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협업 트렌드①] SOSHIOTSUKI·CAMISAS MANOLO, 로고보다 재단과 소재에 집중한 셔츠 협업
일본 디자이너 소시 오쓰키와 스페인 셔츠 전문 브랜드의 만남…이탈리아산 실크 넥타이 원단으로 기존 디자인 재구성 2025 LVMH 프라이즈 수상 이후 협업 확대, 브랜드 인지도보다 전문 제작 기술을 활용한 남성복의 변화
[KtN 박인경기자]일본 남성복 브랜드 SOSHIOTSUKI(소시 오쓰키)가 스페인의 셔츠 전문 브랜드 CAMISAS MANOLO(카미사스 마놀로)와 손잡고 새로운 셔츠 컬렉션을 선보였다. 넥타이를 따로 매지 않아도 넥타이를 착용한 듯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셔츠다. 앞여밈 안쪽에 덧댄 원단을 밖으로 꺼내 늘어뜨리는 독특한 구조에 이탈리아산 실크 넥타이 원단을 사용하고, 제작은 스페인에서 진행했다.
10월 10일 출시된 협업 컬렉션은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Drape Facing Shirt)와 레귤러 칼라 셔츠(Regular Collar Shirt) 두 종류로 구성됐다. SOSHIOTSUKI가 기존에 개발한 디자인에 CAMISAS MANOLO의 셔츠 제작 전문성을 결합했다. 일본과 스페인의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른 디자인 경험을 활용하면서도 셔츠라는 단일 품목에 집중한 협업이다.
패션 브랜드 간 협업은 한정판 제품이나 공동 로고, 특별한 색상과 그래픽을 통해 화제를 모으는 방식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 두 브랜드의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고객층을 서로 연결하고 새로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SOSHIOTSUKI와 CAMISAS MANOLO의 협업은 셔츠의 재단과 소재, 착용 방식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 협업 제품의 차이는 상표보다 칼라 아래에서 길게 내려오는 실크 원단과 앞여밈의 구조에서 드러난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는 SOSHIOTSUKI가 이전부터 선보여 온 대표적인 디자인이다. 일반적인 셔츠의 앞여밈에는 단추가 달리는 부분을 보강하고 가장자리를 정리하기 위한 안단이 사용된다. 안단은 대개 옷 안쪽에 놓이지만,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에서는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칼라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원단이 넥타이와 비슷한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셔츠 한 벌로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SOSHIOTSUKI의 2026 FW 런웨이에서도 셔츠와 넥타이의 관계를 변형한 디자인이 등장했다. 밝은 셔츠에 주름이 넓게 잡힌 회색 팬츠를 입고 주황색 벨트로 허리를 강조한 착장에서는 칼라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원단이 눈에 띈다. 셔츠의 몸판과 소매는 여유 있게 떨어지고, 팬츠에는 깊은 주름을 넣어 움직일 때마다 원단이 자연스럽게 접히도록 했다.
밝은 셔츠와 회색 팬츠는 전통적인 남성 정장에서 익숙한 조합이지만, 넥타이를 다루는 방식과 팬츠의 넓은 실루엣에서는 차이가 나타난다. 셔츠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목 아래의 작은 구조를 조절해 전체 착장의 인상을 달리했다. 정장 차림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넥타이를 셔츠의 일부로 활용한 방식이다.
이번 협업에서는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안단의 소재를 바꿨다. 셔츠 몸판에는 면 100%의 포플린 원단을 사용하고, 안단에는 이탈리아산 실크 넥타이 원단을 적용했다.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촘촘하게 짜인 면 포플린과 광택이 있는 실크가 한 벌의 셔츠 안에서 서로 다른 질감을 낸다.
안단을 밖으로 꺼내면 실크가 가슴 중앙으로 길게 내려오고, 안쪽에 넣으면 일반적인 셔츠에 가까운 형태로 정리된다. 실크의 부드러운 질감과 드레이프가 더해지면서 별도로 넥타이를 착용했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매듭을 만들지 않아도 목 아래에 세로로 이어지는 원단이 생기고, 재킷을 걸쳤을 때에는 라펠 사이로 실크 부분이 드러난다.
소재 선택은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의 기존 디자인을 발전시킨 부분이다. 셔츠와 넥타이는 오랫동안 별개의 품목으로 제작돼 왔다. 셔츠는 칼라와 소매, 몸판을 중심으로 재단하고 넥타이는 원단의 길이와 폭, 매듭을 맺었을 때의 형태를 고려한다. SOSHIOTSUKI는 두 품목을 따로 착용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넥타이의 형태를 셔츠 안으로 가져왔다. CAMISAS MANOLO와의 협업에서는 실제 넥타이에 사용하는 실크 원단까지 적용해 소재의 차이를 더했다.
