고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표면을 사용하면서 크기는 키우되 무겁게 막힌 인상은 줄였다. SS27에서 grounds가 손댄 것은 굽의 높이만이 아니라 큰 신발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무게감이다.
흰색의 가늘고 긴 팬츠 아래 놓인 신발은 발목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솔이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였다면 하체가 무겁게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안쪽의 빈 공간과 밝은 표면이 부피를 나눠 보이게 한다. 발은 커졌지만 신발 전체가 바닥에 붙은 무거운 블록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리의 가는 선과 발 아래의 큰 형태가 동시에 살아남는다.
높은 굽은 여성 신발에서 낯선 요소가 아니다. 하이힐은 수십 년 동안 뒤꿈치를 들어 올려 다리를 길게 보이게 했고, 플랫폼은 앞뒤 높이를 함께 높여 키와 실루엣을 바꿔왔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높이가 올라가더라도 발을 가능한 한 작고 날렵하게 보이도록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 grounds는 발을 작게 보이게 하는 대신 솔의 폭과 높이를 그대로 드러내며 다른 비례를 만든다.
POTTER에서는 발끝과 뒤꿈치 아래에 생긴 빈 공간이 외형의 일부가 된다. 매끈하게 이어지는 솔은 유리나 투명한 물질을 부풀려 만든 물체처럼 보이고, 앞뒤가 열린 구조 때문에 신발 안쪽의 공간까지 눈에 들어온다. 소재가 없는 부분도 디자인에서 빠진 자리가 아니라 형태를 만드는 요소로 작동한다. 솔을 채워서 만드는 부피가 아니라 비워서 드러내는 부피다.
짧은 하의와 긴 다리가 드러나는 착장에서는 신발의 구조가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다리 아래에 붙은 솔의 폭이 발목보다 크게 벌어지고, 지면과 발 사이에도 상당한 높이가 생긴다. 일반적인 하이힐에서 가는 굽이 다리의 연장선처럼 이어진다면 grounds의 플랫폼은 신발과 다리 사이의 차이를 감추지 않는다. 발목은 가늘고 솔은 크게 부풀면서 두 부분의 크기 차이가 오히려 강조된다.
뷰티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비례는 오래된 ‘작은 발’의 미감과 거리를 둔다. 신발은 오랫동안 발을 길고 좁게 정리하거나 피부색과 비슷한 색을 사용해 다리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높은 굽도 발 자체를 크게 보이게 하기보다 다리의 선을 길게 만드는 데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SS27은 발끝을 시각적으로 줄이지 않는다. 발 아래의 크기를 확장해 신발이 차지하는 영역을 몸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POTTER의 형태가 흥미로운 이유도 높이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날카로운 앞코와 부풀어 오른 솔이 한 신발 안에 공존하면서 위와 아래의 성격이 크게 갈린다. 어퍼는 상대적으로 발의 형태를 따라가지만 솔에서는 갑자기 곡선과 빈 공간이 커진다. 발을 감싼 부분과 지면에 닿는 부분을 같은 크기로 맞추지 않으면서 신발 하나 안에서도 비례가 두 번 바뀐다.
연한 보라색 아우터와 검은색 하의 아래 놓인 높은 신발은 다리의 길이를 늘리는 동시에 발끝의 무게를 크게 만든다. 발목 주변은 비교적 가볍게 드러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솔이 넓어진다. 긴 다리를 만들기 위해 발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다리와 발의 차이를 크게 벌려 두 부분을 모두 보이게 한다.
LONPIE에서는 이런 과장이 훨씬 커진다. 앞쪽 약 14cm, 뒤쪽 약 20cm의 높이는 일반적인 플랫폼과 비교해도 상당하다. 신발을 옆에서 보면 발이 지면에서 멀리 떨어지고, 다리 아래에 별도의 층이 생긴다. 그 크기를 그대로 채웠다면 외형뿐 아니라 실제 무게도 부담스러워질 수 있지만 솔 내부를 비운 구조를 사용해 거대한 외곽과 내부의 공백을 함께 만들었다.
‘비어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제작상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 투명한 소재를 통해 내부가 보이면 신발의 크기와 동시에 빈 공간도 함께 인식된다. 눈앞에 큰 형태가 있는데 그 안에는 물질이 많지 않다는 모순이 생긴다. SS27의 신발이 육중하면서도 떠 있는 물체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짧은 상의와 데님을 겹친 착장에서도 신발은 다리 아래에서 강한 형태를 만든다. 상체에는 여러 소재와 장식이 겹쳐 있지만 발 아래의 부피가 작아지지 않는다. 시선이 옷의 디테일에 머물다가도 마지막에는 큰 신발까지 내려간다. 높은 플랫폼이 단순히 키를 보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전신에서 독립적인 형태를 갖는 물건이 됐다.
