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뮤즈④] 알라나 제시카 마틴, 사진가 30여 명이 만든 뉴욕의 새로운 잇걸

1927년 클라라 보에서 2026년 뉴욕 다운타운까지…라이언 맥긴리의 'All About Alana', 사진가와 전시·언론이 만들어 내는 명성과 문화경제의 구조

2026-10-21     윤상길 주필

[KtN 윤상길주필]1927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It'는 배우 클라라 보(Clara Bow)를 당대의 스타로 떠오르게 한 작품이다. 파라마운트는 영국 소설가 엘리너 글린(Elinor Glyn)의 작품을 영화화하면서 보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홍보에 활용했다. 백화점 판매원으로 등장한 보는 자유분방한 태도와 감각적인 옷차림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잇걸(It Girl)'이라는 표현도 널리 퍼졌다. 한 여성의 매력을 설명하던 말은 영화사와 언론이 새로운 스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99년이 지난 2026년,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또 다른 잇걸의 탄생을 내세운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가 기획한 'All About Alana'다. 배우와 모델,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알라나 제시카 마틴(Alana Jessica Martin)을 뉴욕의 사진가 30여 명이 촬영한 작품을 모았다. 지난 10월 15일 렉탱글 룸(Rectangle Room)에서 개막했으며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는 다니엘 아놀드(Daniel Arnold), 다니엘 레빗(Danielle Levitt), 리치 샤잠(Richie Shazam), 클리포드 프린스 킹(Clifford Prince King), 샘 펜(Sam Penn), 루이자 오팔레스키(Luisa Opalesky) 등 서로 다른 세대의 사진가들이 참여했다. 인물의 외모를 강조한 컬러사진부터 흑백 초상, 폴라로이드와 셀카까지 작품의 형식도 다양하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 요소는 마틴의 얼굴과 이름이다.

렉탱글 룸은 마틴을 뉴욕의 잇걸로 소개했다. 30여 명의 사진가가 같은 인물을 촬영하고, 유명 사진가가 전시를 기획하며, 도심의 독립 사진공간이 작품을 공개했다. 사진가들의 개별 작업이 한 사람의 이름으로 모이면서 전시는 새로운 문화적 인물을 알리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뉴욕에서 잇걸이라는 명칭은 오랫동안 패션과 음악, 미술과 밤 문화를 넘나드는 여성들에게 붙었다.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받다가 영화와 음악, 패션산업으로 활동을 넓히는 인물이 있었고, 특정한 시기의 사교문화와 함께 알려졌다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인물도 있었다. 사진가와 기자들이 한 여성의 옷차림과 생활을 반복해서 소개하면서 명성은 도시의 문화적 자산처럼 유통됐다.

1985년 뉴욕에서는 디앤 브릴(Dianne Brill)이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옷차림과 밤 문화로 알려진 브릴은 뉴욕포스트 1면에 등장했고, 같은 날 NBC의 '레이트 나이트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Late Night with David Letterman)'에 출연했다. 뉴욕의 밤을 대표하는 인물로 소개됐지만, 방송 진행자가 브릴의 유명세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밤마다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독특한 스타일로 사교계의 관심을 모으는 활동이 하나의 대중적 명성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당시 뉴욕에서는 클럽과 파티, 패션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유명세를 형성하는 중요한 활동이었다. 행사장의 인물들을 촬영하는 사진가와 사교계 소식을 전하는 기자, 패션잡지 편집자들은 같은 사람들을 반복해서 만났다. 특정한 여성이 여러 장소의 사진과 기사에 등장하면서 뉴욕의 새로운 문화적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클로에 세비니(Chloë Sevigny)가 뉴욕 다운타운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음악가와 영화감독, 패션 디자이너들과 어울리며 독특한 옷차림으로 관심을 받았고, 1995년 영화 '키즈(Kids)'에 출연하면서 연기 활동을 본격화했다. 거리와 클럽에서 알려진 스타일이 독립영화와 패션잡지를 거쳐 대중문화로 확산된 흐름이었다.

