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 리아이콘 2026④] 셰어의 노란 스카프, 80세 팝스타가 다시 입은 1980년대 다운

블랙 베로네와 화이트 히말라야에 담긴 밥 맥키의 무대 의상…여성 패션의 나이 경계와 명품 아카이브의 경제적 가치

2026-10-21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긴 검은 머리를 어깨 아래로 늘어뜨린 셰어(Cher)가 검은색 다운재킷을 입고 정면을 바라본다. 눈가에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목에는 노란색 스카프를 둘렀다. 검은 머리와 아우터가 어두운 배경에 겹치면서 얼굴 아래의 노란색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드레스나 보석 장식 없이도 셰어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스타일의 특징이 남아 있다.

2026년 80세가 된 셰어가 몽클레르(Moncler)의 'Re/Icons 2026' 캠페인에 등장했다. 1980년대 밀라노의 청년문화와 연결된 베로네(Verone) 다운재킷, 2009년 선보인 히말라야(Himalaya) 다운재킷을 각각 블랙과 화이트로 착용했다. 노란 스카프는 디자이너 밥 맥키(Bob Mackie)가 제작한 셰어의 무대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장식이다.

1952년 프랑스 알프스에서 출발한 몽클레르는 과거의 대표적인 다운재킷을 다시 제작하면서 서로 다른 시대의 문화적 인물을 캠페인에 참여시켰다. 제니(JENNIE)와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 셰어는 음악과 패션에서 활동해 온 시기와 방식이 다르다. 셰어가 착용한 두 종류의 다운재킷에는 1980년대 청년문화와 2000년대 겨울 패션의 역사가 겹쳐 있다.

가브리엘 모지스(Gabriel Moses)가 촬영한 셰어의 사진에서는 나이에 맞춘 전형적인 복장을 찾기 어렵다. 긴 머리와 커다란 선글라스, 강한 색채 대비는 젊은 시절부터 이어져 온 스타일이다. 여든 살이라는 나이보다 수십 년 동안 음악과 공연, 패션을 통해 만들어 온 개인의 이미지가 먼저 드러난다.

몽클레르 Re/Icons 2026 캠페인에 등장한 셰어. 블랙 베로네 다운재킷에 넓은 선글라스와 노란 스카프를 매치했다. 긴 검은 머리와 어두운 아우터가 이어지며 노란색이 얼굴 아래에 집중된다. 사진=Moncler/Gabriel Moses

검은색 베로네 재킷은 몸통을 감싸는 여유로운 형태다. 앞여밈에는 단추가 사용됐고, 넓은 선글라스와 긴 머리카락이 재킷의 어깨 부분을 일부 덮는다. 노란 스카프 아래로는 밝은 셔츠와 무늬가 들어간 옷이 겹쳐져 있다.

셰어는 오랫동안 검은색과 흰색을 즐겨 입어 왔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검정과 크림, 흰색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화려한 무대 의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상적인 옷에서는 단순한 형태와 색상을 선택해 온 셈이다.

검은색은 몸통의 부피를 상대적으로 작게 느끼게 하는 색상이다. 그러나 다운재킷은 충전재가 만드는 실제 부피가 커서 색상만으로 실루엣을 가늘게 만들 수는 없다. 어깨와 가슴의 폭, 재킷의 길이, 몸통의 퀼팅 구조에 따라 착용자의 체형이 달라 보인다.

셰어의 베로네는 넉넉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검은색으로 몸통을 정리했다. 길게 내려오는 머리카락도 재킷과 비슷한 색으로 연결돼 상체의 세로선을 만든다. 머리카락의 부피와 아우터의 부피가 겹치지만, 어두운 색상이 반복되면서 지나치게 복잡한 인상은 줄었다.

노란 스카프는 얼굴 아래에서 색상 대비를 만든다. 짙은 선글라스와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밝은 색을 배치해 시선이 목과 얼굴 주변으로 이동한다. 스카프가 지나치게 두껍지 않아 재킷의 부피를 크게 늘리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얼굴 주변의 색상 대비는 착용자의 피부와 머리카락, 눈동자의 명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선명한 색채가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노란색이 검은색 의상의 단조로움을 줄이면서 얼굴을 또렷하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채도의 부드러운 색이 어울리는 사람은 강한 노란색보다 크림이나 머스터드 계열을 사용하는 편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선글라스도 얼굴과 의상의 관계를 바꾼다. 넓은 렌즈는 눈과 눈썹을 가리면서 얼굴의 인상을 단순하게 만든다. 얼굴이 작고 세로 길이가 짧은 사람은 지나치게 큰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코와 입 주변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아 보일 수 있다. 반면 얼굴이 길고 이마와 광대뼈 사이의 거리가 긴 사람에게는 큰 렌즈가 얼굴의 세로 비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긴 머리카락은 얼굴 양옆에 세로선을 만들지만 목 주변에서는 다운재킷과 겹친다. 목이 짧고 어깨가 넓은 체형이라면 머리카락과 두꺼운 칼라가 함께 부피를 만들 수 있다. 셰어의 스타일에서는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내려뜨리고 밝은 스카프를 중앙에 배치해 얼굴과 목 주변을 구분했다.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짧은 머리와 차분한 색상, 몸을 가리는 옷이 적절하다고 여겨 온 관습과는 거리가 있는 구성이다. 셰어는 긴 검은 머리와 큰 선글라스를 유지하고, 밝은 스카프로 색채를 강조했다. 젊어 보이기 위한 장식을 추가하기보다 오랫동안 사용해 온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간 모습이다.