투명성과 광택도 큰 부피를 조절하는 데 사용됐다. 맑게 비치는 솔, 안개가 낀 듯한 반투명 표면, 오로라처럼 색이 달라지는 마감은 신발의 외곽을 선명하게 남기면서 내부까지 완전히 막지 않는다. 검정과 짙은 녹색처럼 무거운 색에서는 산업적인 인상이 강해지고, 누드 핑크나 흰색에서는 같은 크기라도 더 부드럽게 읽힌다. 솔의 크기를 줄이지 않고 색과 투명도로 무게감을 조절한 것이다.
신발의 표면이 만들어내는 효과도 뷰티와 맞닿는다. 피부와 메이크업에서 광택은 얼굴의 입체감을 강조하고, 투명감은 무게를 덜어낸다. grounds의 솔에서도 비슷한 시각 작용이 나타난다. 매끈하게 반사되는 표면은 큰 형태를 하나의 덩어리로 굳히기보다 빛에 따라 외곽을 계속 바꿔 보이게 한다. 구조는 크지만 표면은 가볍게 움직인다.
회색과 베이지 계열의 의상 아래 놓인 신발에서는 솔의 부피와 다리의 굵기가 직접 비교된다. 발목이 가늘게 드러날수록 아래의 큰 구조가 더 도드라진다. 신발을 다리와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대신 경계를 선명하게 남기면서 발목, 발, 바닥이 서로 다른 크기로 나뉜다. 기존의 미적 비례를 매끄럽게 연결하기보다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grounds가 SS27에서 반복한 것은 크기만이 아니다. 동일한 부풀린 솔의 성격을 펌프스와 스트랩 슈즈, 레이스업, 스니커즈와 부츠 등 서로 다른 신발에 적용했다. 어퍼가 바뀌어도 지면 가까이에서 커지는 부피는 유지된다. 특정한 한 켤레의 기괴함에 의존하기보다 큰 밑창 자체를 브랜드의 형태 언어로 넓혀가는 흐름이 나타난다.
MOOPIE와 LOOPIE, SKYSCRAPER를 비롯한 기존 계열도 SS27에서 함께 이어졌다. 모든 모델의 형태가 같지는 않지만 신발을 작게 정리하지 않는다는 방향은 공통적이다. 둥글게 부풀린 솔, 높아진 지면, 투명한 소재가 반복되면서 grounds의 신발은 앞코나 장식보다 밑창의 형상만으로도 구별되는 단계까지 왔다.
흰색의 부피가 큰 아우터와 검은색 신발이 만난 착장에서는 몸의 위아래에 모두 큰 형태가 놓인다. 상체가 넓어졌는데도 신발이 묻히지 않는다. 오히려 하체에도 충분한 부피를 남겨 전신의 균형을 맞춘다. 작은 신발로 상체의 크기를 상쇄하는 방식과 달리 위와 아래를 동시에 키워 새로운 실루엣을 만든다.
POTTER와 LONPIE가 보여주는 방향은 굽을 몇 센티미터 더 높이는 경쟁과도 다르다. 높이를 키우면서 내부를 비우고, 투명한 소재로 공간을 드러내며, 발과 솔의 크기를 일부러 맞추지 않는다. 신발에서 버려지던 빈 공간까지 형태의 일부로 끌어들이면서 ‘큰 신발은 무거워 보여야 한다’는 인식도 흔든다.
뷰티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이어져 왔다. 몸을 더 작고 가늘게 보이게 하는 보정만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게 됐다. 형태를 확대하거나 특정 부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면서 사람의 개성을 만드는 접근도 넓어졌다. grounds는 이를 발에서 밀어붙인다. 발을 축소해 다리를 돋보이게 하기보다 발의 존재를 키워 다리와 몸 전체를 다시 보게 한다.
SS27의 거대한 솔은 그래서 과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발 아래의 물질을 늘리는 대신 일부를 비우고, 불투명한 덩어리 대신 빛이 통과하는 표면을 사용했다. 겉으로는 크고 무거워 보일 조건을 갖췄지만 실제 인상에서는 공기와 빈 공간이 함께 읽힌다.
작은 발이 더 아름답다는 오래된 공식에서도 한발 멀어졌다. 발이 커져도 전체 몸의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발목과 다리, 의상의 비례가 새롭게 드러났다. grounds가 SS27에서 만든 ‘가벼운 거대함’은 신발을 크게 보이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큰 신발도 아름다움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비례의 변화에 가깝다.
POTTER와 LONPIE는 몸을 더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사라지는 신발을 택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크기와 빈 공간, 투명한 표면을 그대로 남겼다. SS27에서 신발은 다리를 보정하는 도구에서 벗어나 발 자체의 형태를 보여주는 물건으로 이동했다.
grounds가 비운 것은 플랫폼 내부의 공간이고,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은 새로운 비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