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지구와 화성⑥] 화성에 사람보다 로봇 먼저…일론 머스크의 옵티머스 구상과 현실
2025년 스타십에 테슬라 휴머노이드 탑재 계획 발표…2026년 달 개발 우선 전환하며 화성행 일정 사실상 연기 NASA 화성 탐사차 45.2㎞ 주행 기록·AI 자율주행 고도화…테슬라는 옵티머스 생산라인 구축, 정밀 작업과 우주환경 적응 기술 개발
[KtN 김상기기자]2026년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차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2021년 2월 화성에 착륙한 이후 누적 주행거리 45.2㎞를 돌파했다. 지구 밖 다른 천체에서 자동차 형태의 이동수단이 달린 거리로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의 예제로(Jezero) 충돌구 주변을 이동하며 암석과 토양을 조사하고 있다. 카메라로 지형을 촬영하고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는 과정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활용된다.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의 약 90%는 탐사차가 자체적으로 경로를 판단하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주행했다.
사람은 아직 화성에 발을 디딘 적이 없다. 그러나 로봇은 이미 화성에서 5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지구에서 수억㎞ 떨어진 곳에서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피하며 과학탐사를 수행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인간의 화성 착륙에 앞서 또 다른 로봇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가 개발하는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Optimus)다.
2025년 3월 15일,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에 옵티머스를 실어 2026년 말 화성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무인 임무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사람이 화성에 착륙하는 시점은 이르면 2029년, 현실적으로는 2031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자동차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테슬라의 로봇이 스페이스X 우주선에 실려 다른 행성으로 이동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26년 2월 머스크가 우주개발의 우선순위를 화성에서 달로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페이스X는 달에 자립형 거점을 먼저 건설하기로 했고, 스타십의 화성행 일정도 뒤로 밀렸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Fremont) 공장의 모델S와 모델X 생산라인을 철거하고 옵티머스 생산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만들던 공간이 인간형 로봇을 생산하는 시설로 바뀌고 있다.
머스크가 예고했던 화성행 옵티머스는 아직 지구를 떠나지 못했다. 테슬라가 개발하는 로봇도 일반 소비자나 산업현장에서 다양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
화성에 로봇을 보내겠다는 머스크의 계획은 실제 화성 탐사로봇의 발전 속도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기술을 함께 살필 때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 개발을 처음 발표한 것은 2021년 8월이었다.
당시 테슬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소개하는 AI 데이(AI Day) 행사에서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춘 로봇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의 자율주행에 사용하는 인공지능과 카메라, 전자제어 기술을 인간형 로봇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2022년 9월에는 초기 시제품이 행사장에 걸어 나왔다. 로봇은 천천히 이동하면서 팔을 움직였고, 테슬라는 물건을 집거나 옮기는 동작을 시험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테슬라는 이후 보행과 균형 유지, 물체 인식, 손가락 제어 기술을 개선해 왔다. 공장 내부에서 부품을 옮기거나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도 시험했다.
옵티머스는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다른 목적을 갖고 개발되고 있다. 자동차 조립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은 일정한 위치에서 용접하거나 부품을 조립하도록 설계된다. 옵티머스는 사람이 이동하는 공간에서 두 발로 걸으며 여러 종류의 도구와 물체를 다루는 범용 로봇을 지향한다.
인간의 작업 공간에는 계단과 문, 손잡이, 선반, 작업대처럼 사람의 신체 구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많다. 인간형 로봇은 기존 시설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다양한 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반면 두 발로 걷는 구조는 네 바퀴나 무한궤도를 사용하는 이동장치보다 균형 유지와 전력 소비, 고장 관리에서 복잡한 조건을 요구한다. 팔과 손까지 정교하게 움직이려면 수많은 구동장치와 센서를 함께 제어해야 한다.
테슬라는 2026년 들어 옵티머스를 본격적인 생산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설비 전환에 착수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은 테슬라의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시설이다. 모델S는 2012년, 모델X는 2015년부터 생산됐다. 두 차량은 테슬라가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테슬라는 2026년 2분기 두 차종의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옵티머스 생산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도 로봇 생산을 위한 부지 개발과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생산라인에서 처음 제작되는 옵티머스는 '옵티머스 아카데미(Optimus Academy)'에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이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내부 훈련체계다.
즉각적인 외부 판매보다 로봇의 동작과 작업 능력을 개선하는 데 초기 생산분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2026년을 옵티머스 생산 개시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구체적인 생산량이나 외부 고객 인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프리몬트와 텍사스의 로봇 생산설비도 구축 단계에 있었다.
