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이클링과 리테일,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

MAAP와 라파가 런던 소호에 만든 새로운 매장 문화…의류 판매에서 라이딩 경험과 지역 커뮤니티로 화려한 공간과 브랜드 행사 넘어 전문적인 서비스와 신뢰, 지속적인 참여가 좌우할 스포츠 리테일의 경쟁력

2026-10-11     신명준 기자

[KtN 신명준기자]영국 런던 소호에 문을 연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MAAP의 매장에는 강렬한 녹색 소파가 놓여 있다. 면적 140㎡의 매장에서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소파는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의류를 더 진열할 수 있는 자리에 방문객들이 머무는 장소를 마련했다. 벽에는 자전거 경주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걸려 있고, 회색 돌바닥은 유럽의 오래된 도로를 떠올리게 한다. 매장 한쪽에는 기능성 저지와 빕 쇼츠, 재킷이 진열돼 있다.

호주 멜버른에서 출발한 MAAP는 지난 10월 10일 런던 소호에 첫 영국 매장을 공식 개장했다. 2022년 멜버른에서 시작한 콘셉트 스토어 'LaB'의 세계 11번째 매장이다. 의류 판매와 함께 그룹 라이딩과 문화 행사,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장 행사에도 자전거를 함께 타는 프로그램과 음악, 식음료를 결합했다.

런던 소호에는 이미 2012년부터 영국 사이클링 브랜드 라파(Rapha)의 클럽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라파는 2021년 매장을 확장하면서 카페와 전시 공간을 넓혔다. 전문적인 사이클링 의류를 판매하면서 정기 라이딩과 회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브루어 스트리트의 라파 클럽하우스와 그레이트 펄트니 스트리트의 MAAP LaB가 가까운 지역에 들어서면서 런던 소호는 두 사이클링 브랜드의 매장 운영 방식을 비교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사진=MAA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매장에 녹색 소파를 놓거나 커피를 판매하는 것만으로 사이클링 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이미 도로와 공원, 지역 동호회에서 만나고 있다. 브랜드 매장이 새로운 모임 장소가 되려면 기존 커뮤니티가 제공하지 못했던 편의와 전문적인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 세련된 공간 디자인이나 행사 사진보다 실제 라이더들의 필요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중요하다.

사이클링 의류는 일반적인 패션 상품과 구매 기준부터 다르다. 저지는 몸에 밀착돼야 하지만 호흡과 움직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빕 쇼츠는 장시간 안장에 앉아 있을 때 패드의 위치와 압박 정도가 중요하다. 재킷은 땀을 배출하면서 바람과 비를 막아야 한다. 주머니의 위치와 지퍼를 열고 닫기 쉬운 정도, 옷을 겹쳐 입었을 때의 착용감도 실제 라이딩에서 차이를 만든다.

온라인에서는 제품 설명과 착용 사진, 소비자 후기를 비교할 수 있다. 가격을 검색하고 다른 나라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매장에서 같은 정보를 반복한다면 비싼 도심 임대료를 부담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유지할 이유가 줄어든다.

매장에서 고객의 라이딩 습관을 이해하는 직원은 다르다. 장거리 주행을 즐기는 사람과 출퇴근용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필요한 의류가 같을 수는 없다. 같은 사이즈라도 체형과 주행 자세에 따라 저지와 빕 쇼츠의 착용감이 달라진다. 직원이 제품의 장점만 설명하는 대신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 제품은 권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잘못 고른 고가의 의류보다 정확한 조언 한 번이 고객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라파가 운영하는 그룹 라이딩도 살펴볼 만하다. 런던 클럽하우스에서는 약 80㎞를 달리는 중급자 대상 프로그램과 20㎞ 안팎의 비교적 편안한 라이딩을 별도로 운영한다. 참가자의 주행 경험과 속도를 고려한 구성이다. 라파 사이클링 클럽(RCC)은 유료 회원에게 정기 라이딩과 전용 상품, 행사 참여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비회원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 라이딩도 마련한다.

사이클링은 같은 거리를 달려도 사람마다 운동 강도와 위험이 달라진다. 평균 시속 30㎞ 이상으로 달리는 그룹과 시속 20㎞ 안팎으로 이동하는 그룹은 참가자가 갖춰야 할 경험과 기술부터 다르다. 자전거를 함께 타는 사람들에게는 서로의 주행 속도를 이해하고, 도로 상황을 공유하고, 위험한 구간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다.

브랜드가 주최하는 라이딩이라면 이러한 준비가 더욱 중요해진다. 참가자를 모으는 홍보 활동에 그치지 않고 주행 경험에 맞는 코스를 마련하고,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인솔자를 확보해야 한다. 초보자가 뒤처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비가 내리거나 도로 상황이 나빠지면 어떤 기준으로 일정을 조정할지도 운영의 일부다.

고객은 화려한 라이딩 사진보다 안전하고 즐거웠던 경험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 함께 달린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고, 다음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길 때 매장을 다시 방문할 이유도 늘어난다.

