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 컬렉션③] 1740만달러에 산 피카소, 4000만달러 추정…쿤스의 두 시장이 갈라졌다
피카소 'Le Baiser' 18년 만에 다시 경매로…매입가의 두 배 넘는 가격 기대 2019년 'Rabbit' 9110만달러 정점 찍은 쿤스 작품시장과 다른 흐름 거장의 작품을 보유한 작가, 창작자와 컬렉터 사이에서 드러난 미술자산의 시간
[KtN 임민정기자]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1969년작 'Le Baiser'가 18년 만에 다시 경매시장에 나온다. 제프 쿤스(Jeff Koons)는 2008년 이 작품을 1740만달러에 구입했다. 이번에 제시된 추정가는 약 4000만달러다. 실제 낙찰가격은 경매장에서 결정되지만 매입 당시 가격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쿤스의 개인 컬렉션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 예상되는 작품이면서, 작가 쿤스와 컬렉터 쿤스가 서로 다른 미술시장을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Le Baiser'는 1969년 10월 제작된 피카소의 후기 회화다. 두 인물의 얼굴은 화면 한가운데에서 거의 하나로 붙어 있고 눈과 코, 입은 과장된 형태로 맞물린다. 흑백과 회색을 중심으로 한 거친 붓질은 입맞춤의 낭만성보다 육체의 밀착과 욕망을 앞세운다. 피카소가 말년에 집중했던 사랑과 성, 남녀 관계의 긴장이 강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2008년 1740만달러에 거래된 작품에 2026년 약 4000만달러의 추정가가 붙으면서 가격의 시간도 함께 드러났다. 경매 추정가는 실제 거래가격과 같지 않고 매도 과정의 비용까지 포함한 투자수익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18년 동안 한 컬렉션에 머물렀던 작품이 다시 시장에 나왔을 때 이전 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에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블루칩 미술품의 장기 보유가 어떻게 시장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피카소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작품의 가격이 같은 속도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제작 시기와 크기, 주제, 소장 이력, 시장에 나온 횟수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Le Baiser'에는 후기 피카소 특유의 강한 신체 표현과 큰 화면, 장기간의 개인 소장 이력이 겹쳐 있다. 18년 만의 재등장은 작품 자체의 미술사적 평가와 현재 피카소 시장의 구매력을 동시에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쿤스 자신의 작품시장은 같은 기간 다른 궤적을 그렸다. 1986년작 'Rabbit'은 2019년 9110만달러에 거래되며 당시 생존작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거울처럼 빛나는 스테인리스스틸 토끼 한 점이 1억달러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면서 쿤스의 이름은 현대미술 경매시장의 정점에 놓였다.
2019년의 기록은 쿤스 전체 시장에 강한 상징을 남겼지만 이후 모든 작품이 같은 속도로 상승하지는 않았다. 최고가 작품과 일반 거래 작품 사이의 가격 차이는 크고, 쿤스 시장의 열기도 당시 정점과 비교하면 낮아졌다. 미술시장에서 작가 한 명의 최고가 기록과 해당 작가 작품군 전체의 현재 수요는 서로 다른 지표라는 사실이 다시 드러난다.
피카소 'Le Baiser'와 쿤스 'Rabbit'을 나란히 놓으면 더 흥미로운 대비가 생긴다. 한쪽은 쿤스가 만든 작품이고 다른 한쪽은 쿤스가 사들인 작품이다. 자신의 대표작이 2019년 역사적인 경매 기록을 세운 뒤 시장의 열기가 조정을 받는 동안, 2008년 구입해 보유해온 피카소에는 매입가의 두 배를 넘는 추정가가 붙었다. 작가로서의 시장과 컬렉터로서 보유한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은 셈이다.
현대미술가의 경제적 위치를 작품 판매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동시에 다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며 자산을 구성한다. 수집한 작품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필요할 때 다시 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컬렉션은 미적 취향과 재산이라는 두 성격을 함께 갖는다.
쿤스는 대규모 스튜디오 제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거대한 조각과 완벽하게 연마된 금속 표면, 복잡한 회화 제작에는 전문 인력과 긴 제작기간이 필요하다. 높은 작품가격만으로 작업실의 경제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판매대금이 들어오는 시기와 대형 프로젝트에 비용이 투입되는 시기가 같지 않고 여러 작품이 수년에 걸쳐 제작되기도 한다.
'Heroes & Lovers'의 매각이 쿤스의 작업 재투자와 연결된다는 내용도 이런 제작 구조와 맞닿는다. 다른 거장의 작품에 장기간 묶여 있던 자금이 경매를 거쳐 다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피카소 한 점만 약 4000만달러가 예상되고 전체 9점의 추정가는 약 1억달러에 이른다. 개인 컬렉션의 정리가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을 만드는 거래가 되는 셈이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작품은 감상하는 동안에도 경제적 시간을 함께 쌓는다. 한 번 구입한 뒤 10년, 20년 동안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공개된 거래가격도 멈춘다. 다시 경매에 등장하는 순간 과거 매입가격과 현재의 수요가 비교되면서 작품의 새로운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Le Baiser'의 18년은 바로 그런 공백을 품고 있다.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소에는 희소성도 있다. 주요 작품이 장기간 개인 컬렉션에 들어가 있으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작품의 수가 줄어든다. 다시 경매에 나왔을 때 구매자에게는 오랫동안 없었던 작품을 확보할 기회가 된다. 작품의 질과 시장 분위기가 받쳐줄 경우 긴 보유기간은 경매의 관심을 높이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소장 이력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피카소의 작품을 소유한 사람이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였다는 사실은 그림의 제작연도나 미술사적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대신 작품이 피카소의 손을 떠난 이후 누구의 컬렉션을 거쳐왔는지에 새로운 기록을 더한다. 유명 컬렉터와 작가의 소장은 경매에서 작품의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된다.
