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①] 바이레도·이딸라, 145년 유리 공예가 만든 빛의 가격
높이 21cm·무게 1.8kg 유리 오브제에 책정된 350유로…핀란드 장인의 수작업과 현대 조형디자인, 고급 생활용품의 생산 가치
[KtN 이은선기자]두꺼운 투명 유리 안에서 촛불이 타오른다. 유리의 바깥쪽은 일정한 원통형이 아니라 위아래로 굴곡이 이어지는 형태다. 불꽃은 유리의 두께와 휘어진 표면을 통과하며 여러 방향으로 비치고, 주변의 빛은 울퉁불퉁한 표면에 반사된다. 검은 금속 다리와 둥근 나무 상판으로 만든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 제품은 높이 21cm, 너비 17.5cm, 무게 1.8kg에 이른다. 손으로 쉽게 들어 옮기는 일반적인 촛대보다 두껍고 무겁다.
스웨덴에서 출발한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Byredo)와 핀란드 유리 공예 브랜드 이딸라(Iittala)가 2026년 10월 16일 공동 출시한 'LJUS' 컬렉션의 라이트 리프랙터(light refractor)다. 유럽 권장가격은 350유로다. 불꽃을 감싸는 유리 구조물 하나에 책정된 가격이다.
두 브랜드는 촛대와 캔들 오너먼트, 라이트 리프랙터, 인센스 홀더, 향 디퓨저 용기 등 다섯 종류의 유리 제품을 제작했다. 모든 제품은 핀란드 이딸라 유리 공장에서 입으로 유리를 불어 형태를 만드는 마우스블로운(mouth-blown) 방식으로 생산된다. 향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생활용품에 조형적 형태를 더한 제품군이다.
유리의 굴곡과 두께, 빛의 굴절이 디자인의 중심에 놓였다. 향수 브랜드가 향료를 제공하고 유리 공예 기업이 용기를 제작하는 협업이지만, 제품의 가격을 구성하는 데에는 유리 공장의 기술과 제작 노동, 브랜드가 축적한 디자인의 역사가 함께 작용한다.
라이트 리프랙터는 위쪽과 아래쪽이 넓게 열린 유리 구조물이다. 유리의 옆면에는 물결처럼 구부러진 돌출부와 안쪽으로 들어간 부분이 반복된다. 같은 굴곡이 기계적으로 이어지기보다 부분마다 다른 너비와 깊이를 갖는다.
유리 안쪽에 촛불을 놓으면 불꽃에서 나온 빛이 두꺼운 벽을 통과한다. 투명한 유리는 빛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공기와 유리의 경계에서는 빛의 진행 방향이 달라진다. 굴곡이 있는 부분에서는 표면의 기울기와 두께에 따라 굴절과 반사가 다르게 나타난다.
촛불이 흔들리면 굴곡진 유리에 비치는 빛의 위치와 밝기도 달라진다. 전기조명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빛을 보내는 구조와 달리 불꽃의 움직임과 유리의 형태가 함께 작용한다.
유리의 겉모습뿐 아니라 두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얇고 매끄러운 유리 용기는 내부의 물체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지만, 두꺼운 곡면 유리는 내부의 형태를 왜곡한다. 촛불은 불꽃 자체로 보이면서 동시에 유리를 통과한 여러 밝기의 빛으로 나타난다.
높이 21cm에 무게 1.8kg이라는 제원은 일반적인 소형 촛대와 구별되는 부분이다. 부피와 무게가 크고, 두꺼운 투명 유리를 여러 방향으로 구부린 형태가 시선을 끈다. 촛불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유리 구조물 자체의 형태가 남는다.
반면 무게는 사용 편의성과 연결된다. 작은 테이블이나 좁은 선반 위에 놓을 때는 제품의 가로 폭과 받침면을 고려해야 한다. 촛불을 켠 상태에서는 열이 발생하므로 주변 물건과의 거리, 안정적인 설치 장소도 중요하다. 조형성이 강한 유리 제품이라도 실제 사용에서는 촛불과 용기의 안전한 배치가 우선한다.
검은 금속 프레임과 나무 상판을 사용한 테이블에 놓였을 때는 유리의 곡선이 더욱 두드러진다. 금속 다리의 직선과 둥근 테이블의 가장자리, 유리 표면의 불규칙한 곡선이 서로 다른 형태를 만든다. 유리 자체에는 강한 색을 넣지 않아 주변 가구와 불꽃의 색상이 그대로 비친다.
직선적인 형태가 많은 공간에서는 유리의 굴곡이 강조되고, 곡선형 가구와 함께 놓으면 비슷한 형태가 반복된다. 투명한 소재는 벽과 조명, 주변 물체의 색상에 따라 다른 인상을 만든다. 같은 제품이라도 놓이는 장소에 따라 유리의 외곽과 내부의 굴곡이 드러나는 정도가 달라지는 구조다.
