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지구와 화성①] 테슬라 로드스터 공중 도약…머스크가 꺼낸 스페이스X 기술
2017년 발표 이후 9년 만에 새 시제품 공개…압축가스 추진기와 흡입팬으로 공중 회전·거꾸로 주행 시연 자율주행·로봇에 집중하는 테슬라, 사람이 운전하는 고성능차 별도 개발…2018년 우주로 보낸 첫 로드스터와 연결된 기술 전략
[KtN 김상기기자]2026년 10월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의 스페이스X 시험시설에서 흰색 스포츠카 한 대가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갔다. 경사로가 수직을 지나 거꾸로 휘어진 구간에서도 자동차는 떨어지지 않았다. 공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차량은 추진장치를 작동해 차체를 회전시킨 뒤 네 바퀴로 착지했다.
잠시 뒤 자동차는 다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일렬로 세워진 테슬라 차량 다섯 대를 뛰어넘는 동안 차체가 회전했고, 압축가스 추진장치가 착지를 도왔다. 두 차례 시연 모두 운전자 없이 진행됐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9년 만에 다시 공개한 2세대 로드스터(Roadster)였다. 2017년 처음 선보였던 전기 스포츠카에 스페이스X의 우주항공 기술을 결합하면서 자동차의 움직임까지 달라졌다. 바퀴로 달리던 자동차가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고 착지하는 모습은 기존 전기차 시연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테슬라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6.6㎞)까지 0.81초에 도달하는 가속 성능도 공개했다. 일반적인 고성능 전기차가 전기모터의 출력을 바퀴에 전달해 속도를 높이는 것과 달리, 로드스터는 차체에 장착된 추진장치의 힘까지 이용한다. 0.81초는 테슬라가 시연 과정에서 제시한 기록으로, 독립적인 공인 시험 결과와는 구분된다.
로드스터를 공중으로 띄우는 데 사용된 장치는 스페이스X와 공동 개발한 냉가스 추진기(cold-gas thruster)다. 고압으로 저장한 가스를 빠르게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방식으로, 우주선의 자세 제어에 활용되는 기술과 기본 원리가 같다. 자동차에 일반적인 연소식 로켓 엔진을 장착한 것은 아니다.
차체 아래에는 네 개의 고출력 팬을 이용하는 흡입장치도 설치했다. 팬이 차체와 노면 사이의 공기를 배출하면 압력 차이가 발생하면서 자동차를 바닥 쪽으로 끌어당긴다. 테슬라는 팬과 차체 하단의 가변식 구조물을 결합해 저속에서도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도록 설계했다.
맥그리거에서 자동차가 거꾸로 된 경사로에 붙어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흡입장치가 만들어낸 접지력 덕분이었다. 경사로를 벗어난 뒤에는 추진장치가 차체를 회전시키고 착지 충격을 줄였다.
스페이스X의 추진 기술과 자동차의 공기역학적 설계를 결합하면서 바퀴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다만 시연된 기능은 짧은 공중 도약과 자세 제어에 해당한다. 일반 항공기처럼 장시간 비행하는 성능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2008년 처음 등장한 로드스터는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내놓은 첫 양산 모델이었다. 당시 전기차는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았다. 테슬라는 소형 전기 스포츠카를 통해 전기모터만으로도 높은 가속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첫 로드스터가 전기차의 성능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면, 2026년의 로드스터에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축적한 기술이 함께 들어갔다. 머스크는 자동차의 가속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전기모터와 배터리뿐 아니라 우주선의 추진 기술까지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 환경도 2008년과 크게 달라졌다. 리막(Rimac)을 비롯한 고성능 전기차 제조사들이 뛰어난 가속 성능을 갖춘 차량을 잇달아 개발했고, 중국 BYD의 양왕(Yangwang)도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진입했다. 전기모터의 강력한 가속력만으로 테슬라의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기는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테슬라가 새 로드스터에 압축가스 추진기와 흡입팬을 결합한 것은 고성능 전기차 경쟁에서 기존과 다른 기술을 내세운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출력과 속도를 높이는 데 머무르지 않고, 노면을 벗어난 순간까지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머스크는 로드스터의 상업적 비중을 크게 평가하지 않았다. 2023년에는 로드스터가 테슬라의 재무 실적을 크게 바꿀 사업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로드스터의 생산 규모와 판매 수익보다 기술적 상징성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조사가 보유한 기술과 성능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고성능 차량을 할로카(halo car)라고 부른다. 판매량이 적더라도 브랜드의 기술 개발 능력을 알리고 다른 차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로드스터는 테슬라의 대량 생산 차종인 모델3, 모델Y와 성격이 다르다.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생산 규모를 전제로 개발되는 스포츠카인 만큼, 대중적인 전기차와 같은 판매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테슬라가 로드스터를 통해 확보하려는 효과는 단기간의 매출 확대보다 고성능 자동차 분야에서의 기술적 차별성에 가깝다.