미술품 투자를 일반 금융상품과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도 분명하다. 주식처럼 매일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작품마다 조건이 다르다. 구매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매입·매도 과정의 비용도 크다. 한 작품에서 높은 수익이 나왔다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Le Baiser'의 1740만달러와 약 4000만달러 역시 미술품 가격이 직선으로 상승했다는 뜻은 아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미술시장 호황과 조정을 거치는 동안 피카소 시장도 계속 변했다. 18년의 보유기간 끝에 제시된 현재 추정가는 그동안의 변화가 한 시점의 숫자로 다시 모인 결과다.
쿤스의 'Rabbit'도 가격이 형성되는 방식에서는 같은 시장 논리를 거쳤다. 작품의 미술사적 중요성과 희소성, 소장 이력에 구매자 경쟁이 붙으면서 9110만달러라는 기록이 만들어졌다. 당시 한 차례의 경매 결과가 쿤스라는 작가에게 강력한 가격 기준을 만들었지만 다음 작품까지 자동으로 같은 수준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현대미술시장에서 최고가 기록은 작가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효과가 크다. 뉴스와 전시, 갤러리와 컬렉터의 관심을 한꺼번에 끌어올린다. 동시에 지나치게 높은 기록은 이후 거래에서 비교 기준으로 계속 따라붙는다.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정점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평가되고 시장이 낮아지면 낙폭 자체가 다시 뉴스가 된다.
쿤스에게 2019년은 그런 기준점이 됐다. 'Rabbit' 이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9110만달러라는 최고가와 비교됐다. 반면 쿤스가 보유한 피카소는 쿤스의 시장가격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채 피카소 시장 안에서 별도의 평가를 받아왔다. 한 사람의 자산 안에 서로 다른 작가 시장이 공존하면서 위험과 가치의 움직임도 나뉘었다.
미술품 수집을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만 설명하면 쿤스 컬렉션의 성격을 놓치게 된다. 'Heroes & Lovers'에는 쿤스 자신의 작품과 겹치는 육체와 욕망, 사랑과 신화의 이미지가 반복된다. 좋아하는 작품을 장기간 소장하면서 그 작품이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쌓은 구조에 가깝다. 미적 선택과 자산가치가 처음부터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가 미술품 시장에서는 이런 두 성격이 늘 함께 움직인다. 컬렉터는 작품을 좋아해서 사면서도 가격을 외면하기 어렵고, 투자 목적을 가진 구매자 역시 작품의 미술사적 위치와 희소성을 살핀다. 가격만으로 작품을 살 수는 있어도 시장이 그 가격을 오래 유지하려면 작품 자체에 대한 수요가 뒤따라야 한다.
오는 11월 'Le Baiser'가 실제로 어느 가격에 낙찰되는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약 4000만달러의 기대가 실제 입찰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장기간 보유된 피카소 후기작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숫자로 나타난다. 추정가에 미치지 못하거나 유찰될 경우에는 현재 고가 미술시장과 피카소 시장의 수요를 다시 살펴볼 자료가 된다.
경매 결과는 쿤스 개인에게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 오랫동안 보유했던 작품의 가치가 시장에서 다시 결정되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Rabbit'의 판매자가 쿤스가 아니었지만 쿤스라는 작가의 시장가치가 새롭게 기록됐다. 이번에는 쿤스가 소장한 피카소의 가격이 컬렉터로서의 선택을 숫자로 보여주게 된다.
'Heroes & Lovers' 전체 추정가 약 1억달러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 현역 작가가 수십 년 동안 모은 미술품이 이제 대형 경매의 주요 컬렉션이 됐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 부를 축적하고, 축적한 자본으로 미술사를 수집하며, 그 컬렉션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경매시장의 상품이 되는 순환이다.
피카소의 'Le Baiser'는 그 순환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 점이다. 2008년 1740만달러였던 작품이 2026년 약 4000만달러의 기대를 안고 다시 경매장에 들어선다. 같은 기간 쿤스는 자신의 작품으로 9110만달러의 기록을 만들었고 이후 시장 조정도 경험했다. 한쪽에는 컬렉터로서 장기간 보유한 피카소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세계 미술시장의 급등과 조정을 겪은 자신의 작품이 있다.
이번 경매가 보여주는 것은 어느 작가에게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답이 아니다. 미술품 가격에는 작품의 질과 희소성, 작가의 위치, 시장의 수요, 소장 이력과 시간이 함께 들어간다. 같은 사람의 자산 안에서도 자신의 작품과 소장한 피카소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11월 뉴욕 경매장의 최종 숫자는 18년 동안 멈춰 있던 'Le Baiser'의 공개시장 가격을 다시 기록하게 된다. 1740만달러와 약 4000만달러 사이에 놓인 긴 시간, 그리고 9110만달러의 'Rabbit' 이후 달라진 쿤스 시장까지 함께 놓고 보면 'Heroes & Lovers'는 단순한 개인 소장품 매각보다 넓은 미술시장의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의 명성과 작품가격, 수집과 자산이 같은 시간 안에서도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이번 경매에서 숫자로 다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