1881년 설립된 이딸라 유리 공장은 핀란드 디자인 산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스웨덴 출신의 유리 기술자 페테르 마그누스 아브라함손(Peter Magnus Abrahamsson)이 공장 설립을 추진했고, 같은 해 11월 24일 첫 유리제품 생산이 시작됐다.
19세기 후반 북유럽의 유리 공업은 생활용 그릇과 병, 장식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초기 유리 공장에는 고온의 용해로와 숙련된 유리 제작자가 필요했다. 녹인 유리를 적절한 시점에 꺼내 형태를 만들고, 냉각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 생산의 기본이었다.
유리는 단단하고 투명한 완제품의 모습과 달리 제작 과정에서는 뜨겁고 유동적인 상태를 거친다. 고온에서 녹인 유리를 블로파이프(blowpipe) 끝에 모은 뒤 공기를 불어 넣으면 내부에 공간이 생기면서 유리 덩어리가 부풀어 오른다. 제작자는 유리의 온도와 두께, 회전 속도를 조절하며 원하는 형태를 만든다.
같은 형태의 제품을 반복해서 제작하는 과정에도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유리가 너무 뜨거우면 모양을 유지하기 어렵고, 지나치게 식으면 변형이 어려워진다. 벽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거나 냉각 과정에서 내부 응력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으면 균열이나 파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바이레도와 이딸라의 LJUS 제품에는 이러한 유리 제작 기술이 적용됐다. 각 제품은 입으로 불어 만든 유리를 바탕으로 불규칙한 굴곡을 표현했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기포와 형태의 차이도 남을 수 있다.
공장에서 규격에 맞춰 반복 생산하는 제품은 형태와 크기의 균일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수작업 유리에서는 작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딸라는 이번 협업 제품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기포와 형태의 차이를 수작업 제작의 특징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불규칙성이 제작 기술의 우수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디자인에 의도적으로 포함된 굴곡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은 구분된다. 유리의 두께와 구조, 표면 마감, 사용 중의 안정성은 완성된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다.
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고가 생활용품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제작자가 같은 디자인을 반복해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는지, 제품이 규격과 안전성을 유지하는지, 사용 과정에서 형태와 기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이딸라의 디자인 역사에서는 유리의 불규칙한 형태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핀란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르 알토(Alvar Aalto)는 1936년 카르훌라·이딸라 유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유기적인 곡선이 반복되는 화병을 선보였다. 이듬해 파리 만국박람회를 통해 널리 알려진 디자인이다.
알토의 화병은 입구와 몸통에 물결처럼 이어지는 곡선을 사용했다. 전통적인 원통형 화병이나 좌우대칭 구조에서 벗어나 자연적인 형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후 알토 화병은 핀란드 현대 디자인을 대표하는 제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유리의 곡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LJUS는 이딸라가 오랫동안 다뤄 온 디자인의 역사와 연결된다. 다만 두 제품의 기능과 구조는 다르다. 알토 화병은 꽃과 물을 담는 용기이고, 라이트 리프랙터는 촛불을 둘러싸 빛을 굴절시키는 구조물이다.
알토의 화병에서는 입구의 윤곽이 전체 형태를 결정한다. LJUS의 라이트 리프랙터는 두꺼운 유리 벽의 굴곡이 내부의 빛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유리의 불규칙한 형태를 사용했지만 조형적 특징과 실제 사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1936년 알토의 디자인이 생활용 화병의 형태를 바꿨다면 2026년 LJUS는 촛불을 놓는 주변 구조물을 독립적인 조형물로 다뤘다. 유리 제품이 실용적인 용기에 머무르지 않고 실내 공간의 형태와 조명에 영향을 주는 물건으로 사용되는 흐름이다.
LJUS 제품군에는 높이가 있는 라이트 리프랙터뿐 아니라 낮고 넓은 형태의 촛대와 인센스 홀더, 향료를 담는 디퓨저 용기가 포함됐다. 같은 투명 유리를 사용했지만 높이와 너비, 입구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
높이가 낮은 유리 제품은 테이블과 접촉하는 면적이 넓고, 수평으로 퍼진 굴곡이 주요 형태를 만든다. 라이트 리프랙터는 세로로 긴 유리 벽과 불규칙한 표면을 강조한다. 디퓨저 용기는 액체를 담는 몸통 위로 리드 스틱이 올라오는 구조다.
다섯 제품은 서로 다른 용도를 갖지만 두꺼운 유리와 굴곡진 외형이라는 공통된 디자인을 사용했다. 여러 제품을 나란히 놓으면 높이와 부피의 차이가 더욱 뚜렷해진다. 용도가 다른 제품을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연결한 구성이다.
유리의 투명도와 두께가 반복되면서 재료 자체의 특징도 강조된다. 색과 무늬가 강한 도자기나 금속 제품과 달리 투명 유리는 내부와 주변 물체를 함께 드러낸다. 빛이 닿는 방향에 따라 외곽선이 뚜렷해지거나 주변 공간과 겹쳐지기도 한다.
