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트렌드①] 숙박과 소유 사이…호텔이 ‘머무는 집’으로 바뀌고 있다

NOT A HOTEL KITAKARUIZAWA ‘MASU’ 4동 운영…호텔 서비스와 주거 기능 결합 연간 이용일수에 따른 공유소유 방식…하룻밤 판매에서 반복 체류 관계로 이동 별장 관리 부담 덜지만 운영체계 의존도 커져…호텔·주택 경계 흐려지는 고급 숙박시장

2026-10-06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일본 군마현 북가루이자와 숲에 들어선 ‘MASU’는 호텔 객실보다 독립주택에 가까운 모습이다. 4×4m 단위의 공간을 조합한 건물 안에 침실과 거실, 다이닝 공간, 온천과 사우나를 배치하고 외부에는 숲을 따라 데크를 둘렀다. 네 동은 같은 기본 구조를 사용하면서도 일본식 방과 서재, 시어터룸, 추가 침실 등 일부 공간을 다르게 구성했다. 건축만 놓고 보면 고급 별장의 문법에 가깝지만, 운영 방식까지 들여다보면 최근 고급 숙박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더 선명하다. 호텔을 잠시 빌려 쓰는 것과 휴양지의 집을 소유하는 방식이 하나의 상품 안에서 겹치기 시작했다.

북가루이자와 숲에 자리한 ‘MASU’. 독립주택에 가까운 2층 구조와 넓은 유리면을 통해 실내 생활공간과 주변 숲을 연결했다. 사진=NOT A HOTEL·Wonderwal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NOT A HOTEL은 주택 전체를 판매하는 방식과 연간 일정 일수를 사용하는 공유소유 방식을 함께 운영한다. 공유소유자는 정해진 이용일수에 해당하는 부동산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와 청소 등 일상적인 운영은 별도의 서비스 체계에 맡긴다. 별장을 직접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관리 부담과 호텔 예약의 일회성을 절충한 구조다.

호텔업은 오랫동안 객실의 시간을 판매해왔다. 같은 공간을 하루 단위로 나눠 여러 고객에게 제공하고, 투숙이 끝나면 거래도 사실상 종료됐다. 별장은 정반대였다. 특정 장소를 장기간 보유하는 대신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도 관리와 유지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공유소유형 숙박은 두 방식 사이에 들어간다. 공간은 소유하지만 이용과 관리는 호텔에 가까운 체계에 맡기고, 필요할 때 반복해서 돌아오는 방식이다.

숙박시장에서 달라지는 것은 객실의 수준보다 고객과 공간이 관계를 맺는 기간이다. 한 번 예약하고 떠나는 고객보다 여러 해 동안 같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운영사 역시 객실 판매 외의 영역을 관리해야 한다. 시설 유지와 예약, 청소, 서비스 품질, 다른 거점과의 연계까지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호텔이 하루의 만족도를 파는 사업에서 반복되는 생활 경험을 관리하는 사업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MASU가 일반적인 호텔 객실보다 거실과 다이닝, 외부 생활공간에 많은 면적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체류 방식과 맞물린다. 한두 밤 잠을 자는 공간이라면 침실과 욕실의 완성도가 중요하지만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찾는다면 머무는 시간의 성격이 달라진다. 식사와 독서, 대화와 업무, 휴식이 한 공간 안에서 가능해야 하고 가족이나 동행인의 생활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객실이라는 단어보다 집이라는 개념이 가까워지는 이유다.

수목 사이에 배치된 ‘MASU’ 외관. 수평으로 길게 뻗은 건물과 유리면, 외부 데크가 주거와 휴양시설의 성격을 함께 드러낸다. 사진=NOT A HOTEL·Wonderwal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북가루이자와라는 입지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도심의 관광 거점보다 숲과 휴양지에 독립된 주거형 숙박시설을 두면서 목적지는 여행 일정의 일부가 아니라 체류 자체의 이유가 된다. 관광지를 여러 곳 이동하는 여행보다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무르고 일상과 비슷한 리듬을 유지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구조다.

고급 숙박시장에서는 호텔과 주거의 경계가 이미 여러 방향에서 낮아지고 있다. 호텔 브랜드가 서비스드 레지던스와 브랜디드 레지던스를 확대하고, 장기 체류형 숙박시설은 주방과 거실, 업무공간을 객실 안으로 들여왔다. 휴양지에서는 빌라와 별장, 리조트의 경계도 이전보다 모호해졌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대상도 침대 하나에서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공유소유 모델은 이런 흐름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인다. 이용자는 숙박료만 지불하는 고객에서 부동산 지분을 가진 소유자로 이동한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고객관계가 체크아웃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반대로 이용자는 별장의 소유권을 일부 확보하면서도 관리와 운영을 직접 책임지지 않는 편의를 얻는다.

