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협업 트렌드③] SOSHIOTSUKI·리바이스×사카이, 셔츠와 정장을 입는 방식까지 바꾼 협업

넥타이를 셔츠 안단에 결합하고 재킷의 앞뒤 구조까지 변형…남성복의 익숙한 착용법에 변화 SOSHIOTSUKI×CAMISAS MANOLO의 실크 셔츠부터 리바이스×사카이의 데님 재구성까지, 소재와 패턴에 따라 달라지는 실루엣

2026-10-13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2026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남성복 박람회 피티 우오모(Pitti Uomo) 109에서는 넓은 어깨의 재킷과 주름이 깊은 팬츠, 부드럽게 휘어진 칼라를 가진 셔츠가 등장했다. 전통적인 정장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재단과 소재를 바꾼 일본 브랜드 SOSHIOTSUKI(소시 오쓰키)의 2026 FW 컬렉션이다. 재킷의 라펠은 끝부분이 살짝 말려 있었고, 셔츠는 몸에 밀착시키기보다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도록 제작했다.

디자이너 소시 오쓰키(Soshi Otsuki)는 정장을 구성하는 재킷과 셔츠, 팬츠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착용했을 때 달라지는 실루엣에 집중했다. 칼라와 라펠의 곡선은 패턴과 다림질로 만들었고, 일부 옥스퍼드 셔츠에는 바이어스 재단(bias cut)을 적용했다. 원단의 결을 비스듬하게 재단하면 일반적인 직선 재단과 달리 몸을 따라 떨어지는 형태와 주름에 변화가 생긴다.

셔츠를 팬츠 안으로 넣었을 때 드러나는 원단의 늘어짐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다. 정장 재킷은 어깨와 허리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셔츠는 칼라와 소매가 단정하게 유지되도록 제작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를 강조했다.

사진=SOSHIOTSUKI / CAMISAS MANOL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갈색과 회색이 섞인 더블브레스트 수트에 밝은 셔츠와 푸른색 넥타이를 결합한 착장은 SOSHIOTSUKI의 남성복이 가진 특징을 잘 드러낸다. 재킷은 어깨가 넓고 라펠의 폭이 크며, 허리 아래까지 길게 내려온다. 팬츠에는 여유를 두었지만 발목 부근으로 내려갈수록 폭이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푸른색 넥타이는 회갈색 수트와 대비를 이루며 목에서 가슴 중앙으로 이어지는 세로선을 만든다. 넓은 라펠과 어깨의 부피가 큰 만큼 가느다란 넥타이가 상체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재킷의 앞여밈과 팬츠의 주름, 넥타이의 길이가 함께 고려된 착장이다.

SOSHIOTSUKI는 일본의 1980~1990년대 정장 문화와 이탈리아식 테일러링에서 영향을 받아 왔다. 당시 일본 직장인들이 즐겨 입었던 넓은 어깨의 재킷과 풍성한 팬츠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인 요소가 됐다. 다만 재킷을 몸에 단단하게 맞추거나 원단을 무겁게 처리하는 대신 부드러운 소재와 여유로운 재단으로 형태를 바꿨다.

남성 정장에서 셔츠와 넥타이는 오랫동안 별개의 품목으로 사용됐다. 칼라와 소매가 달린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목에 매며, 그 위에 재킷을 착용하는 방식이다. 넥타이는 매듭의 크기와 원단의 길이, 폭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지만 셔츠 자체의 구조와는 분리돼 있었다.

SOSHIOTSUKI가 스페인 CAMISAS MANOLO(카미사스 마놀로)와 협업한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Drape Facing Shirt)는 셔츠와 넥타이의 관계를 바꿨다.