바이레도는 유리에 담기거나 함께 사용되는 향을 담당한다. 2006년 벤 고햄(Ben Gorham)이 스톡홀름에서 설립한 브랜드로, 향수와 향초, 홈 프래그런스 제품을 전개해 왔다. LJUS에서는 바이레도의 향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리 제품의 크기와 기능을 구성했다.
라이트 리프랙터는 바이레도의 240g 향초를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리 제품과 향초는 별도로 판매된다. 소비자는 향초를 사용하면서 유리의 굴곡이 만드는 빛을 함께 보게 된다. 향초가 연소해 줄어든 뒤에도 유리 구조물은 남아 다른 촛불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반복해서 사용하는 유리와 소모되는 향초는 사용 수명이 다르다. 유리 제품을 오래 보관하더라도 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소모품을 구매해야 한다. 생활용품과 소모품을 결합한 구조는 브랜드 협업이 상품의 사용 방식을 넓히는 한편 소비자의 지출 항목도 나누는 방식이다.
라이트 리프랙터의 350유로라는 가격은 유리라는 재료의 원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용융과 성형, 냉각, 표면 처리에 필요한 설비와 에너지, 숙련된 노동, 디자인 개발과 유통 비용 등이 상품 가격에 영향을 준다. 여기에 두 브랜드가 축적한 인지도와 한정판이라는 상품 성격도 더해진다.
유리 공예품은 대량생산 제품보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의존하는 공정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수작업 공정의 비중과 생산량, 불량률, 제작 시간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비가 판매가격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고가 공예품의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실제 제작비와 브랜드 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은 제품마다 다르다. 오래된 공장에서 생산했다는 사실은 제품의 출처와 제작 방식을 설명하지만 높은 가격 전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핀란드의 유리 공예 산업도 제작 기술의 보존과 생산비 부담을 함께 안고 있다. 유리 제조에는 많은 열에너지가 필요하고,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용해로는 공장의 운영비와 탄소 배출에 영향을 준다. 숙련된 제작자의 경험이 중요하지만 설비와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작업도 산업의 지속성과 연결된다.
이딸라를 보유한 피스카스 그룹(Fiskars Group)은 2022년 핀란드 유리 공장에 약 1000만 유로를 투자해 기존 천연가스 용해로를 전기식 설비로 교체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 말까지 공장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4%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유리 제작에서 숙련된 노동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사용과 배출을 줄이려는 산업적 변화다. 새로운 용해 설비가 도입되더라도 유리를 불어 형태를 만드는 기술과 완성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작업은 별도로 남는다. 전통적인 수작업과 현대적인 생산 설비가 같은 공장 안에서 운영되는 구조다.
설비 투자와 함께 생산 운영에 대한 부담도 이어졌다. 피스카스 그룹은 2026년 5월 이딸라 유리 공장에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 대상은 직원과 관리직 등 132명이었으며, 당시 최대 15개 직위 감축 가능성과 일시적인 휴직 방안이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고급 유리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기업도 시장의 수요 변화와 생산비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통적인 제작 기술을 유지하려면 숙련된 인력과 생산 설비가 필요하지만 판매가 줄어들면 공장 운영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딸라의 유리 공예는 오랜 제작 역사를 상품의 가치로 활용하는 동시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설비 전환과 인력 운영, 에너지 비용을 관리해야 하는 사업이다. 오래된 공예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과거에 축적된 명성뿐 아니라 현재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과도 연결된다.
바이레도와 이딸라는 LJUS에서 향료와 유리 공예를 결합했다. 유리의 형태를 만드는 기술은 이딸라가 담당했고, 향을 사용하는 생활문화는 바이레도의 제품군과 연결됐다. 전통적인 공예 기업이 향수 브랜드와 만나 가정용 조형물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두 브랜드의 이름이 하나의 제품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공예적 성취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라이트 리프랙터에서는 유리의 굴곡과 두께, 불꽃을 둘러싸는 구조가 디자인의 특징을 결정한다. 두꺼운 투명 유리는 빛의 변화를 만들어 내지만 무게와 부피, 촛불 사용에 따른 관리 부담도 갖는다.
2026년 10월 16일 출시된 LJUS의 다섯 제품은 핀란드 이딸라 공장에서 제작됐다. 유리에는 두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졌고, 제품별로 형태와 기능이 구분됐다. 라이트 리프랙터에는 350유로, 캔들 스탠드에는 180유로의 유럽 권장가격이 책정됐다.
1881년 첫 유리제품을 생산한 이딸라 공장은 1936년 알바르 알토의 곡선형 화병을 비롯해 여러 유리 디자인을 제작해 왔다. 2026년에는 바이레도의 향초를 감싸는 두꺼운 유리 구조물을 생산했다.
라이트 리프랙터의 높이는 21cm, 무게는 1.8kg이다. 촛불이 켜지면 굴곡진 유리 사이로 빛이 지나가고, 불꽃이 꺼지면 투명한 유리의 형태만 남는다. 제품의 재료는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유리지만, 제작에 들어간 숙련 노동과 현대적인 용해 설비, 브랜드가 형성한 가격은 145년 동안 변화해 온 공예 산업의 현재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