세비니에게 붙었던 잇걸이라는 명칭은 이후 배우로서 쌓은 경력과는 별도의 출발점이었다. 뉴욕의 청년문화에서 먼저 주목받았지만 영화와 패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초기의 유명세를 넘어섰다. 도시의 스타일을 대표한다는 평가와 실제 직업 활동의 성과가 서로 연결되며 확장된 경우다.

2026년의 마틴에게도 비슷한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1927년 영화 흥행으로 널리 알려진 클라라 보나 독립영화에서 경력을 쌓은 세비니의 활동과 마틴을 같은 위치에 놓을 수는 없다. 'All About Alana'는 마틴의 연기나 음악 작품보다 사진가들이 촬영한 초상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가 부각하는 유명세와 배우·뮤지션으로서 축적한 경력은 구별되는 영역이다.

스네이크 가르시아(Snake Garcia)가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 붉은색 의상과 밝은색 부츠를 착용한 인물이 난간 앞에 서 있다. 뒤쪽으로 도시의 건물들이 어둡게 이어지고 붉게 물든 하늘이 펼쳐진다. 사진=Snake Garcia

스네이크 가르시아의 사진에는 도시의 높은 건물과 붉게 물든 하늘이 등장한다. 마틴은 붉은색의 짧은 의상과 밝은색 부츠를 착용하고 난간 앞에 서 있다. 금발과 선명한 의상, 어두운 건물의 윤곽이 대비된다. 도시 전체가 어둠에 잠기는 시간에 촬영한 사진으로, 인물의 옷차림과 고층 건물들이 함께 드러난다.

사진에서 가장 강한 색채는 붉은 하늘과 의상이다. 도시의 건물은 어두운 형태로 남고, 마틴의 신체는 난간과 건물의 윤곽 앞에 배치됐다. 붉은색 의상은 저녁 하늘의 색과 연결되지만 밝은 부츠는 어두운 배경에서 따로 강조된다.

가르시아는 인물을 실내에 세우지 않고 도시의 풍경 앞에 배치했다. 높은 건물과 붉은 하늘은 뉴욕의 밤 문화를 연상시키는 배경이 된다. 모델의 자세와 옷차림에는 패션사진의 특징이 남아 있지만, 사진에 등장하는 도시는 인물의 대중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쓰였다.

뉴욕의 잇걸을 소개할 때 도시의 배경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클럽 앞에서 촬영한 사진과 밤거리의 자동차, 빌딩이 보이는 옥상과 식당에서 촬영한 초상은 인물이 뉴욕의 문화와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유명한 장소에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이 잡지와 광고를 통해 반복되면서 도시의 이미지와 개인의 스타일이 결합했다.

가르시아의 사진도 마틴을 뉴욕의 밤과 연결한다. 붉은 의상과 고층 건물, 어두워지는 하늘은 인물의 직업적인 활동보다 스타일과 분위기를 강조한다. 영화나 음악을 소개하는 장면은 없지만 도시의 특정한 생활문화를 대표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구성이다.

패션산업은 이러한 도시적 이미지를 오랫동안 상업적으로 활용해 왔다. 뉴욕의 클럽문화와 거리의 옷차림은 패션잡지의 화보로 소개됐고, 유명인의 사적인 스타일은 의류와 액세서리의 유행에 영향을 줬다. 패션 브랜드는 독특한 스타일로 알려진 인물을 광고와 행사에 초대하며 기존 소비자와 다른 문화적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스타일로 알려지는 과정과 실제 유행을 형성하는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화보와 사진전에 반복해서 등장하더라도 그 인물의 옷차림이 대중의 구매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활동과 시기, 소비층에 따라 달라진다. 뉴욕의 문화계에서 먼저 주목받은 인물이 모두 대중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성장한 것도 아니다.