앞여밈 안쪽에 덧대는 안단을 밖으로 꺼내면 넥타이를 착용한 것처럼 길게 늘어지는 구조다. 별도의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목 아래에 좁고 긴 원단이 만들어지고, 안단을 다시 안쪽에 넣으면 일반적인 셔츠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SOSHIOTSUKI가 기존에 개발한 디자인으로, 2026 SS 컬렉션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사용됐다. 넥타이를 연상시키는 원단을 숨기거나 드러낼 수 있도록 제작한 방식이다. 이번 협업에서는 안단에 이탈리아산 실크 넥타이 원단을 사용하고 제작은 스페인에서 진행했다.

셔츠 몸판에는 면 100% 포플린을 적용했다. 포플린은 촘촘한 조직과 비교적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원단으로, 드레스 셔츠에 널리 사용된다. 앞여밈에 사용된 실크는 면 포플린과 광택과 원단이 떨어지는 형태에서 차이가 난다.

실크 안단을 밖으로 꺼내면 두 소재의 차이가 목과 가슴 부분에 드러난다. 넥타이를 별도로 묶는 방식과 달리 실크 원단이 자연스럽게 내려오며, 안쪽에 넣었을 때에는 셔츠의 앞여밈 안으로 정리된다.

셔츠를 착용하는 사람은 안단을 꺼내거나 넣는 방식으로 옷의 형태를 조절할 수 있다. 칼라와 단추, 소매 등 기본적인 셔츠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목 아래의 디자인을 달리한 점이 특징이다.

재킷 안에 착용하면 넓은 라펠 사이로 실크 원단이 드러나고, 재킷을 벗으면 앞여밈 자체가 장식적인 요소가 된다. 일반적인 넥타이를 매듭으로 고정하는 방식과 달리 셔츠의 일부를 밖으로 꺼내는 디자인이어서 목 아래에 형성되는 선과 원단의 움직임에도 차이가 생긴다.

이탈리아산 실크를 사용한 협업 셔츠는 브라운과 삭스블루, 오프화이트로 제작됐다. 별도로 출시한 레귤러 칼라 셔츠는 블루 체크와 화이트 스트라이프, 블루 스트라이프 원단을 사용했다. 두 제품 모두 전통적인 드레스 셔츠의 형태를 바탕으로 하지만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는 착용 방식에 따라 앞여밈의 모습이 달라진다.

남성복의 변형은 셔츠뿐 아니라 재킷과 팬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사카이(sacai)와 미국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Levi's)는 2025년 협업 컬렉션에서 양면으로 착용할 수 있는 블루종을 선보였다. 사카이의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Chitose Abe)는 리바이스의 전통적인 데님 재킷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의복의 구조를 한 벌에 결합했다.

데님과 마틀라세 트윌(matelassé twill)을 결합한 리버서블 블루종은 한쪽 면을 겉으로 착용하면 테일러드 재킷에 가까운 형태가 나타나고, 뒤집으면 리바이스의 타입 II(Type II) 데님 재킷을 연상시키는 앞주름과 가슴 포켓이 드러난다.

재킷에는 셀비지 원단의 가장자리와 칼라 아래의 회색 펠트, 사카이의 앵커 버튼을 사용했다. 소매와 밑단에는 리브 조직을 적용하고 소매 포켓과 지퍼도 더했다. 앞뒤가 다른 재킷을 단순히 겹친 것이 아니라 양면으로 착용하도록 제작한 옷이다.

한 벌의 재킷을 뒤집는 동작만으로 외관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SOSHIOTSUKI의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와 연결된다. 셔츠에서는 안단을 꺼내거나 넣고, 재킷에서는 안쪽과 바깥쪽을 바꾸는 방식이다. 의복의 기본 구조에 변화를 주면서 착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형태를 늘렸다.

2026년 10월 1일 출시된 리바이스와 사카이의 세 번째 협업에서는 데님 재킷과 팬츠의 비율에 더욱 집중했다. 셰르파 재킷(Sherpa Jacket)과 블루종 재킷(Blouson Jacket), 벨티드 와이드 팬츠(Belted Wide Pants), 벨티드 플레어 팬츠(Belted Flare Pants) 네 가지 주요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체 12개 제품을 구성했다.

