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시의 기억을 다시 읽는 미술…뉴욕·멕시코시티 공동전의 기록과 선택
1982년 사진부터 2026년 신작까지…도시를 살아온 사람들의 몸과 기억, 서로 다른 시대의 기록 독립 갤러리 협업과 아카이브 미술의 확장…서울의 전시 흐름과 함께 살핀 현대미술의 변화
[KtN 김성은기자]1999년 멕시코시티를 촬영한 사진에는 건물과 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회색 건물들로 빼곡하고, 도로에는 자동차가 줄지어 있다. 멀리 있는 건물들은 뿌연 대기 속으로 사라진다.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지만 정작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멕시코 작가 미겔 칼데론(Miguel Calderón)의 'DF'에 담긴 풍경이다.
1982년 세라 민터(Sarah Minter)의 사진은 다른 곳을 향한다. 'Hoja de Contacto 1'에는 여러 인물의 얼굴과 몸, 거리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이 작은 칸에 나뉘어 배열됐다. 촬영 대상과 구도, 인물의 자세가 조금씩 달라진다. 도시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대신 거리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두 작품 사이에는 17년의 간격이 있다. 민터의 사진에는 사람들의 생활과 움직임이 남았고, 칼데론의 작품에는 건축물과 도로, 도시의 규모가 담겼다. 같은 멕시코시티를 다루더라도 카메라를 어디에 놓고 무엇을 촬영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도시가 나타난다.
뉴욕의 마켓 갤러리(Market Gallery)와 멕시코시티의 서드 본(THIRD BORN)이 공동 개최한 전시는 서로 다른 도시의 기록을 한자리에 모았다. 'till the body becomes the city, it always is / hasta que el cuerpo se convierte en la ciudad, siempre lo es'에는 사진과 영상, 회화와 조각이 함께 출품됐다. 1982년 작품부터 2026년 신작까지 제작 시기와 매체가 다른 작업들이 멕시코시티 로마 노르테의 전시장에 놓였다.
전시의 중심에는 도시와 사람의 관계가 있다. 건물과 도로는 도시의 외형을 만들지만 사람들의 생활과 이동, 기억은 도시의 역사를 남긴다. 같은 장소도 거주자와 방문자, 이주민과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에게 서로 다른 경험으로 남는다. 미술가들은 각자의 경험과 관심에 따라 도시의 일부를 선택해 작품으로 옮긴다.
세라 민터는 1980년대 멕시코시티 외곽의 청년문화와 사회적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다. 펑크 음악을 즐기던 젊은이들의 생활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고, 도시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 사진가 밍 스미스(Ming Smith)는 뉴욕 할렘의 거리와 주민, 음악가와 예술가들을 오랫동안 촬영했다. 1991년 작품 'August Blues'에서는 인물의 움직임과 빛이 겹쳐지며 흐릿한 윤곽이 나타난다. 도시의 인물을 선명한 초상으로 고정하기보다 움직이는 몸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사진에 남겼다.
칼데론이 높은 곳에서 도시의 규모를 기록했다면 민터와 스미스는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기록의 대상과 촬영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세 작가의 사진을 통해 접하는 도시의 성격도 달라진다.
사진에는 촬영자의 선택이 남는다. 카메라를 향한 인물과 프레임 밖에 놓인 사람, 선명하게 기록된 장소와 흐릿하게 지나간 풍경 사이에는 촬영자가 정한 거리와 시간이 있다. 사진이 현실의 일부를 기록한다는 사실은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이러한 기록의 차이가 중요하다. 행정기관은 인구와 주택, 도로와 교통량을 통계로 남기고, 사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거리의 움직임을 기록한다. 작가들은 일상의 물건과 인쇄물, 신체에 남은 흔적까지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같은 도시를 기록한 자료들이라도 작성 목적과 남겨진 내용은 서로 다르다.
뉴욕과 멕시코시티의 공동전은 기록의 차이를 지우지 않은 채 작품을 함께 배치했다. 세라 민터의 사진과 칼데론의 도시 풍경, 밍 스미스의 인물 사진이 다른 시대의 작업들과 나란히 놓이면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드러난다.
