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②] 촬영 사실 모르는 행인들…영국·한국, 스마트 안경 사생활 보호 규정의 차이
영국, 별도 촬영금지법 대신 기존 형사법·개인정보법 적용…불법 촬영과 영상 유포 규제 한국은 업무 목적 촬영 고지 의무화, 탈의실·화장실 등 촬영 제한…기기 소형화에 따른 동의·정보 처리 논란
[KtN 정석헌기자]영국 정부가 카메라 탑재 스마트 안경에 대한 별도의 촬영금지법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공공장소에서 스마트 안경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불법 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촬영 목적과 방법, 기록한 영상의 활용에 따라 기존 법률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술기업과 시민사회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촬영자의 이용 권리와 주변 사람의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23일 의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스마트 안경의 공공장소 촬영을 규제하는 별도 법률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괴롭힘과 스토킹, 관음 목적의 불법 촬영, 동의 없는 사적인 이미지 유포 등은 기존 형사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9월 8일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면서 착용형 촬영기술의 확산과 현행 법률의 실효성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안경의 촬영 기능이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촬영 대상자가 기록 여부를 서로 다르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기기를 들어 올리는 행동으로 촬영 상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스마트 안경은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사진과 영상을 기록할 수 있다.
착용자는 카메라가 작동하는지 알고 있지만 주변 사람은 촬영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대화 중인 상대방과 우연히 지나가는 행인, 같은 공간에 있는 고객과 직원의 모습이 영상에 포함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런던 소호에서 기술기업 이븐 리얼리티스(Even Realities)가 선보인 설치 프로젝트 'The Watchers'는 이러한 차이를 사람의 얼굴과 감시 카메라를 결합한 조형물로 표현했다. 감시 장치에 안경을 쓴 사람의 머리를 부착하고, 상점과 술집, 운동시설 등 일상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한 단편 영상도 제작했다.
프로젝트에는 크리에이티브 제작 스튜디오 더 로빈 컬렉티브(The Robin Collective)와 특수효과 아티스트 윌 하비(Will Harvey)가 참여했다. 사람의 얼굴을 3D 스캔과 실리콘 캐스팅으로 재현하고 감시 카메라 형태의 구조물에 결합했다.
거리에서는 카메라를 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촬영 장비가 얼굴에 착용하는 안경으로 바뀌면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인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줄어든다. 이븐 리얼리티스는 이러한 변화를 문제 삼으며 공공장소의 카메라 안경 사용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상점 내부에는 상품 진열대가 이어지고 고객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놓인 공간에서는 상품을 고르거나 직원과 대화하는 일이 반복된다. 스마트 안경의 촬영 기능이 사용된다면 착용자가 바라보는 상품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모습도 기록될 수 있다.
매장에서 촬영한 영상은 제품 정보를 확인하거나 소비자의 경험을 기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같은 영상에 직원이나 다른 고객의 얼굴, 음성, 행동이 함께 담기면 촬영 목적과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수집될 가능성이 생긴다.
상업시설의 CCTV와 개인이 착용한 스마트 안경은 운영 방식이 다르다. 매장 CCTV는 시설 관리자가 정해진 위치에 설치하고 촬영 목적과 범위, 영상 관리에 관한 책임을 진다. 개인용 스마트 안경은 착용자와 함께 이동하며 촬영 범위가 달라진다.
촬영 장치가 고정돼 있는지, 사람과 함께 이동하는지에 따라 주변 사람이 촬영 범위를 예측하는 정도에도 차이가 생긴다. 스마트 안경의 보급은 기존 CCTV와 휴대전화 촬영을 전제로 마련된 개인정보 보호 방식을 다시 살펴보게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공공장소를 촬영하는 행위 자체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30일 의회 답변에서도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 사적 용도로 스마트 안경을 사용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현의 자유와 정당한 기술 이용을 고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는 기존 법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촬영 목적이 괴롭힘이나 스토킹, 관음 행위와 관련될 경우에는 형사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적인 이미지를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실제 적용되는 범죄와 책임은 촬영 장소와 방법, 목적, 피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공공장소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촬영과 영상 활용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얼굴이나 행동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면 촬영과 저장,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의 개인정보 보호체계는 영상 처리 목적과 운영 주체에 따라 적용 범위를 달리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업무상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을 처리하는 경우 영국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UK GDPR)과 2018년 데이터보호법(Data Protection Act 2018)이 적용될 수 있다.
개인의 순수한 사적·가정적 활동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적용 예외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촬영한 영상을 업무에 활용하거나 온라인에 공개하는 과정에서는 처리 목적과 범위에 따라 다른 법적 판단이 필요해진다.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된 이후에도 개인정보 보호 책임은 이어진다.
영국 정부는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한 이미지가 인터넷에 게시되면 온라인 서비스가 UK GDPR에 따른 삭제 요청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에 따라 플랫폼에는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고 삭제하는 의무도 적용된다.