다만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참여 문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고가의 자전거와 의류, 전용 신발을 갖춘 사람들이 모이는 매장은 처음 사이클링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정 브랜드의 의류를 입지 않았거나 그룹 주행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참여를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의 클럽 라이딩에는 의류 착용과 주행 수준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전문 라이더를 위한 모임과 초보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운영 방식이 달라야 한다. 참가자의 실력이 비슷해야 안전한 활동도 있지만, 모든 행사가 숙련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새로운 고객이 들어올 여지는 좁아진다. 지역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매장일수록 처음 방문한 사람을 어떻게 맞이하는지가 중요하다.

라파의 유료 회원제와 MAAP의 지역별 라이딩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회원에게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은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만들 수 있지만, 가입 비용에 상응하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공개 행사 중심의 운영은 참여 기회를 넓힐 수 있지만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려해야 한다.

커뮤니티는 브랜드가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는 자산도 아니다. 라이더들은 MAAP나 라파의 고객이기 이전에 자신이 속한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다. 브랜드가 만든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모임으로 이동할 수 있고, 가까운 친구들과 별도로 라이딩을 이어갈 수도 있다.

매장의 역할은 사람들을 자사 브랜드 안에 묶어두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라이딩 문화에 참여하면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신규 라이더에게 적합한 코스를 안내하고, 지역의 자전거 행사와 협력하며, 장비와 의류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나눌 수 있다. 매장이 지역에서 신뢰받는 장소가 되면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따른다.

런던 소호처럼 임대료가 높은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려면 지속적인 매출이 필요하다. 카페와 휴식 공간, 정기 라이딩은 방문객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공간과 인력, 운영비를 사용한다.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더라도 제품 판매나 회원 서비스, 장기적인 고객 유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계속 확대하기 어렵다.

모든 방문객에게 상품 구매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브랜드가 운영하는 공간인 이상 수익성과 지속성을 외면할 수도 없다. 매장의 방문객 수와 매출뿐 아니라 재방문율, 행사 참여율, 회원 유지율, 프로그램 운영비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별 행사 때만 사람이 몰리고 평소에는 비어 있는 매장은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라이딩을 통해 고객과 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의류의 품질이 덜 중요해지는 것도 아니다. 고가의 사이클링 의류를 구매한 소비자는 기능성과 내구성, 디자인에 합당한 기대를 갖는다. 아무리 매장이 아름답고 행사가 흥미로워도 제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브랜드의 신뢰는 약해진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가까워질수록 제품에 대한 평가도 더욱 직접적으로 듣게 된다. 라이딩에서 빕 쇼츠의 불편함이나 재킷의 통기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자주 착용한 제품의 내구성도 확인할 수 있다. 고객과 지속적으로 만나는 매장이라면 이러한 의견을 제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사이클링 브랜드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지나친 소비를 부추기는 방식 역시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컬렉션과 한정판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라이딩 모임을 구매 행사로만 활용한다면 소비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멀쩡한 의류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도 중요한 고객이다. 기존 제품을 잘 관리하는 방법과 수선, 적절한 교체 시점을 안내하는 서비스 역시 전문 브랜드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도심 매장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세워둘 곳이 없다면 사이클링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운동을 마친 뒤 쉴 수 있는 자리와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 젖은 의류를 입고도 이용하기 편한 동선도 고려할 부분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보다 방문객의 실제 이용 조건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MAAP의 런던 매장은 공간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소호의 거리와 자전거 경주에서 착안한 돌바닥,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 진열장, 펠로톤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금속 벽을 설치했다. 강렬한 녹색 소파는 상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구분한다.

클레어 커즌스 아키텍츠(Clare Cousins Architects)가 설계한 공간은 브랜드의 디자인과 사이클링 문화를 건축으로 표현했다. 방문객에게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장 직후의 공간 디자인보다 앞으로 매일 이어질 운영이 더 오래 평가받게 된다. 녹색 소파에 누가 앉고, 그룹 라이딩에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며, 처음 방문한 소비자가 다시 매장을 찾는지가 중요하다.

라파는 런던에서 2012년부터 클럽하우스를 운영해 왔다. MAAP는 2022년 첫 LaB 개장 이후 4년 동안 세계 11개 매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두 브랜드 모두 의류 판매와 라이딩 모임을 결합했지만 한쪽은 오랜 기간 회원제와 정기 프로그램을 발전시켰고, 다른 한쪽은 여러 도시로 매장을 넓히면서 지역별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은 일반 패션 매장보다 고객의 실제 활동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 사이클링에는 함께 달릴 사람과 주행 경로, 기상 상황, 안전, 장비 관리처럼 의류 구매 외에도 꾸준히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 브랜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넓다.

MAAP와 라파가 런던 소호에서 이어갈 경쟁은 의류의 디자인과 기능성, 가격뿐 아니라 매장을 얼마나 유용한 장소로 운영하는지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고객이 처음 방문했을 때 적합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돕고, 라이딩에 참여했을 때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준비하며, 구매 이후에도 필요한 조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매장의 매출은 결국 제품과 서비스에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으로 남는다. 그러나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품질과 착용감뿐 아니라 직원의 전문성, 서비스에 대한 신뢰, 반복해서 방문할 이유가 함께 작용한다.

런던 소호의 MAAP LaB와 라파 클럽하우스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좋은 의류를 판매하는 일과 지역 라이더들이 오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뿐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한 사람도 편안하게 방문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은 뒤 다시 도로로 나설 수 있는 매장. 사이클링 리테일이 제공해야 할 가치는 바로 그러한 일상적인 경험과 전문적인 서비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