'All About Alana'는 사진가들의 이름을 통해 마틴의 이미지를 소개한다. 여러 작가가 참여한 전시에서는 개별 사진가의 경력과 작품에 대한 관심도 인물에게 연결된다. 유명 사진가의 초상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마틴에게 새로운 문화적 이력을 더할 수 있지만, 참여 작가의 수가 곧 대중적 영향력의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데빈 칸(Devin Khan)이 촬영한 작품. 바닷가에서 미국 성조기를 펼쳐 든 알라나 제시카 마틴을 담았다. 해변과 파도, 국기의 색채가 인물과 함께 구성됐다. 사진=Devin Khan

데빈 칸의 사진에는 뉴욕의 고층 건물 대신 바다가 등장한다. 마틴은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미국 성조기를 펼쳐 들고 있다.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푸른색 바탕에 흰 별이 들어간 국기는 회색빛 바다와 대비된다.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은 인물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미국 국기는 사진과 광고에서 오랫동안 국가의 상징으로 사용돼 왔다. 영화배우와 가수의 사진에 국기를 등장시키면 인물의 개인적인 이미지에 미국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더해진다. 패션과 대중음악에서도 성조기의 색상과 문양은 의상과 무대 연출에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칸은 국기를 인물의 주변에 놓는 대신 마틴이 직접 들도록 했다. 몸보다 크게 펼쳐진 성조기는 사진의 중심을 차지하며, 파도와 바람은 정적인 초상과 다른 움직임을 만든다. 도시의 밤거리에서 촬영한 가르시아의 작품과 달리 미국적인 상징을 통해 인물의 이미지를 구성한 사진이다.

금발의 여성과 성조기, 바다를 결합한 방식은 미국 대중문화에서 오래 사용돼 온 미적 관습과도 연결된다. 영화와 광고에서는 여성의 외모와 국가적 상징을 함께 사용해 특정한 시대의 대중적 이미지를 표현해 왔다. 마틴의 사진에도 익숙한 상징이 등장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문화적 성취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시 전체에서 마틴의 얼굴은 패션과 영화, 미국 대중문화가 오랫동안 활용한 이미지들과 연결된다. 가르시아의 붉은 야외 초상에서는 뉴욕의 도시적 분위기가, 칸의 해변 사진에서는 미국적인 상징이 강조됐다. 인물을 촬영하는 장소와 소품을 바꾸면서 한 여성에게 서로 다른 문화적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다.

잇걸이라는 명칭은 이처럼 반복되는 사진과 이미지의 유통을 통해 더욱 강해진다. 유명인의 일상적인 모습이 잡지에 실리고, 다른 사진가의 화보에 등장하며, 새로운 패션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다시 공개되는 과정에서 특정한 스타일과 인물이 계속 소비된다.

오늘날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여기에 더해졌다. 과거 뉴욕의 잇걸은 잡지 편집자와 파티 사진가, 신문 칼럼니스트의 선택을 거쳐 널리 알려졌다. 이제는 인물이 직접 자신의 사진과 활동을 공개하고, 사진가와 패션 브랜드, 언론의 계정이 같은 이미지를 다시 소개한다. 사진 한 장이 전시장과 온라인 매체, 개인의 계정을 오가며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다.

한 사람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도 달라졌다. 잡지 화보를 촬영하고 인쇄물을 배포하던 시기에는 사진가와 출판사, 유통업체의 역할이 중요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온라인에 게시한 사진과 영상이 빠르게 공유되지만, 관심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새로운 콘텐츠와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 대중문화 인물에게 사진과 영상은 작품을 알리는 수단이면서 자신의 존재를 계속 보여주는 홍보물이 됐다.

아리엘 사독(Ariel Sadok)이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 실내에서 몸을 웅크린 자세로 앉아 있으며, 긴 금발과 팔의 위치, 카메라를 향한 표정이 인물의 분위기를 만든다. 사진=Ariel Sadok

아리엘 사독의 사진에서는 대형 소품과 유명한 장소가 등장하지 않는다. 마틴은 실내에서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카메라를 바라본다.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앞으로 내려오고, 팔은 몸 가까이에 모여 있다. 도시의 건물이나 미국 국기처럼 인물 밖의 상징을 강조한 다른 사진들과 구성이 다르다.

