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뮤즈③] 카츠 델리에서 뉴욕의 밤거리까지, 사진가들이 기록한 도시와 알라나
라이언 맥긴리 기획 'All About Alana'…다니엘 아놀드·다니엘 레빗 등 뉴욕 사진가들의 작품에 담긴 거리문화와 일상, 도시의 기록과 연출사진의 경계
[KtN 윤상길주필]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오래된 식당 카츠 델리(Katz's Delicatessen)에 금발 여성이 앉아 있다.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이 놓인 식탁에서 은색 펩시 캔을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렸다. 주변에는 식사 중인 손님들과 종업원이 있고, 벽에는 오래된 사진과 네온사인이 빼곡하다. 강한 플래시를 사용한 사진에서 여성의 얼굴과 음식은 선명하게 드러나고, 식당을 찾은 사람들의 일상도 함께 담겼다. 사진 속 인물은 뉴욕에서 배우와 모델,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알라나 제시카 마틴(Alana Jessica Martin)이다.
사진가 다니엘 레빗(Danielle Levitt)이 촬영한 이 작품은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의 렉탱글 룸(Rectangle Room)에서 열리는 'All About Alana'에 출품됐다.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가 기획한 전시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30여 명이 마틴을 촬영한 작품을 모았다. 지난 10월 15일 개막해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참여 작가들은 뉴욕의 식당과 거리, 자동차 주변과 실내 공간을 촬영 장소로 사용했다. 다니엘 아놀드(Daniel Arnold)는 행인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마틴을 촬영했고, 매튜 스프라우트(Matthew Sprout)는 밤거리의 자동차 주변에 모인 젊은이들을 흑백사진에 담았다. 찰스 시저(Charles Caesar)는 침대에 엎드려 마이크를 쥔 마틴의 모습을 촬영했다. 거리의 우연한 만남을 기록해 온 뉴욕 사진의 전통과 인물의 자세와 장소를 세밀하게 구성하는 현대 패션사진의 표현이 함께 나타난다.
뉴욕의 거리 사진은 도시의 유명한 건물이나 관광명소보다 시민들의 행동과 생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거나 보도를 걷는 사람들, 밤늦게 거리에서 어울리는 젊은이들은 사진가들이 반복해서 촬영한 대상이었다. 익숙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인물과 몸짓,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작품의 내용을 이루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뉴욕의 장소와 일상이 마틴의 초상에 들어왔다. 다만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람을 촬영하는 방식과 이미 정해진 인물을 도시의 여러 장소에 세우고 촬영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전시에 참여한 사진가들은 마틴이라는 공통된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도시의 풍경과 촬영 방식을 선택했다.
다니엘 레빗의 사진은 카츠 델리의 분주한 분위기를 그대로 활용했다. 마틴은 식탁에 몸을 기울인 채 한 손으로 펩시 캔을 들고 다른 손을 카메라 쪽으로 내밀었다. 긴 금발은 어깨와 가슴 앞으로 내려오고, 머리 위에는 선글라스를 올려놓았다. 강한 눈 화장과 붉은 입술, 어깨와 가슴의 일부를 드러낸 상의는 화려한 인물사진의 특징을 갖는다.
식탁에는 두툼한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감자튀김, 피클이 놓였다. 뒤쪽에는 식사 중인 손님들이 있고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통로에 서 있다. 벽에 붙은 사진과 광고물, 네온사인은 식당의 오래된 분위기를 만든다. 마틴의 얼굴을 밝힌 플래시 덕분에 앞쪽의 인물과 음식은 선명하지만 뒤편 손님들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남아 있다.
카메라 앞에서 취한 마틴의 자세는 분명한 연출의 성격을 띤다. 몸을 식탁 쪽으로 기울이고 손을 들어 올린 모습은 식사하는 순간을 조용히 기록한 사진과 다르다. 반면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식사를 이어가고 있다. 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한 인물과 평소처럼 움직이는 손님들이 하나의 공간에 담겼다.