편리함만 남는 구조는 아니다. 공유소유는 특정 운영체계와 장기간 연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 호텔은 여행할 때마다 목적지와 브랜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지만, 지분을 보유하면 자산과 이용 경험이 한 사업자의 운영 품질과 규정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관리 서비스를 맡기는 편리함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드는 문제는 함께 따라온다.

자산이라는 관점에서도 일반적인 별장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특정 날짜와 이용 규정 안에서 공간을 사용해야 하고, 다른 거점을 이용하는 방식 역시 운영체계에 따라 달라진다. 부동산이라는 성격과 회원형 서비스의 성격이 한 상품 안에서 겹친다. 여행의 자유와 주택 소유의 안정성을 모두 얻는 구조라기보다 두 영역에서 일부를 가져와 새로운 체류 방식을 만든 쪽에 가깝다.

호텔 기업에도 부담은 커진다. 객실을 한 번 잘 운영하는 것보다 건축과 가구, 서비스의 상태를 여러 해 동안 유지해야 한다. 초기의 디자인이 빠르게 낡아 보이거나 시설 관리가 흔들리면 소유자의 만족도와 자산 가치 인식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럭셔리 숙박이 화려한 개장 효과보다 장기적인 유지관리 능력으로 평가받는 비중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MASU의 공간에서 눈에 띄는 부분도 화려한 로비나 대규모 공용시설보다 주거에 가까운 구성이다. 침실은 숲을 향하고, 거실과 다이닝 공간은 장시간 머물 수 있도록 분리돼 있다. 온천과 사우나, 외부 데크 역시 투숙객을 공용시설로 이동시키기보다 한 주택 안에서 생활이 이어지도록 배치됐다. 호텔의 시설을 집 안으로 끌어온 형태다.

야간의 ‘MASU’와 외부 화덕 공간. 실내 거주공간과 야외 체류공간을 가깝게 연결해 객실보다 독립된 주택에 가까운 생활 동선을 구성했다. 사진=NOT A HOTEL·Wonderwal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야간 외관에서도 건물은 리조트의 상징적인 시설보다 숲속 주택에 가깝게 읽힌다. 실내 조명과 외부 화덕, 유리 너머의 생활공간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호텔이 ‘특별한 곳에서 며칠 보내는 공간’이었다면 이런 형태는 여행지에서도 자신의 일상과 비슷한 생활을 유지하려는 방향을 택한다.

고급 숙박시장에서 ‘집처럼 편안하다’는 표현은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최근의 변화는 분위기를 집처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주택의 기능과 소유방식까지 숙박산업 안으로 들어온다는 데 있다. 거실과 주방을 넣는 것에서 출발해 관리 서비스와 반복 체류, 지분 소유까지 연결되면서 호텔과 집의 경계는 사업모델에서도 낮아지고 있다.

여행자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새로운 도시와 숙소를 계속 바꾸는 여행자에게는 일반 호텔이 훨씬 단순하고 자유롭다. 특정 지역을 반복해서 찾거나 별장을 자주 사용하려는 사람에게는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용 빈도가 낮으면 소유의 효율도 떨어질 수 있다. 고급 숙박시장이 하나의 방향으로 통일되기보다 여행 빈도와 생활방식에 따라 더 세분화되는 흐름에 가깝다.

MASU가 보여주는 변화도 ‘호텔의 종말’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호텔이 가진 운영 능력이 주거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다. 청소와 유지관리, 예약, 서비스 운영처럼 호텔이 축적해온 기능이 별장과 주택에 들어가면서 숙박과 소유 사이에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호텔이 판매하는 대상도 달라진다. 침대와 객실 면적, 조식과 부대시설만으로 고가 숙박의 가치를 설명하기보다 특정 장소를 얼마나 자주 자신의 생활에 포함할 수 있는지, 관리 부담 없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가 상품의 일부가 된다. 체류의 질뿐 아니라 체류의 반복성까지 판매하기 시작한 셈이다.

북가루이자와의 숲에 들어선 MASU는 건축적으로는 하나의 별장이지만 호텔산업의 변화 속에서는 다른 위치에 놓인다. 숙박과 주거, 서비스와 소유를 분리했던 오래된 경계가 조금씩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은 여행 중 잠시 머무는 방에서 반복해서 돌아오는 생활 거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숙박에서 소유로의 이동은 모든 여행의 미래가 아니라 고급 숙박시장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분화다. 자유롭게 이동하는 여행자는 계속 호텔을 선택하고, 특정 장소와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는 소비자는 주거형 숙박과 공유소유를 선택할 수 있다. 중요한 변화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호텔이라는 산업이 더 이상 ‘하룻밤의 방’만으로 정의되지 않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