한나 리덴(Hanna Liden)과 클라라 리덴(Klara Liden)의 'Technobattle'(2007)은 도시를 기록하는 매체의 차이를 더한다. 4분 10초 길이의 단채널 영상은 작은 모니터에서 반복 재생된다. 사진이 하나의 순간을 남긴다면 영상은 일정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움직임을 기록한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머무르는 동안 이미지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사진과 영상이 남긴 기록은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용도와 다른 맥락에 놓이기도 한다. 1982년 제작된 사진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담고 있지만, 2026년의 전시장에서는 과거의 도시를 읽는 자료가 된다. 1999년 멕시코시티를 내려다본 사진도 촬영 당시의 도시 구조를 기록하면서 지금의 도시와 비교할 수 있는 이미지를 남긴다.
기록은 제작된 시대에 속하지만 기록을 해석하는 사람은 다른 시대를 살아간다. 사진 속 도로는 여전히 존재할 수도 있고, 건물과 주민의 구성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오래된 사진을 다시 전시하는 행위에는 과거의 도시와 현재의 도시를 연결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전시 기획을 맡은 조라 시허(Zora Sicher)는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다. 자신의 작업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의 관계와 정체성,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른 작가들이 남긴 기록과 작품을 선정하고 배열하는 역할을 맡았다.
작가 한 사람이 촬영한 사진을 배열하는 일과 서로 다른 작가의 작품을 하나의 전시로 구성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다. 후자에는 각 작품의 제작 배경과 시대적 조건, 작가의 경험을 함께 고려하는 과정이 따른다. 시허의 첫 큐레이션에서는 44년의 간격을 두고 만들어진 작품들이 도시라는 주제로 연결됐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활동 지역과 역사적 배경도 서로 다르다. 팔레스타인 작가 라에다 사아데(Raeda Saadeh)와 브라질 출신 안나 벨라 가이거(Anna Bella Geiger), 미국의 밍 스미스, 멕시코의 세라 민터와 미겔 칼데론은 서로 다른 사회적 환경에서 작업해 왔다.
도시라는 주제 아래 모였다고 해서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적 현실이 하나의 경험으로 묶이는 것은 아니다. 팔레스타인 작가의 신체와 정체성에 관한 작업, 뉴욕 할렘의 흑인 문화를 기록한 사진, 멕시코시티 주변부의 청년들을 촬영한 영상은 각기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전시가 여러 지역의 기록을 함께 다룰수록 작품이 만들어진 역사적 조건은 더욱 중요해진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의 공통점을 찾는 동시에 서로 다른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여러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기획의 설득력도 개별 작업의 고유한 맥락을 얼마나 충실하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현대미술에서 오래된 자료의 수집과 배열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술비평가 핼 포스터(Hal Foster)는 2004년 발표한 '아카이브 충동(An Archival Impulse)'에서 역사적 자료와 이미지, 기록을 수집하고 다시 연결하는 현대미술의 움직임을 다뤘다. 과거의 흔적을 모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작업은 기록을 보존하는 방식이면서 기존의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시 글을 작성한 가비 세페다(Gaby Cepeda) 역시 포스터의 논의를 인용하며 기록이 축적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기록은 하나씩 더해지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한다. 도시 역시 여러 세대의 생활과 이동, 건축과 철거, 문화와 정치적 변화가 쌓이며 현재의 모습을 갖춘다.
마켓 갤러리와 서드 본의 공동전에는 사진과 영상 외에도 조개껍데기와 금속, 거즈와 라텍스, 종이와 알루미늄을 사용한 작품들이 포함됐다.
안나 벨라 가이거의 'Sobre Nácar'(2003)는 조개껍데기와 금속을 결합한 작은 조각이다. 알릭스 베르네(Alix Vernet)의 'Veil, 3B, East Broadway'(2021)는 거즈에 라텍스와 물감을 사용했다. 조라 모니즈(Zora Moniz)의 'Biggest Secret of Them All'(2023)은 알루미늄과 종이, 못과 접착제를 패널에 결합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재료들은 각각의 물리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조개껍데기는 자연에서 형성된 표면과 형태를 유지하고, 금속은 단단한 구조를 만든다. 거즈는 얇고 유연하며, 종이와 인쇄물은 문자와 이미지가 남는 재료다.