머스크는 2026년 7월 실적 발표 과정에서 옵티머스의 생산량 증가가 처음에는 매우 느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달리 로봇에는 새로 개발해야 하는 부품이 많고 기존 자동차 산업처럼 확립된 부품 공급망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전기차에는 이미 자동차 산업에서 널리 사용하는 타이어와 유리, 차체 부품, 각종 전장품이 들어간다. 옵티머스는 사람처럼 움직이기 위한 관절과 구동장치, 촉각 센서, 손가락 제어장치 등을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
부품을 개발하는 일과 같은 품질로 대량 생산하는 일에도 차이가 있다. 실험실에서 로봇 한 대가 특정 동작을 성공하더라도 생산된 수많은 로봇이 같은 작업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머스크가 최근 가장 어려운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도 로봇의 손이었다.
2026년 10월 테슬라 소유주 커뮤니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인간의 손과 팔이 수행하는 정밀한 동작을 로봇으로 구현하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버를 이용해 나사를 돌리거나 병뚜껑을 여는 단순한 동작에도 손가락의 위치와 힘, 물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사람은 물건을 잡을 때 손끝에서 전달되는 압력과 마찰, 미끄러지는 감각을 바탕으로 힘을 조절한다. 로봇은 센서가 측정한 값을 전자제어장치로 전달하고, 인공지능과 구동장치가 적절한 힘을 계산해야 한다.
손가락 안에 구동용 모터를 배치하면 크기와 내구성에 제약이 생긴다. 손목이나 팔에 모터를 설치하면 손가락까지 힘을 전달하는 구조가 복잡해진다. 촉각 센서는 작은 압력 변화에 반응해야 하면서도 반복적인 접촉과 충격을 견뎌야 한다.
머스크는 장기간 사용해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 촉각 센서와 정교한 손가락 제어가 옵티머스 개발의 어려운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화성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작업하려면 공구 사용과 부품 조립, 케이블 연결, 장비 정비 같은 동작이 필요할 수 있다. 단순히 걷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옵티머스 공식 사진 삽입]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두 팔과 두 다리, 다관절 손을 갖춘 범용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테슬라는 프리몬트 공장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Tesla
화성에서 활동하는 로봇의 기술적 요구조건은 지구의 공장과 상당히 다르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38% 수준이다. 사람이나 로봇의 무게가 지구에서보다 작게 작용하지만 물체의 질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거운 장비를 들어 올릴 때 필요한 중력에 맞서는 힘은 줄어들 수 있지만, 움직이는 물체를 가속하거나 정지시키는 데 필요한 힘은 여전히 질량의 영향을 받는다.
두 발로 걷는 로봇이 균형을 잡을 때도 지구와 다른 조건이 적용된다. 낮은 중력에서는 발과 지면 사이의 수직하중이 줄어들어 마찰력을 확보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화성 지표면에는 암석과 모래, 경사진 지형, 먼지가 쌓인 지역이 넓게 분포한다. 평탄한 공장 바닥에서 걷는 것과 돌과 모래가 뒤섞인 경사면을 오르내리는 일은 구동장치와 보행 제어에 서로 다른 부담을 준다.
화성 탐사차가 오랫동안 바퀴를 사용해 온 배경도 살펴볼 만하다. 바퀴를 이용한 이동은 로봇의 무게중심을 낮게 유지할 수 있고, 넓은 지형을 장시간 이동하는 데 유리하다.
NASA의 퍼서비어런스는 여섯 개의 바퀴와 독립적인 구동·조향장치를 이용한다. 지형에 따라 바퀴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차체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암석과 경사면을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인간형 로봇은 사람이 사용하는 공구와 설비를 직접 조작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장거리 이동이나 무거운 화물 운반에서는 바퀴 또는 무한궤도형 로봇이 더 적합할 수 있다.
화성에서 실제로 사용할 로봇을 개발할 경우 인간형 구조와 특수 목적 이동장치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온과 대기 조건도 로봇 설계를 좌우한다.
NASA가 제시한 화성의 평균 지표면 온도는 약 영하 59도다. 지역과 계절, 낮과 밤에 따라 온도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대기의 약 95%는 이산화탄소이며, 지표면 기압은 지구 해수면 기압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반적인 전자장치와 배터리는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구동장치에 사용되는 윤활재와 밀봉재도 저온에서 물성이 달라진다.
지구의 공장에서는 공기 흐름을 이용해 모터와 전자장치를 냉각할 수 있지만 화성의 대기는 매우 희박하다. 공기를 이용하는 냉각장치의 성능이 크게 제한되므로 열을 방출하는 구조도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배터리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면 실제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줄어든다. 장기간 외부에서 활동하는 로봇일수록 에너지 저장장치와 온도 관리가 중요해진다.