마틴의 표정과 몸짓은 패션 화보에서 익숙한 표현이지만 장소는 실제 영업 중인 식당이다. 음식과 테이블, 뒤편의 손님들은 인물의 화려한 스타일과 대비된다. 스튜디오에 식탁을 설치했다면 만들 수 있었을 정돈된 배경 대신 뉴욕의 오래된 식당이 지닌 복잡한 시각적 특징을 그대로 활용한 구성이다.
카츠 델리는 1888년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이 지역은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밀집해 살던 곳이었다. 카츠 델리는 유대계 이민자들의 음식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했고,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파스트라미 샌드위치와 피클, 소다 같은 음식은 뉴욕의 대중적인 식문화와 연결됐다.
영화와 관광산업이 성장하면서 식당의 위상도 달라졌다. 1989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의 유명한 식당 촬영지로 알려졌고,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장소가 됐다. 오랜 이민자 동네의 식당이 대중문화 속 뉴욕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레빗은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식당에 마틴을 앉혔다. 카츠 델리의 음식과 내부 장식, 손님들의 모습은 마틴의 화려한 외모에 뉴욕의 지역적 특징을 더한다. 식당의 역사를 설명하는 사진은 아니지만 오래된 장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뉴욕의 생활문화가 인물사진에 함께 들어왔다.
레빗은 1990년대 중반 뉴욕 다운타운의 패션과 청년문화를 촬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옷차림을 기록했고, 이후 패션잡지와 광고, 유명인의 초상사진으로 작업을 넓혔다. 상업적인 인물사진을 제작하면서도 미국 청소년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지속적으로 촬영해 왔다.
2008년 출간한 사진집 'We Are Experienced'에는 미국 여러 지역의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풋볼 선수와 펑크 문화에 참여한 젊은이, 졸업 파티에 참석한 학생 등 서로 다른 집단의 옷차림과 태도를 담았다. 인물의 패션과 몸짓을 통해 그들이 속한 문화적 환경을 기록한 작업이다.
카츠 델리에서 촬영한 마틴의 사진에도 레빗이 오랫동안 다뤄 온 거리 패션과 인물의 관계가 남아 있다. 강한 플래시와 카메라를 향한 과장된 자세는 상업적인 패션사진의 성격을 강조하지만 식당의 손님과 음식, 복잡한 실내는 뉴욕 시민들의 일상을 함께 드러낸다.
낡은 식당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세련된 모델을 배치한 사진은 패션 화보에서도 자주 사용됐다. 평범한 장소와 화려한 인물의 대비는 사진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레빗은 익숙한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카츠 델리의 실제 손님들을 구성 안에 남겨뒀다. 식당의 일상과 마틴의 연출된 자세가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이다.
다니엘 아놀드의 작품에는 거리의 인파가 전면에 등장한다. 마틴은 검은색과 초록색 체크무늬 의상을 입고 카메라를 바라본다. 뒤쪽에는 어두운 상의를 입은 남성들이 서 있고, 음식점 간판과 신호등, 건물의 외벽이 도시의 배경을 이룬다. 얼굴을 향한 강한 빛은 마틴의 금발과 붉은 입술을 밝게 드러내지만 뒤편 인물들의 표정도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마틴은 카메라 가까이에 서 있지만 뒤쪽 사람들과 분리된 독립적인 초상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뒤편 남성들도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인물사진의 일부를 이룬다. 거리의 인파와 상점 간판, 교통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사진의 앞쪽과 뒤쪽에서 서로 다른 활동이 벌어진다.
아놀드는 뉴욕의 거리를 오랫동안 촬영해 온 사진가다. 지하철과 보도, 식당 앞과 시장 등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에서 낯선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표정과 행동을 포착해 왔다. 화려한 행사에 참석한 유명인과 평범한 시민의 모습을 구분 없이 촬영하며 뉴욕 거리사진의 특징을 발전시켰다.