도시에서도 서로 다른 재료와 흔적이 반복적으로 쌓인다. 벽에는 페인트와 광고가 겹치고, 오래된 건물에는 이전 사용자의 흔적이 남는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거리의 모습이 바뀌고, 철거된 공간은 사진과 문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모니즈의 작품에서는 종이와 금속, 못과 접착제가 한 표면에 겹쳐 있다. 재료들이 붙어 있는 방식과 마모된 표면은 도시에서 발견하는 오래된 벽이나 인쇄물의 흔적을 연상시킨다. 작품의 재료와 제작 방식이 도시의 물질적인 특성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아카이브를 사진과 문서에 한정하지 않고 물질과 공간으로 넓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래된 사진에는 촬영 당시의 빛과 인물이 남고, 건물과 물건에는 사용과 마모의 흔적이 남는다. 기록을 남기는 재료가 달라지면 과거를 읽는 방법도 달라진다.
전시에서 작품을 배치한 방식 역시 기록을 해석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작은 사진 여러 점을 같은 간격으로 걸면 각각의 차이를 비교하게 되고, 입체 작품을 바닥에 놓으면 관람객은 위치를 옮겨가며 형태를 살펴보게 된다. 벽에 걸린 사진과 영상 모니터, 바닥의 조각은 관람에 필요한 거리와 시간부터 다르다.
시허는 서로 다른 매체를 한 공간에 배치하면서 작품을 보는 방식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작은 사진 앞에서는 몸의 일부와 표면의 자국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고, 넓은 도시 풍경 사진에서는 건물과 도로의 관계를 한꺼번에 읽게 된다. 영상 앞에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움직이는 이미지를 지켜본다.
도시를 기록한 작품을 보려는 관람객 역시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전시를 경험한다. 가까이 다가가고 거리를 두거나 작품 주변을 이동하는 행위가 감상의 일부가 된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몸'과 '도시'의 관계는 작품의 주제뿐 아니라 전시공간에서 관람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뉴욕 마켓 갤러리의 설립 과정은 이러한 전시 기획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기록이다.
애덤 주(Adam Zhu)가 2024년 뉴욕 차이나타운에 설립한 마켓 갤러리는 개인 주거공간에 딸린 옥상 건물에서 시작됐다. 작업실과 창고, 재즈 연습실로 사용하던 작은 공간을 수리해 전시장으로 바꿨다. 관람객은 아파트를 지나 옥상으로 올라가 작품을 감상했다.
마켓 갤러리는 2025년 뉴욕 소호의 외부 공간에서 단체전을 열었고, 멕시코시티의 서드 본과 첫 공동전을 개최했다.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활동이 다른 도시의 갤러리와 작품을 공동 기획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갤러리의 규모와 전시의 영향력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작은 공간에서도 작품에 집중한 전시를 만들 수 있고, 국제적으로 알려진 작가를 모았다고 해서 작품 사이의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두 갤러리의 공동전에서는 기존에 형성된 작가와 기획자의 관계가 전시 제작으로 이어졌다. 시허는 마켓 갤러리에서 자신의 작업을 발표한 경험이 있었고, 서드 본은 멕시코시티의 전시공간과 운영 경험을 제공했다. 이미 활동하고 있던 작가와 갤러리 사이의 관계가 새로운 공동 기획으로 이어진 구조다.
작품의 이동과 설치, 작가와 소장자의 협의, 오래된 사진과 영상의 보존 및 상영 조건까지 고려하면 국제 공동전에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독립 갤러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작품과 기록을 책임 있게 다루는 전문성도 중요해진다.
한국의 전시에서도 기록을 다시 읽고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개관전 '스토리지 스토리(Storage Story)'에서 지역의 역사와 미술관 건립 과정을 사진과 설치, 인공지능(AI), 미디어 작업으로 다뤘다. 여섯 작가가 참여해 90점을 선보인 전시였다.
창동(倉洞)의 지명에 남아 있는 '창고'의 의미와 사진미술관의 수장 기능을 연결하면서 기록을 보관하고 다시 해석하는 과정을 전시 주제로 삼았다. 사진을 과거의 모습을 저장하는 매체로만 다루지 않고 지역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을 살펴보는 작업으로 넓혔다.