사독은 가까운 거리에서 인물의 표정과 자세를 강조했다. 주변 공간의 비중은 작고, 마틴이 몸을 감싼 자세가 강하게 드러난다. 무대나 거리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인물과 달리 사적인 분위기의 초상에 가깝다.

유명인의 이미지는 화려한 화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연장과 레드카펫, 광고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사진과 함께 침실이나 집 안에서 촬영한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사진도 널리 사용된다. 대중에게는 유명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인물에게는 무대 위의 모습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마틴의 사진에서도 도시의 밤과 해변의 성조기, 실내의 사적인 자세가 서로 다른 인물의 모습을 구성한다. 세 사진을 제작한 작가는 각각 다르지만 전시에서는 모두 마틴이라는 이름 아래 소개된다. 작품에 담긴 인물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전시의 구성에 활용됐다.

라이언 맥긴리가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맥긴리는 1990년대 말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젊은 예술가와 친구들을 촬영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3년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패션과 광고, 인물사진을 오가며 활동했다. 뉴욕의 청년문화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작가가 여러 세대의 사진가를 모아 한 여성의 이미지를 소개하는 전시를 구성했다.

맥긴리가 촬영했던 1990년대 말의 젊은이들은 당시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생활과 음악, 미술문화 속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었다. 사진들은 그 시대에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의 관계와 생활환경을 기록했다. 반면 'All About Alana'는 이미 정해진 한 인물을 중심으로 여러 사진가가 참여하도록 구성된 전시다. 특정한 시기의 청년문화를 기록하는 작업에서 한 인물의 문화적 이미지를 다수의 사진으로 소개하는 기획으로 관심이 옮겨졌다.

사진가들의 참여는 전시의 작품 수와 다양성을 늘리는 동시에 뉴욕 사진계의 인적 관계를 보여준다. 전시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은 서로 다른 출판물과 전시, 패션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각자의 활동을 통해 형성한 관객과 독자도 다르다. 동일한 인물을 촬영한 작품을 한 공간에 모으면서 작가들의 활동과 마틴의 이름이 함께 소개된다.

뉴욕의 독립 사진공간도 이러한 문화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관여하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렉탱글 룸은 사진가이자 기획자인 팀 바버(Tim Barber)가 2025년 설립했다. 맨해튼 엘드리지 스트리트 113번지에 자리한 프라이머리 포토그래픽(Primary Photographic) 안에서 운영된다. 필름 현상과 스캔, 인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 제작시설에 전시공간과 서점이 결합한 형태다.

렉탱글 룸은 작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뿐 아니라 사진집 출간 행사, 작가와의 대화, 한정판 인쇄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전시를 통해 소개한 작업을 사진집과 인쇄물로도 유통하는 구조다. 사진가의 이름과 작품이 전시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일부 작업은 책과 인화 작품으로 판매된다.

2026년 6월에는 사진가 리 메리 매닝(Lee Mary Manning)과 피터 서덜랜드(Peter Sutherland)의 전시 'Two'와 함께 50부 한정 사진집을 제작했다. 판매가격은 25달러였다. 온라인몰에서는 여러 사진가의 인화 작품도 판매하고 있다. 책과 인쇄물을 소량 제작해 전시와 함께 유통하는 방식은 대규모 미술시장과 다른 독립 사진공간의 사업 구조다.

미술관이나 대형 상업화랑에 작품을 선보이기 전부터 사진가들은 독립 서점과 전시공간, 소규모 출판사를 통해 작업을 소개해 왔다. 인쇄 부수를 제한한 사진집과 소형 인화 작품은 작가의 활동을 기록하는 동시에 독립 사진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된다. 사진을 촬영하고 현상하고 인화한 뒤 책과 전시로 유통하는 과정에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 인력이 참여한다.

