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9기 김포 100일⑧] 지방채 꺼낸 이기형 시장…중단사업 재가동과 4년 재정
이기형 시장 “최근 5년 지방세 수입 증가율 1% 중반대·세출은 3% 중반대” 문화예술회관·복지관·청소년시설 다시 추진…“최소 범위 지방채로 기반시설 확충”
[KtN 임우경기자] 김포시가 민선 9기에서 멈춰 있던 문화·복지·체육시설을 다시 추진하면서 재원 마련이 시정 운영의 핵심으로 올라왔다. 이기형 김포시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인구 증가에 필요한 기반시설까지 미룰 수는 없다며 일정 범위의 지방채 활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교통과 도시개발, 문화, 복지 분야에서 동시에 사업이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100일 이후에는 사업별 재원과 추진 순서가 시정의 속도를 좌우하게 된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김포시의 지방채 발행 계획과 재정 여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 시장은 취임 뒤 각 부서의 재정 상황을 보고받은 결과 김포시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5000억원 이상의 가용재원이 있다는 주장은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사전에 약정된 공공기여가 있지만 이를 확정된 현금성 재원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방세 흐름도 함께 언급했다. 이 시장은 예산부서에서 보고받은 최근 5년간 지방세 수입 증가율이 평균 1% 중반대인 반면 세출 증가율은 3% 중반대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물가와 인건비, 기존 시설 운영비가 오르면서 지출은 계속 증가하지만 자체 세입은 같은 속도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기에 각종 기금을 활용해온 점도 재정 여력을 좁힌 요인으로 들었다. 이 시장은 일부 기금의 상환 시기를 연장한 상황을 언급하며 일반회계만으로 모든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중단된 기반시설을 다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선택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포의 인구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진다. 2035 김포도시기본계획은 계획인구를 74만2000명으로 잡고 있다.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와 기존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 도로와 대중교통뿐 아니라 문화·체육·복지시설 이용 수요도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이 지방채 필요성을 설명하며 먼저 언급한 시설도 시민 생활과 연결된 기반시설이었다. 50만 도시 규모에 맞는 종합체육시설과 문화예술회관, 통합사회복지관, 청소년 문화시설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 사업을 미룰 수 없다는 취지였다. 콤팩트시티 입주까지 이어지면 시설 수요가 더 커지는 만큼 지금 사업을 중단하면 이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1000석 규모 김포문화예술회관은 민선 9기가 재추진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장기동 청소년복합문화센터도 다시 행정절차를 밟고 있으며 김포본동·통진·장기동의 복합커뮤니티센터와 통합사회복지관 등도 시 재정과 연결돼 있다. 김포시는 문화예술회관과 청소년복합문화센터의 중앙투자심사와 외부 재원 확보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시설사업은 착공비만 계산해서 끝나지 않는다. 건물이 완공되면 인력과 시설관리, 프로그램 운영, 보수 비용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지방채로 건립비 일부를 마련하더라도 원리금 상환과 준공 이후 운영비까지 중장기 재정계획에 함께 들어가야 한다.
광역교통도 시비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5호선 김포·검단 연장은 정부와 경기도, 서울·인천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이고 골드라인 증차 역시 국비와 도비, 시비가 함께 들어간다. 이 시장은 골드라인 추가 차량 도입과 관련해서도 경기도에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비와 도비 확보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사업이라도 외부 재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김포시가 직접 부담하는 시비 규모가 달라진다. 문화예술회관과 청소년시설, 교통, 지역화폐 등 민선 9기가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재정지원 여부와 연결돼 있다.
도시개발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도 재정계획의 한 부분이다. 개발사업자가 도로와 공원, 공공시설 등을 조성하거나 일정 재원을 부담하면 지방정부가 직접 투입해야 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사업 일정과 인허가, 개발 규모에 따라 실제 확보 시기가 달라질 수 있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재원을 먼저 확정적인 세입처럼 잡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콤팩트시티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두고 이 시장이 지방재정 문제를 꺼낸 것도 같은 흐름이다. 청년과 고령층,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신규 인구가 늘어나면 문화예술회관과 체육관, 복지관, 도로 등 지방정부가 마련해야 할 시설도 함께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세입 증가가 시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지방교부세 등 별도의 재정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방채 자체가 재정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나 문화시설처럼 오랫동안 사용하는 기반시설의 건립비를 여러 해에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규모로 발행하거나 운영비가 큰 시설을 동시에 늘리면 이후 예산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든다.
이 시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채 발행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동시에 “아무 사업도 하지 않으면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이미 미뤄진 기반시설을 다시 다음 시정으로 넘기는 방식은 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선 9기에서는 필요한 기반시설에 한해 최소 범위에서 지방채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재정 문제는 민선 9기가 내건 ‘중단된 사업의 지속과 완성’과 직접 연결된다. 장기간 중단된 사업은 기존 설계와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미 투입한 비용에 추가 사업비가 더해지고, 공사비와 자재비가 오른 상태에서 재개하면 처음 계획했을 때보다 재정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김포시는 취임 100일 동안 교통과 산업·일자리, 민생경제, 의료·복지, 인프라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서울5호선과 골드라인, 제조업 지원, 김포페이, 대학병원, 문화예술회관, 청소년시설까지 분야는 다르지만 예산 단계에서는 결국 하나의 시 재정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모든 사업을 같은 속도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국비와 도비가 확보된 사업, 이미 행정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 시민 이용 수요가 큰 시설부터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이 필요해진다. 신규 사업을 추가할 때도 기존 사업의 준공 시점과 운영비를 함께 계산해야 연도별 재정 부담이 한 시기에 몰리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교통과 공공주택, 지역문화·민생정책도 지방정부 단계에서는 국비만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앙정부 정책과 경기도 사업을 김포에 가져오는 과정에서 시비가 함께 필요한 사업이 생긴다. 국가정책과 지방정책이 연결될수록 외부 재원 확보와 지방비 부담을 함께 계산하는 재정 운용이 중요해진다.
민선 9기 출범 100일은 새로운 시설을 완성한 기간보다 멈춰 있던 사업을 다시 꺼내고 앞으로 추진할 정책을 정리한 기간에 가깝다. 이 시장이 첫 100일에 지방채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도 앞으로 4년 동안 추진할 사업과 김포시의 재정 여력 사이의 간격을 인정한 대목이다.
2035년 계획인구 74만2000명을 향해 도시 규모가 커지면 기반시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도 빨라진다. 반면 지방세 증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복지·교통시설을 동시에 추진하면 지방채와 국·도비, 공공기여, 일반회계를 어떤 비율로 조합할지가 중요해진다.
이기형 시장과 김포시의 첫 100일 동안 이동시장실과 시민소통기획관이 가동됐고, 서울5호선과 콤팩트시티, 제조업과 골목상권, 의료·복지, 한강하구 문화정책, 농업 품종 전환까지 여러 분야의 방향이 제시됐다. 100일 이후에는 발표보다 예산서와 사업 일정에서 시정의 선택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김포시가 다시 추진하는 시설은 착공 시점이 서로 다르고 필요한 재원도 다르다. 국·도비 확보 규모와 지방채 발행, 자체 세입, 개발사업의 공공기여가 연도별로 맞물려야 중단된 사업을 다시 멈추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 민선 9기 4년의 재정은 새 사업을 얼마나 많이 추가했는지가 아니라, 이미 제시한 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어느 순서로 끝까지 집행했는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