로드스터를 준비하는 동안 테슬라의 사업 방향도 크게 바뀌었다.
머스크는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테슬라가 개발한 사이버캡(Cybercab)은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자율주행 차량이다. 사람의 운전 조작을 전제로 만들어온 기존 자동차와 달리 차량이 직접 주행을 담당하는 구조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개발에도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2026년에는 모델S와 모델X의 판매를 중단하고 일부 생산시설을 로봇 생산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조정했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업체에서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기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신형 로드스터는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다. 운전대와 페달을 없애는 사이버캡과 달리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고성능 자동차로 개발됐다.
머스크는 공개 행사에서 장기적으로 로드스터가 테슬라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행사에서 공중 도약을 시연한 차량은 안전을 고려해 운전자 없이 움직였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조작을 줄이고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로드스터는 운전자가 직접 조향하고 가속하는 스포츠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전기모터와 추진장치를 결합해 운동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테슬라가 모든 자동차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없애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난다. 대량 생산 차량과 자율주행 서비스에는 인공지능을 확대하고, 로드스터에는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자동차의 특성을 남기는 구상이다. 운전을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동차와 운전 자체를 즐기는 스포츠카의 역할을 구분한 셈이다.
로드스터 개발에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관계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머스크는 2018년 6월 신형 로드스터에 약 10개의 소형 추진장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동차의 가속과 제동, 코너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우주항공 분야의 추진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026년 공개된 로드스터에는 고압가스 저장장치와 분사 노즐이 실제로 장착됐다. 일반적인 스포츠카 사양과 별도로 추진장치를 적용한 스러스트(Thrust) 사양, 공중 이동 기능을 확대하는 로켓(Rocket) 사양도 제시됐다.
최상위 로켓 사양에는 총 600리터 규모의 고압가스 저장장치와 추가 추진장치가 적용된다. 탑승 공간 일부를 저장장치가 차지하면서 1인승으로 설계됐다. 스러스트 사양과 로켓 사양은 추진장치의 구성과 운행 조건에서 차이가 있다.
스페이스X와 공동 개발한 기술을 실제 자동차에 적용했다는 사실은 두 기업의 협업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테슬라는 전기 구동계와 차량 제어 기술을, 스페이스X는 추진장치와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서로 다른 산업에서 축적된 기술을 하나의 시제품에 결합했다.
머스크가 두 회사를 연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2월 6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Falcon Heavy) 로켓에는 빨간색 테슬라 로드스터가 실려 있었다. 머스크가 소유했던 자동차로, 운전석에는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 '스타맨(Starman)'이 앉아 있었다.
로드스터는 로켓 상단부에 결합된 채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로 향했다. 화성의 궤도까지 뻗는 태양 공전궤도였지만 화성 착륙을 위한 임무는 아니었다. 팰컨헤비의 첫 시험 발사에 탑재된 자동차는 로켓의 운송능력을 알리는 상징적인 화물이 됐다.
8년여 뒤 스페이스X의 시험시설에서 등장한 새 로드스터는 자동차를 우주로 보내는 대신 우주선의 추진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했다. 2018년에는 스페이스X의 로켓이 테슬라 자동차를 운반했고, 2026년에는 스페이스X의 기술이 테슬라 자동차의 움직임을 바꿨다.
머스크는 새 로드스터 공개 직후 X에서 비행 자동차가 존재하는 미래가 현실이 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2018년 우주로 보낸 자신의 첫 로드스터도 언급했다.
