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사이트③] 더 콰이어 블루, 듣는 음악에서 함께 부르는 문화로

2020년 창단 이후 작은 음악회와 찾아가는 공연으로 이어진 활동…구띠갤러리 연주회로 살펴본 시민 합창과 생활예술의 변화

2026-10-18     박준식 기자
구띠 갤러리 전경. 사진=구띠 갤러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서울 서초구 구띠갤러리에서 합창단원들이 악보를 들고 나란히 섰다. 김준홍 지휘자가 단원들을 마주 보고 지휘하는 동안 객석에서는 관객들이 공연을 지켜봤다. 전문 공연장 대신 미술 전시 공간에서 열린 음악회였다. 지난 15일 더 콰이어 블루(The Choir Blue)의 제4회 정기연주회는 음악을 듣는 사람과 직접 부르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만난 자리였다. 무대에 선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아마추어 합창단원들이었다.

2020년 6월 창단한 더 콰이어 블루는 박희열 회장과 김준홍 지휘자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가곡과 성가,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연습하고 공연하는 단체다. 창단 이듬해인 2021년 12월 첫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2022년에는 작은 음악회와 서초구 자원봉사자를 위한 공연을 진행했다. 2023년에는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는 음악회와 창단연주회로 활동을 이어갔다. 올해 구띠갤러리에서 열린 제4회 정기연주회까지 합창단의 활동은 여섯 해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구띠갤러리에서 열린 더 콰이어 블루 제4회 정기연주회. 김준홍 지휘자의 지휘 아래 단원들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박희열 회장은 합창단을 운영하면서 테너 단원으로도 참여한다. 이정선 사무총장은 알토 성부를 맡고 있다. 소프라노 모니카 오와 백남진, 이은실, 알토 강경은, 테너 신원철, 베이스 박문용과 이기복 등도 이번 정기연주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각자 맡은 음역은 다르지만 공연에서는 하나의 합창을 완성해야 한다. 운영진 역시 무대에 서는 단원이라는 점에서 더 콰이어 블루는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과 직접 노래하는 사람이 겹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아마추어 합창단의 활동은 공연 당일보다 연습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와 베이스가 각자의 선율을 익힌 뒤 함께 노래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음정과 박자뿐 아니라 가사의 발음, 호흡과 성부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독창과 달리 합창에서는 자신의 소리를 조절하며 다른 성부와 어울리는 일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음악적 경험과 발성, 악보를 익히는 속도는 서로 다를 수 있다. 개인의 연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함께 소리를 맞추는 과정에서 조정된다. 정해진 시간에 모여 연습하고 공연 일정을 준비하는 일도 지속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와 직접 연주하는 문화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더 콰이어 블루의 음악 활동은 정기연주회에만 머물지 않았다. 2022년 6월에는 서초구 자원봉사자를 위한 힐링콘서트를 열었고, 2023년 8월에는 시각장애인 시설인 새빛바울의집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진행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울 보령빌딩 중보홀에서 창단연주회를 개최했다. 합창단이 직접 공연장을 마련하는 방식과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는 방식이 함께 이어졌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이 단원으로도 참여하는 더 콰이어 블루의 운영 방식은 아마추어 음악 활동이 가진 특징을 드러낸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찾아가는 음악회는 공연장과 관객의 관계를 바꾼다.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가지만 복지시설과 지역사회 공간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는 연주자가 관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공연장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일상적인 공간에서 음악을 접할 기회를 얻는다. 소규모 합창단이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2022년 자원봉사자를 위한 공연과 2023년 새빛바울의집 음악회는 더 콰이어 블루의 활동이 정기연주회 외부로 이어졌다는 구체적인 기록이다. 공연을 통해 어떤 반응이 나타났는지와는 별개로, 합창단이 음악을 들려줄 대상과 장소를 넓혀왔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공연 활동과 사회적 나눔을 함께 이어가려는 아마추어 음악단체의 운영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공연문화에서도 전문 예술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활동과 시민이 직접 예술에 참여하는 활동이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대형 콘서트와 뮤지컬이 공연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동안 지역문화재단과 생활예술 동호회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1조 7326억 원으로 전년보다 18.8% 증가했다. 공연 건수는 2만 3608건, 티켓 예매는 2478만 매에 달했다. 대중음악 콘서트와 뮤지컬이 시장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명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거나 흥행 뮤지컬을 선택하는 소비가 공연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반면 직접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문화 활동은 티켓 판매액과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정기적인 연습과 동호회 활동, 지역 행사 참여가 중심이며, 무대에 서는 사람들도 전문 예술가와는 다른 생활환경 속에서 음악을 지속한다. 공연의 규모보다 활동의 지속성과 참여 인원의 관계가 중요한 영역이다.

