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호상 여수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재즈의 즉흥성은 바다의 파도를 닮았습니다”

2023년 첫 회부터 네 차례 축제 총괄… 33년 문화기획 현장과 시인의 감수성으로 음악과 공간 연결 여수 밤바다에서 찾은 축제의 의미… 지역 예술인과 국제 재즈 음악인의 교류까지 구상

2026-10-11     박준식 기자
임호상 여수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재즈의 즉흥성은 바다의 파도를 닮았고, 깊은 울림은 한 편의 서정시와 같습니다.”

임호상 여수재즈페스티벌 총감독에게 바다와 재즈는 서로 다른 언어로 시간을 표현하는 존재다. 파도가 같은 모양으로 되돌아오지 않듯 재즈 연주 역시 같은 곡이라도 매번 다른 호흡으로 완성된다. 연주자의 즉흥적인 선택과 이를 듣는 사람의 감정이 만나는 시간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저마다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33년간 문화예술 기획과 이벤트산업에 몸담아 온 임 총감독은 시인이기도 하다. 공연을 설계할 때 음악과 무대의 기술적 구성뿐 아니라 관객이 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과 그 안에서 형성되는 감정의 흐름을 함께 생각한다. 재즈를 여수의 바다와 연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3년 첫 회를 시작한 여수재즈페스티벌은 올해 네 번째 행사를 마쳤다. 지난 9일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열린무대에서 열린 공연에는 주최 측 집계 3,000여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석했다. 커먼그라운드와 말로, 이정식, 웅산밴드 등 서로 다른 음악적 특성을 지닌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임 총감독은 제1회부터 제4회까지 축제의 연출을 맡았다. 재즈를 중심으로 한 음악축제를 여수에서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출연진 구성과 공연 공간, 관람 방식을 조율해 왔다.

여수세계박람회 3주년과 5주년, 1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총감독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이벤트산업협회 수석부회장과 한국예총 여수지회 수석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복합문화공간 '여수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행사를 제작하는 일과 시를 쓰는 일, 지역의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는 일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임 총감독에게는 사람이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과 시간을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네 번의 가을, 여수에서 재즈를 이어온 시간

여수재즈페스티벌은 2023년 첫 회를 열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축제는 재즈라는 음악 장르를 지역의 자연환경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개최돼 왔다.

임 총감독에게 첫 회를 준비하던 시절과 올해 공연을 비교해 달라고 하자, 축제가 여수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당시의 기억을 꺼냈다.

“첫 회를 준비할 때만 해도 ‘여수에서 재즈 페스티벌이 안착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회부터 4회까지 한 회 한 회 정성을 다해 무대를 빚어왔고, 올해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열린무대라는 뜻깊은 공간에서 3,000명이 넘는 시민과 전국의 관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하나 되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찼습니다. 여수 시민들의 성숙한 문화적 안목과 아티스트들의 열정이 빚어낸 결실입니다.”

축제는 정해진 날짜에 열리고 끝나지만, 같은 이름으로 다시 관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시간이 축적된다. 첫 공연을 기억하는 사람과 새로운 관객이 함께 모이고, 음악인은 바뀌어도 축제가 열리는 도시와 계절은 기억 속에 남는다.

네 차례의 여수재즈페스티벌 역시 개최를 거듭하면서 지역 문화행사로서 경험을 쌓았다. 2026년에는 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을 공연장으로 활용했고, 잔디와 데크에 돗자리를 편 관객들이 음악을 감상했다.

공연을 찾는 이유도 관객마다 다르다. 재즈 음악인을 만나기 위해 온 사람과 가족과 함께 가을 저녁을 보내려는 사람, 세계섬박람회를 관람하다 공연을 접한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같은 공간에 머무른다.