셰르파 재킷에는 셀비지 데님과 양털을 연상시키는 소재, 가죽 포켓 장식을 결합했다. 블루종 재킷은 소매 끝과 밑단에 밴딩을 적용해 부피를 조절했고, 사카이 특유의 소매 포켓도 사용했다.

팬츠에서는 허리와 밑단의 비율을 크게 바꿨다. 벨티드 와이드 팬츠에는 벨트를 일체형으로 구성하고 여유 있는 허리와 넓은 통을 적용했다. 벨티드 플레어 팬츠는 밑단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형태에 서로 다른 방식의 포켓을 결합해 7개의 포켓을 갖췄다.

리바이스의 데님 제품에 사카이의 재단과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기존 청바지와 다른 부피와 비율이 만들어졌다. 일체형 벨트는 허리 부분의 디자인을 바꾸고, 넓은 팬츠와 플레어 팬츠는 신발 위로 내려오는 원단의 형태에 차이를 만든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와 리바이스·사카이의 협업 제품은 변형하는 부위와 방법이 서로 다르다. SOSHIOTSUKI는 칼라 아래의 작은 구조를 바꿔 넥타이의 역할을 셔츠 안으로 가져왔다. 사카이는 재킷의 안팎을 바꾸거나 팬츠의 허리와 밑단을 재구성해 의복 전체의 실루엣을 달리했다.

의복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법도 있고, 재단과 소재를 바꿔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실루엣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두 협업 모두 익숙한 남성복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진=SOSHIOTSUKI / CAMISAS MANOL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OSHIOTSUKI의 2026 FW 컬렉션에서는 갈색 재킷과 짙은 회색 와이드 팬츠의 조합도 등장했다. 재킷은 어깨를 넓게 감싸면서 허리 아래로 자연스럽게 접히고, 팬츠에는 여유를 두어 원단이 풍성하게 내려온다. 몸에 밀착되는 정장과 달리 상의와 하의 모두 부피를 확보한 구성이다.

짙은 갈색과 회색의 조합은 색상 대비를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재킷과 팬츠의 소재 차이, 어깨와 허리의 비율, 원단이 접히면서 만들어지는 주름이 전체 착장의 특징을 결정한다.

넓은 재킷과 와이드 팬츠를 결합할 때에는 상의 길이와 허리선이 중요하다. 재킷이 길고 팬츠의 허리선까지 낮으면 상체가 상대적으로 길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허리선을 높이고 팬츠에 깊은 주름을 넣으면 상체와 하체의 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

SOSHIOTSUKI의 재킷은 어깨에 여유를 두면서도 전체적인 형태가 지나치게 흐트러지지 않도록 재단했다. 팬츠에는 원단을 넉넉하게 사용해 보행할 때 생기는 주름을 강조했다. 체형을 드러내는 방식보다 옷의 재단과 원단이 만드는 형태를 중요하게 다룬 스타일이다.

2026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칼라와 라펠의 곡선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일반적인 정장 재킷의 라펠은 접히는 선과 끝부분을 비교적 단정하게 유지한다. 오쓰키는 라펠 끝을 말아 올리고 셔츠 칼라에도 곡선을 주어 오래 착용한 정장처럼 부드러운 형태를 만들었다.

새 옷을 오래 입은 듯한 모습으로 제작한 디자인은 1980~1990년대 남성 정장에서 영향을 받은 SOSHIOTSUKI의 특징과도 연결된다. 깊은 주름과 부드러운 소재, 여유 있는 어깨는 당시 넉넉한 정장을 연상시키지만 재킷의 길이와 소매, 팬츠의 폭에는 현대적인 비율을 적용했다.

SOSHIOTSUKI는 2025년 12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ZARA)와도 협업했다. '어 센스 오브 투게더니스(A Sense of Togetherness)'라는 이름의 컬렉션으로, 일본의 1980~1990년대 문화와 옷차림에서 영감을 받은 의류를 선보였다.

