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9기 김포 100일⑥] 이기형 시장이 꺼낸 ‘한강하구’…김포 문화정책, 지역자산에서 콘텐츠로
본지 문화정책·문화산업 질의에 “숨어 있는 우리 시만의 가치 찾아야” 1000석 문화예술회관 재추진·체류형 관광 병행…역사·전설은 스토리텔링 자산으로
[KtN 임우경기자]이기형 김포시장이 민선 9기 문화정책의 주요 자산으로 한강하구를 지목했다. 새로운 문화시설을 짓는 데만 머물지 않고 김포에 축적된 역사와 전설, 자연환경을 찾아 콘텐츠로 만들고 관광과 지역소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1000석 규모 김포문화예술회관과 청소년 문화시설 재추진도 함께 진행하면서 문화 기반시설과 지역 고유 콘텐츠를 두 축으로 놓았다.
본지는 지난 6일 민선 9기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포시와 이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정책과 문화산업, 현재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문화와 콘텐츠가 국가 성장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포가 어떤 지역 자산으로 문화정책을 만들고 있는지를 묻는 취지였다.
이 시장의 답변은 공연장이나 축제 이름보다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자산에서 시작됐다. 지방정부가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기보다 지역 안에 숨어 있는 고유한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지방정부에서 성공한 축제나 관광사업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에도 거리를 뒀다.
순천만을 예로 들었다. 자연환경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지역 브랜드였던 것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찾아 상품화하고 브랜드화하는 과정이 뒤따랐다는 설명이다. 김포 역시 이미 성공한 다른 도시의 방식을 반복하기보다 김포에서만 꺼낼 수 있는 내용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시장이 김포에서 지목한 공간은 한강하구다. 오랜 시간 사람과 물자가 이동한 역사적 공간이면서 주변에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흔적과 지역의 전설이 축적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강하구의 역사성을 “스토리텔링의 보고이자 자산”으로 보고 이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뭔가 우리가 채굴을 해야 된다”는 표현도 나왔다. 김포 안에 존재하지만 충분히 꺼내 쓰지 못한 역사와 이야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강하구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상품화할지가 김포 문화정책에서 중요하다고도 했다.
정부 문화정책도 지역의 문화자산과 관광, 산업을 연결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8월 발표된 2026년 하반기 문화정책에는 문화강국 기반 강화와 K-컬처 산업 육성, 문화·체육·관광을 통한 지역 정주여건 개선, 지역관광 활성화가 주요 방향으로 포함됐다. 중앙정부가 콘텐츠 산업과 지역문화를 함께 다루는 시점에 김포는 한강하구라는 지역 자산을 출발점으로 삼은 셈이다.
김포가 추진하는 문화정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시설사업은 문화예술회관이다. 민선 9기는 장기간 지연된 1000석 규모 김포문화예술회관의 행정절차를 다시 진행하고 재정 투입을 통해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기동 청소년 복합문화센터 조기 완공과 김포본동·통진·장기동 복합커뮤니티센터, 걸포북변역 주변 문화광장 조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문화시설은 시민이 공연과 전시, 생활문화를 이용할 공간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한강하구를 스토리텔링하고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구상과는 역할이 다르다. 공연장과 문화센터가 문화 향유의 기반이라면 한강하구의 역사와 이야기는 김포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콘텐츠의 원천에 가깝다.
한강하구 구상은 체류형 관광정책과도 이어졌다. 이 시장은 김포의 역사·문화 유적과 관광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서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투어패스 이용시간도 기존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려 관광객이 하루를 머물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애기봉과 문수산, 한강하구 주변의 생태·역사자원, 농촌체험 공간 등을 각각 방문하는 방식보다 역사와 전설, 설화를 묶어 하나의 여행 동선으로 만드는 구상이다. 관광자원이 연결되면 최소 2박3일 일정까지 만들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애기봉 한 곳에 관광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이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라베니체와 금빛수로에는 상설문화축제를 정착시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가맹 확대와 김포페이 등 지역 소비수단을 함께 활용해 방문객이 문화행사를 보고 주변 음식점과 상점을 이용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상권 소비까지 이어가겠다는 정책이다.
한강하구에서 출발한 역사와 이야기가 실제 문화산업으로 넓어지려면 제작 과정도 중요해진다. 지역사를 조사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기획자와 작가, 공연·전시·영상으로 옮기는 예술인과 제작자, 관광상품과 문화상품을 만드는 사업자가 참여해야 하나의 지역 자산이 여러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문화예술회관도 준공 자체가 끝은 아니다. 외부 공연을 유치하는 대관시설에 머물지 않고 김포에서 만들어진 공연과 전시, 지역 역사 콘텐츠를 선보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문화산업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청소년 복합문화센터와 생활권 문화공간 역시 시민이 문화를 소비하는 장소에서 창작과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운영될 때 역할이 넓어진다.
관광객 숫자만 늘어나는 구조도 지역 문화산업과는 차이가 있다. 김포의 역사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콘텐츠와 상품을 만들고, 관광객이 이를 소비한 뒤 수익이 다시 제작과 일자리로 이어져야 산업적 순환이 생긴다. 한강하구의 ‘상품화’를 관광지 정비에만 둘 것인지, 창작과 제작까지 넓힐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범위도 달라진다.
민선 9기 100일 동안 구체적으로 움직인 사업은 문화예술회관과 청소년 문화시설, 복합커뮤니티센터, 수변문화축제, 체류형 관광 등 시설과 관광 분야에 집중돼 있다. 한강하구의 역사와 전설을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문화콘텐츠 제작과 지역 창작자, 문화기업, 일자리까지 연결하는 구조는 이후 정책에서 보다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포의 문화정책은 대형 공연장을 갖추는 일과 김포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동시에 안고 있다. 문화예술회관이 시민에게 필요한 시설이라면 한강하구는 다른 도시가 대신 가질 수 없는 지역의 역사적 자산이다. 두 영역을 공연·전시·영상·관광·지역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시설 투자와 지역 콘텐츠가 서로 다른 사업으로 흩어지지 않는다.
이 시장이 본지 질의에 답하며 꺼낸 ‘채굴’은 김포 문화정책의 방향을 압축한 표현이다. 이미 존재하는 한강하구의 역사와 전설을 찾아내고, 이를 시민이 접할 문화콘텐츠와 관광객이 찾을 상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민선 9기는 문화예술회관 재추진과 생활권 문화시설 확충, 한강하구 스토리텔링, 체류형 관광, 수변 상권의 문화행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100일 이후 김포 문화정책의 기록은 시설의 착공과 준공뿐 아니라 한강하구에서 발굴한 이야기가 실제 공연과 전시, 관광상품과 지역소비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서 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