베로네가 처음 유행했던 1980년대의 배경도 흥미롭다. 당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파니나리(Paninari)로 불린 청년문화가 등장했다. 햄버거 가게와 카페 등에서 모이던 젊은이들은 미국식 캐주얼웨어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었다. 다운재킷과 청바지, 운동화는 당시의 소비문화와 결합한 대표적인 복식이었다.

몽클레르의 베로네는 산악용 의류가 도시의 청년 패션으로 옮겨가던 시기의 제품이다. 겨울 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진 방한복이 밀라노의 거리와 카페에서 사용되면서 옷의 성격도 달라졌다. 추위를 막는 기능에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과 소비자의 경제적 여유가 더해졌다.

파니나리에게 고가의 다운재킷은 단순한 겨울옷에 머무르지 않았다. 어떤 브랜드를 입는지가 개인의 취향과 소비 능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다. 스포츠웨어의 실용적인 형태가 도시의 청년문화 속에서 지위와 생활방식을 표현하는 옷으로 바뀐 것이다.

1980년대 청년들이 즐겨 입었던 베로네를 2026년에는 80세의 셰어가 착용했다. 청년문화와 연결됐던 다운재킷이 나이가 많은 여성을 대표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에 사용됐다. 옷을 입는 세대가 바뀌었지만 넉넉한 방한복의 형태와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스타일은 여전히 현대적인 겨울옷으로 활용된다.

2026년 베로네는 가벼운 무광 마이크로 코튼 소재와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다시 제작됐다. 접어 넣을 수 있는 후드와 지퍼 여밈, 단추가 달린 앞가림 구조를 갖췄다. 과거 도시 청년들이 입었던 다운재킷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소재와 착용 방식에 맞춘 구성이다.

셰어의 음악 경력 역시 여러 세대의 변화를 거쳤다. 1965년 소니 앤 셰어(Sonny & Cher)의 'I Got You Babe'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1970년대에는 텔레비전 쇼와 솔로 활동을 이어갔다. 1980년대에는 배우로도 활동하며 1987년 영화 'Moonstruck'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98년 발표한 'Believe'는 전자음악과 보컬 효과를 활용하며 다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1960년대의 팝 음악에서 1990년대 댄스음악으로 활동 영역을 바꾼 셰어의 경력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대중음악이 포함돼 있다.

패션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이어졌다. 1970년대 텔레비전 쇼에서는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었고, 1980년대에는 강한 장식과 과장된 실루엣으로 시상식 패션의 관습을 흔들었다. 검은색의 단순한 복장과 몸의 윤곽을 드러내는 화려한 의상을 오가면서도 긴 머리와 선명한 메이크업, 대담한 액세서리라는 특징은 유지했다.

디자이너 밥 맥키와의 작업은 셰어의 패션 역사에서 빼놓기 어렵다. 맥키는 텔레비전과 공연, 시상식에서 셰어가 착용한 여러 의상을 제작했다. 1974년 멧 갈라(Met Gala)의 시스루 드레스와 1986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려한 헤드피스가 대표적이다.

1974년 시스루 드레스는 당시에도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얇은 소재와 장식적인 디테일은 공식 행사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던 복장과 달랐다. 198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착용한 의상도 검은색을 중심으로 과장된 머리 장식과 신체의 선을 강조했다.

셰어는 밥 맥키와 협업하면서 의상을 공연의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뿐 아니라 무대에 등장하고 의상을 바꾸는 과정도 관객이 즐기는 공연의 일부였다.

2026년 몽클레르 캠페인의 노란 스카프는 맥키가 제작한 'The Cher Show'의 스카프 드레스와 연결된다. 캠페인 영상에서는 셰어가 스카프를 잡아당기는 동작을 하고, 주변의 무용수들이 이에 맞춰 움직인다. 과거 공연에서 의상을 활용했던 방식을 새로운 패션 영상에 다시 사용한 것이다.

