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텔의 미래, 더 화려한 객실보다 ‘내 시간’을 돌려주는 곳

숙박에서 반복 체류로, 공용시설에서 개인의 리듬으로…호텔의 기준 변화 건축·웰니스·개인화가 한 공간으로 들어오지만 화려한 설비보다 사용 방식이 중요 우리가 바라는 호텔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보다 머무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공간

2026-10-14     임민정 기자
수목 사이에 배치된 ‘MASU’ 외관. 수평으로 길게 뻗은 건물과 유리면, 외부 데크가 주거와 휴양시설의 성격을 함께 드러낸다. 사진=NOT A HOTEL·Wonderwal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호텔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개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객실 온도를 맞추고, 얼굴을 인식해 체크인을 끝내고, 로봇이 룸서비스를 가져오는 풍경이다. 객실 안의 스크린은 더 커지고 침대는 더 정교해지며, 고객의 취향을 기록한 데이터는 다음 숙박에 다시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사람이 진짜 원하는 변화가 기술의 양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일본 북가루이자와의 숲에 들어선 NOT A HOTEL의 ‘MASU’는 호텔의 미래를 읽어볼 만한 여러 단서를 한 건물 안에 모아놓았다. 일반 객실보다 독립주택에 가까운 공간, 일정 기간을 소유하는 방식, 건축 자체를 여행의 일부로 만드는 설계, 온천과 냉탕·사우나를 개인 공간에 넣은 웰니스, 같은 구조 안에서도 서재와 다실·시어터룸을 달리하는 구성이다. 어느 하나가 새로운 호텔의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보다, 호텔이 오랫동안 지켜온 경계가 어디에서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호텔은 본래 임시의 공간이었다. 집을 떠난 사람이 며칠 동안 머물고 다시 돌아가는 곳이었다. 객실은 집보다 단순했고, 생활에 필요한 기능도 최소한으로 압축됐다. 좋은 침대와 욕실, 식사와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면 호텔의 기본은 완성됐다.

최근 고급 숙박에서는 이 단순한 구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행자가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숙박의 목적도 관광과 이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장소에서 쉬고, 일하고, 읽고, 식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여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호텔이 잠을 자는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이동하면 공간의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MASU의 공유소유 방식은 이런 변화를 사업모델까지 끌고 간다. 한 번 예약한 뒤 떠나는 고객보다 같은 장소와 반복해서 관계를 맺는 이용자를 전제로 한다. 호텔의 시간이 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에만 존재하지 않고, 여러 해 동안 다시 돌아오는 경험으로 늘어난다.

모든 여행자가 이런 소유 방식을 원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호텔을 계속 경험하는 사람에게 소유는 오히려 이동의 자유를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호텔이 더 이상 하나의 숙박 방식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짧게 머무는 여행과 반복해서 돌아오는 체류, 호텔과 별장, 서비스와 주거의 경계가 이전보다 세밀하게 나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호텔도 모두 집처럼 변할 필요는 없다. 출장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에게는 빠른 체크인과 편안한 침대, 정확한 서비스가 가장 중요할 수 있다. 반대로 일주일을 머무는 사람에게는 소파와 식탁, 수납공간과 혼자 있을 작은 방이 필요하다. 좋은 호텔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경험을 강요하기보다 체류의 목적에 맞는 공간을 제공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건축의 역할도 다시 커지고 있다. 호텔산업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한동안 좋은 호텔의 모습은 놀랄 만큼 비슷해졌다. 대리석 로비와 높은 천장, 커다란 조명, 정돈된 객실과 고급 욕실은 국경을 넘어 반복됐다. 안정적인 품질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었지만 어느 도시에 도착해도 비슷한 공간을 만나는 문제도 함께 생겼다.

MASU는 수기야 건축의 공간 질서를 4×4m 모듈과 철골 구조로 다시 해석했다. 일본적인 장식을 잔뜩 늘어놓기보다 공간을 나누고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현재의 생활에 적용했다. 전통을 보여주는 대신 전통이 공간을 조직해온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미래의 호텔에서 지역성이 중요해진다면 이런 접근이 더 필요하다. 지역의 문양과 공예품 몇 점을 로비에 놓는 것으로 장소의 정체성을 만들기는 어렵다. 창이 어느 방향으로 열리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며, 사람이 실내와 바깥을 어떻게 오가는지까지 지역의 기후와 생활방식에 맞아야 한다. 호텔이 어디에 있든 같은 모습이라면 여행자는 결국 지역이 아니라 브랜드의 내부에 머물게 된다.

건축이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목표가 돼서도 곤란하다. 유명 건축가의 이름과 디자이너 가구의 목록이 숙박료를 설명하는 장치로만 사용되면 호텔은 생활공간보다 전시장에 가까워진다. 좋은 건축은 사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보다 투숙객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바꿔야 한다. 창가에 오래 머물게 하고, 밖으로 걸어 나가게 하고, 조용히 앉아 있을 자리를 만들어주는 공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웰니스도 같은 방향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몇 년 사이 고급 호텔의 웰니스는 빠르게 커졌다. 대형 스파와 피트니스센터, 명상 프로그램과 각종 트리트먼트가 객실 밖에 추가됐다. 시설의 수가 늘어날수록 호텔이 더 건강한 공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MASU는 온천과 냉탕, 사우나를 개인 공간 안으로 가져왔다. 욕실에서 사우나로, 다시 외부 데크와 숲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만들면서 웰니스를 하나의 프로그램보다 하루의 생활에 가깝게 배치했다. 정해진 시간에 스파를 예약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순간 물에 들어가고, 바깥 공기를 마시고, 다시 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래의 호텔에서 중요한 웰니스는 시설의 숫자보다 사용자의 리듬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투숙객이 쉬고 싶은 시간에 쉴 수 있는지, 충분히 잘 수 있는지, 다른 사람과 계속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지, 필요할 때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거대한 스파가 있어도 객실의 방음이 좋지 않고 침대가 불편하다면 웰니스라는 이름은 쉽게 공허해진다.