2025년 출간한 사진집 'You Are What You Do'에는 15년 가까이 촬영한 뉴욕의 거리와 인물들이 담겼다. 도시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주요 소재다. 인물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이나 주변 사물과 우연히 겹치는 구도가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거리사진의 흐름은 20세기 초중반 뉴욕에서 활동했던 사진가들과 연결된다. 헬렌 레빗(Helen Levitt)은 1930~1940년대 뉴욕의 보도와 주택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거리의 사람들을 촬영했다. 건물 앞 계단과 담벼락, 보도를 놀이터 삼은 아이들의 몸짓과 표정이 사진의 중심을 이뤘다.
1938년 작품 'New York'에는 가면을 쓴 아이들이 건물의 계단에 모여 있다. 일부는 특이한 자세로 서 있고, 다른 아이는 얼굴에 가면을 고쳐 쓰고 있다. 평범한 거리에서 벌어지는 짧은 순간이지만 아이들의 몸짓과 건물의 구조가 함께 어우러지며 연극 같은 인상을 남긴다.
레빗의 사진은 뉴욕의 거리 자체를 하나의 무대처럼 활용했다. 아이들과 행인들은 건물과 자동차, 계단 사이에서 움직였고, 사진가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행동의 특징을 포착했다. 사전에 정해진 모델이나 의상보다 거리의 우연한 관계가 주요한 요소였다.
아놀드의 거리사진에도 사람들의 즉흥적인 행동과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있다. 마틴의 초상에서는 촬영을 의식한 모델이 앞에 서 있고 뒤쪽에는 실제 거리의 행인들이 등장한다. 뉴욕의 장소가 가진 복잡한 모습과 모델의 의도적인 자세가 겹친다.
검은색과 초록색 체크무늬 의상은 건물과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붉은 입술과 밝은 금발은 주변의 어두운 옷차림과 대비된다. 그러나 뒤편 남성들의 얼굴과 시선에도 관심이 이어지면서 마틴에게 집중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유명인의 초상을 만들기 위한 촬영에 거리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등장한 구도다.
뉴욕의 거리에서는 서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짧은 순간 같은 장소에 모인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서거나 식당을 지나가고, 카메라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이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아놀드의 사진은 이러한 도시의 우연한 관계를 마틴의 초상과 결합했다. 인물의 화려한 의상과 무관하게 거리에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매튜 스프라우트의 흑백사진에는 자동차와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마틴은 선글라스와 도트무늬 의상을 착용하고 차량 앞쪽에 앉았다. 자동차의 문은 열려 있고, 다른 인물들은 차량 안과 지붕 주변에 자리한다. 밤거리는 짙은 어둠에 잠겨 있지만 강한 플래시가 자동차의 금속 표면과 사람들의 얼굴을 밝힌다.
마틴은 차체 앞쪽에 몸을 걸치고 카메라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차량 위에 앉은 인물과 문을 붙잡고 선 인물, 차량 내부에 앉은 인물이 각각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여러 사람이 자동차 하나를 중심으로 모인 구성이다.
자동차의 열린 문과 지붕, 창문은 인물들이 기대거나 앉는 장소가 됐다. 자동차는 이동수단보다 사진을 위한 공간의 역할이 크다. 서로 다른 높이에 배치된 사람들의 자세가 사진에 리듬을 만들고, 검은 밤의 배경은 인물과 차량의 형태를 강조한다.
스프라우트는 패션과 인물사진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사진가다. 미국 패션잡지와 광고 작업에 참여해 왔으며, 뉴욕의 사람들과 문화를 기록한 흑백사진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2024년 선보인 'One of One'은 뉴욕의 지인과 낯선 사람들을 촬영한 작업으로, 도시의 일상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다뤘다.
'All About Alana'에 출품한 사진에는 이러한 도시의 집단적인 분위기가 나타난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카메라를 의식한 채 자동차 주변에서 서로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연출도 강하다. 누군가 우연히 자동차 옆에 모인 순간보다 밤거리의 젊은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구성한 인물사진에 가깝다.