영상에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시물을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정보 처리의 법적 근거와 삭제 요청의 요건, 표현의 자유 등 관련 권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촬영을 허용하는 범위와 온라인에 공개할 수 있는 범위는 구별된다. 특정 장소에서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는 행위와 수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에 영상을 게시하는 행위는 정보가 유통되는 규모와 처리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카메라 탑재 스마트 안경은 촬영과 유통을 연결하기 쉽게 만드는 기기다. 착용자가 촬영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옮기거나 서비스에 업로드하면 원래의 촬영 장소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영상을 볼 수 있다.
촬영 당시 주변 사람이 동의 여부를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영상까지 공개되면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서 사용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촬영 순간부터 영상이 저장되고 공유되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영국 교육 현장에서도 착용형 촬영기기의 사용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9월 7일 영국 교육부는 학교와 유아교육기관 등에서 카메라 탑재 스마트 안경을 사용할 경우 투명성과 사생활 보호, 개인정보 기록에 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이 포함된 촬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는 스마트 안경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학교 지침 대신 사진과 영상, CCTV 촬영 및 보관에 적용되는 기존 개인정보 보호 지침을 활용하도록 했다. 학교와 교육기관은 직원뿐 아니라 학부모와 보호자, 방문객의 촬영 행위까지 고려해 내부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학습 활동을 기록하거나 교육 자료를 제작하기 위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방문객의 얼굴과 행동이 함께 기록되는 만큼 촬영 목적과 영상의 보관, 외부 공개에 관한 관리가 필요하다.
카메라를 이용한 교육과 접근성 지원은 정당한 활용 목적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촬영 대상이 미성년자인 경우 영상의 보관과 이용에 더욱 세심한 보호가 요구된다.
영국의 개인정보 감독기구도 카메라 안경의 유용성과 사생활 침해 위험을 함께 다루고 있다.
영국 정보감독기구(ICO)의 폴 아널드(Paul Arnold) 최고경영자는 9월 17일 스마트 안경과 인공지능 착용형 기기가 사생활 보호와 공공의 신뢰에 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동의 없는 촬영과 괴롭힘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 시각장애인과 치매 환자 등을 지원하는 기술의 가능성도 함께 설명했다.
아널드는 시각장애가 심한 당사자로서 스마트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와 인공지능, 음성 안내가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의 독립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촬영 장치를 이용해 주변 물체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과 정보 접근을 지원할 수 있다. 같은 카메라라도 사용 목적과 정보 처리 방식에 따라 다른 사회적 효과를 낳는 것이다.
영국 정보감독기구는 개인정보 보호를 기술의 개발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촬영 기능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방식보다 영상의 이용 목적과 정보 보호장치, 이용자의 책임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카메라 탑재 스마트 안경을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관한 규정으로 다룬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의2는 업무 목적으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운영하는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이나 사람과 관련된 사물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요건을 정하고 있다. 스마트 안경처럼 몸에 착용하는 카메라도 해당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업무 목적의 촬영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에 따른 적법한 처리 근거가 있거나 촬영 사실을 명확히 표시해 정보주체가 이를 알 수 있도록 하고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 등 법률에서 정한 요건이 적용된다. 촬영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제한 촬영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주체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하고 촬영 범위도 합리적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촬영 사실을 알리는 방식도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제27조의2는 불빛과 소리, 안내판, 안내서면, 안내방송 등으로 촬영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안경테에 작은 촬영 표시등이 달려 있더라도 주변 사람이 실제로 촬영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지는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밝은 거리와 어두운 실내, 착용자와의 거리, 안경의 형태에 따라 표시등을 인지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은 촬영 사실을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그 표시가 주변 사람에게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촬영 표시 장치를 제품에 부착하는 일과 촬영 대상자가 이를 알아차리는 일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특히 큰 장소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제25조의2 제2항은 누구든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과 화장실, 발한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는 곳에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개인영상정보를 촬영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인명 구조와 구급 등 법령에서 정한 예외적인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업무 목적으로 촬영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조항이다. 업무 목적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을 규율하는 제1항과 달리 촬영 장소에 관한 금지 규정은 '누구든지'를 대상으로 한다.
헬스장과 수영장에서는 공용 운동 공간과 탈의실, 샤워 공간의 사생활 보호 수준을 구분해야 한다. 같은 시설 안에 있더라도 이용자의 신체가 노출되는 장소에서는 보다 엄격한 촬영 제한이 적용된다.
어두운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하고 있다.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 안경을 쓴 인물의 얼굴 형상이 배치됐다. 영상은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상황에 촬영 장치가 들어올 때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표현한다.
대화는 사람 사이에 음성과 표정, 행동을 주고받는 과정이다. 녹화 기능이 작동하면 얼굴뿐 아니라 대화 내용과 주변의 모습까지 기록될 수 있다. 당사자가 기록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일상적인 대화가 나중에 다시 재생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자료로 바뀌게 된다.