스카프 하나에 오랜 공연 경력이 압축돼 있다. 단순한 방한용품인 노란 스카프가 셰어의 무대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로 사용되면서 검은색 다운재킷에도 개인의 문화적 이력이 더해졌다.

밝은색 히말라야 다운재킷과 노란 스카프를 착용한 셰어가 검은색 다운재킷을 입은 인물들 사이에 앉아 있다. 긴 검은 머리와 선글라스, 밝은 상의가 주변의 어두운 의상과 대비된다. 사진=Moncler/Gabriel Moses

검은색 다운을 입은 사람들이 셰어를 둘러싸고 있다. 앞쪽에는 두꺼운 재킷의 소매와 손이 겹치고, 뒤쪽 인물들도 어두운 옷차림을 유지한다. 가운데 앉은 셰어는 밝은색 히말라야 다운재킷에 노란 스카프를 착용했다. 길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와 선글라스는 블랙 베로네 착장에서도 사용한 요소다.

히말라야는 2009년 등장한 몽클레르의 다운재킷으로, 이후 브랜드를 대표하는 마야(Maya)의 기반이 됐다. 2026년에는 부드러운 무광 코튼·나일론 혼방 소재와 여유로운 핏으로 다시 제작됐다. 후드의 조절 장치와 소매 포켓 등 기존 제품의 특징도 유지했다.

블랙 베로네가 1980년대 밀라노의 청년문화와 연결된다면 화이트 히말라야는 2000년대 이후 몽클레르가 도시형 다운재킷 시장에서 구축한 디자인과 가까운 제품이다.

검은색 베로네에서는 어두운 재킷과 머리카락 사이로 노란 스카프가 드러났다. 화이트 히말라야에서는 밝은 아우터의 면적이 넓어지면서 검은 머리카락과 선글라스의 대비가 더욱 선명해졌다. 같은 스카프를 사용했지만 배경이 되는 의상의 색상에 따라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진다.

블랙 아우터는 몸통의 경계를 상대적으로 약하게 만들지만 밝은 다운재킷은 충전재의 부피와 소재가 부풀어 오른 형태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어두운 옷을 입은 인물들 사이에서는 밝은 아우터의 면적이 크게 느껴진다.

흰색과 검은색의 강한 대비는 얼굴과 머리카락의 색상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흰색에 가까운 옷이 모든 피부색에 같은 효과를 주지는 않는다. 피부와 머리카락 사이의 명도 대비가 높은 사람은 밝은 옷과 짙은 머리카락의 대비를 활용할 수 있지만, 부드러운 색채가 어울리는 사람은 크림과 아이보리처럼 채도가 낮은 밝은 색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노란 스카프는 두 착장에서 공통으로 사용됐다. 검은색 재킷 위에서는 강한 색채의 강조점이 되고, 밝은 아우터 위에서는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따뜻한 색을 더한다. 같은 소품이라도 함께 착용하는 의상의 색상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두꺼운 다운재킷과 긴 머리카락을 함께 착용할 때는 어깨와 목 주변의 부피도 중요하다. 머리카락이 어깨를 넓게 덮으면 다운재킷의 칼라와 겹치면서 상체가 커 보일 수 있다. 얼굴의 세로 길이가 짧거나 목이 짧은 사람은 칼라를 지나치게 높게 올리면 턱 아래의 공간이 좁아진다.

셰어의 스타일은 긴 머리카락과 선글라스를 유지하면서 목 주변에 노란 스카프를 배치해 얼굴 아래의 색채를 구분했다. 화이트 히말라야에서는 어두운 머리카락이 밝은 옷 위로 내려오면서 상체에 세로선을 만든다.

다운재킷을 착용하는 여성에게 허리선도 중요하다. 허리와 골반의 굴곡이 뚜렷한 사람은 두꺼운 다운이 몸의 윤곽을 가리면서 상체가 한 덩어리로 보일 수 있다. 허리 조절 장치를 활용하거나 재킷 길이를 골반 부근에서 마무리하면 체형에 맞춰 부피를 조절할 수 있다.

반대로 어깨와 허리의 폭 차이가 크지 않은 직선적인 체형은 여유로운 다운재킷을 착용했을 때 몸통의 형태가 단순하게 이어진다. 짧은 기장의 아우터와 팬츠의 허리선을 적절히 연결하면 넉넉한 방한복에서도 다리의 비중을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여성에게 특정한 옷차림을 권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패션 소비문화에 남아 있었다. 밝은 색과 강한 장식은 젊은 여성에게, 차분한 색상과 몸을 가리는 옷은 중장년층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 어울림은 연령보다 얼굴선과 체형, 피부색과의 조화, 착용하는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셰어는 여든 살에도 긴 검은 머리와 커다란 선글라스, 노란 스카프를 유지했다. 젊은 세대의 유행을 그대로 따라 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스타일을 현대적인 다운재킷과 결합했다.