테슬라의 자동차와 스페이스X의 우주개발 사업은 목적과 기술 적용 범위가 다르지만 머스크는 두 기업의 활동을 꾸준히 연결해 왔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과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면서 달과 화성으로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는 2026년 2월 화성보다 달의 자립형 거점 건설을 우선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화성 개발을 장기 목표로 유지하면서 발사와 실험을 더 자주 반복할 수 있는 달을 먼저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형 로드스터는 달이나 화성에서 운행할 목적으로 발표된 차량은 아니다. 자동차의 냉가스 추진기와 우주선의 추진·자세 제어 기술은 기본 원리를 공유하지만 실제 운용 환경과 요구 성능은 다르다. 지구의 도로에서 자동차를 짧게 띄우는 기술을 다른 행성의 이동수단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로드스터에 적용된 추진 기술은 자동차와 우주항공 분야의 개발 인력이 협업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기술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협업이 기업 간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장 관측은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두 회사의 기술적 연관성이 커진다는 점을 들어 통합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다만 차량 공동 개발과 기업 합병은 별개의 사안이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자동차의 상용화 일정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2세대 로드스터는 2017년 11월 처음 공개됐다. 당시 테슬라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1.9초에 도달하고, 한 번 충전으로 약 620마일(998㎞)을 달리는 성능을 제시했다. 차량 인도 목표는 2020년이었다.
실제 생산은 여러 차례 연기됐다. 테슬라가 2026년 다시 제시한 양산 시작 시점은 2028년이다. 최초 인도 목표보다 8년 늦어진 일정이다.
주행거리 목표도 바뀌었다. 2017년 약 620마일로 제시됐던 수치는 이번 공개에서 300마일(약 483㎞) 이상으로 조정됐다. 대신 압축가스 추진장치와 흡입팬, 공중 자세 제어 기능이 추가됐다.
일반 도로에서 공중 도약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문제다. 차량이 도로에서 갑자기 떠오르면 주변 자동차와 보행자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압가스 저장장치의 관리와 충전, 긴급 상황에서의 제어, 탑승자 보호도 상용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한다.
테슬라는 로켓 사양을 일반 도로 주행이 허용된 차량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특별 초청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며, 행사에서 공개된 성능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될 모든 로드스터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압축가스 추진장치의 반복 사용에도 제약이 따른다. 고압 저장장치에서 가스를 분사하면 압력이 낮아지고 추진력도 줄어든다. 저장장치를 다시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시연에서 보여준 공중 이동을 일상적인 운전 과정에서 반복하기는 쉽지 않다.
테슬라는 일반 로드스터의 판매가격을 최종 확정하지 않았다. 생산 과정에서 차량의 성능과 설계가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머스크가 오랫동안 약속했던 로드스터의 양산이 2028년에 시작될지는 향후 개발과 생산설비 구축 일정에 달려 있다. 2026년 시연에서 보여준 공중 도약이 실제 고객에게 인도되는 차량의 기능으로 이어지려면 안전성과 운행 조건을 갖춰야 한다.
테슬라는 오는 21일 2026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에 투입되는 자본, 자동차 사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관심을 두고 있다. 로드스터가 당장 대규모 매출을 창출할 차량은 아니라는 점에서 기술 시연에 대한 기대와 기업 실적에 대한 평가는 구분될 수밖에 없다.
2008년 첫 로드스터로 전기 스포츠카의 성능을 알렸던 테슬라는 2026년 스페이스X의 추진 기술을 이용해 자동차를 공중으로 띄웠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하고 자율주행 기술이 확대되는 동안 로드스터의 역할도 달라졌다.
테슬라는 대중적인 이동수단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확대하고,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스포츠카에는 압축가스 추진장치와 능동형 접지 기술을 결합했다. 스페이스X와 함께 개발한 로드스터는 두 기업의 기술 협업을 실제 자동차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한 로드스터는 2017년 발표 이후 여러 차례 생산이 미뤄진 차종이다. 테슬라가 공중 도약을 시연한 기술을 실제 판매 차량에 얼마나 적용할지, 도로 주행과 탑승자 안전을 위한 조건을 어떻게 갖출지가 향후 개발과 생산 단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