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김포 진로교육박람회⑦] 이틀 체험을 학교 기록으로…김포 진로교육, 박람회 밖으로
학생 체험 활동 학교생활기록부 연계…진로·진학 지도 자료로 활용 교육발전특구·대학·기업·청소년재단 연결…행사 이후 지속성이 관건
[KtN 박준식기자] 김포종합운동장을 채웠던 AI와 로봇, 드론, K뷰티, 의료, 웹툰 체험은 16일 오후 박람회 종료와 함께 멈췄지만 학생들의 진로 탐색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 김포시 진로교육박람회는 참여 학생들의 체험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와 연결해 이후 진로·진학 지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이틀 동안의 경험을 학교 교육으로 다시 가져가는 구조를 둔 것이다.
관내 16개 중학교 학생들은 관심 분야를 직접 선택해 100여 개 체험부스를 오갔다. AI 엔지니어의 업무를 게임으로 익히고 로봇 센서를 직접 작동했으며, 대학 학과와 K뷰티·의료·웹툰 등 직업 분야도 경험했다. 한 번의 체험으로 진로를 결정하기보다 학생이 자신의 관심을 확인하고 학교에서 다시 상담할 자료를 남기는 데 의미가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연계는 박람회와 학교 진로교육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방식이다. 학생이 어떤 분야를 선택했고 어떤 활동에 참여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으면 담임교사와 진로교사가 이후 상담과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활용할 수 있다. 행사장에서 생긴 관심을 학교생활 안으로 옮길 통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중학생에게 진로를 빨리 정하도록 요구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유난영 김포시청소년재단 팀장은 본지 현장 인터뷰에서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학생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충분히 많은 경험을 제공해야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올해 박람회도 다양한 체험을 한 자리에 배치했다.
학생들의 실제 반응도 직업 선택보다 탐색에 가까웠다. 로봇을 체험한 학생들은 어떤 센서로 움직이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로봇 분야로 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AI 체험에서는 엔지니어가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프롬프트를 달리하면 결과가 왜 달라지는지를 궁금해했다.
질문이 생긴 뒤 같은 분야를 다시 만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박람회에서 로봇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학교로 돌아간 뒤 관련 수업이나 동아리를 찾고, K뷰티를 경험한 학생이 대학 학과나 직업인을 다시 만나며, AI에 흥미를 느낀 학생이 조금 더 깊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야 체험도 진로 탐색으로 이어진다.
김포의 교육정책에는 이런 연결을 확장할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 있다. 김포는 교육발전특구 1유형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지방정부와 교육청, 대학, 지역기업, 공공기관이 함께 지역교육과 인재양성을 추진하는 체계에 들어가 있다. 학생 교육과 지역산업, 대학, 정주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지역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 제도의 기본 방향이다.
교육발전특구는 학교 교육만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지역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을 함께 묶어 지역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이 성장한 뒤 지역에서 배우고 일할 수 있는 기반까지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김포에서 열린 진로교육박람회의 운영 구조도 이런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번 행사에는 대학과 특성화고, 기업, 공공기관, 청소년기관이 함께 들어왔다. 학생들은 대학의 전공을 체험했고 지역 직업인을 만났으며 AI·로봇과 같은 미래기술도 직접 경험했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여러 기관이 같은 공간에서 역할을 나눴다는 점은 지역 단위 진로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김포시청소년재단 창의융합서포터즈의 활동도 박람회 이후를 생각할 수 있는 한 축이다. 서포터즈는 약 1년 동안 AI와 소프트웨어, 피지컬컴퓨팅 등 여러 분야의 교육을 받은 뒤 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지역에서 배운 시민이 다시 학교와 청소년을 찾아가 교육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고수정 서포터즈는 본지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로 학교를 직접 찾아가 진로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행사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같은 교육 인력이 학교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선 서포터즈는 생성형 AI 체험에서 학생의 생각을 먼저 강조했다. AI가 답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보조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미래기술을 진로교육에 넣더라도 기술 사용법만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학생의 판단과 주체성을 함께 다뤄야 한다는 현장 경험도 남겼다.
지역 대학의 역할도 박람회 이후에 더 중요해진다. 김포대학교를 비롯한 대학과 교육기관이 학과체험에 참여하면서 중학생이 전공과 실제 직업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접점이 만들어졌다. 한 차례 학과 체험을 학교 진로수업과 대학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면 학생은 관심 분야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기형 김포시장도 본지 현장 인터뷰에서 대학과 지역의 연계를 언급했다. K뷰티를 공부하거나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과 지역이 함께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고, 제조업과 산업단지에서는 지역 산업체와 청소년의 체험 기회를 늘리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학생의 진로가 대학 진학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김포시가 추진하는 청년 창업공간과 지역기업 지원, 제조업의 스마트화까지 이어서 보면 중학생의 진로체험과 청년 일자리정책 사이에 긴 교육경로가 놓여 있다. 지역 안에서 학생이 관심 분야를 발견하고 교육을 받은 뒤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경로가 이어질수록 지역 진로교육의 범위도 넓어진다.
교육부가 교육발전특구를 통해 추진하는 방향도 지역인재 양성과 정주를 함께 보는 데 있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학생이 대학과 취업을 위해 모두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구조를 줄이고 지방정부와 대학,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함께 키우는 방식이다. 김포에서도 진로교육이 지역산업과 대학 정책에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제도가 있다고 연결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박람회에 참여한 학생이 이후 학교에서 어떤 진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대학 학과체험과 지역기업 방문이 얼마나 반복됐는지, 찾아가는 진로교육이 어느 학교까지 제공됐는지 같은 운영 기록이 필요하다.
신도시와 북부 읍·면 학교 사이의 접근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학교 위치에 따라 박람회 이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수가 달라진다면 대규모 행사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체험기회도 일상에서는 다시 차이가 날 수 있다. 찾아가는 프로그램과 지역별 공동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현장에서 나온 보완 요구도 남아 있다. 이진주 창의융합서포터즈는 많은 학생이 부스를 이동하는 동안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천 명이 참여하는 행사에서는 체험 프로그램 수뿐 아니라 학생 동선과 휴식, 과밀 관리도 다음 운영에서 함께 살펴야 할 부분이다.
이틀 동안 5천여 명이 참여했다는 숫자는 박람회의 규모를 보여준다. 100여 개 부스가 운영됐다는 사실도 학생에게 제공한 선택지의 폭을 설명한다. 진로교육의 결과는 참여자 수보다 학생이 행사 뒤 어떤 선택을 이어갔는지에서 더 구체적으로 남는다.
김포시는 찾아가는 진로체험과 학교별 프로그램 확대, 지역 산업체와 대학 연계를 민선9기 진로교육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라는 제도적 기반도 갖고 있다. 박람회에서 만난 직업을 학교에서 다시 배우고, 대학과 기업에서 한 번 더 경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이 남아 있다.
유난영 팀장이 학생들에게 전한 “늦어도 괜찮다”는 말도 결국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교육과 연결된다. 학생마다 진로를 찾는 시간이 다르다면 지방정부와 학교가 할 일은 결정을 서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경험하고 다시 선택할 기회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김포종합운동장에서 시작된 체험이 학교생활기록과 진로상담, 대학 학과와 지역기업의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때 이틀간의 박람회는 한 해의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학생이 관심을 발견한 뒤 다음 경험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김포 진로교육에 남은 다음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