셔츠의 기본 형태가 유지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추와 칼라, 소매 등 드레스 셔츠의 구성 요소를 그대로 두면서 앞여밈의 안단에 변화를 줬다. 특별한 장식을 덧붙이거나 기존 제품에 공동 로고를 넣는 방식과 달리, 옷을 입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변화가 나타나도록 했다.
일본 디자이너 소시 오쓰키(Soshi Otsuki)는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했다. 문화복장학원에서 남성복을 공부했으며, 일본의 전통 예술과 서양식 테일러링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남성 정장의 구조를 연구해 왔다. 2025년에는 세계적인 신진 디자이너상인 LVMH 프라이즈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SOSHIOTSUKI의 남성복에는 넓은 어깨와 깊은 주름, 여유 있는 팬츠, 몸을 따라 부드럽게 내려오는 재킷이 자주 등장한다. 1980년대 일본의 정장 문화와 이탈리아식 테일러링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으로, 정장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재단과 비율을 조절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2026 SS 컬렉션에서는 이미 셔츠의 앞여밈 안쪽에 원단을 덧대 넥타이를 착용한 듯한 형태를 만드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원단을 드러내거나 숨길 수 있도록 만든 구조였으며, 셔츠와 넥타이의 착용 방식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가 기존에 개발된 디자인이라는 사실은 이번 협업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SOSHIOTSUKI는 새로운 디자인을 처음부터 공동 개발하기보다 이미 발전시켜 온 셔츠에 전문 제작 브랜드의 경험과 다른 소재를 더했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일본에 있고, 협업 제품의 제작은 스페인에서 이뤄졌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자리한 CAMISAS MANOLO는 2019년 마누엘 몰리나(Manuel Molina)가 설립한 셔츠 전문 브랜드다. 전통적인 재단 기술과 원단 선택, 독자적인 패턴을 바탕으로 셔츠를 제작한다. 남성 정장의 구성 요소 가운데 셔츠에 집중하면서 칼라와 소매, 몸판의 크기와 비율을 다양하게 바꿔 왔다.
몰리나는 마드리드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전통적인 테일러링 기술을 익혔고, 이후 여러 재단 작업실에서 경험을 쌓았다. 셔츠가 몸의 어느 부분에 닿고 움직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하면서 패턴 제작에 관심을 기울였다. 전통적인 드레스 셔츠뿐 아니라 짧고 넓은 몸판, 겹쳐진 소매, 니트 소재를 사용한 셔츠까지 제작 범위를 넓혔다.
CAMISAS MANOLO는 주문 제작과 기성복을 함께 운영한다. 고객의 체형과 착용 목적에 맞춰 재단하는 전통적인 방식도 유지하고 있다. 기성 셔츠에서는 기존의 칼라와 소매를 변형하거나 몸판의 길이를 조절해 일반적인 드레스 셔츠와 구별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몰리나가 셔츠에 집중해 온 방식은 SOSHIOTSUKI의 디자인과 맞닿아 있다. 오쓰키가 남성 정장의 전체적인 비율과 실루엣을 발전시켜 왔다면, 몰리나는 셔츠의 세부 구조와 제작 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뤘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한 가지 의복에 적용한 협업이다.
SOSHIOTSUKI의 2026 FW 런웨이에서 등장한 밝은 크림색 상의와 갈색 와이드 팬츠의 조합도 여유로운 남성복 실루엣을 잘 드러낸다. 상의는 어깨에서 자연스럽게 내려오며 몸에 밀착되지 않고, 팬츠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넉넉한 폭을 유지한다. 상의의 칼라와 앞여밈, 팬츠의 깊은 주름이 전통적인 남성복의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몸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 형태다.
넥타이를 연상시키는 목 아래의 장식은 넉넉한 상의와 팬츠 사이에서 가늘고 긴 선을 만든다. 별도의 재킷 없이도 셔츠의 칼라와 앞여밈을 강조할 수 있으며, 넓은 팬츠와 함께 착용하면 격식을 갖춘 남성복의 요소와 편안한 실루엣이 결합된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의 색상은 브라운과 삭스블루, 오프화이트 세 가지다. 브라운은 차분한 색상과 실크의 광택이 어우러지고, 삭스블루와 오프화이트는 셔츠의 앞여밈과 원단의 질감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색상이다. 정장과 캐주얼 의류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색상으로 구성했다.