영상에 포함된 정보가 모두 같은 수준의 보호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얼굴과 음성, 위치와 행동 등은 개인을 식별하거나 사생활을 파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녹음된 대화의 내용과 촬영 장소에 따라 다른 법률상의 보호도 문제 될 수 있다.
공공장소에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촬영된 사람의 정보가 개인적인 기록에 머무는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지, 온라인에 공개되는지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책임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관련 법률도 개인의 모든 일상 촬영을 같은 방식으로 규율하지 않는다. 업무 목적의 운영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과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촬영금지 규정을 구분하고, 영상의 이용 목적과 관련 법률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4년 10월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위한 개인영상정보 보호·활용 안내서를 공개했다. 자율주행차와 배달로봇 등 이동하면서 영상을 촬영하는 장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활용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 제시한 기준에는 이동형 장비를 이용한 촬영 사실의 표시와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 등이 포함됐다. 스마트 안경은 사람의 얼굴에 착용한다는 점에서 차량과 로봇에 부착한 카메라와 물리적인 형태는 다르지만 촬영 대상자가 기록 여부를 인식해야 한다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공통으로 적용된다.
영국과 한국의 규정은 촬영 기술을 다루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영국은 현재 카메라 탑재 스마트 안경의 공공장소 사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별도 법률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인 촬영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괴롭힘과 스토킹, 사적인 이미지의 불법 유포 등에 기존 법률을 적용한다.
한국은 업무 목적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촬영에 관해 법률상 요건과 촬영 사실 표시 의무를 두고 있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특정 장소에서는 업무 여부와 관계없이 촬영을 제한한다.
두 나라 모두 촬영 사실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영상이 수집될 수 있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촬영 상황에서 당사자가 이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촬영한 영상의 처리 과정에서도 책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영상을 촬영한 사람과 이를 보관하는 서비스, 온라인에 게시하는 이용자, 게시물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각각 다른 행위에 관여한다.
특히 스마트 안경에 인공지능 기능이 결합되면 촬영된 영상이 단순한 사진이나 녹화 파일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 주변 사물의 종류를 구별하고 글자를 읽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기능에는 영상의 분석과 처리가 수반된다.
영상이 기기 내부에서 처리되는지, 외부 서버로 전송되는지에 따라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검토가 달라진다. 외부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데이터의 전송과 저장, 접근 권한과 보관 기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카메라가 탑재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스마트 안경이 동일한 방식으로 영상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별 기능과 정보 처리 구조에 따라 개인정보의 수집 범위와 보호조치도 차이가 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카메라의 유용성을 유지하려는 기술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촬영 중임을 알리는 표시등 외에도 얼굴을 자동으로 흐리게 처리하거나 영상의 저장을 제한하고, 주변 사람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촬영 이후 영상을 삭제하는 조치보다 기록 단계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카메라를 이용한 접근성 지원과 주변 환경 인식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얼굴과 행동을 불필요하게 보관하지 않는 기술적 설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촬영 사실의 고지와 촬영 대상자의 선택권은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기가 녹화 중이라는 표시를 제공하더라도 주변 사람이 촬영을 거부할 수 없다면 개인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된다.
반대로 촬영 대상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실제 이용 환경에서 기능을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는 촬영자의 편의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 보호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븐 리얼리티스는 런던의 설치 프로젝트를 통해 카메라 안경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업은 카메라를 제외한 스마트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기업이 제기한 사생활 보호 문제와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 관계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카메라를 제거하면 해당 기기를 이용한 영상 촬영 문제는 줄어든다. 대신 시각장애인을 위한 주변 환경 인식이나 특정 사물의 시각적 분석 등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기능에는 제약이 생긴다.
영국 정보감독기구가 카메라 탑재 스마트 안경의 위험성과 접근성 기능을 함께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기술적 차이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정당한 기술 이용의 범위를 함께 다루고 있다.
스마트 안경이 일상생활에 확산하면서 촬영 행위를 알아차리는 방식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과 다시 달라지고 있다. 촬영자가 카메라를 손에 들지 않아도 되고,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 환경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기존 법률의 적용과 기술 변화에 대한 점검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촬영 요건과 고지 의무를 법률에 두고 있다. 두 나라의 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을 수집하는 행위와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영국 정부는 9월에도 착용형 촬영기술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을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개인정보 감독기구는 기업이 신기술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사생활 보호를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의2와 관련 시행령에 따라 업무 목적의 촬영과 촬영 사실의 고지,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장소에서의 촬영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 안경의 촬영 기능이 널리 사용될수록 촬영자와 촬영 대상자가 가진 정보의 차이를 줄이는 일이 중요해진다. 누가 촬영하고 있는지, 어떤 영상이 기록되는지, 기록된 정보가 어디에서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촬영 기술의 편의와 주변 사람의 권리를 함께 보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