축제는 이처럼 서로 다른 일상의 시간이 일정한 장소에서 겹쳐지는 문화활동이기도 하다. 임 총감독이 관객을 공연 연출의 중요한 일부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을에서 밤으로, 시인의 감각으로 구성한 공연

임 총감독은 시를 쓰는 사람의 감각을 공연 연출에도 연결한다. 음악의 선율뿐 아니라 공연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 무대 주변의 빛과 자연환경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고려한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공을 들인 연출에 관해 묻자 음악과 자연이 변화하는 속도를 함께 이야기했다.

“이벤트 연출은 단순히 무대를 세우고 음악을 트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오감에 하나의 ‘서사(Narrative)’를 새기는 작업입니다. 노을이 지는 오후 4시 30분의 바닷바람, 어스름이 깔릴 때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 그리고 짙은 밤바다 위로 터져 나오는 웅산밴드의 보컬까지, 자연의 흐름과 음악의 호흡이 한 편의 시처럼 이어지도록 완급조절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관객들이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풍경의 주인공이 되길 바랐습니다.”

올해 공연은 오후 4시 30분 시작해 밤 9시까지 진행됐다. 자연광이 남아 있는 시간에 커먼그라운드의 브라스 연주가 시작됐고, 재즈 보컬과 기악 연주, 색소폰 솔로를 거쳐 웅산밴드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바다의 풍경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동안 무대의 음악도 다른 편성과 음색으로 이어졌다.

음악은 시간을 예술의 재료로 사용하는 분야다. 선율과 리듬이 이어지는 순서, 소리가 잠시 멈추는 순간,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변화에 따라 감상의 흐름이 달라진다.

시 역시 언어의 리듬과 여백, 문장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의미와 감정을 전달한다. 임 총감독은 이러한 감각을 축제의 전체적인 구성과 연결하려 했다.

여수의 낙조는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장치가 아니다. 하루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바뀌는 풍경이다. 임 총감독은 공연의 시작과 종료, 출연진의 음악적 특성을 그 시간에 맞춰 배치했다.

음악이 바다를 설명하는 대신 바다와 음악을 관객이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한 방식이다.

임호상 여수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33년 문화기획 현장에서 찾은 문화의 역할

임 총감독은 지난 33년 동안 문화예술 기획과 이벤트산업에 참여해 왔다. 여수세계박람회 기념행사 총감독을 맡았고, 여수재즈페스티벌의 네 차례 개최를 총괄했다.

현재 한국이벤트산업협회와 여수예총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전문 이벤트산업과 지역 예술계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장이며 복합문화공간 여수살롱 대표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서로 다른 문화예술 영역에서 활동해 온 원동력을 묻자 임 총감독은 문화가 도시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했다.

“33년 동안 현장을 지키며 얻은 신념은 ‘문화가 곧 도시의 품격이자 경쟁력’이라는 점입니다. 협회 활동을 통해 이벤트 산업의 제도적 기반과 전문성을 다져왔다면, 여수예총과 여수살롱을 통해서는 지역 예술인들의 숨결이 시민의 일상과 맞닿도록 고민해왔습니다. 공간과 축제, 시와 음악은 결국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잇는 도구입니다. 그 현장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에너지입니다.”

임 총감독의 답변에서 문화의 역할은 공연을 관람하는 시간에 머물지 않는다. 예술인이 창작하고 발표할 공간,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접하는 기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활동까지 포함한다.

문화행사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다수의 사람이 같은 경험을 나누는 활동이다. 그 경험이 각자에게 남기는 기억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일정한 시간 동안 한 공간을 공유했다는 사실은 공동체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문화공간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축제는 개최 시기가 정해져 있지만 문화공간은 일상에서 예술과 사람을 연결한다. 시를 쓰는 활동은 개인의 사유와 표현에 가깝고, 이벤트 기획은 여러 사람이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임 총감독이 병행하는 활동은 개인의 창작에서 공공의 문화행사까지 서로 다른 규모의 문화 경험을 다룬다.