화성의 먼지도 로봇 운용에 부담을 준다.
매우 작은 먼지 입자는 관절과 연결부, 센서 표면에 쌓일 수 있다. 움직이는 부품에 먼지가 유입되면 마찰과 마모가 증가하고 구동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화성에서는 국지적인 먼지폭풍뿐 아니라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먼지폭풍도 발생한다. 태양광 발전설비에 먼지가 쌓이면 발전 효율이 낮아질 수 있고, 대기 중 먼지가 증가하면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도 줄어든다.
NASA의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2018년 대규모 먼지폭풍으로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통신이 중단됐다. NASA는 복구를 시도했지만 결국 2019년 임무 종료를 선언했다.
퍼서비어런스는 태양광 패널 대신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를 사용한다. 태양광 조건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도록 설계된 장치다.
화성에서 장시간 작업할 옵티머스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저장, 충전 설비가 필요하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만으로 충분한 작업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임무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방사선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화성에는 지구처럼 강력한 전 지구적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고 대기도 얇다. 지표면에서는 우주에서 들어오는 방사선에 대한 보호 효과가 제한적이다.
로봇의 전자회로와 메모리, 센서는 고에너지 입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순간적인 작동 오류나 데이터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간 노출되면 부품 성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우주탐사용 전자장치는 이런 환경을 고려해 설계한다. 일반 산업용 로봇에 사용하는 전자부품을 그대로 화성에 가져간다고 해서 같은 수준의 작동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성에서 로봇을 사용하려면 기계 구조와 인공지능뿐 아니라 전력, 방사선 보호, 먼지 차단, 저온 운용 기술을 함께 갖춰야 한다.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역할도 지구와 달라진다.
지구에서는 원격조종자가 로봇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조작할 수 있다. 화성에서는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기 어렵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통신 지연은 두 행성의 위치에 따라 한쪽 방향으로 약 4~24분에 달한다. 지구에서 명령을 보내고 화성에서 결과를 돌려받는 데는 최대 수십 분이 걸릴 수 있다.
로봇이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작업 중 공구를 떨어뜨렸을 때 지구에 있는 사람이 즉시 조작해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화성에서 작업하는 로봇은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작업 순서를 조절하며, 위험한 상황에서는 동작을 멈추거나 안전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퍼서비어런스는 이미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6년 1월 NASA는 퍼서비어런스를 이용해 인공지능이 계획한 경로를 실제 화성에서 주행하는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시험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사용됐다. 화성 궤도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와 지형 정보를 분석해 탐사차가 지나갈 경로의 주요 지점을 설정하는 방식이었다.
과거에는 지구의 임무 담당자가 지형을 살펴 이동 경로를 정하는 작업을 대부분 수행했다. 새 시험에서는 인공지능이 경로 계획의 일부를 담당했고, 검토를 거친 경로에 따라 탐사차가 이동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자율항법장치 오토내브(AutoNav)를 이용해 이동 중 장애물을 감지하고 안전한 경로를 선택하는 기능도 갖췄다.
차체에 장착된 카메라가 주변 지형을 촬영하면 컴퓨터가 입체 지형도를 만들고 장애물을 분석한다. 탐사차는 미리 설정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면서 위험한 지형을 피해 경로를 조정한다.
2026년 2월에는 화성에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파악하는 새로운 기술도 실제 임무에 적용했다.
'화성 전역 위치추정(Mars Global Localization)' 기술은 탐사차가 촬영한 주변 지형과 궤도에서 제작한 지도를 비교해 현재 위치를 계산한다.
화성에는 지구에서 사용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없다. 탐사차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 이동 기록을 이용해 위치를 추정해야 한다.
새 기술은 약 2분 동안 이미지와 지형 정보를 분석해 위치를 약 25㎝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가 장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지시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2026년 10월 퍼서비어런스의 누적 주행거리 45.2㎞ 기록은 이런 기술이 실제 화성 탐사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퍼서비어런스의 발전은 테슬라가 개발하는 옵티머스에도 중요한 비교 대상이 된다.
