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매출 1조 돌파, 제작사 마진은 3~10%…K콘텐츠 흥행의 불편한 현실
국내 매출 1조542억원 중 81%인 8539억원 미국 본사 지급…한국 법인 영업이익률 1.9% '오징어 게임' 세계적 흥행에도 IP는 넷플릭스 소유…한준호 의원 “흥행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 필요”
[KtN 신미희기자]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연간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K콘텐츠의 세계적인 흥행과 유료 가입자 확대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과지만, 매출의 81%가 미국 본사에 지급되고 한국 제작사에는 제작비의 3~10% 수준의 마진이 돌아가는 수익 구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동안 정작 제작사는 흥행 성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의 2025년 국내 매출은 1조54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6317억원과 비교하면 4년 사이 약 67% 증가한 규모다.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지만 한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203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은 1.9%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의 81%에 해당하는 8539억원이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지급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구독 매출 대부분이 그룹 내부 거래를 통해 해외로 이전되는 구조다.
해외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이 커질수록 국내 법인의 영업이익은 줄어든다. 국내 법인에 남는 이익이 적으면 법인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과세소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글로벌 플랫폼의 내부 거래와 국내 과세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본사 지급액 자체를 부당한 이익 이전이나 조세 회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국내 OTT 업체들의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다.
2025년 티빙은 698억원, 웨이브는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자들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넷플릭스는 유료 이용자 기반과 콘텐츠 투자 규모에서 격차를 벌렸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 넷플릭스 유료 이용률은 46.7%로 집계됐다. 티빙은 13.0%에 그쳐 약 3.6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콘텐츠 유통과 제작 계약에서도 글로벌 플랫폼의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작비와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기 어려운 국내 제작사로서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이 세계 시장 진출 기회인 동시에 지식재산권(IP)을 넘겨야 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은 국내 제작사의 수익배분 구조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넷플릭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작품의 IP는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전액 부담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계약에서는 제작사가 제작비에 일정한 마진을 더해 지급받는 방식이 활용된다. 한준호 의원이 지적한 제작사 마진은 제작비의 3~10% 수준이다.
제작비가 100억원이라면 제작사에 돌아가는 계약상 마진은 3억~10억원 수준이라는 의미다. 해당 비율은 전체 흥행 수익의 배분율이 아니라 제작비 대비 마진을 가리키며, 실제 계약 조건은 작품마다 다를 수 있다.
흥행 규모가 커지더라도 별도의 성과보상 조항이 없다면 제작사가 추가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플랫폼은 IP를 바탕으로 후속 시즌과 파생 콘텐츠, 장기적인 유통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한준호 의원은 "넷플릭스를 국내 1위로 만든 것은 K-콘텐츠인데, 정작 이를 만든 제작사에는 흥행과 무관하게 제작비의 3~10% 수준 마진이 돌아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흥행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 등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제작비 전액 투자 방식은 국내 제작사에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초기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작품 공개와 동시에 세계 각국의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대규모 제작비가 필요한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제작사가 IP를 보유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흥행 이후에도 작품을 활용한 장기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차기 시즌 제작과 해외 유통, 부가사업에서도 권리 보유 여부에 따라 수익 기회가 달라진다.
K콘텐츠 산업이 영상 제작을 넘어 IP를 활용한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제작 역량과 권리 보유 사이의 불균형은 국내 산업의 성장성을 제약할 수 있다.
한국 제작사가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도 작품의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플랫폼 의존도 역시 커질 수 있다. 제작사는 안정적인 제작비를 확보하는 대신 흥행 성과에 따른 추가 수익 기회를 포기하는 구조에 머물게 된다.
성과연동형 보상이나 IP 공동 보유, 후속 사업에 대한 수익배분 확대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제작비 전액 투자와 글로벌 배급이라는 넷플릭스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흥행 성과를 제작사와 나눌 수 있는 계약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025년 넷플릭스 국내 매출 1조542억원과 미국 본사 지급액 8539억원은 글로벌 OTT 시장에서 한국의 경제적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드러낸다. 동시에 한국 제작사가 콘텐츠의 창작과 제작을 담당하면서도 IP와 장기 수익에서는 제한적인 권리를 갖는 산업 구조도 부각됐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K콘텐츠 제작사의 IP 확보와 성과연동형 수익배분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흥행이 국내 제작사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연결되려면 제작비 지원뿐 아니라 작품의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계약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