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현장] 20살 관객→개막식 MC로 금의환향… 김민하, 부산서 눈물 대신 털어놓은 속마음
20살 관객에서 BIFF 개막식 MC·액터스 하우스 주인공으로… 김민하가 밝힌 ‘파친코’ 이후 4년과 버킷리스트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서 고백한 배우 김민하의 성장 궤적… 스무 살 첫 방문 기억부터 글로벌 주목 뒤 찾아온 혼란과 극복, 60년 연기 다짐까지
[KtN 김동희기자] 배우 김민하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2026) ‘액터스 하우스’ 무대에 올랐다. 스무 살 연극영화과 학생 시절 영화를 보기 위해 티켓 부스 앞을 지켰던 관객에서, 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를 거쳐 자신의 연기 철학을 나누는 단독 토크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자리한 순간이다.
김민하는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향해 “스무 살 때부터 학생으로도, 놀러 오기도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액터스 하우스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기에 서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며 “초대받았을 때 얼떨떨하고 놀라웠지만 기쁜 마음이 훨씬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 스무 살 관람객에서 개막식 사회자로… BIFF와 맺은 10년의 인연
김민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아 안정적인 진행으로 영화제의 출발을 알렸다. 대형 무대에 선 경험에 대해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떨릴 줄 알았는데 레드카펫을 지나며 발랄한 음악이 나오자 마음이 차분해졌다”며 “관객 한 분 한 분을 마주하며 화자로서 듣는 방법의 중요성을 배웠고, 이후 타인의 말에 집중하는 공부의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부산과의 첫 인연은 20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민하는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모바일 예매가 익숙지 않던 때 직접 현장에서 티켓팅을 해 영화 ‘존 윅’을 봤다”며 “당시 멋진 축제의 공기를 느끼며 언젠가 이곳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와 핑크빛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일정 3일 차를 맞은 그는 현실과 분리된 특별한 감각도 전했다. 김민하는 “바쁜 촬영 일정 속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관객의 호응을 받다 보면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며 “언니와의 통화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다시 촬영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놓자, 언니가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지금 현실이 값진 것’이라고 답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꿈을 꾸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꿈의 가치를 짚었다.
▢ ‘파친코’ 신드롬 이후 4년… 쉼표 찍고 일상으로 돌아온 시간
글로벌 OTT 시리즈 ‘파친코’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지나온 시간에 대한 진솔한 고백도 이어졌다. 김민하는 2020년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 주연으로 발탁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공개 전부터 낯선 시선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공개 전 1년간 의도적으로 숨을 고르는 선택을 했다. 서둘러 차기작을 결정하거나 소속사를 찾기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민하는 “그 1년의 쉼이 지난 4년을 버티게 한 바탕이 됐다”며 “들뜬 마음을 내려놓고 가족, 친구들과 일상을 나누며 스스로를 다잡지 않았다면 지금 걸어온 길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지도에 따른 안팎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해외 활동 위주의 배우’라는 인식이 굳어지거나 외국인으로 오해받는 일도 잦았다. 김민하는 “한국에서 꾸준히 발을 붙이고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그 과정을 거치며 대본을 선택하는 기준과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의 선을 확고히 정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관심에 대해서는 “하루아침에 집중된 시선이 두려워 ‘기대만큼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현장에 집중했고 온전한 나 자신을 지키려 애썼다”고 털어놨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내면… “사이다 액션과 60년 연기가 꿈”
다작 행보 속에서 마주하는 배우로서의 고민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김민하는 “새 작품에 들어갈 때 전작의 말씨나 습관이 불쑥 튀어나올까 봐 매 순간 경계한다”며 “소비 주기가 빠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대중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공백과 흐름을 조율하며 더 깊이 몰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도 짚었다. 신인 시절 남의 시선에 갇혀 우울감에 빠지거나 연기하는 이유를 잃어버리기도 했던 그는 “결국 타인의 시선을 내려놓으면서 중심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민하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자리 잡자 다른 사람의 조언과 평가를 편안하게 수용하는 귀가 열렸다”고 덧붙였다.
향후 도전하고 싶은 영역으로는 액션 장르를 언급했다. 영화 ‘루시’를 인상 깊게 봤다고 밝힌 그는 “여성 서사가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통쾌한 액션물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배우로서의 최종 지향점에 대해 “50년, 60년 동안 끊임없이 연기하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버킷리스트”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6일 개막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 남포동 일대에서 진행된다. 커뮤니티비프 69편을 포함해 총 59개국 316편의 초청작이 8개 극장 31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