테슬라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을 인간형 로봇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이 적절한 움직임을 결정하는 방식은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공통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자동차보다 더 복잡한 신체 제어를 요구한다. 바퀴의 조향과 속도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관절의 위치와 힘, 발바닥의 접촉, 손가락의 움직임을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화성에서는 통신 지연과 낮은 중력, 불규칙한 지형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구 공장에서 학습한 동작을 화성에서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NASA는 인간이 달과 화성에 장기간 머무는 데 필요한 로봇 기반 시설 건설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달·화성 자율 건설기술(MMPACT·Moon-to-Mars Planetary Autonomous Construction Technology) 사업은 현지에서 확보한 토양과 암석을 이용해 착륙장과 도로, 방호벽, 거주시설 등의 기반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지구에서 완성된 대형 건축물을 모두 운송하는 대신 현지 재료를 활용해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로켓이 착륙하거나 이륙할 때 발생하는 강한 배기가스는 지표면의 먼지와 작은 암석을 날려 주변 장비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장기간 여러 대의 우주선이 오가는 기지를 건설하려면 착륙장 주변의 지반과 방호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
NASA는 소형 로봇 여러 대가 함께 구조물을 조립하는 ARMADAS(Automated Reconfigurable Mission Adaptive Digital Assembly Systems)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작은 조립용 로봇들이 규격화된 부품을 연결해 안테나와 보호 구조물, 시설물 등을 만드는 방식이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 한 대가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대신 작업 목적에 맞는 여러 로봇을 활용한다.
이런 기술 개발은 테슬라 옵티머스와 직접적인 협력사업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이 다른 천체에 도착하기 전에 로봇이 현장의 기반시설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우주탐사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화성에 사람이 장기간 머무르기 위해서는 착륙 이후 사용할 전력과 통신, 산소 공급, 거주시설 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우주선이 도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고 고장에 대비한 예비 설비도 준비해야 한다.
로봇은 이런 준비 작업의 일부를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수행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전력 케이블을 연결하고, 탐사 장비를 이동시키며, 거주시설의 외부 상태를 점검하는 작업 등이 검토 대상이다. 실제 임무에 어떤 로봇을 투입할지는 작업 조건과 필요한 정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화성에서는 현지 자원을 이용해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NASA의 퍼서비어런스에는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만드는 실험 장치 목시(MOXIE·Mars Oxygen In-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가 탑재됐다.
목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화성에서 모두 16차례 작동하며 산소 생산 기술을 시험했다.
실험을 통해 생산한 산소의 총량은 122g이었다. 최대 생산속도는 시간당 12g 수준에 도달했고, 산소 순도는 98% 이상이었다.
122g은 사람이 화성에서 장기간 생활하기에 턱없이 적은 양이다. 그러나 화성 대기에서 산소를 실제로 추출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장기적으로는 현지에서 산소를 생산해 우주비행사의 호흡에 사용하거나 로켓 추진제의 산화제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려면 실험용 장치보다 훨씬 큰 설비가 필요하다. 산소 생산 장치와 전력시설, 저장용기, 배관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작업에도 로봇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머스크가 2025년 화성으로 옵티머스를 보내겠다고 발표한 계획은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로봇을 투입한다는 우주탐사의 일반적인 개발 방향과 맞닿아 있다.
다만 스타십에 로봇을 실어 화성까지 운송하는 것과 로봇이 화성 지표면에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기술 단계다.
스타십은 2026년 9월 28일 14차 시험비행에서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진입했다. 차세대 스타링크 V3 위성 26기를 배치하면서 실제 화물 운송에도 성공했다.
이전 시험비행에서 발사와 단계 분리, 재진입 등을 시험해 왔던 스타십이 지구 궤도에서 상업용 위성을 배치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는 지구 궤도 진입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화성까지 비행할 추진제를 확보해야 하고, 장거리 우주비행에서 우주선의 전력과 통신, 온도와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화성 도착 이후에는 대기권 진입과 감속, 착륙을 수행해야 한다.
스타십은 장거리 우주 운송을 위해 지구 궤도에서 추진제를 공급받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 대의 스타십을 발사해 우주선 사이에서 극저온 추진제를 옮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2026년 9월 첫 궤도 진입에 성공했지만, 화성 임무에 필요한 대규모 궤도상 연료 이송과 장거리 비행, 화성 착륙은 별도의 실증 단계로 남아 있다.
스타십이 화성에 착륙하더라도 로봇을 지표면으로 안전하게 내리는 장비와 절차가 필요하다. 우주선 내부에 탑재된 로봇을 밖으로 이동시키고, 외부 전력을 공급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옵티머스가 지구 공장에서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단계에 도달하는 일과 화성 환경에서 장기간 운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일도 구분된다.
스페이스X가 달 개발을 우선하기로 한 결정은 우주용 로봇 개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달은 화성보다 지구에서 가깝고 통신 지연도 상대적으로 작다.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추가로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다.