2024년 9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에는 시민합창단 153명이 참여했다. 성악가 우주호의 지휘 아래 시민들이 함께 노래했으며, 발달장애인 연주자와 시민이 참여한 오케스트라 공연도 마련됐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생활예술 동호회 40개 팀을 비롯해 약 1000명의 시민예술가가 참여한 행사였다.

더 콰이어 블루 제4회 정기연주회에서 김준홍 지휘자와 합창단원들이 공연하고 있다. 객석 앞쪽에서도 단원들의 합창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에서는 합창뿐 아니라 밴드와 무용, 전통예술, 공예 등 여러 분야의 시민들이 공연과 전시에 참여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면 전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생활예술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직접 창작과 연주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시민합창단과 상설 아마추어 합창단의 활동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축제를 위해 구성된 합창단은 정해진 공연 일정에 맞춰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더 콰이어 블루처럼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합창단은 하나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다음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새로운 공연을 마련한다. 일회성 참여와 장기적인 동호회 활동이 시민 합창문화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함께 노래하는 활동은 음악적 기술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에일루네드 피어스(Eiluned Pearce) 등이 2015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합창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예나 창작 글쓰기 수업 참가자들보다 초기 단계에서 집단에 대한 친밀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친밀감도 높아졌다. 공동으로 노래하는 경험이 낯선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합창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 같은 박자를 지키고 성부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면 개인의 표현과 전체 음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습 과정에서 서로의 소리를 듣고 조정하는 일이 반복된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음악 활동이 사람들 사이의 협력과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창단의 지속적인 활동에는 현실적인 부담도 따른다.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간에 연습해야 하고, 공연 장소와 반주, 지휘, 악보 준비 등에도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단원마다 일상생활과 음악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운영에서 고려해야 할 조건이다. 정기연주회와 작은 음악회를 오랫동안 이어가는 일은 음악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꾸준한 참여와 운영 체계를 필요로 한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이 단원으로도 참여하는 더 콰이어 블루의 운영 방식은 아마추어 음악 활동이 가진 특징을 드러낸다. 무대에 서는 사람과 단체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분리돼 있지 않다. 지휘자 김준홍은 음악적 지도와 연주를 맡고, 피아니스트 권혜경은 반주를 담당한다. 전문적인 음악 지도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결합한 구조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이 단원으로도 참여하는 더 콰이어 블루의 운영 방식은 아마추어 음악 활동이 가진 특징을 드러낸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2026년 제4회 정기연주회에는 한국 가곡과 해외 성악곡, 뮤지컬 음악 등 여러 장르가 포함됐다. '얼굴', '그리운 마음', '향수' 같은 한국 노래부터 '술라리아', '메모리', '선라이즈 선셋' 등 해외 작품까지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곡들이 편성됐다. 아마추어 합창단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룰 때에는 곡의 성격에 따라 발성과 언어, 리듬과 호흡을 조정해야 한다.

한국어 가곡은 노랫말의 의미와 발음이 중요한 반면 외국어 성악곡에서는 원어의 발음과 강세, 작품이 요구하는 음악적 표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뮤지컬 음악은 등장인물과 극적 상황에 따라 노래의 성격이 달라진다. 장르가 다양한 프로그램일수록 연습 과정에서 다뤄야 할 요소도 많아진다. 서로 다른 음악을 경험하는 활동은 합창단원들에게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는 기회가 된다.

