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nds SS27③] 도구와 콧포리가 미래의 몸이 됐다…낯섦을 아름다움으로 바꾼 ‘An Invitation’

선사시대 도구와 일본 전통 신발의 비례를 미래형 슈즈로 변형 투명 솔·과장된 의복·뒤틀린 인체 비례…정돈된 아름다움 대신 낯선 몸 제시 ‘An Invitation’, 과거를 복원하지 않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형태로 확장

2026-10-10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grounds의 SS27 ‘An Invitation’은 미래를 매끈한 금속이나 기계적인 테크웨어로 그리지 않았다. 선사시대 일본의 도구(土偶, dogū)와 전통 신발 콧포리(koppori)에서 가져온 형태가 투명한 합성 소재와 거대한 플랫폼, 과장된 의복과 만나면서 오래된 것과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한 몸에 겹쳤다. 컬렉션에 등장한 사람들은 먼 미래의 우주복을 입은 인물보다 현재의 인간이 조금씩 낯설게 변형된 모습에 가깝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발이 커지고, 몸의 외곽선이 부풀고, 익숙한 드레스와 수트의 비례가 흔들리면서 아름다움을 판단하던 기준도 함께 이동한다.

grounds SS27 ‘An Invitation’. 길고 넓은 어두운 실루엣으로 신체 윤곽을 흐리면서 발끝까지 부피를 이어갔다. 몸의 실제 비율보다 의복 전체의 외곽선이 먼저 드러난다. 사진=ground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어두운 색의 길고 넓은 의상은 몸의 세부를 상당 부분 감춘다. 발끝에 놓인 신발 역시 가늘고 정돈된 형태보다 부피와 높이를 강조한다. 허리와 다리의 선을 드러내 몸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몸을 얼마나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가보다 한 사람이 얼마나 낯선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까운 접근이다.

POTTER에서 가져온 도구의 형상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도구는 실제 인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조각이 아니다. 눈과 몸, 팔다리의 비율이 과장되고 축약되면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가까운 형상을 갖는다. grounds는 이런 비례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발끝과 솔의 부피에 옮겼다. 뾰족한 앞코와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밑창이 함께 놓이면서 신발도 사람의 발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물건에서 벗어난다.

아름다움을 현실의 신체에 가까운 형태로 만드는 대신 현실의 신체를 일부러 낯설게 보이게 한 것이다. 발은 실제보다 커지고 솔은 유리처럼 부풀며 안쪽에는 빈 공간이 생긴다. 신발을 신은 사람은 키가 높아지는 데 그치지 않고 지면과 다른 관계를 갖게 된다. 발 아래에 새로운 형태가 추가되면서 사람의 실루엣도 현재의 몸과 조금씩 멀어진다.

몸을 따라가는 구조와 갑옷을 연상시키는 세부, 어두운 신발을 결합한 grounds SS27 착장. 인체와 의복의 경계를 선명하게 나누기보다 하나의 형태로 묶었다. 사진=ground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몸에 밀착되는 구조와 갑옷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섞인 착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옷의 선이 몸을 따라가면서도 표면과 디테일은 자연스러운 인체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발까지 이어지는 어두운 신발이 전신을 하나의 낯선 형상으로 묶으면서 사람과 의복, 장비의 경계도 흐려진다.

grounds가 미래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오래된 형태가 반복해서 들어온다. LONPIE에는 일본 전통 신발 콧포리의 높은 밑창이 겹친다. 몸을 지면에서 들어 올리는 오래된 방식이 약 20cm에 이르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전통 신발의 구조는 미래적인 실루엣으로 옮겨갔다. 과거의 형태를 아름답게 보존하거나 현대적으로 단정하게 다듬는 방식과는 다르다. 원래의 기능과 비례를 크게 틀어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낸다.

패션에서 전통을 사용하는 방법은 흔히 장식과 문양, 직물에서 시작한다. 과거의 색과 패턴을 현재의 옷에 적용하거나 역사적인 의복을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grounds는 표면보다 형태를 가져왔다. 도구의 과장된 인체와 콧포리의 높이를 신발의 부피와 구조로 옮기면서 과거를 장식으로 소비하지 않고 몸의 비례를 바꾸는 재료로 사용했다.

여기에는 뷰티의 기준을 다시 보는 시선도 겹친다. 오랫동안 미의 기준은 대칭과 균형, 매끄러운 피부와 정돈된 실루엣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 지나치게 크거나 비율이 어긋나는 모습은 보완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SS27은 반대 방향으로 간다. 발을 과도하게 키우고, 의복을 부풀리고, 몸의 선을 감추거나 일부러 끊으면서 비례가 어긋나는 순간 자체를 새로운 이미지로 만든다.

흰색 바탕에 짙은 파란색 선을 더한 대형 실루엣. 몸의 폭보다 크게 펼쳐진 의복이 전신의 외곽선을 새롭게 만든다. 사진=ground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흰색과 짙은 파란색 선이 크게 휘어지는 드레스는 몸의 실제 폭보다 훨씬 넓은 외곽선을 만든다. 허리와 다리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대신 옷이 몸 바깥에 별도의 형태를 만든다. 사람이 옷을 입었다기보다 사람이 하나의 큰 조형물 안에 들어간 듯한 인상이 강하다. 신발에서 시작된 부피의 확대가 의복 전체로 번지면서 인간의 외곽선 자체가 다시 그려진다.