자라와의 협업에서는 핀스트라이프 코트와 수트 재킷, 플란넬 소재의 의상, 셔츠와 니트웨어 등이 등장했다. 이중 라펠을 적용한 재킷처럼 전통적인 남성복의 일부를 변형한 디자인도 포함됐다.

자라와의 협업은 SOSHIOTSUKI가 발전시켜 온 정장 디자인을 보다 넓은 소비자층에 소개했다는 점에서 CAMISAS MANOLO와의 협업과 차이가 있다. 자라에서는 여러 종류의 의류에 디자인을 적용했고, CAMISAS MANOLO와는 셔츠라는 단일 품목에 집중했다.

같은 디자이너의 작업이라도 협업 상대에 따라 제품의 형태와 제작 방식이 달라진다. 대규모 의류 브랜드와 협업할 때에는 다양한 소비자와 상품군을 고려해야 하고, 전문 제작 브랜드와 작업할 때에는 특정 의복의 재단과 소재를 더욱 세밀하게 다룰 수 있다.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에서 나타난 작은 구조적 변화는 실제 스타일링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안단을 밖으로 꺼내 착용하면 별도의 넥타이를 사용하지 않고도 목 아래에 길게 내려오는 장식을 만들 수 있다. 재킷을 착용했을 때에는 라펠 사이에서 실크 원단이 드러나고, 셔츠만 입었을 때에는 앞여밈의 형태가 강조된다.

다만 일반적인 넥타이와 완전히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넥타이는 매듭과 길이를 조절할 수 있지만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의 실크 안단은 셔츠에 연결된 구조다. 원단을 밖으로 꺼내는 방식으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대신 넥타이처럼 다양한 매듭을 만드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소재 관리도 고려할 부분이다. 몸판은 면 포플린, 안단은 실크로 제작돼 두 원단의 성질이 다르다. 실크는 마찰과 열, 수분에 민감할 수 있어 세탁과 다림질에서는 제품별 관리 지침을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 넥타이 원단을 셔츠에 결합한 디자인인 만큼 외관의 변화뿐 아니라 착용과 관리 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리버서블 재킷 역시 한 벌로 두 가지 외관을 연출할 수 있지만 양면에 적용된 소재와 부자재, 안감 처리에 따라 두께와 무게가 달라진다. 여러 기능을 한 벌에 결합한다고 반드시 가벼워지거나 착용감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구조가 실제 착용 환경에서 어느 정도 편리한지에 따라 디자인의 활용 범위도 달라진다.

남성복 브랜드들의 최근 협업에서는 오래된 의복의 구조를 활용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셔츠의 앞여밈, 재킷의 라펠과 안감, 팬츠의 허리와 포켓처럼 평소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부분을 바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방식이다.

SOSHIOTSUKI는 넥타이를 셔츠의 일부로 결합하고, 리바이스와 사카이는 데님 재킷의 안팎을 바꾸거나 팬츠의 비율을 재구성했다. 자라와 SOSHIOTSUKI의 협업에서는 남성 정장의 라펠과 실루엣을 보다 폭넓은 상품군에 적용했다.

2026 FW SOSHIOTSUKI 런웨이에 등장한 넓은 재킷과 부드러운 칼라, 깊은 주름의 팬츠는 정장을 입었을 때의 움직임과 형태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CAMISAS MANOLO와 제작한 드레이프 페이싱 셔츠는 같은 방향을 앞여밈이라는 작은 부분에 적용했다.

10월 공개된 리바이스와 사카이의 세 번째 협업도 재킷과 팬츠의 형태를 바꾸는 작업을 이어갔다. 허리와 밑단의 비율, 소재의 조합, 포켓의 구조를 달리하면서 전통적인 데님 의류에 새로운 실루엣을 더했다.

셔츠와 정장, 데님 재킷은 남성복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의복이다. 최근 협업 제품에서는 익숙한 의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안단을 꺼내거나 재킷을 뒤집고, 허리와 밑단의 형태를 조절하는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다. 브랜드 간 협업이 공동 로고와 색상 변경을 넘어 옷을 입는 방법과 재단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