렉탱글 룸과 프라이머리 포토그래픽의 관계도 사진을 둘러싼 이러한 산업을 보여준다.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기술이 필요한 작업실에 전시공간과 서점이 함께 들어섰다. 작품을 제작하는 일과 관객에게 소개하는 일, 사진집과 인쇄물을 판매하는 활동이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진다.

'All About Alana' 역시 이 공간에서 열린 단체전이다. 전시는 사진가 30여 명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마틴을 뉴욕의 잇걸로 내세웠다. 문화예술계의 인적 관계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사진과 언론의 관심이 한 인물의 이름을 중심으로 결합했다.

그러나 잇걸이라는 명칭은 미술관의 수상 경력이나 음악 차트의 순위처럼 정해진 기준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어떤 인물이 독특한 스타일과 문화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쌓이면서 형성된다. 뉴욕에서는 패션잡지와 사교계, 사진가들이 오랫동안 그러한 역할을 맡았다. 오늘날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같은 과정이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마틴이 모델과 배우, 뮤지션으로 활동해 왔다는 사실과 사진전에서 새로운 잇걸로 소개됐다는 사실도 구분된다. 배우에게는 출연작과 연기 활동이, 뮤지션에게는 음악과 공연이 직업적 경력을 구성한다. 모델로서 참여한 사진 작품은 별도의 활동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사진가의 초상이 중심이 되면서 마틴의 외모와 스타일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사진가의 작품에 참여하는 일은 모델에게 새로운 활동 이력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사진가 역시 촬영 대상의 개성과 인지도를 활용해 작품을 널리 소개할 수 있다. 전시공간은 참여 작가들의 이름을 통해 관객을 모으고, 언론은 특정 인물과 사진가들의 만남을 문화기사로 다룬다. 개인의 명성과 사진작품, 전시의 홍보가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다.

뉴욕의 잇걸을 소개하는 언론도 이 과정에 참여한다. 1927년 클라라 보는 영화와 잡지 홍보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고, 1980년대 디앤 브릴은 신문과 텔레비전의 관심을 받았다. 1990년대 클로에 세비니는 다운타운 문화와 패션잡지, 독립영화의 활동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시대마다 사용하는 매체는 달라졌지만 인물의 활동과 사진, 언론 보도가 명성을 확산시키는 과정은 이어졌다.

마틴을 새로운 잇걸로 소개한 이번 전시 역시 2026년 뉴욕 사진계의 관심을 보여준다.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는 사실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마틴이 주목받는 인물임을 드러낸다. 다만 도시의 문화적 인물로 자리 잡는 데에는 사진전 이후에도 음악과 연기,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 전시가 부여한 명칭과 장기간 축적된 문화적 영향력 사이에는 시간과 활동의 차이가 남는다.

사진 13점에 나타난 마틴의 모습은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는다. 강한 플래시를 사용한 식당의 초상과 도시의 밤거리, 누드와 침실의 사진, 성조기를 든 해변의 인물사진까지 여러 표현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전시가 마틴을 뉴욕의 새로운 문화적 인물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진가들의 작업은 서로 다른 이미지를 제공했다.

뉴욕 엘드리지 스트리트 113번지의 렉탱글 룸에서는 11월 15일까지 'All About Alana'가 열린다. 팀 바버가 운영하는 독립 사진공간에 라이언 맥긴리가 기획한 단체전이 자리했고, 뉴욕의 사진가 30여 명이 참여했다. 클라라 보가 영화 'It'로 잇걸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지 99년이 지난 지금, 뉴욕에서는 사진가와 전시공간, 언론이 한 여성의 이름을 중심으로 다시 모였다. 영화와 신문이 주도했던 스타의 탄생 방식은 사진전과 온라인 매체로 영역을 넓혔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문화계의 인적 관계와 사진 유통산업도 함께 커졌다.