무대 위의 예술과 무대 뒤의 산업

33년간 이벤트산업에서 활동한 임 총감독에게 축제는 예술인과 관객이 만나는 공간인 동시에 전문적인 제작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음악축제에서는 출연진의 음악적 개성과 공연을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적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무대 제작과 음향·조명, 프로그램 진행, 관람객 운영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임 총감독이 한국이벤트산업협회에서 활동하며 중요하게 여겨온 부분도 산업의 제도적 기반과 전문성이다.

문화행사를 전문적인 산업 활동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공연의 완성도와도 연결된다. 기획자의 구상을 실제 공연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술인력과 운영인력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재즈처럼 즉흥성이 강한 음악에서는 연주자의 표현과 공연 전체의 시간 운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서로 다른 악기 편성의 공연이 이어지는 경우 무대 전환과 음향 운용에도 전문적인 조정이 요구된다.

시인으로서 음악과 공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임 총감독의 활동은 현장에서 공연을 구현하는 제작 경험과 함께 이어져 왔다.

문화적 의미와 산업적 전문성은 축제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영역이다. 공연의 내용과 관객의 경험을 기획하는 일, 그 경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과 인력을 조직하는 일이 함께 진행된다.

여수재즈페스티벌 역시 음악적 프로그램과 야외 공연장의 운영이 결합한 문화행사였다.

임호상 여수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역에서 세계로, 음악을 통한 교류의 구상

임 총감독은 여수재즈페스티벌의 향후 방향으로 해외 재즈 음악인과 지역 예술인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네 번째 축제를 마친 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국내외 음악인의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여수재즈페스티벌은 이제 여수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형 낭만 페스티벌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4회까지 다져온 성공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재즈 거장들과 로컬 아티스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글로벌 문화 교류의 장으로 도약시키고 싶습니다. 바다와 섬, 낭만과 예술이 흐르는 여수의 가을밤을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겠습니다.”

임 총감독이 언급한 국제교류는 해외 유명 음악인을 초청하는 공연과 지역 예술인의 참여를 함께 고려하는 구상이다.

재즈는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연주자들이 만나 즉흥적으로 음악을 발전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연주자 사이의 대화가 악기의 선율과 리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공동 공연 자체가 문화적 교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이 해외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오르면 서로 다른 경험과 표현을 음악으로 나눌 수 있다. 관객 역시 한자리에서 다양한 음악적 해석을 접하게 된다.

지역 축제의 국제적 확장은 참여 음악인의 국적을 다양화하는 일과 함께 프로그램의 내용과 교류의 지속성을 고려해야 하는 활동이다.

여수의 해양경관을 배경으로 국내외 음악인이 만나는 구상은 임 총감독이 첫 회부터 강조해 온 장소와 음악의 관계를 넓히는 방향이기도 하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남는 시간

여수재즈페스티벌은 2023년 시작해 2026년 네 번째 행사를 마쳤다. 개최 장소와 출연진, 공연의 구성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지만 같은 이름으로 이어지는 축제에는 지난 시간의 경험이 쌓인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임 총감독은 재즈의 즉흥성과 바다의 움직임을 연결한다. 축제가 일정한 시간 동안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서로 다른 일상에 음악을 남긴다는 점에서도 문화의 의미를 찾는다.

공연장에서는 음악이 끝나는 순간 관객의 감상도 마무리되지만, 공연을 위해 방문했던 도시와 함께 보낸 시간은 개인마다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축제가 매년 다시 개최될 때 그러한 경험은 새로운 관객과 음악인을 만나며 이어진다.

임 총감독은 지난 네 차례 축제를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수의 자연환경과 재즈 음악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지역 예술인과 해외 음악인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공간과 축제, 시와 음악은 결국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잇는 도구입니다.”

임 총감독이 33년간 이어온 문화기획과 시 창작, 지역 예술 활동을 설명하는 말이다. 여수재즈페스티벌은 올해 세계섬박람회 열린무대에서 네 번째 공연을 마쳤으며, 앞으로의 구상에는 국제 음악교류와 지역 예술인의 참여가 함께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