이런 실루엣에서는 얼굴의 비중도 달라진다. 일반적인 뷰티 이미지에서는 얼굴이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강한 중심이지만, 거대한 의복이 몸 전체를 감싸면 얼굴은 전신을 이루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로 내려간다. 헤어와 메이크업 역시 전체 조형을 압도하지 않는다. 얼굴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몸 전체가 어떤 형태로 보이는지를 앞세운 결과다.

검은색의 큰 부피로 신체 대부분을 감싼 grounds SS27 착장. 허리와 다리의 위치를 강조하기보다 의복 자체의 크기와 움직임을 전면에 놓았다. 사진=ground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색의 거대한 부피를 가진 의상은 몸의 윤곽을 거의 지운다. 어깨와 허리, 다리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고, 옷 자체가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이상적인 체형을 강조하는 대신 체형을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면서 아름다움의 기준도 신체 치수에서 형태와 움직임으로 옮겨간다.

패션과 뷰티는 오랫동안 몸을 더 보기 좋게 정리하는 기술과 함께 발전했다. 허리를 좁히고 어깨를 조정하며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고 얼굴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grounds의 SS27은 몸을 정리하기보다 새로운 외곽선을 덧붙인다. 발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드레스가 몸보다 넓어지면서 원래 체형을 얼마나 아름답게 보정했는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사람의 몸을 미의 기준에 맞추는 대신 미의 기준을 몸의 변화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이다.

연한 색의 부피가 몸 전체를 감싸는 grounds SS27 착장. 익숙한 인체 비례를 흐리고 색과 질감, 외곽선으로 새로운 신체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진=ground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몸을 거의 감싸는 연한 색의 부피와 어두운 머리 부분이 결합된 착장은 인간과 의복의 경계를 더욱 흐린다. 얼굴과 몸의 위치는 짐작할 수 있지만 익숙한 재킷이나 드레스의 구조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인체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아도 하나의 인상이 만들어지고, 아름다움도 신체의 정확한 비율보다 색과 질감, 부피가 만드는 전체 형태에서 생긴다.

‘An Invitation’이 제시한 미지의 세계도 완성된 미래상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초대받은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낯선 세계에 들어갈 인간의 모습부터 바꾼다. 현재의 몸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장비만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발의 높이와 몸의 외곽선, 옷의 크기를 조정하면서 사람이 존재하는 방식 자체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라는 설정도 여기에서 의미를 갖는다. 알고리즘과 검색, 이미지 생성 기술은 앞으로 등장할 스타일을 빠르게 예측하고 조합한다. 과거의 이미지와 현재의 유행을 섞어 그럴듯한 미래를 만드는 일도 어려워지지 않았다. grounds는 미래를 더 많은 정보로 채우기보다 쉽게 설명되지 않는 형태를 남겼다. 정확히 어떤 시대의 물건인지, 의례적 장식인지 기계 부품인지, 신발인지 조형물인지 한눈에 정리되지 않는 형태다.

낯섦은 그래서 SS27의 중요한 미감이 된다. 아름다움을 즉시 이해할 수 있는 비례와 색으로 정리하지 않고, 처음에는 어색하고 과장돼 보이는 부분을 그대로 남긴다. 도구의 비정상적인 신체 비례와 콧포리의 높은 발, 로봇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가 한데 놓이면서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컬렉션의 인상을 만든다.

뷰티에서도 낯선 얼굴과 몸을 대하는 방식은 계속 달라지고 있다. 하나의 이상적인 비율에 맞춰 모두를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보다 각자의 특징을 드러내고, 과거에는 감춰야 한다고 여겼던 부분을 오히려 강조하는 움직임이 넓어졌다. grounds는 이런 변화를 신발과 실루엣에서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작게 보여야 했던 발을 키우고, 가늘어야 했던 외곽을 부풀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던 비율을 의도적으로 끊는다.

전통과 미래의 관계도 비슷하다. 오래된 형태를 그대로 지키는 것만이 전통을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다. 도구와 콧포리는 SS27에서 과거를 설명하기 위한 전시물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재료가 됐다. 낡은 것을 없애고 미래로 가는 대신 오래된 형식 안에서 지금과 다른 가능성을 꺼냈다.

grounds의 미래가 지나치게 매끈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벽하게 정돈된 미래 도시와 균일한 인간 대신 오래된 흔적과 비정상적인 비례, 투명한 합성 소재와 거대한 실루엣이 뒤섞인다. 미래의 아름다움을 완성된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고 아직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상태로 남긴다.

SS27 ‘An Invitation’은 결국 신발을 어디까지 기괴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겨룬 컬렉션으로만 보기 어렵다. 발에서 시작된 형태의 변화가 다리와 옷, 몸 전체로 번졌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몸을 판단하던 익숙한 기준도 함께 흔들렸다. 작은 발과 긴 다리, 정돈된 허리와 균형 잡힌 실루엣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는 방향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grounds가 과거에서 가져온 것은 복고가 아니고 미래에서 가져온 것도 정답이 아니다. 오래된 형상을 낯설게 변형하고 그 위에 현재의 인간을 세웠다. 도구와 콧포리에서 시작한 형태는 투명한 솔과 거대한 의복을 거치며 아직 존재하지 않는 몸으로 이어졌다.

‘An Invitation’이 보여준 아름다움도 완성된 얼굴이나 이상적인 체형에 있지 않았다. 사람이 땅을 딛는 방식과 몸이 차지하는 부피를 바꾸자 익숙했던 미의 비례도 함께 달라졌다. grounds가 그린 미래의 인간은 전혀 새로운 얼굴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오래된 형태에서 꺼낸 낯선 발과 몸으로 지금과 다른 균형을 만들어가는 사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