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군대 갔다" 여야 한목소리…축구 금메달 뒤 불붙은 '예술·체육 병역특례' 폐지론 전말

"군 면제 하나만 봤다"·'전역모' 인증샷 후폭풍…아시안게임 4연패 덮친 53년 병역특례 존폐론 아시안게임 금메달 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뛰었다” 발언·‘전역모’ 사진 후폭풍 여야서 폐지·축소·기준 재설계 잇따라…저출생·병역 공정성 맞물려 제도 존폐 논쟁

2026-10-06     신미희 기자
BTS도 군대 갔다...여야 한목소리…축구 금메달 뒤 불붙은 '예술·체육 병역특례' 폐지론 전말  사진=2026. 10.06.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남자축구 4연패를 달성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이 53년 된 병역특례 제도의 존폐 논쟁으로 번졌다. 일부 선수들이 우승 직후 병역 혜택을 직접 언급하거나 ‘전역모’를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축소하거나 기준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논쟁의 범위도 선수 몇 명의 부적절한 발언을 넘어섰다. 1973년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도입된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이 병역자원이 빠르게 감소하는 한국 사회와 맞느냐는 문제로 확대됐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전원이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실까지 정치권에서 직접 거론되면서 스포츠와 예술 분야의 ‘국위선양’에 병역 혜택을 연결해 온 오래된 기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 금메달 직후 “군 면제 보상”…우승보다 커진 병역 발언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과의 결승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우승의 여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양민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병역 혜택을 중요한 동기로 언급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어서 그것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2007년생으로 대표팀 막내인 박승수는 금메달 획득 뒤 ‘전역모’를 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주장 이기혁의 병역 관련 발언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빠르게 커졌다.

이기혁과 양민혁, 박승수는 이후 잇달아 사과했다. 대한축구협회에 이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5일 선수단 해단식에서 일부 선수의 병역 관련 언행에 대해 국민과 국군 장병에게 사과했다.

해외 언론까지 관련 논란을 보도하면서 남자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4연패보다 병역특례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 “BTS도 군대 갔다”…민주당서도 53년 제도 재정비론

정치권의 반응은 이전 병역특례 논쟁과 비교해 강도가 높아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53년 전 병역특례, 이제는 재정비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대상과 기준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이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모든 청년이 각자의 영역에서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BTS의 병역 이행도 거론했다.

메달이나 특정 성과에 따른 보상 형태로 병역특례가 유지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육군 법무감 출신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한발 더 나갔다. 체육·예술 분야 병역특례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저출생에 따라 현역 복무 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제 콩쿠르 입상자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현행 기준의 형평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3년 만들어진 제도와 2026년 청년들이 받아들이는 병역 공정성 사이의 간극이 정치권 논쟁의 중심으로 올라온 것이다.

□ 국민의힘도 “태극마크가 병역 프리패스 될 수 없어”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날 제도 개편 요구가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가대표의 승리를 ‘군대에 가지 않는 티켓’을 따낸 것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며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전면적으로 다시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제도라면 ‘국위선양’만으로 계속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종목별 국제 경쟁 수준과 대회의 위상을 반영해 기준을 다시 설계하고, 제도를 유지할 경우 복무와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병역특례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향의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야 의원들이 같은 시기에 축소와 폐지, 기준 재설계를 잇따라 꺼내면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정치권 비판에서 법·제도 개편 논의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 ‘군 면제’ 아니다…34개월 예술·체육요원 복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라 주어지는 혜택은 흔히 ‘군 면제’라고 불리지만 법적으로는 병역 자체가 없어지는 제도가 아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예술·체육요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휘·감독 아래 해당 분야에서 34개월간 복무한다. 복무 기간에는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도 이행해야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일반 현역 복무로 인한 경력 중단을 피하면서 선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큰 병역 혜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전성기가 짧은 스포츠 선수에게 경력 단절은 경기력과 계약, 해외 진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체육계에서 병역특례 유지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 1973년 ‘국위선양’에서 2026년 ‘병역 공정성’으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1973년 도입됐다.

당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성적을 높이고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 정책이 제도의 배경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스포츠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한국 선수들은 유럽 프로축구와 미국 프로야구, PGA 투어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K팝과 영화, 드라마 역시 국제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넓혔다.

BTS가 정치권 발언에 반복해서 등장한 배경도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세계적인 성과와 ‘국위선양’을 기준으로 병역상 혜택을 부여한다면 대중문화와 스포츠, 순수예술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라는 오래된 논쟁이 다시 따라붙는다.

대중음악인은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더라도 현행 예술요원 편입 대상이 아니다. 반면 아시안게임에서는 종목과 국제적 경쟁 수준의 차이에도 금메달이라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병역특례 논쟁이 반복될 때마다 ‘누가 국위선양을 했는가’를 국가가 결정하는 방식 자체가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진 이유다.

□ 선수의 SNS 한 장이 제도 개편론까지…달라진 스포츠 문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국가대표 선수에게 요구되는 태도도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의 인터뷰와 SNS 게시물은 경기 결과만큼 빠르게 확산된다. 대표팀 내부에서 가볍게 소비될 수 있었던 말과 사진도 수백만 명이 동시에 보는 콘텐츠가 됐다.

박승수의 ‘전역모’ 사진과 양민혁의 인터뷰가 짧은 시간 안에 정치권까지 번진 과정도 최근 스포츠 소비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의 경기력과 개인의 표현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병역 문제처럼 또래 청년의 삶과 직접 맞닿은 사안에서는 한마디가 선수 개인을 넘어 제도 전체의 정당성 논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 남자축구는 아이치·나고야에서 아시안게임 사상 첫 4연패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금메달 직후 나온 몇몇 발언은 1973년 시작된 예술·체육 병역특례 제도를 다시 국회 앞으로 불러냈다.

오는 국회 논의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메달이라는 현행 기준을 그대로 둘지, 대상과 범위를 줄일지, 예술·체육요원 제도 자체를 폐지할지가 쟁점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53년 동안 유지된 ‘국위선양과 병역 혜택’의 연결고리가 2026년에도 유효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