함께 선보인 레귤러 칼라 셔츠는 블루 체크와 화이트 스트라이프, 블루 스트라이프 세 종류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와 달리 일반적인 셔츠의 칼라와 여밈을 유지한다. 익숙한 체크와 스트라이프 원단을 사용하면서 재단과 소재의 특성에 집중한 제품이다.
두 제품은 같은 협업 컬렉션에 속하지만 디자인 방향은 다르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에서는 넥타이의 형태를 셔츠에 결합했고, 레귤러 칼라 셔츠에서는 전통적인 셔츠의 구조를 유지했다. 변형된 디자인과 기본적인 디자인을 함께 구성한 점에서 두 브랜드가 다루는 셔츠의 범위를 살펴볼 수 있다.
일본 판매 가격은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가 6만9300엔, 레귤러 칼라 셔츠가 5만7420엔이다. 두 제품 모두 스페인에서 생산됐다. 일본 브랜드의 디자인을 스페인에서 제작하고 이탈리아산 실크를 적용한 생산 방식 역시 이번 협업의 특징이다.
SOSHIOTSUKI는 올해 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 우오모(Pitti Uomo) 109에서 2026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2025년 LVMH 프라이즈 수상 이후 열린 런웨이로, 정장과 니트웨어, 셔츠를 중심으로 남성복의 비율과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피렌체 런웨이에는 CAMISAS MANOLO와의 셔츠 협업을 비롯해 일본 브랜드 프로레타 리 아트(Proleta Re Art)와 제작한 사시코 기법의 의상, 스포츠 브랜드 ASICS와 협업한 의류 등도 등장했다. 서로 다른 제작 분야의 브랜드와 작업하면서 소재와 기능, 의복의 구조를 다양하게 실험한 컬렉션이었다.
사시코는 일본에서 전해 내려온 바느질 기법으로, 원단을 보강하거나 장식하는 데 사용된다. 프로레타 리 아트와의 협업에서는 손바느질을 활용한 소재와 정장의 형태를 결합했다. CAMISAS MANOLO와의 협업이 셔츠의 재단과 소재에 집중했다면, 프로레타 리 아트와의 작업은 바느질과 원단의 질감을 활용했다.
한 디자이너가 서로 다른 전문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각 분야의 제작 기술을 자신의 컬렉션에 적용한 것이다. 협업 상대의 이름을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제작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기존 상품의 구성을 발전시키는 방식이 함께 나타났다.
CAMISAS MANOLO 역시 다른 브랜드와의 공동 작업을 이어왔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팔로마 울(Paloma Wool), 런던의 여성복 브랜드 하이(Hai)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고, 마드리드의 전통적인 셔츠 제작 작업실과도 협력했다. 셔츠 제작이라는 전문 분야를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디자인을 받아들인 활동이다.
협업이 두 브랜드의 기존 상품과 얼마나 구별되는지도 중요하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는 SOSHIOTSUKI가 이미 판매해 온 디자인이기 때문에 넥타이처럼 보이는 안단의 구조 자체를 공동 개발의 새로운 성과로 볼 수는 없다. 이번 제품에서 추가된 변화는 실크 넥타이 원단의 사용과 스페인 생산, CAMISAS MANOLO와의 공동 제작이다.
협업을 통해 제품의 성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소비자가 살펴볼 부분이기도 하다. 기존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의 구조를 좋아하는 소비자에게는 실크 안단의 질감과 색상 구성이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셔츠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레귤러 칼라 셔츠가 상대적으로 익숙한 선택이다. 협업 상품이라는 사실만으로 디자인과 착용감의 차이가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10월 10일 판매를 시작한 두 종류의 셔츠는 SOSHIOTSUKI가 구축해 온 남성복 디자인과 CAMISAS MANOLO의 셔츠 제작 경험이 결합한 제품이다. 넥타이를 셔츠에 통합한 기존 구조에 이탈리아산 실크를 적용하고 스페인에서 완성했다. 레귤러 칼라 셔츠에서는 전통적인 재단과 체크·스트라이프 원단을 활용했다.
브랜드 이름과 한정판이라는 조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디자인의 차이가 두 제품에 담겼다. SOSHIOTSUKI가 오랫동안 다듬어 온 남성복의 비율과 CAMISAS MANOLO가 전문적으로 다뤄 온 셔츠 제작 기술은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의 앞여밈과 실크 안단, 레귤러 칼라 셔츠의 재단에서 만난다. 일본과 스페인의 협업은 익숙한 셔츠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소재와 착용 방식에 변화를 더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