뉴욕의 밤은 오랫동안 사진가들의 주요한 촬영 대상이었다. 1930~1940년대 신문 사진가 위지(Weegee·본명 아서 펠리그)는 범죄 현장과 화재, 극장과 나이트클럽, 밤거리에 모인 사람들을 촬영했다. 강한 플래시를 사용해 어두운 거리의 인물과 사건을 기록했고, 1945년 사진집 'Naked City'를 출간했다.
위지의 카메라에는 밤거리의 사건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군중과 도시의 생활이 담겼다. 뉴욕 바워리(Bowery) 지역의 술집과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의 사람들과 손님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밝은 플래시가 어두운 공간을 비추면서 밤의 인물과 주변 환경이 동시에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스프라우트의 사진에서도 플래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은 밤을 배경으로 인물의 얼굴과 피부, 자동차의 표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과거 뉴욕의 밤거리 사진과 연결되지만, 자동차를 중심으로 배치한 자세와 모델의 의상에는 현대 패션사진의 특징이 더해졌다.
도시의 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일과 뉴욕의 밤 문화를 떠올리도록 연출하는 일은 촬영 과정부터 다르다. 스프라우트는 자동차와 여러 인물을 함께 배치해 젊은이들이 밤거리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만들었다. 선글라스와 의상, 열린 차 문은 거리의 즉흥성을 강조하면서도 촬영을 위해 선택된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1990년대 이후 뉴욕 다운타운의 사진문화에서도 거리와 클럽, 자동차와 아파트는 젊은 예술가들의 생활을 기록하는 장소였다. 음악과 패션, 미술을 함께 즐기는 청년들이 도시의 밤을 공유했고, 사진가들은 친구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전통적인 보도사진과 패션 화보 사이에서 사적인 관계와 연출된 이미지가 만나는 작업들이 이어졌다.
오늘날 밤거리의 이미지는 사진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와 패션 브랜드의 홍보물에도 널리 사용된다. 어두운 거리에서 강한 플래시로 촬영한 인물사진은 꾸미지 않은 순간을 연상시키지만, 촬영 대상의 의상과 자세를 세밀하게 구성한 작업에도 같은 표현을 적용할 수 있다. 스프라우트의 흑백사진은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밤의 분위기를 활용하면서 마틴을 집단의 중심에 놓았다.
찰스 시저의 사진에서는 뉴욕의 거리와 인파가 사라지고 침실이 등장한다. 마틴은 흰 침구 위에 엎드린 채 검은 유선 마이크를 쥐고 있다. 연한 색상의 무늬가 있는 긴소매 상의와 별 장식이 들어간 짧은 하의를 착용했으며, 마이크의 검은 선은 침구 위로 길게 이어진다.
침구와 배경은 대부분 밝은 색으로 처리됐다. 검은 마이크와 케이블, 마틴의 금발과 의상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몸을 엎드린 채 마이크를 입 가까이 가져간 자세는 침실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공연을 흉내 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마이크는 작품의 분위기를 바꾸는 중요한 소품이다. 침대에 누운 인물만 촬영했다면 사적인 휴식의 모습에 가까웠겠지만 공연에 사용하는 도구가 등장하면서 침실은 작은 무대와 같은 성격을 띤다. 마틴의 직업 가운데 하나인 음악 활동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기도 하다.
시저는 뉴욕에서 사진과 글, 독립 출판 작업을 이어 온 작가다. 패션과 문화예술 분야의 인물사진을 제작하며 일상적인 상황에 과장된 표현과 연출을 더하는 작업을 해 왔다. 마틴을 촬영한 작품에서도 화려한 무대나 공연장을 사용하지 않고 침대와 마이크만으로 공연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만들었다.