지구에서 로봇의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화성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NASA는 달 남극에서 장기간 활동할 수 있는 탐사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력 공급과 지형 조사, 자원 활용, 자율 건설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달에서 우주용 로봇의 이동과 조립, 장비 정비 능력을 시험하면 향후 화성 임무에 활용할 기술과 운용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달과 화성의 환경이 다른 만큼 모든 기술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우주선에서 로봇을 내리고, 시설을 설치하고, 원격 명령과 자율 작업을 병행하는 기술은 두 지역 모두에서 필요하다.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실제 달 탐사 임무에 투입하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머스크가 발표한 달 우선 전략과 테슬라의 로봇 개발은 현재 별도의 사업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의 인공지능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2026년 2분기 테슬라는 텍사스의 AI 연산 인프라를 확충했다고 밝혔다. 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율 작동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규모 연산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옵티머스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물체의 크기와 형태, 위치를 파악하고 작업에 필요한 움직임을 계산해야 한다.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수행하는 행동과 결과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테슬라가 프리몬트 공장에서 처음 생산되는 옵티머스를 내부 훈련체계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이런 데이터 확보가 자리한다.
사람이 시범을 보인 동작을 로봇이 학습하거나 로봇의 작업 결과를 분석해 제어 기술을 개선하는 방식은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의 로봇 기업들도 인공지능 학습과 정밀 조작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10월 15일 중국 선전의 로봇 기업 덱스포스(DexForce)는 가상 환경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이용해 로봇을 학습시키는 기술을 소개했다. 실제 로봇을 반복적으로 움직여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에 더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접근이다.
물리적인 로봇을 많이 운용하지 않고도 학습 데이터를 늘릴 수 있지만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동작이 실제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구현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테슬라 역시 실물 로봇의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생산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 있다. 머스크가 목표로 하는 범용 로봇은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낯선 환경에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화성에서는 더욱 높은 자율성이 필요하다. 지구에 있는 조종자가 즉시 개입할 수 없고, 현장에서 고장 난 로봇을 수리할 인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장 발생 이후 스스로 안전한 상태로 전환하거나 다른 로봇이 수리를 돕는 능력도 장기적인 무인 임무에서 고려해야 한다.
우주 환경에서의 정비 능력과 부품 교체, 장기간 작동 신뢰성은 화성용 로봇의 실용성을 좌우할 수 있다.
머스크는 2026년 7월 옵티머스의 생산 확대가 테슬라 역사상 가장 어려운 제조업 도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과 달리 새로운 부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공급망을 처음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테슬라는 옵티머스의 구체적인 외부 판매 실적을 제시하지 않았고, 첫 생산분을 학습과 기능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범용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개발과 생산체계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머스크의 화성행 계획이 처음 발표됐던 2025년 3월과 비교하면 스페이스X와 테슬라 모두 사업 일정에 변화가 생겼다.
스타십은 2026년 9월 처음 지구 궤도에 진입했고, 옵티머스는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라인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개발 우선순위도 화성에서 달로 조정됐다.
2025년 제시했던 2026년 말 옵티머스 화성행 계획은 현재 진행된 우주선 시험비행과 로봇 생산 일정에 비춰 실현되기 어려운 상태다.
화성으로 향하는 다음 유리한 발사 기회는 2028년 말에서 2029년 초 무렵이다. 그때까지 화성 화물 운송에 필요한 기술이 완성될지는 스타십의 후속 시험비행과 추진제 이송, 착륙기술 개발에 달려 있다.
화성에서 활동하는 로봇의 기술 수준은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26년 10월 퍼서비어런스는 누적 주행거리 45.2㎞를 돌파했고, NASA는 탐사차의 운용 가능 기간을 2030년대까지 검토하고 있다. 탐사차의 자율항법과 위치추정 기능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지구에서 걸으며 물건을 다루는 범용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다. 화성에 보내기 위해서는 현재 개발 중인 정밀 조작과 자율 작업 능력에 더해 극저온, 먼지, 방사선, 전력 공급, 통신 지연을 견디는 기술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로봇을 다른 행성으로 운송할 수 있는 대형 우주선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화성까지의 실제 운송능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2026년 안에 옵티머스의 첫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십은 9월 첫 궤도 진입 이후 후속 비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달 착륙에 필요한 기술 개발도 계속되고 있다.
화성에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로봇을 먼저 보내는 방식은 NASA가 이미 수행해 온 무인 탐사의 연장선에 있다. 머스크가 구상하는 옵티머스의 역할은 과학탐사에서 더 나아가 시설 설치와 장비 운용, 정비 등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임무와 실제 투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2026년 화성에서는 NASA의 탐사차가 계속 이동하고 있고, 지구에서는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스타십의 화성 화물 운송과 옵티머스의 자율 작업 기술이 각각 실증 단계를 통과해야 머스크가 구상한 인간형 로봇의 화성 활동도 실제 임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