2026년 패션계에서는 나이가 많은 여성의 런웨이와 광고 출연도 늘고 있다. 샤넬의 2026 FW 쇼에는 50대 모델이 등장했고, 마이클 코어스의 45주년 패션쇼에는 57세 크리스티 털링턴(Christy Turlington)이 참여했다. 톰 포드와 미우미우 등에서도 40~60대 모델들이 런웨이에 섰다.

패션 광고에서 젊은 여성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현실도 함께 존재한다. 고령 모델의 출연이 늘었다고 해서 연령에 따른 외모 기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인을 선택하면서 나이의 다양성을 표현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다양한 체형과 실제 노화의 모습까지 폭넓게 다루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셰어의 캠페인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80세 여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사실은 젊은 모델 중심의 관습과 차이를 만들지만, 셰어는 수십 년 동안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해 온 예외적인 인물이다. 오랜 경력과 독자적인 스타일, 대중적 인지도가 광고의 중심에 놓였다.

여성의 나이가 많아도 옷을 잘 입을 수 있다는 단순한 주장보다 셰어가 어떠한 스타일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고 이를 어떻게 현재의 의류와 결합했는지가 중요하다.

명품 브랜드가 셰어와 같은 인물을 기용하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소비자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 디자인뿐 아니라 브랜드가 축적해 온 역사와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의 문화적 이력을 함께 받아들인다.

몽클레르의 베로네는 1980년대 청년문화와 연결됐고, 히말라야는 2009년 이후 브랜드의 대표적인 다운재킷으로 발전했다. 셰어는 1960년대부터 음악과 영화, 패션을 통해 활동해 왔다.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브랜드와 인물의 역사가 광고에서 함께 사용된 것이다.

오래된 제품을 다시 판매하는 아카이브 전략은 명품업계에서 꾸준히 활용돼 왔다. 특정한 디자인이 과거에 인기를 얻었다면 현대적인 소재와 형태를 적용해 재출시할 수 있다. 브랜드는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면서도 기존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과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다.

베로네와 히말라야도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복제한 제품은 아니다. 베로네에는 가벼운 무광 소재를 적용했고, 히말라야에는 코튼·나일론 혼방 원단과 여유로운 실루엣을 사용했다. 과거 제품의 특징을 남기면서 오늘날의 착용 방식에 맞게 조정했다.

다만 오래된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재와 제작 품질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다운재킷의 실제 가치는 충전재의 보온성과 무게, 원단의 내구성, 착용감과 관리 편의성 등에서도 결정된다. 아카이브의 역사와 유명인의 이미지는 고가 상품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지만 기능적 성능과는 구별된다.

1980년대 파니나리 청년들이 몽클레르의 다운재킷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경제적 여유를 드러냈다면 2026년의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브랜드의 역사와 유명인의 스타일이 결합한 명품으로 접한다. 고가 의류를 구매하는 이유에 실용성과 함께 문화적 취향,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작용하는 것이다.

셰어가 출연한 캠페인에는 두 종류의 아카이브가 사용됐다. 몽클레르는 베로네와 히말라야라는 제품의 역사를 활용했고, 셰어는 밥 맥키와 함께 제작했던 무대 의상의 기억을 노란 스카프로 되살렸다.

셰어는 과거 미국 애스펀에 집을 두고 스키를 즐겼다고 밝힌 바 있다. 몽클레르의 단순한 디자인과 재단을 좋아해 왔으며,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옷을 여러 겹 입는다고도 설명했다. 산악복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다운재킷이 셰어의 실제 겨울 생활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겨울 패션의 변화는 화려한 스타일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눈과 추위에 대응하는 보온 기능, 몸을 움직이기 편한 재단, 반복해서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도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셰어가 선호하는 검은색과 흰색, 간결한 형태는 무대에서 입었던 화려한 의상과 다르지만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개인의 취향이라는 점에서는 이어진다.

몽클레르는 2026년 Re/Icons에서 1980년대의 베로네와 2009년의 히말라야를 다시 선보였다. 셰어는 블랙과 화이트 다운재킷에 노란 스카프를 매치하고 긴 머리와 선글라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음악 활동과 1970~1980년대의 무대 의상이 현재의 광고에 함께 등장한 셈이다.

1980년대 밀라노 청년들이 즐겨 입었던 다운재킷은 2026년 80세 팝스타의 겨울옷으로 돌아왔다. 셰어의 노란 스카프는 밥 맥키의 무대 의상을 기억하게 하고, 베로네와 히말라야는 산악복에서 도시의 명품으로 바뀐 몽클레르의 역사를 잇는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옷과 스타일이 한 사람의 복장 안에서 이어지면서, 유행을 소비하는 여성의 나이와 패션의 관계도 이전보다 넓어진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