뉴욕의 다운타운 문화에서 사적인 공간과 공연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밀접했다. 젊은 음악가와 예술가들은 집과 소규모 공연장, 술집을 오가며 작업했고, 주변 사진가들은 공연과 일상 사이의 모습을 촬영했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의 인물이 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는 집에서는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시저는 이러한 관계를 한 공간에 겹쳤다. 마틴은 침대에 누워 있지만 손에는 마이크가 들려 있다. 공연장의 조명과 관객은 없고 흰 침구가 몸을 받친다. 뮤지션이라는 직업과 사적인 생활을 함께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공연의 기록보다는 공연을 연상시키도록 구성한 인물사진이다.
마이크의 케이블이 침구 위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부분도 눈에 띈다. 밝은 배경과 검은 선이 대비되면서 마틴의 손에서 사진 아래쪽까지 시선이 이어진다. 소품의 기능과 형태를 사진의 구성에 함께 사용했다.
거리와 식당,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여러 사람을 함께 담았다면 시저는 마틴만 남겼다. 뉴욕의 도시문화가 반드시 거리나 유명한 장소를 통해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과 공연, 패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활동은 실내의 생활공간에서도 이어진다. 시저의 사진에는 침실이라는 사적인 장소와 공연의 도구가 함께 등장한다.
뉴욕의 거리사진은 20세기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헬렌 레빗은 보도와 건물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일상적인 사람들의 움직임을 촬영했고, 위지는 밤거리의 사건과 군중을 강한 플래시로 기록했다. 이후 사진가들은 패션과 음악, 영화와 미술을 오가는 인물들을 거리와 실내에서 촬영하며 도시문화의 범위를 넓혔다.
2026년 'All About Alana'에 참여한 사진가들도 이러한 흐름 위에서 작업하고 있다. 레빗은 오래된 식당에 모델을 앉혀 실제 손님들과 함께 촬영했고, 아놀드는 행인들이 오가는 거리의 복잡한 구도를 활용했다. 스프라우트는 자동차 주변에 젊은이들을 배치해 밤의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시저는 침대와 마이크를 이용해 사적인 공간에 공연의 이미지를 더했다.
네 작품에는 다니엘 레빗과 다니엘 아놀드가 오랫동안 촬영해 온 뉴욕의 거리와 생활, 매튜 스프라우트가 작업해 온 도시의 인물들, 찰스 시저의 연출사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영돼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같은 뉴욕에 속해 있지만 촬영된 모습은 각기 다른 문화적 특징을 갖는다.
1888년 문을 연 카츠 델리는 현재까지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고, 아놀드가 촬영한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스프라우트의 자동차 사진에는 도시의 밤을 연상시키는 집단적인 분위기가 있으며, 시저의 침실 사진에는 공연의 도구가 등장한다. 사진가들은 오래된 식당과 거리, 자동차와 개인의 방을 마틴의 초상에 연결했다.
뉴욕 다운타운의 문화는 미술관과 공연장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생활하는 장소에서도 형성돼 왔다. 이민자들의 식당과 거리의 보행자, 밤늦게 모여든 젊은이들, 집에서 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도시의 서로 다른 생활을 이룬다. 사진가들은 이러한 장소를 촬영하며 뉴욕의 문화적 특징을 기록하고 연출해 왔다.
'All About Alana'는 11월 15일까지 뉴욕 렉탱글 룸에서 열린다. 다니엘 레빗의 카츠 델리 사진과 다니엘 아놀드의 거리사진, 매튜 스프라우트의 밤거리, 찰스 시저의 침실은 한 사람의 초상을 통해 서로 다른 뉴욕의 장소와 문화를 보여준다. 도시의 일상을 기록해 온 거리사진의 전통은 이어지고 있지만 모델과 장소를 정해 촬영하는 패션사진의 연출도 함께 나타난다. 뉴욕의 식당과 거리, 자동차와 침실은 이번 전시에서 인물의 배경으로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생활과 문화가 사진에 들어오는 공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