고가의 시설을 계속 추가하는 방식에는 비용과 자원 문제도 따른다. 객실마다 사우나와 온탕, 냉탕을 넣으면 프라이버시는 높아지지만 물과 에너지, 유지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미래의 호텔은 얼마나 많은 시설을 넣었는지를 자랑하는 단계에서 그 시설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사용되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지를 보여주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호텔의 개인화 역시 다시 정의할 때가 됐다. 그동안 호텔업계에서 개인화는 고객 이름을 기억하고 선호하는 베개나 음료를 준비하는 서비스에 가까웠다. 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기록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고객을 잘 기억하는 것과 고객이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MASU의 네 주택이 일부 공간을 서재와 다실, 시어터룸, 추가 침실 등으로 달리한 것은 개인화를 건축에 반영한 방식이다. 같은 크기의 객실을 더 비싸거나 더 넓게 만드는 대신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를 공간의 차이로 바꿨다. 일을 해야 하는 사람과 가족과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혼자 조용히 차를 마시고 싶은 사람이 같은 객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인 셈이다.

우리가 바라는 호텔도 고객을 지나치게 많이 아는 곳일 필요는 없다. 어떤 음악을 듣고 무엇을 먹으며 몇 시에 잠드는지를 호텔이 모두 기억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 조용히 있을 수 있고, 원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원하지 않는 서비스는 거절할 수 있는 공간이 더 편할 수 있다. 개인화의 끝은 데이터가 아니라 선택권에 가까워야 한다.

기술 역시 같은 기준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기술은 호텔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 모바일 체크인이 프런트의 줄을 없애고, 객실 제어가 쉽게 작동하며, 번거로운 요청을 빠르게 처리한다면 기술은 체류의 마찰을 줄인다. 반대로 조명 하나를 끄기 위해 여러 메뉴를 거쳐야 하고, 모든 서비스를 앱으로만 요청해야 한다면 첨단 기술이 오히려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는다.

미래 호텔의 럭셔리는 기술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보다 기술을 얼마나 보이지 않게 작동시키느냐에서 갈릴 수 있다. 사람이 기계를 배우지 않아도 공간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필요할 때만 서비스가 나타나며, 그렇지 않을 때는 사라지는 환경이 더 편하다. 고급스러움이란 장비의 숫자보다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는 능력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호텔의 서비스도 지나친 개입에서 한 발 물러날 필요가 있다. 최고급 호텔에서는 오랫동안 적극적인 접객이 서비스의 상징이었다. 문을 열어주고, 이름을 기억하고, 식사를 권하고, 일정을 안내하는 세밀한 서비스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서비스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모든 고객이 항상 사람과 접촉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프라이버시는 넓은 객실이나 높은 담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을 때 방해받지 않을 권리, 필요할 때는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함께 있어야 한다. 직원의 존재감을 줄이면서 서비스의 정확도는 높이는 일이 미래 럭셔리 호텔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수 있다.

호텔이 집과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호텔만의 역할도 더 선명해져야 한다. 여행자가 집을 떠나는 이유는 집과 똑같은 공간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다른 속도로 살아보고, 다른 자연과 건축, 식사와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이동한다. 주거의 편안함을 가져오되 여행의 낯섦까지 지워버린다면 호텔의 매력도 줄어든다.

우리가 바라는 호텔은 집처럼 편안하면서 집과는 다른 공간에 가깝다.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주변의 자연과 도시, 문화는 분명하게 느껴져야 한다. 좋은 침대에서 잘 자고 편하게 씻을 수 있으면서도 창밖 풍경과 건축, 음식과 사람을 통해 자신이 집을 떠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표준화와 개인화 역시 어느 한쪽만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안정적인 청결과 안전, 침구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것은 호텔이 포기할 수 없는 기본이다. 그 위에서 객실의 사용 방식과 건축, 체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미래 호텔의 경쟁은 기본적인 품질을 흔들지 않으면서 얼마나 다른 하루를 허용할 수 있는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MASU를 통해 보이는 호텔의 미래도 거대한 건축이나 고가의 가구, 개인 온천 자체에 있지 않다. 숙박과 소유, 건축과 자연, 웰니스와 생활, 표준화와 개인화 사이의 경계를 다시 조정하려는 데 있다. 호텔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공간에서 더 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변화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정표가 더 바빠질 필요는 없다. 조식 시간과 스파 예약, 각종 프로그램을 모두 따라가야 좋은 숙박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용하고, 필요할 때 걸어 나갈 수 있으며, 문을 닫으면 충분히 혼자가 될 수 있는 곳도 좋은 호텔이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호텔은 가장 비싼 방이나 가장 새로운 기술을 가진 호텔과 반드시 같지 않다. 자신의 시간과 속도를 되찾을 수 있고, 장소의 성격을 느낄 수 있으며,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계속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곳에 가깝다.

여행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일이고 호텔은 그 사이의 시간을 맡는 공간이다. 미래의 호텔이 해야 할 일도 사람의 일정을 더 많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쪽에 있을지 모른다. 더 큰 로비와 더 많은 시설보다 잘 자고, 잘 쉬고, 좋은 공간에 오래 머물며 다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힘이 결국 호텔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