이번 정기연주회가 열린 구띠갤러리는 공연 공간의 변화와 연결된다. 미술 전시를 위해 마련된 공간에 합창단이 서고, 가까운 거리에 객석이 배치됐다. 지휘자와 단원, 관객이 한 공간에 머무는 공연 방식은 대형 콘서트홀과 다른 관람 환경을 만든다.

대형 공연장에서는 무대와 객석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공연 규모에 맞춘 음향과 조명 설비가 활용된다. 갤러리에서는 공간의 크기와 구조,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거리가 공연을 경험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성악과 피아노처럼 비교적 간결한 편성의 공연은 다양한 공간에서 마련할 수 있지만, 실내의 울림과 연주자 배치, 객석의 규모에 따라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도 달라진다.

구띠갤러리에서 열린 더 콰이어 블루의 공연은 전문 공연장이 아닌 문화공간에서 음악회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술 전시 공간이 음악 공연장으로도 활용되면서 같은 장소가 서로 다른 예술을 접하는 공간이 된다. 갤러리와 작은 공연장의 활용 범위가 겹치는 현상은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서울 서초구 구띠갤러리에서 열린 더 콰이어 블루 제4회 정기연주회 전경. 객석을 채운 관객들 앞에서 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공연 장소가 달라지면 음악회를 준비하는 조건도 바뀐다. 대형 공연장에서는 객석 규모와 무대 설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작은 공간에서는 연주자의 동선과 배치, 관객 수용 규모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합창단의 인원과 반주 악기, 지휘자의 위치를 고려해 공간을 활용하는 일도 필요하다. 소규모 공연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장소에 맞는 연주 준비를 요구하는 이유다.

더 콰이어 블루의 활동 연혁에서 작은 음악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도 살펴볼 만하다. 2021년 첫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여러 차례 작은 음악회를 진행했고, 2023년에도 공연을 이어갔다. 대규모 정기연주회 외에 단원들이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온 셈이다.

정기연주회와 작은 음악회는 준비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 정기연주회에서는 일정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합창단의 연주를 선보이는 데 무게가 실린다면, 소규모 음악회는 비교적 유연한 구성으로 다양한 작품을 연주할 수 있다. 특히 아마추어 단체에서는 공연 기회가 늘어날수록 단원들이 연습한 음악을 실제 관객 앞에서 선보일 수 있는 경험도 축적된다.

2023년 새빛바울의집을 찾아간 음악회까지 함께 살펴보면 더 콰이어 블루는 공연의 형태와 장소를 달리하며 활동해 왔다.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는 일과 지역사회 공간을 찾아가는 공연은 운영 방식이 다르지만 모두 합창단이 함께 연습한 음악을 관객에게 전하는 활동이다. 일상에서 음악을 연습하는 시간과 공연을 통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연결되는 것이다.

구띠 갤러리 전시로 읽는 혼합매체 회화, 마티에르, 탈평면성, 해외 작가 전시의 검증 구조.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예술을 즐기는 방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대형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역의 작은 공연장에서 실내악이나 가곡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직접 합창단에 참여하거나 악기를 배우고 동호회 공연을 준비하는 활동 역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더 콰이어 블루의 여섯 해 활동에는 작은 음악회와 찾아가는 공연, 정기연주회가 함께 놓여 있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을 비롯한 단원들이 각자의 성부를 맡고, 김준홍 지휘자와 권혜경 피아니스트가 음악적으로 함께해 온 활동이다. 음악을 듣던 사람이 직접 연주에 참여하고, 함께 연습한 작품을 공연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과정이 이어져 왔다.

2020년 6월 창단한 더 콰이어 블루는 2021년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2022년 서초구 자원봉사자를 위한 공연, 2023년 새빛바울의집 찾아가는 음악회와 창단연주회를 거쳐 올해 네 번째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구띠갤러리에서 진행된 공연에는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와 베이스 단원들이 함께 무대에 섰다.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직접 노래를 배우고 연습하며 무대에 서는 시민들도 오늘의 음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