멕시코시티의 공동전이 여러 도시와 시대의 기록을 한 공간에 모았다면 서울의 '스토리지 스토리'는 창동이라는 장소와 새로 건립된 사진미술관의 역사에서 출발했다. 기록의 대상과 전시를 구성한 배경은 다르지만 사진과 자료를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배열했다는 점에서는 비교할 만하다.
2025년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은 전시 장소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또 다른 접근을 취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낙원상가,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전시와 사운드 작업, 영화 상영을 진행했다.
멕시코시티 공동전은 하나의 갤러리 안에 서로 다른 매체를 배치했고,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도시의 여러 공간을 활용했다. 두 전시의 주제와 운영 규모는 다르지만 작품을 어느 장소에 놓느냐에 따라 관람 경험이 달라진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공간은 작품이 놓이는 배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품 사이의 거리와 관람 동선, 영상이 재생되는 장소와 소리가 들리는 환경까지 작품을 경험하는 조건이 된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에는 작품을 고르는 판단뿐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과 만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 포함된다.
뉴욕과 멕시코시티의 공동전이 흥미로운 이유도 작품의 유명세나 참여 국가의 수에 있지 않다. 제작 시기와 역사적 배경이 다른 작품을 도시라는 주제 아래 배치하면서 기록의 차이를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민터의 사진에는 멕시코 청년들의 생활이 남았고, 칼데론의 사진에는 1999년 도시의 구조가 담겼다. 스미스는 할렘의 인물과 움직임을 기록했고, 리덴 자매는 시간을 가진 영상으로 다른 경험을 남겼다. 가이거와 베르네, 모니즈는 사진과 다른 재료를 사용했다.
도시의 역사는 이러한 기록 가운데 어느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건물과 도로의 변화만으로 주민들의 삶을 설명할 수 없고, 개인의 기억만으로 사회 전체의 변화를 파악할 수도 없다. 서로 다른 기록을 함께 살펴볼 때 도시를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전시를 하나의 주제로 묶는 과정에는 기획자의 선택이 개입한다. 어떤 작가를 초대하고 어느 시대의 작품을 포함할지, 작품을 가까이 놓을지 떨어뜨릴지에 따라 관람객이 접하는 도시의 모습도 달라진다. 아카이브는 축적된 자료인 동시에 누군가 선택하고 분류한 결과다.
작품을 선정한 기준과 기록의 공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시를 촬영한 사진에는 기록된 사람과 기록에서 빠진 사람이 있고, 전시에는 소개된 작품과 소개되지 않은 작업이 존재한다. 아카이브를 해석하는 일은 남아 있는 자료의 의미와 함께 기록되지 않은 경험의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독립 갤러리의 국제 협업에서도 같은 책임이 따른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기획이 작품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충분히 전달할 때 서로 다른 지역의 미술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지역 간 협업의 횟수나 참여 작가의 수보다 작품의 제작 맥락을 얼마나 충실하게 유지했는지가 전시의 깊이를 결정한다.
멕시코시티 서드 본에 놓인 작품들은 각기 다른 시기에 제작됐다. 1982년 세라 민터의 사진과 1999년 미겔 칼데론의 도시 풍경, 2007년 리덴 자매의 영상, 2026년 새롭게 제작된 작업들이 한 공간에 놓여 있다. 44년의 시간 동안 달라진 도시와 예술가의 경험이 서로 다른 매체에 남았다.
전시는 오래된 기록을 현재의 작품들과 나란히 놓음으로써 과거의 도시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다. 사진에 남은 거리와 인물, 영상의 움직임, 물질에 새겨진 흔적은 저마다 다른 도시의 일부다. 기록이 쌓이는 과정에는 사람의 선택이 있고, 기록을 다시 배열하는 전시에도 기획자의 판단이 있다.
도시는 건축물과 도로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살아온 사람들의 몸과 생활, 이동과 상실, 오래된 물건과 사진에도 도시의 역사가 남는다. 뉴욕과 멕시코시티의 공동전은 서로 다른 기록을 한곳에 모아 도시가 지닌 여러 층위를 살펴보게 한다. 작품마다 다른 역사와 경험을 유지하면서 그 사이의 관계를 읽는 일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오래 들여다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